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가 ‘나의 아내’를 직접 언급한 것을 기록한 4세기 콥트어 문서가 12일 국제학회에 정식으로 보고됐다.
예수가 결혼해 자신의 아내를 제자로 삼고 자녀를 낳았다는 설은 그동안 각종 성경 외경과 댄 브라운의 소설 ‘다빈치 코드’ 등에서 제기한 적이 있지만, 예수가 ‘아내’를 언급한 것이 기록된 문서가 학계에 공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뉴욕타임스(NYT), 보스턴글로브, 하버드대 매거진은 초기 기독교 연구 분야에서 세계 최고 권위를 지닌 캐런 L 킹(58) 하버드대 신학부 교수가 18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개최된 국제 콥트학회에 4세기 콥트어로 작성된 파피루스 문서 파편을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킹 교수는 ‘예수 아내의 서(書)’로 명명한 이 문서 파편의 콥트어 텍스트를 해독한 결과, “예수가 그들에게 말하기를 ‘나의 아내’…” “그녀는 나의 제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마리아는 그럴 만하다” 등의 내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는 학회에서 발표한 논문을 통해 이 문서를 “예수가 자신의 아내를 지칭한 현존하는 유일한 텍스트”로 평가했다.
특히 세계 3대 파피루스 전문가로 꼽히는 로저 배그널 뉴욕대 교수, 초기 기독교 연구 분야 권위자 앤 마리 류젠디크 프린스턴대 교수, 고대 콥트어 전문가인 아리엘 쉬사 할레비 이스라엘 헤브루대 교수로부터 파피루스 문서와 텍스트가 진본으로 확실시된다는 확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오는 2013년도 ‘하버드 신학리뷰’ 1월호에 게재될 예정이다.
킹 교수는 18일 문서 파편의 앞면과 뒷면 사진을 하버드대 신학부 홈페이지(http://www.hds.harvard.edu)에 공개하고, 콥트어 문장의 영어 번역문을 게재했다. 또한 “이것을 예수가 결혼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는가” 등 12개 질문을 올려 학생 및 학계의 보다 적극적인 논의를 촉구했다.
킹 교수는 NYT와 인터뷰에서 “예수 사후 수백년 후에 작성된 문서이니만큼 이것을 예수가 결혼했다는 결정적인 증거로 볼 수는 없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나타내면서도 “이미 2~4세기부터 예수 결혼이 신자의 관심사였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킹 교수는 ‘유다 읽기:유다서와 기독교 형성’ 등 여러 권의 베스트셀러 서적을 출간한 초기 기독교 분야 전문가로, 미국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하버드대 ‘홀리스석좌교수’직을 지난 2009년부터 보유하고 있다.
오애리 선임기자 aeri@munhwa.com
[만물상] '예수의 아내'
김광일 논설위원 입력 : 2012.09.20 22:16
2005년 이탈리아 제노바에서 교황청 주재 공개 토론회가 열렸다. 사회를 맡은 베르토네 추기경이 물었다. "소설 '다빈치 코드' 읽어보셨습니까?" 여기저기 손들이 올라갔다. 수백 석 강당 좌석이 모자라 청중들은 복도와 창밖에서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질의응답 때 질문이 쏟아졌다. "예수가 결혼했습니까?" "예수가 아기를 가졌습니까?" "제 질문부터 대답해주세요." 베르토네 추기경은 '다빈치 코드'를 '상한 음식' '싸구려 거짓말'에 비유했다.
▶미국 작가 댄 브라운이 2003년에 쓴 '다빈치 코드'는 바티칸 당국이 나서지 않을 수 없을 만큼 큰 바람을 일으켰다. 막달라 마리아가 예수의 아내였고, 예수 혈통이 여태껏 이어지고 있다는 게 뼈대 줄거리였다. 교회가 이걸 은폐했다는 내용까지 곁들이자 곱절로 흥미를 끌었다. 44개국에 6000만권이 팔렸고 국내에도 최장기 베스트셀러 기록를 세웠다. 예수에게 아내가 있었다는 문서는 역사적으로 200건 넘게 발견됐다. 한마디로 '잊을 만하면' 나온다.
▶가깝게는 미국 다큐 제작자 자코보비치와 고생물학자 펠리그리노 두 사람이 2007년에 낸 책 '예수의 무덤'이 있다. 이들은 1980년 예루살렘에서 발견된 1세기 유대인 무덤이 예수와 가족의 무덤이라고 주장했다. 무덤에서 나온 구리에서 녹을 긁어내 동위원소를 분석하기도 했다. 이 책은 '예수의 유골이 발견되고 예수에게 아내와 아들이 있었다는 사실이 왜 신앙을 뒤흔드는 위험요소냐'고 되묻기까지 했다. 두 저자는 로마 당국이 기독교 교리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예수의 가족에 대한 기록을 제거할 수밖에 없었다는 논리를 폈다.
