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서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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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장강을 끼고 도는 차마고도 옛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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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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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금사강을 끼고 도는 차마고도(자동차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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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장면은 환상이었다. 특히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숨을 멈출 수밖에 없는 환상의 코스였다. 수백 미터 깊은 계곡 위로 우뚝 솟은 산, 그 산허리에 좁다란 길이 있고, 그 길을 사람이 말을 몰고 지나간다. 지나가던 말이 깊은 협곡에 난 좁은 구름다리를 지나가고, 또 건너지르는 쇠줄에 몸을 맡기어 건너는 것이다. KBS에서 방영한 '차마고도'의 모습은 그렇게 각인되었다.
머리에 각인된 차마고도에 대한 열망을 따라 '풀꽃산행'팀16명은 1월 1일 상해로 출발하여 다시 상해에서 40시간 기차를 타고 쿤밍에 도착하였다. 원래는 인천공항에서 쿤밍까지 가는 비행기를 타고 가야하는데 우리는 상해를 거쳐 갔다.
해발고도 1900m인 쿤밍은 차마고도 길이 아니다. 하지만
윈난성의 수도이고 교통의 중심지이다. 그래서 한국 사람들이 차마고도를 여행하기 위하여 도착한 곳이 이곳인 것이다. 짧은 시간에 차마고도를 답사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단체인 경우 쿤밍에서 버스를 빌려 여행을 하기 시작한다.
차마고도는 시솽반나(西雙版納)에서 푸얼스(普耳市)를 지나 보산(保山), 따리(大理), 리장(麗江), 상거리라(香格里拉)를 거쳐 라싸(拉薩)에 이르는 길과, 리장에서 스촨성(四川省)을 거쳐 라싸에 이르는 길, 그리고 라싸에서 네팔을 지나 인도까지 5,000km의 길이다.
5,000m 이상의 설산(雪山)들과 진사강(金沙江),
란창강(瀾滄江), 누강(怒江)이 수천㎞의 협곡을 이루는데, 그 협곡을 지나는 평균 해발고도 4000m가 넘는 험준한 길을 따라 티베트 지역의 말을 몰고 와서 윈난성 지역의 차와 바꾸었다고 하여 붙여진 차마고도(茶馬古道)는 실크로드보다 먼저 만들어진 교역로이다.
우리는 쿤밍에서 버스를 빌려 타고 푸얼스와 보산을 거치지 않고, 고속도로를 타고 곧장 따리로 갔다. 따리까지는 중앙분리대가 있는 4차선 고속도로를 4시간 정도 달리면 도착한다. 우리들의 차마고도 답사는 따리부터 시작하였다.
해발고도 2000m인 따리는 만년설이 보이는 창산 아래 큰 호수가에 위치하고, 소수민족인 백족이 거주하는 도시이다. 고성은 관광지로 많은 사람들이 찾으며, 신시가지에 따리 사람들이 많이 산다. 창산에서 흘러내린 물을 받아 맑은 호수는 거대한 바다처럼 보인다.
따리에서 약 4시간의 차마고도를 타고 가면 리장이 나온다. 소수민족인 나시족이 주로 사는 리장은 고성이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되어 있는 관광지이다. 해발고도는 2380m 정도로 따리보다 더 높은 지역에 위치하며,
옥룡설산의 하얀 만년설이 가까이 보이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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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허리에 걸린 차마고도(자동차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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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그리라에 있는 차마고도 중심이라는 표지석과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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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장에서 장강을 따라 가다보면 옥룡설산과 합파설산 사이의 계곡을 이루는 호도협이 나타난다. 장강의 급류가 흐르는 계곡을 따라 차마고도의 옛길이 눈에 띄는 곳으로, 산허리를 따라 난 좁은 길을 가다보면 산장이 나타난다. 이 산장까지의 길이 텔레비전에서 보았던 마방들이 다닌 차마고도의 길고 흡사하다.
호도협을 출발하여 급하게 치솟아 오르는 길을 타고 가다보면 장족이 살고 있는 해발고도 3200m의 상그리라가 나온다. 원래는 중팅(中甸)이란 명칭이었는데, 12년 전에 샹그리라(香格里拉)로 바꾸었다고 한다. 해발고도 3200m가 되어 고성 근처에 있는 사원에 오르는 길을 빠르게 올랐더니 숨이 차다.
호도협에서 출발하여 금사강 옆을 따라 4300m고지의 백망설산을 넘어가면 메리설산이 한 눈에 들어온다. 버스로 4300m고지의 험준한 길을 넘어가고 보면 아슬아슬한 장면이 눈에 들어온다. 천길 계곡에서부터 높이 솟은 산허리를 구불구불 돌아가는 길은 눈에 덮여 있는 곳도 있고, 바위들이 무너져 흘러내린 곳도 있다.
