안압지 ‘14면체 주사위’ 미스터리
75년 발굴 뒤 부주의로 소실… 온양에 ‘또 다른 실물’ 확인
동아일보 | 입력 2011.07.27 03:19 | 수정 2011.07.27 09:08 | 누가 봤을까? 10대 남성, 경상
[동아일보]
1975년 9월 경북 경주시의 통일신라시대 연못인 안압지(雁鴨池)에서 기묘한 주사위 하나가 발굴됐다. 사각형면 6개, 육각형면 8개로 이뤄진 14면체 주사위였다. 14면체라는 모양도 독특한 데다 각 면에는 '三盞一去(삼잔일거)' '禁聲作舞(금성작무)' 등과 같은 흥미로운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각각 '술 석 잔 한번에 마시기' '술 마신 뒤 소리 내지 않고 춤추기'라는 뜻이다.
이 주사위는 747∼774년 목간이 나온 층위보다 아래에서 발견되었다. 이로 미루어 8세기 초의 통일신라 유물임을 알 수 있다. 전문가들은 각 면에 새겨진 문구로 보아 이 주사위가 통일신라 사람들이 술자리에서 사용했던 놀이기구라고 보고 있다.
이 주사위는 현재 국립경주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그러나 이것은 진품이 아니다. 진품은 1979년 전기오븐에서 건조하다 과열로 불에 타버렸다. 그래서 사진과 실측도면을 토대로 복제품을 만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국립민속박물관의 장장식 학예연구관은 최근 놀라운 소식을 들었다. 충남 아산시 온양민속박물관에 안압지 주사위와 똑같은 주사위가 하나 더 있다는 얘기였다. 장 연구관은 서둘러 아산으로 가 조사했다. 모양과 쓰인 문구 등이 안압지 주사위와 거의 똑같았다.
온양민속박물관 유물카드에 따르면 이 주사위를 수집한 것은 1977년 5월 20일. 당시 주사위를 구입한 온양민속박물관의 신탁근 고문은 "민속품에 조예가 깊은 골동품 전문업체인 서울 아현동의 양주상회에서 샀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 후 이 주사위의 존재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실물을 살펴본 장 연구관은 흥미로운 추론을 담아 '안압지 출토 14면체 주사위, 정말 신라인이 놀았을까'라는 글을 작성했다. 이 글은 국립민속박물관의 '민속소식' 8월호에 실릴 예정이다.
장 연구관은 온양민속박물관 주사위의 실체를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여러 가능성을 제시했다. ①온양민속박물관 주사위가 또 하나의 통일신라 주사위 진품일 가능성 ②온양민속박물관 주사위가 안압지 주사위의 복제품일 가능성 ③서로 별개의 것일 가능성 등.
①의 경우라면 이 주사위는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니게 된다. 보물로 지정해도 손색이 없다. 신 고문은 "장사꾼이 만든 복제품이라면 여러 개를 만들었을 텐데 구입 후 수십 년 동안 여러 곳을 다녀도 이런 주사위가 또 있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②의 경우라면 1975∼77년 사이에 안압지 주사위의 실물이나 사진을 참조해 만든 복제품일 것으로 보인다. ③의 경우라면 제작 시대가 언제인가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조선시대 것이라면 그 나름의 가치를 지닌다. 이러한 음주 놀이가 조선시대까지 이어졌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온양민속박물관 주사위의 연대 측정이다. 장 연구관은 "방사성탄소연대 측정과 함께 주사위 표면에 새겨진 서체의 특징, 각자의 기법, 명문의 문장 구조 등이 어느 시대에 해당하는지 정교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안압지 주사위와 온양민속박물관 주사위의 실체와 상호 관계를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온양민속박물관 주사위가 과연 언제 만들어진 것인가에 따라 논의의 향배는 당연히 크게 달라진다. 통일신라로 연대가 나오면 그 파급 효과는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한 고고학자는 "이 주사위가 1975년 안압지 발굴 현장에서 출토된 뒤 빠져나간 것인지도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김은경 온양민속박물관장은 "통일신라 주사위와 음주 놀이문화 연구를 위해서라면 연대 측정을 실시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온양민속박물관이 1977년 구입해 소장하고 있는 14면 주사위(위)와 경북 경주 안압지에서 1975년 출토된 통일신라 주사위(복제품·아래). 모양이 똑같다. 안압지 주사위는 1979년 실수로 불에 타버렸고 복제품만 전해온다. 온양민속박물관 소장품이 통일신라 주사위 진품인지를 놓고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장장식 연구관·국립경주박물관 제공 |
이 주사위는 747∼774년 목간이 나온 층위보다 아래에서 발견되었다. 이로 미루어 8세기 초의 통일신라 유물임을 알 수 있다. 전문가들은 각 면에 새겨진 문구로 보아 이 주사위가 통일신라 사람들이 술자리에서 사용했던 놀이기구라고 보고 있다.
이 주사위는 현재 국립경주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그러나 이것은 진품이 아니다. 진품은 1979년 전기오븐에서 건조하다 과열로 불에 타버렸다. 그래서 사진과 실측도면을 토대로 복제품을 만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국립민속박물관의 장장식 학예연구관은 최근 놀라운 소식을 들었다. 충남 아산시 온양민속박물관에 안압지 주사위와 똑같은 주사위가 하나 더 있다는 얘기였다. 장 연구관은 서둘러 아산으로 가 조사했다. 모양과 쓰인 문구 등이 안압지 주사위와 거의 똑같았다.
온양민속박물관 유물카드에 따르면 이 주사위를 수집한 것은 1977년 5월 20일. 당시 주사위를 구입한 온양민속박물관의 신탁근 고문은 "민속품에 조예가 깊은 골동품 전문업체인 서울 아현동의 양주상회에서 샀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 후 이 주사위의 존재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실물을 살펴본 장 연구관은 흥미로운 추론을 담아 '안압지 출토 14면체 주사위, 정말 신라인이 놀았을까'라는 글을 작성했다. 이 글은 국립민속박물관의 '민속소식' 8월호에 실릴 예정이다.
장 연구관은 온양민속박물관 주사위의 실체를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여러 가능성을 제시했다. ①온양민속박물관 주사위가 또 하나의 통일신라 주사위 진품일 가능성 ②온양민속박물관 주사위가 안압지 주사위의 복제품일 가능성 ③서로 별개의 것일 가능성 등.
①의 경우라면 이 주사위는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니게 된다. 보물로 지정해도 손색이 없다. 신 고문은 "장사꾼이 만든 복제품이라면 여러 개를 만들었을 텐데 구입 후 수십 년 동안 여러 곳을 다녀도 이런 주사위가 또 있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②의 경우라면 1975∼77년 사이에 안압지 주사위의 실물이나 사진을 참조해 만든 복제품일 것으로 보인다. ③의 경우라면 제작 시대가 언제인가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조선시대 것이라면 그 나름의 가치를 지닌다. 이러한 음주 놀이가 조선시대까지 이어졌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온양민속박물관 주사위가 과연 언제 만들어진 것인가에 따라 논의의 향배는 당연히 크게 달라진다. 통일신라로 연대가 나오면 그 파급 효과는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한 고고학자는 "이 주사위가 1975년 안압지 발굴 현장에서 출토된 뒤 빠져나간 것인지도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김은경 온양민속박물관장은 "통일신라 주사위와 음주 놀이문화 연구를 위해서라면 연대 측정을 실시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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