▶'다빈치 코드' 파문이 잠잠해졌다 싶으니까 이번엔 파피루스 조각이 나왔다. 예수가 '나의 아내'를 언급했다는 4세기 때 콥트어(語) 문서다. 하버드대 신학부에서 초기 기독교를 연구하는 캐런 킹 교수가 학회에 내놓았다. 고대 이집트 남부에서 쓰였던 콥트어 문장을 해독했더니 "예수가 그들에게 말하기를 '나의 아내'…" "그녀는 나의 제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같은 내용이 드러났다고 했다. 킹 교수는 이 문서를 '예수 아내 복음서'라고 이름지었다.
▶명함 크기만한 콥트어 파피루스 조각이 세상을 뒤집지는 못한다. 1~4세기 이단으로 탄압받던 특정 종파가 만든 콥트어 문서여서 신빙성도 떨어진다. 예수와 관련된 것은 무엇이건 대중적 관심이 높아서 가짜 문서가 만들어졌을 가능성도 있다. 킹 교수도 "예수 사후 수백년이 지나 만들어진 문서다. 예수가 결혼했다는 결정적 증거로는 볼 수 없다"며 조심스러워했다. 우리도 조심스럽다.
"예수, 부인 있었다" 파피루스 진위 논란
입력 : 2012.09.20 10:33
예수가 ‘나의 아내’라고 직접 언급했다는 4세기 콥트어(고대 이집트어) 문서공개가 예상대로 문서의 진위와 실증적 가치 등에 관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초기 기독교 연구 분야 권위자인 캐런 킹(58) 하버드 신학대학원 교수는 1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국제콥트학회에 이 문서 파편을 공개했다.
킹 교수는 명함 크기인 파피루스 문서 파편의 콥트어 텍스트를 해독한 결과, “예수가 그들에게 말하기를 ‘나의 아내’…”“그녀의 나의 제자가 될 수 있다” “마리아는 그럴 만 하다” 등의 내용이 적혔다고 밝혔다. 킹 교수는 이 문서를 스스로 ‘예수 아내의 복음’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녀는 학회에서 발표한 논문에서 이 문서를 “예수가 자신의 아내를 지칭한 현존하는 유일한 텍스트”로 평가했다. 킹 교수는 뉴욕타임스(NYT), 보스턴글로브 등과의 공동인터뷰에서 이 문서가 아마도 예수 사후 수백년 후에 작성된 만큼 예수가 결혼했다는 증거로 받아들여져선 안 된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면서도 예수가 직접 아내를 언급한 첫 문서라는 점에서 흥미롭다고 덧붙였다.
그녀는 “이 문서 파편은 초기 기독교도들이 예수가 결혼했다는 전승(傳承)을 갖고 있었음을 시사한다”고 의미 부여했다. 학회에 참석한 슈테판 엠멜 뮌스터대학 콥틱학 교수는 이 문서 파편의 진위에 의문을 품었다. 엠멜 교수는 “문서 파편의 출현과 텍스트의 문법에 완벽히 납득되지 않는 뭔가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06년 공개돼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유다복음(The Gospel of Judas)’의 진위를 검증한 국제 전문가그룹에 참여한 바 있다. ‘유다복음’은 예수의 십자가 처형이 예수와 가룟 유다의 밀약에 의한 것이며, 유다만이 예수의 참 제자였다는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함부르크대 파피루스 연구자인 에일린 수치우는 다른 4세기 콥트어 파피루스 문서들과 비교해볼때 이 문서 파편은 “진짜처럼 보이지 않는다”며 “위조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킹 교수는 문서의 진위를 추가로 파악하기 위해 잉크 테스트 등을 해볼 계획이라면서도 문서가 진짜로 판명나더라도 예수가 실제 결혼했다는 여하한 역사적 증거를 제공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콥트어 권위자인 볼프-피터 풍크는 문구들이 문장으로 완성된 게 아니라 맥락 없는 단어가 나열된 작은 파편일 뿐이어서 문서 파편의 의미를 알 길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고대 파피루스들은 때때로 돈을 벌려는 부도덕한 중개상들 때문에 세상을 떠들썩하게도 한다.
킹 교수는 지난 2011년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파피루스 수집가로부터 이 문서 파편을 해석해달라는 이메일을 받았다면서 이 수집가가 “다른 사람들이 찾아다니는 게 싫어서 이름, 국적, 주소 등을 밝히기를 꺼렸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 수집가가 이 문서 파편을 하버드대에 팔고 싶어하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유니버시티 캠퍼스 서퍽의 고고학 교수 데이비드 길은 “이런 발견들에는 온갖 종류의 책략이 있다”며 “이 문서 파편은 지각있고 책임있는 학계에서는 거리를 둘 그런 성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의심쩍은 방법으로 취득됐을 수도 있는 유물 공개에 대해 학계가 논쟁을 계속하는 것은 암거래 시장만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