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범의 호남인물열전] [28] 나세찬
"지금 조정은 편당을 짓고 서로 배척하기에 겨를이 없고, 공심(公心)은 싸락눈처럼 쓸려가고 사의(私意)가 유성처럼 치닫는데, 어찌 조정의 화평을 바라겠나이까? 전하께서 만약 부정불공(不正不公)한 마수에 걸려들면 다만 불화에 그치지 않을 것입니다. 지록지간(指鹿之奸)이 어찌 진나라 이세(二世)의 조정에만 있겠나이까?"
여기에서 '지록지간'은 사슴을 말이라고 임금을 속인 조고(趙高)인데, 누가 보아도 김안로를 빗댄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권간(權奸)이 국정을 농단하면 조정 불화가 문제가 아니라 사직이 위태롭고 국가가 멸망한다는 것이다. 김안로의 눈에 불길이 솟았고 수족들은 벌떼처럼 일어났다. "조정을 비방하고 공갈했으며 배후가 있다."
의금부는 즉각 대책문의 주인공을 잡아들였다. 나세찬(羅世纘,1498∼1551)이었다. 나주 문평면 출생으로 1528년(31살) 문과에 들고 전라도 나주와 황해도 황주의 향교 훈도를 거쳐 두 달 전에 예문관 검열에 부임하였다. 본관은 금성.
의금부는 매섭게 배후를 추궁하였다. 나세찬은 나주훈도 시절 목사이던 박상에게 들은 말을 실토하였다.
"기묘년 선비가 어찌 전부 옳았겠는가? 그런데 너무 심하게 배척하였으니 어찌 원망스럽지 않겠는가!"
그러나 박상은 4년 전에 이미 세상을 떠났었다. 사자를 끌어들였다는 이유로 매질은 더욱 무서웠다. 그렇게 여섯 차례, 거의 죽을 지경이었다. 임금이 겨우 무마하였다. "글 짓는 선비의 목숨을 형틀 아래 맡길 수는 없다." 들것에 실려 옥문을 나오면서 외마디, "옥중에서 사십일, 귀양길은 삼천리."
유배지는 경상도 고성 바닷가. 하룻밤을 진주의 친구에게 신세졌다. 달빛 내린 창문에 그림자가 어른거리자 친구가 물었다. "어찌 이러시는가?" "발로는 뛸 수 없어도 손으로는 춤출 수 있다네." 사람들은 감탄하였다. "원통하고 서글퍼도 화락하고 진솔하니, 정말 원망을 모르는 사람이다."
무서운 고난에도 맑고 넉넉한 나세찬의 모습은 김안로의 흑심(黑心)을 비추는 거울과 같았다. 이로부터 김안로의 권세도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 언제 지었을까? 임금은 배와 같다는 장편서사 '군유주부(君猶舟賦)'의 뭉클함은 차라리 시리다.
"누가 말하였는가? 지존의 한 분이 외로운 배보다 위태롭다고. 크고 넓은 저 강하가 아무리 위태로워도… 어찌 백성이 나라를 위태롭게 하겠는가? 임금이 스스로 나라의 명맥을 무너뜨린 것이라. 정말 민심을 한번 잃으면, 배 안의 믿던 사람들부터 모두 원수가 된다네."
흔히 정권 말기 권력누수를 절름발이 오리(lame duck)에 비유한다. 그런데 같은 배를 탄 믿었던 사람부터 등을 돌린다고 하였으니, 실로 그러하다. 그래서 마지막의 울림은 크다. "물은 백성이라, 험준하고 평탄함은 물에 있고, 편안하고 위태로움은 사람에 있다네."
中宗 78卷, 29年(1534 甲午 / 명 가정(嘉靖) 13年) 10月 29日(壬戌) 6번째기사
[註 17281]구덕(九德) : 우(禹)가 순(舜)에게 제시한 선정(善政)을 위한 덕목. 구공(九功)이라고도 하며 이 구공은 육부(六府)와 삼사(三事)로 나뉜다. 육부는 수(水)·화(火)·금(金)·목(木)·토(土)·곡(穀), 삼사는 정덕(正德)·이용(移用)·후생(厚生)이다. 《서경(書經)》 대우모(大禹謨). ☞
[註 17282]도유(都兪) : 도는 왕의 의견에 찬탄할 때 신하가 내는 탄미의 소리요, 유는 신하가 제시한 의견에 왕이 환영 내지 허락의 뜻을 나타낼 때 내는 소리다. 《서경(書經)》 요전(堯典)·순전(舜典)·대우모(大禹謨). ☞
[註 17283]삼대(三代) : 하(夏)·은(殷)·주(周). ☞
羅世纘(나세찬)1498 ~ 1551
본관 금성. 자 비승(丕承). 호 송재(松齋). 시호 희민(僖敏). 1525년(중종 20) 사마시를 거쳐, 1528년 별시문과에 병과로 급제하였다. 1536년 문과중시에 장원급제, 봉교(奉敎)가 되었다. 중시에 응시할 때 대책문(對策文)에서 김안로(金安老)의 전횡을 통박한 것이 화근이 되어, 김안로의 모함으로 고성에 위리안치되었다. 1537년 김안로가 사사(賜死)되자 봉교에 복직, 이듬해 다시 발영시(拔英試)에 장원급제하여 문명을 떨쳤다.
1544년 이조참의(參議)·동부승지(同副承旨)·대사성을 거쳐, 한성부우윤(右尹)으로 춘추관동지사(同知事)를 겸임하여 《중종실록》 편찬에 참여하였다. 이듬해 판결사(判決事)·대사간, 1546년(명종 1) 대사헌(大司憲), 1548년 충청도관찰사·한성부우윤을 거쳐 이듬해 전주부윤이 되었다. 전남 나주의 송재사(松齋祠)에 배향(配享)되었다. 문집에 《송재유고》, 저서에 《병상부(病床賦)》 등이 있다.
