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남진 기자 = 인류 진화의 비밀을 밝혀줄 새로운 해골 화석이 발견됐다고 미국 CNN 인터넷판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연구팀은 현생 인류와 유인원의 중간 단계로 추정되는 새로운 종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세디바(Australopithecus sediba)’의 성인 여자와 아동 등 화석 2개를 요하네스버그 인근 스테르크폰테인 유적지에서 발견, 언론에 공개했다. 이 종은 200만 년 전 살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에 발견된 화석은 1974년 에티오피아에서 발견됐던 300만 년 전 살았던 원인(原人) 화석 루시(Lucy)에 비해 훨씬 키가 크고 건장한 체구로 분석됐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남반구 유인원(southern ape)이란 의미를 갖고 있으며, ‘세디바’는 남아공 토속어로 자연 샘(natural spring), 원천(fountain) 등의 뜻을 갖고 있다.
요하네스버그 소재 비트바테르스란트 대학의 리 버거 박사는 “이번 발견은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대로 돌아가 보는 것과 같다”며 “인류 진화의 비밀을 밝혀줄 중요한 단서”라고 평가했다.
jeans@newsis.com [출처]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세디바… 인류의 기원 밝혀줄 '잃어버린 연결고리' 일까? |작성자 마당쇠
◆'연결고리' 풀렸나… 과학계 논란
이번 발견은 유골이 가진 특징이나 생존 시기가 원인과 고대인류(호모)를 이어주기 때문에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기존의 통설은 인류가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오스트랄로피테쿠스)→호모 하빌리스→호모 에렉투스→인류'의 단계를 밟아 진화했다는 것이다. 이 중 특히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서 고대 인류(호모)로 진화하는 과정이 불명확했다. 진화 과정을 뚜렷하게 보여주는 화석이 없었기 때문이다. 시기적으로 계산하면 약 300만년 전과 100만년 전 사이이다.
그런데 이번에 발견된 세디바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와 호모 하빌리스의 중간 특징을 지녔고, 시기적으로도 중간에 위치한다. 포식자의 손이 미치지 않는 동굴 안쪽에서 발견돼 보존 상태도 양호했다. 발견자들은 세디바가 가뭄에 물을 찾아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가 실족했거나 길을 잃어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단 '연결고리'가 될 가능성은 큰 셈이다.
발견자들이 세계적인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낸 논문에 따르면, 세디바는 엉덩이뼈와 골반이 인류의 특징을 지녔고, 다리도 길다. 특히 남자 아이의 치아구조는 현생 인류와도 닮아 있다. 논문의 주 저자인 미국 고생물학자 리 버거(Berger)는 "남자아이의 치아와 돌출한 코를 살펴보면 고대 인류인 호모 에렉투스나 호모 하빌리스와 연관성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심스러운 과학자들도 적지 않다. 팀 화이트(White) UC버클리 교수는 "이번 발견은 인류의 기원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아이와 성인의 골격구조는 차이가 큰 경우가 많으므로 인류의 직계조상이라고 바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기존 상식 흔드는 발견 최근 잇달아
그렇다면 세디바에 대한 논란이 해결되면 인류의 진화는 명확히 규명될 수 있을까? 그러기에는 최근 과학계에 떠오르는 '숙제'들이 너무 많다. 통설이었던 '오스트랄로피테쿠스→호모 하빌리스→호모 에렉투스→인류' 진화설을 뒤흔드는 연구 결과들이 최근 잇달아 발표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1992년에 아르디피테쿠스 라미두스(Ardipithecus ramidus)라는 고대 원인 유골이 발견되면서, 440만년 전에도 인간에 가까운 원인이 존재했음이 드러났다. 게다가 최근 일부 과학자들은 아예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인류의 직계 조상이 아니라고 부인한다. 1999년 케냐에서 발견된 케냔트로푸스(Kenyanthropus)라고 불리는 다른 원인이 인류에 더 가깝다는 것이다.
원인에서 고대 인류로 넘어온 뒤의 진화 과정도 논란이 거세다. 2007년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Nature)에는 호모 하빌리스와 호모 에렉투스에 대한 새로운 연구결과가 실렸다. 통상 호모 하빌리스는 약 240만년 전 출현한 것으로 여겨지며, 호모 에렉투스는 약 180만년 전 출현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네이처에 따르면 144만년 전의 지층에서 호모 하빌리스의 화석이 발견됐다. 그렇다면 호모 하빌리스는 수십만년을 호모 에렉투스와 함께 산 '동반자'일 가능성이 크고, '직계조상'이 아닐 가능성도 생긴다.
팀 화이트 교수는 "다윈도 언급했지만 인류의 진화 문제는 오랜 시간이 지난 뒤 검증되는 사례들이 많으므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며 "유인원만 해도 한때 인류와의 연관성이 있는지 검토됐지만 현재는 인류와 서로 다른 경로로 진화해왔을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밝혔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Australopithecus)
약 400만년 전을 전후해 나타난 것으로 여겨지는 원인(猿人). 생활근거지를 확보하고 의사소통을 하며 친족 관계를 형성하는 등 인간의 특징을 지닌 최초의 동물로 여겨진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속(屬) 분류로, 그 안에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프리카누스 등 다양한 종이 존재한다. 특히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가 인류의 직계 조상으로 여겨지고 있다.
☞호모 하빌리스(Homo Habillis)
1959년 탄자니아에서 발견된 고대 인류로, 약 240만년 전 출현한 것으로 여겨진다. 호모 역시 속(屬) 분류이며, 그 안에 호모 하빌리스, 호모 에렉투스, 호모 사피엔스(현 인류) 등 다양한 종이 있다.
☞호모 에렉투스 (Homo Erectus)
약 180만년 전에 출현한 것으로 여겨지는 고대 인류. 불을 사용하는 등 인류와 근접한 생활을 했을 것으로 추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