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sr]인류진화

[도서] 인류의 기원 / 에덴의 진화

이름없는풀뿌리 2015. 9. 18. 10:29

 

 

인류의 기원/이상희·윤신영    /입력   2015-09-17사이언스북스 

‘인류의 기원’은 세계의 발굴 현장을 직접 누비며 인류의 화석을 연구하는 한국인 여교수 이상희(미국 캘리포니아대 인류학과)씨와 과학전문기자 윤신영(‘과학동아’ 편집장)씨가 함께 쓴 책이다. 최신 고인류학의 성과를 바탕으로 원시 인류는 식인 풍습을 가지고 있었을까, 큰 두뇌와 직립보행으로 인류가 얻게 된 장단점은 무엇일까, 다른 동물들과 달리 인간에게 유독 노년기가 연장된 까닭은 무엇일까 같은 22가지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한국인 학자가 친절한 문체로 전해주는 최신 인류학 얘기를 읽어나가다 보면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상식들이 얼마나 낡은 것이었나에 놀라게 된다. 농사가 인류를 부유하게 만들었다는 상식이 그렇다. 저자는 종족 연구, 화석 연구 결과 등을 통해 수렵과 채집만 하던 시절에도 생활은 꽤 윤택했다는 것, 심각한 영양 부족 상태는 오히려 농경을 시작하면서부터 나타났고, 인류의 몸집도 농경 이후 오히려 왜소해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농경 생활이 인류를 성공으로 이끈 이유는 물질적 풍요가 아니라 출산율 증가에 있다고 알려준다.

인류의 기원과 진화를 추적하는 고인류학은 20세기에 특히 열기가 대단했던 것으로 여겨지지만 21세기 들어서도 유전학과 생명공학기술을 받아들여 활기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DNA 분석기법은 극히 일부만 남아 있는 화석에서도 DNA를 추출해 논쟁적인 얘기들을 쏟아내는 중이다. 

축적된 유전자 분석 정보를 통해 인간의 유전자가 계속 변화하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다고 한다. 놀라운 것은 문명이 발달하면서 더욱 그 속도가 빨라졌고, 그 변화를 일으킨 주체는 다름 아닌 문화라는 점이다. 피부색이 예가 될 수 있겠다. 인류는 원래 피부색이 검었으나 농경이라는 문화적 요인이 흰 피부의 선택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고기와 생선 대신 곡물을 주로 섭취하게 되면서 비타민 D를 충분히 섭취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이제 자외선을 통과시켜 비타민 D를 만들 수 있는 흰 피부가 검은 피부보다 유리해졌고 이 사람들의 피부는 하애졌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특히 문화적 요인에 의한 진화를 설명하는 데 공을 들인다.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 달라서 생물학에만 지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컷’에 불과했던 남자는 아기를 낳고 양육의 필요가 생기면서 ‘아버지’로 진화했다. 아버지라는 문화적 개념이 남성 몸의 변화를 불러왔다는 설명이다.

“인간의 아버지는 생물학적인 관계를 벗어나 보이지 않는 것(믿음)을 통해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몸 역시 그에 맞춰 진화했습니다. 남자가 결혼을 하거나 아이를 갖게 되면 남성 호르몬이 줄어듭니다. 남성 호르몬은 생물학적인 ‘수컷다움’을 관장합니다. 이 말은 ‘수컷 노릇의 사령부’가 아버지 노릇을 위해 퇴진한다는 뜻입니다.”

남성 호르몬의 변화는 수컷에서 아버지가 된다는 의미라니 그리 우울해할 일만은 아닌 것 같다. 노령 인구의 증가와 인간의 진화를 연결짓는 대목도 흥미롭다. 

“오늘날 인류는 또 하나의 문화적 현상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바로 노령 인구의 증가라는 전에 없던 현상입니다. 문화가 인류 진화에 영향을 미친다면, 분명 지금의 노령 사회도 어떤 식으로든 우리의 진화를 새로운 양상으로 이끌 것입니다.” 

인류학 분야에 오랜만에 일류 교양서가 등장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도서]에덴의 진화

발행일 : 2007.03.17

●앨런 터너·마우리시오 안톤 지음|안소연 옮김|지호|376쪽|1만8000원

아담과 이브, 수많은 생물들이 뛰어 놀던 ‘에덴 동산’은 어디에 있었을까? 화석을 통해 알게 된 고(古)생물학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최초의 인류는 15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탄생했다. 포유류 동물도 약 3000만년 전부터 아프리카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인간과 생물들이 창조된 ‘에덴’이 있다면 그곳은 아프리카일 것이다.

두 저자의 프로필을 보면 책의 내용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저자 앨런 터너는 포유류의 진화를 전공한 고생물학 교수(영국 리버풀 존 무어대학)이고, 또 다른 저자 마우리시오 안톤은 스페인 마드리드 국립자연사박물관의 고생물 전문화가다. 터너 교수는 아프리카에서 화석으로 발견된 옛 포유류 동물들을 분석하고 계통에 따라 분류·설명한다. 안톤 화가는 옛 동물 화석에 근육과 가죽, 그리고 미세한 털을 입혀 생물들의 모습을 그림으로 재현했다.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정밀하고 사실적이다.

멸종한 옛 동물들에 대한 설명은 흥미롭다. ‘안칠로테리움 헨니기’는 말처럼 생긴 겉모습을 하고 있지만 특이하게도 발굽에 발톱이 나 있다. 걸을 때는 발톱을 끌어넣고 발의 뒤쪽 부분 끝으로 걸었다. 겉모습이 멧돼지와 비슷한 ‘니안자쾨루스 시르치쿠스’는 두개골에 커다랗게 튀어나온 뼈장식이 있어 무서운 인상을 준다. 이들은 현존하는 멧돼지 종보다 훨씬 크고 공격적이어서 웬만한 육식동물들에게도 잡히지 않았을 것이다. ‘메간테레온 쿨트리덴스’는 고양이과에 속하는 동물이다. 크기나 모습은 재규어나 표범과 비슷하지만 눈구멍이 다른 고양이과보다 앞쪽으로 덜 향한 차이가 있었다. 날카로운 이빨이 입 밖으로 길게 난 검치(劍齒)를 가진 것도 특징이다.

아프리카는 오늘날도 지구상 포유류의 4분의 1이 살고 있는 동물들의 낙원이다. 하지만 저자는 현재의 아프리카 동물의 분포는 과거와 비교하면 엄청나게 축소된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의 조상인 원시 인간이 오늘날 세렌게티 평원을 방문한다면 이런 저런 종(種)이 없어졌다고 말할 것이다.”

옛 포유류 동물이 멸종한 이유가 인간의 잘못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몇 차례 반복된 빙하기와 간빙기를 겪으면서 기후와 지형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생물들이 멸종했다. 멸종은 자연의 거대한 섭리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저자는 “인간의 개입이 수많은 동물 종의 분포를 바꾸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상당수의 동물을 멸종위기에 처하게 한 것은 분명하다”고 지적한다. “인간의 개발행위가 엄청난 규모의 파괴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익숙한 동물들은 300만년 후 여전히 살아 있을까? 그리고 포유류의 한 종류인 인간은? 이들도 먼 훗날 화석으로만 자신의 존재를 웅변할 지도 모른다. ‘에덴의 진화’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 (이한수기자 hsl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