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에서 고대 바다 증거 발견
연합뉴스 이영임 입력 2012.02.09 10:58프랑스 그르노블 행성 및 천체물리학연구소(IPAG)와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학(UCI) 과학자들은 ME에 장착된 MARSIS 레이더가 지난 2005년부터 수집해 온 자료를 2년여간 분석한 끝에 해상(海床)을 연상시키는 퇴적토 층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과거 해안선으로 추정됐던 화성 북부 평원의 경계선 안쪽이 저밀도 물질로 덮여있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이는 퇴적토로 해석되며 아마도 철분이 풍부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한때 이 곳이 바다였음을 말해주는 새로운 증거"라고 말했다.
학자들 사이에서는 고대 화성에 바다가 있었을 것이라는 가설이 제기돼 왔고 여러 탐사선들이 보내온 영상에 해안선의 흔적으로 추정되는 지형이 나타나긴 했지만 이를 둘러싼 논란은 아직도 진행중이다.
과학자들은 약 40억년 전 온난다습했던 시절의 바다와 약 30억년 전 지열활동이 강화되면서 내부의 물을 저고도 지역으로 흘려보내는 물길이 열려 생긴 바다 등 두 개를 가설로 제기하고 있다.
연구진은 "MARSIS는 땅을 깊숙이 파고 들어가 표토층 60~80m의 조성을 보여주는데 이 구간 전역에서 퇴적 물질과 얼음의 증거가 나타난다"고 밝혔다.
이런 퇴적층은 물에 의해 침식되고 종착지까지 실려 온 저밀도 과립형 물질의 전형적인 특징을 보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렇게 형성된 바다는 100만년 이내에 사라졌을 것이며 물은 얼어 다시 땅 밑에서 보존됐거나 수증기가 돼 점차 대기 중으로 사라졌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연구진은 지금까지 ME가 보내 온 물 관련 자료는 영상과 광물, 대기 측정 자료 뿐이었지만 이번에 보내 온 자료는 표토층을 레이더로 촬영한 것이라면서 이는 "화성의 모든 물이 어디로 갔나"라는 수수께끼를 푸는데 새로운 정보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 많던 화성의 물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곽노필 입력 2021. 03. 19. 09:06 수정 2021. 03. 19. 09:16 댓글 37개
40억년 전 화성엔 대서양 만한 양의 물 존재
대기 탈출 이론만으론 지금의 화성 설명 안돼
나사 연구진 "광물 속에 상당량 갇혀 있는듯"
물이 사라진 지금의 화성. 화성 궤도선이 촬영한 약 100장의 사진을 합친 것이다. 나사 제공
화성에는 40억년 전까지만 해도 지구와 마찬가지로 호수와 강, 바다를 형성했을 만큼 물이 풍부했을 것으로 과학자들은 추정한다. 지금까지 확보한 지질학적 증거를 토대로 한 분석에 따르면 당시 물의 양은 대략 100~1500미터 깊이로 화성 전체를 덮을 수 있는 정도다. 이는 지구의 대서양 바다물 절반에 해당하는 양이다.
그러나 지금의 화성 표면에서는 물을 찾아볼 수 없다. 극히 일부가 화성 지표면 아래에 얼음 형태로 있을 것으로 보이는 관측 자료가 있을 뿐이다. 그 많던 화성의 물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아직도 풀리지 않고 있는 이 미스터리를 설명하는 기존의 유력한 가설은 물이 우주로 날아가 버렸다는 대기 탈출 이론이다.
이에 따르면 화성이 태양과 가까워지는 때 화성 지표면 온도 상승, 먼지 폭풍 등의 영향으로 물이 수증기가 돼 대기층으로 올라간 뒤, 지구처럼 자기장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우주로 유실돼 버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가설만으로는 그렇게 많은 양의 물이 사라진 것을 다 설명할 수 없다는 게 문제였다.
화성 탐사로버 퍼시비런스의 본격 활동을 앞두고, 미국항공우주국(나사)과 캘리포니아공대 과학자들이 화성의 물이 땅 속에 숨겨져 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그 양을 추론한 새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물이 풍부했던 수십억년 전의 화성 상상도. 나사 제공
광물에 갇힌 양은 표면 물의 30~99%로 추정
연구진이 16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한 이 가설은 화성 궤도선과, 탐사 로버, 운석 등에서 수집한 데이터와 현재 화성 대기의 화학적 조성, 특히 중수소와 수소 비율을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한 컴퓨터 시뮬레이션의 결과다.
물은 산소와 수소로 이뤄져 있지만 모든 수소 원자가 똑같은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수소 원자는 원자핵 안에 양성자 1개로 이뤄져 있지만 극히 일부, 약 0.02%의 수소 원자는 핵 안에 양성자와 함께 중성자도 있다. 이를 중수소라고 한다. 중성자가 없는 수소(경수소)는 중수소보다 훨씬 쉽게 화성 중력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 때문에 화성 대기엔 중수소가 더 많이 남게 된다. 연구진은 그러나 현재 화성 대기의 중수소 비율로는 대기 탈출에 의한 물 손실량을 다 설명할 수 없다고 밝혔다.
퍼시비런스가 탐사하게 될 예제로 충돌분지 삼각주 지대. 나사 제공
연구진이 주목한 또 다른 물 손실 메카니즘은 화성 지각에 분포돼 있는 광물 속에 물이 갇혀 버렸다는 것이다.
물과 암석이 만나면 화학적 풍화 작용이 일어나 점토와 함수 광물(hydrous minerals)을 형성한다. 함수 광물이란 광물의 결정 안에 물분자가 들어 있는 구조를 말한다. 지구의 각섬석, 제올라이트 등이 이런 화학 작용으로 생겨난 함수광물이다.
그런데 지각 활동이 활발한 지구에서는 오래된 지각이 지속적으로 맨틀에 녹아내리면서 지각판 경계에 새로운 지각을 형성한다. 이 과정에서 화산 활동을 통해 물을 비롯한 여러 물질 분자들이 다시 대기로 방출돼 나오는 순환이 이뤄진다. 그러나 화성엔 지각 변동을 일으키는 지각판이 없다. 따라서 표면이 한 번 마르면 그것으로 끝이다.
연구진은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 초기 화성 물의 30~99%가 광물에 갇힌 형태로 지각에 묻혀 있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추정 범위가 이렇게 넓은 것은 현재 화성 지각의 수분 함량에 대한 정보가 충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화성 탐사로버 큐리오시티가 착륙한 게일 충돌분지 주변. 나사 제공
30억년 전 오늘날과 같은 황량한 화성으로
나사 화성탐사프로그램 수석과학자 마이클 메이어 박사는 "지구의 함수 물질은 지각판 활동을 통해 계속해서 순환한다"며 "그러나 여러 우주선의 측정 데이터로 볼 때 화성의 함수 물질은 순환하지 않고 지각에 갇혀 있거나 우주로 날아가 버렸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대기 탈출과 지각 풍화 작용이 누적되면서 10억년이 지난 30억년 전에는 오늘날과 같은 황량한 행성으로 변모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논문 주저자인 캘리포니아공대 에바 셸러 박사(행성지질학)는 "화성 지각의 함수 광물 역사는 30억년이 넘은 것이 확실하다"며 "이는 그 이전의 화성은 생명체가 살기에 적합한 곳이었다는 걸 의미한다"고 말했다.
18일(미국 시각 기준)로 화성 도착 한 달을 맞은 탐사 로버 퍼시비런스가 생명체 흔적을 찾으려면 30억년 이전의 함수광물 암석들을 찾아 수집해야 한다는 얘기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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