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의 환상적인 등산코스 | ||
백운대 서북면의 숨은벽, 해골바위, 호랑이굴, 여우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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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북한산 숨은벽능선(사기막능선) 등정을 마치고 난 뒤의 감흥이다.
이름만으로도 신비감을 주는 숨은벽능선을 가장 가까이서 본다는 설레임이며, 30m가량의 슬랩을 오르는 가벼운 릿지, 호랑이굴을 통과해야 오르는 백운대 등정, 여우골을 지나야 정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하산길 등은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는 추억이 될 것같다. 특히 바위틈에 나 있는 호랑이굴과 여우굴은 등산의 백미처럼 더 없는 긴장감을 안겨줬다. 이 코스를 처음 개척한 산악인들에게 경의를 표할 뿐이다.
숨은벽능선은 북한산 최고봉인 백운대와 인수봉 사이에 있다. 북한산 북서면의 최고 절경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숨은벽’이라고 명명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가 능선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숨어 있기 때문이다.
◇북한산 숨은벽능선에서 바라본 숨은벽. 능선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숨어 있다. |
지하철 3호선 불광역 7번출구로 나온 뒤 시외버스터미널에서 34번 버스를 타고 사기막골에서 내리면 사기막능선 들머리다. 구 사기막매표소를 지나 5분가량 비포장 길을 따라 올라가면 탐방로가 나온다. 능선이 약간 가파르지만 육산(肉山) 같아서 흙내음이 상큼하다. 왼쪽으로 상장능선을 바라보고 40여분 오르다보면 30m가량의 슬랩이 나타난다. 그다지 위험하지 않아 직접 슬랩을 시도할 수도 있지만, 왼쪽으로 우회로가 나 있다.
◇숨은벽능선상에 있는 30m슬랩 하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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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랩을 올라서면 숨은벽능선 전망대. 숨은벽능선이 코 앞에 조망된다. 봉우리가 인수봉과 백운대 사이에 날카롭게 솟아 있다. 간담이 서늘해 질정도로 멋진 풍광이다. 좌측으로 상장능선과 그 너머로 도봉산이 조망되고, 오른쪽으로는 염초봉을 아우르는 염초길이 손에 잡힐 듯 하다. 모두가 또다른 모습을 하고 있어 새롭다. 전망대에서 지나온 방향으로 10여m 아래를 내려다 보니 구멍 2개가 뚫린 커다란 얼굴모양의 바위가 누워 있다. 이른바 ‘해골바위’다. 어째 보면볼수록 으스스하다. 그 뒤로 노고산이 내려다 보인다.
◇가까이서 본 숨은벽능선. 왼쪽의 인수봉과 오른쪽 백운대 사이로 봉우리가 뾰족하게 솟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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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 바위 일부분(왼쪽)과 숨은벽 주변의 전체 풍광이 동시에 조망되고 있다. |
가장 높게 보이는 숨은벽 대슬랩을 향해 좀더 직진하니 말안장 모양의 바위 안부(鞍部)가 나온다. 이 안부가 조금만 더 좁았더라면 바위 양쪽이 천길 벼랑이어서 건너가기가 쉽지 않았으리라. 숨은벽 대슬랩 코 앞에서 코스는 우측으로 틀어져 내려가며 호랑이굴로 향한다. 그러나 호랑이굴에 가기까지는 70도 경사의 돌서덜로 된 ‘깔딱고개’가 기다린다. 깔딱고개 중간쯤 대동샘이 있는데, 물맛이 개운하다.
◇본래 형태의 해골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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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골 V협곡을 건너기 직전에 우측 암벽으로 방향을 잡는다. 암벽에는 쇠줄이 매여 있다. 암벽을 올라서니 커다란 바위가 가로막고 있고, 그 밑 틈새로 동굴이 나 있다. 말로만 듣던 호랑이굴이다. 호랑이굴은 아랫쪽과 윗쪽으로 2개의 입구가 있는데, 아랫 길은 좁은 대신 통로가 짧고, 윗 길은 조금 넓은 대신 길고 꺾어져 내려가야 한다. 두 입구는 안에서 다시 만난다.