KBS의 마방들이 마지막으로 도착한 더칭(德慶)을 지나 비래사(飛來寺)에서 바라보는 메리설산은 환상적이다. 그래서 메리설산이 정면으로 보이는 호텔을 숙소로 잡고, 지는 해를 머리위로 보내는 메리설산의 모습, 달빛에 은빛으로 빛나는 모습, 그리고 아침 햇살을 받아 금빛으로 빛나는 메리설산의 모습이 여행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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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발고도 4300m의 백망설산을 오르는 차마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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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발고도 4300m의 백망설산을 넘어 메리설산으로 가는 차마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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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리설산 가는 길에 만난 야크떼와 몰이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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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설산으로 들어가는 길 갈림길에 라싸의 변경이 85km라는 이정표가 나온다. 변경에서 라싸까지 180km 정도인데 길이 별로 좋지 않아서 버스로 하루는 꼬박 달려야 도착한다고 한다. 라싸로 가는 길 멀리 설산들이 병풍처럼 공중에 펼쳐져 있는데 우리들의 발길은 라싸로 가지 못하고 메리설산(6740m)으로 향하였다.
오래 전 지각 변동으로
인도양 판과 아시아 판이 충돌하면서 바다였던 곳이 융기해
히말라야 산맥을 이뤘고 이때 함께 융기한 바닷물이 지하에 호수로 존재하기 때문에 이 물을 증발시켜서 만든 소금을 만든다는 옌징에 조금 더 가면 도착할 수 있다고 하는데 안타까웠다.
변경에서 라싸로 들어가는 통행이 제한되어 있다고 한다. 겨울이어서 눈이 많이 내려 통행이 제한되었다고도 하고 티베트의 사정이 좋지 않아서 통행을 제한하고 있다고도 한다. 우리가 여행 중에 만난 많은 사람들은 티베트를 목표로 두고 왔지만 출입이 제한되어서 이곳 차마고도로 발길을 돌렸다고 하니 티베트의 사정이 별로 좋지 않은가 보다.
1월 6일 쿤밍을 출발하여 따리에서 1박, 리장에서 2박, 호도협에서 1박, 샹그리라에서 1박, 비래사에서 1박, 메리설산 아래인 명용촌에서 1박, 다시 샹그리라로 돌아와 1박, 대리로 돌아와 1박, 쿤밍에서 1박 등 총 11일간을 버스를 타고 윈난성 차마고도를 답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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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날 차마고도에 마방들이 들려 머물렀다는 분자란 지역과 과일 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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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타고 차마고도를 답사하는 여정 내내 머릿속의 의문이 남아 있었다. 물론 티베트 지역을 방문하지 못하여 확인할 수 없었지만, 여러 날을 거쳐 아슬아슬하게 말들이 짐을 지고 이동하면서 차와 말을 바꿀까 하는 의구심, 티베트지역에 자동차가 다니고, 기차도 다니고, 비행기도 다니는 현대에도 마방들이 말에 짐을 싣고 다닐까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이 길은 분명 차마고도의 주도로입니다. 차마고도는 여러 갈래의 길이 있는데 가장 중심이 되는 길은 중국 서남부 윈난성에서 라싸를 거쳐 네팔 인도에 이르는 5000km의 길입니다. 옛날에 마방들이 다녔던 이 길을 넓히고 포장하여 지금은 자동차가 물건을 싣고 다니는데, 지금은 마방들이 다니겠습니까? KBS에서 방영한 마방들이 지금은 다니지 않습니다."
우리들의 여행을 안내한 이광석씨(운남과기국제여행사)의 말이다. 그렇다면 KBS에서는 왜 그런 다큐멘터리를 방영하여 모든 사람들에게 환상을 심어주었을까? 여행 중 한국에서 온 몇몇 단체 여행객들을 만났는데, 모두 KBS의 '차마고도'를 보고 왔지만 마방들이 다녔던 산허리의 좁은 길이 아니라 버스로 답사를 마쳤다는 것이다.
의문점이 풀리지 않아서 귀국하여 KBS의 '차마고도'를 다시 보았다. 그런데 제1편의 제목이 '마지막 마방'이었다. '마지막 마방'이란 제목이 허망했다. 마지막이 된 마방들의 모습을 찍어서 방영하였다면 당연이 이제는 그 마방들이 없다는 말이 된다.
KBS의 '차마고도'에서는 산허리에 난 좋은 길을 마방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지나가고, 깊은 협곡을 가로지르는 구름다리를 건너는 말들, 더 나아가 쇠줄을 타고 아슬아슬하게 강을 건너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제 이런 장면은 '차마고도'에 없다고 말하고 싶다. 우리와 같은 환상에 젖어서 '차마고도' 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텔레비전의 환상을 좇아 '차마고도'를 찾지 말고, 자동차를 타고 다니며 주변의 문화와 풍광을 찾아 '차마고도'를 찾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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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싸(西藏)와 메리설산으로 나뉘는 갈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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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종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