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박정훈 사회정책부장
중국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에서 그토록 기세등등할 수 있는 것은 섬의 위치 때문이다. 섬들은 대만 바로 옆에 붙어 있고, 일본 본토에서는 1000㎞ 이상 떨어져 있다. 지도만 놓고 보면 사실 일본의 실효 지배는 부자연스러워 보인다.
섬들은 원래 중국 영향권 아래 있었다. 그런 것을 1895년 청·일 전쟁에서 이긴 일본이 국제법상 무주물(無主物)이라며 자기 땅에 편입했다. 그래서 일본이 국제법적 근거는 있을지 몰라도 역사적인 명분은 좀 약하다. 중국이 저렇게 마음대로 '힘의 칼날'을 휘두르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강대국의 '영토 식욕(食慾)'은 왕성하고 거침없다. 남의 나라 코앞의 섬까지 자기 것으로 만들 만큼 욕심을 감추려 하지도 않는다. 중국이 센카쿠열도 갖고 일본을 비난하지만, 중국이라고 나을 것은 없다. 중국 역시 필리핀·베트남 앞바다의 난사(南沙)군도까지 내려가 자기 땅이라 시비 걸고, 제주도 남쪽 이어도에도 눈독 들이고 있다.
일찌감치 바다 영토에 눈을 뜬 일본은 상상을 초월하는 '바다 부자'다. 땅 덩어리(세계 60위)는 좁지만, 경제주권을 쥔 해양(배타적 경제수역·EEZ) 크기에서 일본은 세계 6위에 올라 있다. 중국·인도보다도 3~4배 큰 바다를 지배하며 해양대국으로 떵떵거리고 있는 것이다.
실감나지 않는다면 해양지도를 펴보라. 태평양 서북쪽의 광활한 바다가 온통 일본 수역으로 색칠된 것을 보고 충격받을지 모른다. 그 상당 부분이 19세기 말~20세기 초 일제(日帝)의 팽창노선과 관련 있다. 다른 나라가 국제법에 무지(無知)하던 시절, 이곳저곳 무인도를 찾아다니며 깃발을 꽂아놓은 것이다.
그 결과 일본의 바다 영토는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부푼 모습을 하게 됐다. 서쪽 끝은 대만 턱밑에 다가서 있고, 남쪽은 필리핀 앞, 동쪽으로는 태평양 중턱까지 뻗어 있다. 일본 바다 영토의 동·서 간 직선거리는 3140㎞에 달한다. 경도(經度)로는 33도, 시차(時差)로 계산하면 2시간 이상 차이 나는 거대한 영역이다.
동쪽 끝인 미나미토리섬은 도쿄에서 1800㎞ 떨어진 괌 근처 태평양에 있다. 망망대해 한가운데에 상암월드컵경기장 크기(1.5㎢)만한 섬 하나가 달랑 떠있는 모양새다.
흥미로운 것은 섬의 주소지다. 일본은 군용기로 5시간 걸리는 이 외딴 섬의 행정구역을 '도쿄도(都)'에 편입시켜 놓았다. 상주(常住) 주민도 없지만, 수도(首都)로 간주해 지키겠다는 강렬한 의지표현인 셈이다.
남쪽 끝 오키노토리섬의 주소 역시 '도쿄도'로 시작된다. 이 섬의 최고봉(?)은 해발 15㎝이고, 물 위로 나온 면적은 10㎡에 불과하다. 더블베드 사이즈의 '암초급(級)'이지만, 이곳을 지키려는 일본의 노력은 눈물겹기까지 하다. 행여나 바다에 잠길까 4000억원을 쏟아부어 방파제를 쌓더니, 티타늄 합금의 금망(金網)까지 씌워 덮었다.
덕분에 일본은 이 섬 주변 200해리의 EEZ 40만㎢를 확보하게 됐다. 더블베드 크기 섬 하나만으로도 한국의 EEZ(약 30만㎢)를 다 합친 것보다 넓다. 이렇게 태평양 서북쪽을 온통 자기 바다로 만든 일본이, 동해로 건너와 독도마저 내놓으라 윽박지르고 있다.
생각할수록 이승만 대통령의 '무모했던' 독도 선점(先占)이 고맙다. 별 힘도 없던 그때 '평화선'을 선언(1952년)하고, 군대를 보내 일본 선박을 내쫓지 않았다면 독도의 운명은 어찌 됐을까. 상상조차 하기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