◇숨은벽 전망대에서 등산객들이 주변의 경치를 감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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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굴을 통과한 뒤 밖을 보니 어머어마한 암산(岩山) 하나가 솟아 있다. 인수봉이다. 인수봉을 이렇게 만나다니! 이번 코스에는 온갖 볼거리가 숨어 있다. 인수봉 벽 곳곳에 록클라이머들이 매달려 있다. 대단한 열정이다. 주말이어서 위문에서 올라오는 등산객들이 백운대 정상으로 오르는 쇠줄난간에 촘촘이 붙어 정체되고 있다. 백운대 정상에는 언제나처럼 흰 태극기가 경쾌하게 나부낀다.
◇숨은벽과 백운대 사이에 있는 밤골계곡 깔딱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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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초길로 나 있는 쇠줄난간을 타고 내려가니 왼쪽 백운대 서남쪽에 너른 공간이 하나 나 있다. 백운대 숨은쉼터다. 밥도 먹고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천혜의 장소다. 벼랑쪽으로 다가가니 노적봉을 이고 있는 북장대능선과 그 뒤로 의상능선, 비봉능선이 잇따라 펼쳐져 있다. 날씨가 맑아 비봉능선 위의 사모바위까지 눈에 들어온다.
◇호랑이굴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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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는 하산길이다. 우측으로 염초봉 서남면을 보고 내려가는데, 깎아지른 염초길을 오르는 릿지꾼들이 역광을 받아 실루엣으로 보인다. 20여분 지그재그로 내려가니 드디어 여우굴. 그냥 바위 아래로 뛰어내리기에는 너무 높은 거리다. ‘이 길을 어떻게 알아냈을까.’ 여우길을 빠져나가며 신통방통하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호랑이굴 출구에서 바라다 보이는 인수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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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내려가니 ‘시발크럽’이라고 쓰인 나무팻말이 눈길을 끈다. 1960년대 시발택시가 도입될 무렵, 당시 시발택시 기사들은 풍류를 아는 멋쟁이들이었다고 한다. 그들이 조직했던 산악회 이름이 바로 시발크럽이었다고 하니 꽤나 아련한 흔적이다. 시발크럽 공터에서 약사암까지는 일사천리.
◇백운대에서 본 인수봉과 상장능선. 그 너머로 도봉산이 조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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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암에서 산성 지계곡을 따라 내려가다 원효봉 자락의 개연폭포에 앉아 맑은 물에 두 발을 담근다. 20초를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발이 시리지만 시름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다.
◇북한산 최고봉인 백운대 정상에는 늘 태극기가 펄럭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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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산성계곡 먹을거리촌 팔경정(02-387-5902)에서 손두부와 묵은 지, 파전을 시켜 먹었다. 어머니 손길에서 우러나온 듯 손두부 맛이 여간 담백하고 구수하지 않았다. “이제 먹을거리촌도 맛을 못내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소리가 좌중에서 터져나온다. 산성탐방안내소를 나서는 데, 피곤하기는 커녕 남모르는 코스를 밟았다는 생각에 기운이 펄펄 났다. 글·사진=정성수 기자 hulk@segye.com
◇백운대에서 염초길로 하산하는 쇠줄난간. |
◇백운대 숨은쉼터. 넓고 조망권도 좋은 천혜의 휴식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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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깎아지른 절벽으로 이뤄진 염초길을 산꾼들이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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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원효봉 자락에 자리잡은 개연폭포. 등산객들이 계곡 물에 발을 담그며 즐거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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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대에서 내려다 본 숨은벽능선. 능선이 서쪽으로 내려가다 직각으로 꺾여 북쪽으로 내려앉았다. |
<산행코스>
불광동 34번 시외버스∼사기막골∼구 사기막매표소∼숨은벽 탐방로∼해골바위∼숨은벽 전망대∼대슬랩 직전∼내리막길∼밤골계곡(깔딱고개)∼대동샘∼밤골V협곡 직전∼호랑이굴∼백운대∼백운대 숨은쉼터∼여우굴∼시발크럽∼약수암∼산성 지계곡∼개연폭포∼먹을거리촌∼산성탐방안내소. 소요시간 5∼6시간.
http://blog.naver.com/cellone?Redirect=Log&logNo=140048013742 : 북한산 상장능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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