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줄줄이 나올 줄 알았다!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는 황보승 회원이 수성·금성·화성·목성·토성이 한 곳에 모이는 오성결집(五星結集) 기록을 배달국, 고구려, 고려 역사에서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독자는 이게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인지 아는가? 나는 이미 2014년 10월 1일자 24번째 프리미엄 조선 ‘박석재의 우주 이야기’에서 고조선의 오성결집 기록 오성취루(五星聚婁)에 대해 기고했다. 그 칼럼 내용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국사 교과서에서 BC 2333년 왕검이라는 단군이 고조선을 건국한 후 고구려가 건국될 때까지는 내용이 거의 없는 ‘블랙홀’이다. 그런데 그 역사의 블랙홀 한복판에 천문관측 기록이 있다. ‘환단고기(桓檀古記)’의 ‘무진오십년오성취루(戊辰五十年五星聚婁)’ 기록이다. 여기서 ‘무진오십년’은 고조선 건국 600주년이 되는 BC 1733년을 말하고, ‘취’는 모인다는 뜻이고 ‘루’는 동양 별자리 28수의 하나다. 즉 이 문장은 ‘BC 1733년 오성이 루 주위에 모였다’ 같이 해석된다.
천문 소프트웨어를 돌려봤더니 BC 1734년 7월 중순 저녁 서쪽 하늘에는, 왼쪽에서부터 오른쪽으로, 화성·수성·토성·목성·금성 순서로 오성이 늘어섰다! 특히 BC 1734년 7월 13일 저녁에는 달과 해 사이에 오성이 ‘주옥처럼’ 늘어섰다. 오차가 1년 있기는 하지만 4000년 전 일을 추정하는 입장에서 보면 이것이 바로 오성취루라고 봐야 한다. 그 당시 달력이 어땠는지 알 길이 없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또한 28수 중 루(婁) 별자리(양자리 β별 주위)가 아니라 성(星) 별자리(바다뱀자리 α별 주위) 가까운 곳에서 일어나 오성취성(五星聚星)이 맞다. 이는 4000년 전 28수가 현재와 다르다고 결론내릴 수 밖에 없다. 지난 24번째 칼럼에서는 오성취루가 정(井) 별자리(쌍둥이자리 μ별 주위) 가까운 곳에서 일어나 오성취정(五星聚井)이라고 했는데 이는 다른 소프트웨어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 칼럼에서는 천문학자와 아마추어 천문학자들 사이에서 가장 정확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Starry Night’ 소프트웨어를 근거로 기술하겠다.
하지만 이미 오성취루로 너무 많이 알려져서 오성취성으로 바로 잡히지는 않을 것 같다. 과학사에서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중요한 사실은 오성결집이 실제로 일어났고 옛 기록이 옳다는 것이다. 오성취루 같은 천문현상을 임의로 맞추거나 컴퓨터 없이 손으로 계산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BC 1734년 우리 조상들은 천문현상을 기록으로 남길 수 있는 조직과 문화를 소유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즉 천문대를 가진 고조선은 고대국가였던 것이다. 이제 더 이상 고조선을 신화의 나라로 치부하는 일이 없어야겠다.
- 천문 소프트웨어로 확인한 오성취루. BC 1734년 7월 13일 저녁 8시 서쪽 하늘의 모습이다.
- 오성취루 상상도. 왼쪽부터 화성·수성·토성·목성·금성이다.
이는 오성취루 219년 전이었으므로 오성결집 현상이 최소한 200년에 한 번씩 일어난다는 편견을 심어줬다. 하지만 나는 이번에 오성결집이 불과 1년 만에 다시 일어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이는 상대적으로 공전 주기가 긴 목성과 토성이 하늘에서 모였다가 멀어지기 전에 수성·금성·화성이 신속하게 다시 결집하면 얼마든지 가능했다.<②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