四碧亭(사벽정)-羅世纘(나세찬)
槐松茅水列山根(괴송모수렬산근) : 회나무, 솔나무, 띠풀, 그리고 물이 산 밑에 벌려있고
太吠鷄鳴自一村(태폐계명자일촌) : 한 마을에서 개 짖고 닭우는 소리 들려온다
邀弟邀兄兼邀客(요제요형겸요객) : 동생 맞고, 형 맞고 그리고 손님도 맞아
攜琴携牘又携蹲(휴금휴독우휴준) : 거문고 가지고, 책 가지고 그리고 술동이도 준비한다.
笑吟幾戒農桑務(소음기계농상무) : 웃으며 시 읊으며 몇 번이나 농사와 양잠일 경계했으며
學問寧忘孝悌敦(학문녕망효제돈) : 학문함에도 어찌 충성과 효도의 돈독함을 잊겠는가
獨撫繁纓回白首(독무번영회백수) : 혼자 며슬길 버리고 늙어서 돌아왔으니
只綠時未報君恩(지록시미보군은) : 다만 시대가 성은에 보답하지 못할 때이기 때문이라네
送宋使重之燕京(송송사중지연경)-羅世纘(나세찬)
송사중이 연경에 가는 것을 전송하다-羅世纘(나세찬)
眼看遊舊半王京(안간유구반왕경) : 어릴 적 놀던 친구 반 수가 서울에 있어
蕭散秋風獨遠行(소산추풍독원행) : 가을 바람에 쓸쓸히 흩어져 홀로 먼 길을 간다
同國暮年忻末契(동국모년흔말계) : 같은 백성 늙은 나이에 뜻을 같이함이 기뻐서
別筵斜日惜深情(별연사일석심정) : 떠나는 자리의 석양은 깊은 정을 애석하게 한다
承顔膝下千金重(승안슬하천금중) : 당상에 모신 임금님 천금보다 귀중하고
奉詔關中萬里輕(봉조관중만리경) : 관중으로 가는 임금의 조서 받으니 만리도 가까워라
歷歷沿途皆勝習(역력연도개승습) : 지나가는 길가는 모두가 절경이라
詩魂先動過泰城(시혼선동과태성) : 진성을 지나자니 시혼이 먼저 이는구나.
恒慄兄弟(항율형제)-羅世纘(나세찬)
항률형제-羅世纘(나세찬)
墳墓天南每自悲(분묘천남매자비) : 분묘 보이는 남녁하늘 매번 슬픈데
況逢秋夕月明時(황봉추석월명시) : 하물며 추석 맞은 달 밝은 밤에야 어떠하리
望思巖畔泉應咽(망사암반천응열) : 망사암 부근 샘물소리 응당 울부짖고
逅遠臺前草幾衰(후원대전초기쇠) : 추원대 앞 풀들은 몇 번이나 시들었나
覺是今朝猶未去(각시금조유미거) : 올바른 도리 깨달은 오늘 아침에 오히려 가지 못하고
知非他日又何之(지비타일우하지) : 그릇됨을 아는 다른 날은 또 어디로 갈까
麻衣濕盡孤身淚(마의습진고신루) : 마의에 흠뻑 젖은 고신의 눈물
更向松楸滿面垂(갱향송추만면수) : 다시 선영을 향하니 얼굴에 눈물이 가득 흘러내린다.
三奇詩(삼기시)-羅世纘(나세찬)
삼기시-羅世纘(나세찬)
樓中邂逅有三奇(누중해후유삼기) : 누대에서 우연히 만난 세 사람
風雨樽前各把詩(풍우준전각파시) : 비바람 치는데 술동 앞에 앉아 각각 시를 짓는다
何日粗休心事了(하일조휴심사료) : 어느 때 내 마음의 일 쉬고서
閑尋漁艇下江時(한심어정하강시) : 한가로이 어선 찾아 강으로 내려갈까.
贈安正字(증안정자)-羅世纘(나세찬)
안정자에게-羅世纘(나세찬)
君何先達我何遲(군하선달아하지) : 그대는 어찌 먼저 출세하고 나는 어찌 늦은가
秋菊春蘭各有時(추국춘란각유시) : 가을엔 국화, 봄에는 난초 각각 때가 있는 것이네
莫道當年先折桂(막도당년선절계) : 당년에 먼저 계수나무 꺾었다 말하지 말게
廣寒猶有最高枝(광한유유최고지) : 광한전에는 여전히 가장 높은 가지 남아있다네
射帿(사후)-羅世纘(나세찬)
과녁을 쏘다-羅世纘(나세찬)
臂弓腰矢舞蹲蹲(비궁요시무준준) : 팔뚝엔 활, 허리엔 화살 차고 덩실덩실
風正帿顔日欲曛(풍정후안일욕훈) : 바람은 과녁에 불어들고 해는 지려한다
痛飮百杯連百中(통음백배연백중) : 백잔 술을 통음하고도 백번을 다 쏘아 맞추니
鼓聲雷落碧山雲(고성뇌락벽산운) : 북소리가 우뢰처럼 푸른 산에 떨어진다
附次韻潭陽府使盧克昌(부차운담양부사노극창)-羅世纘(나세찬)
담양부사노극창에게 차운하여부치다 -羅世纘(나세찬)
披榛鞭款段(피진편관단) : 잡목을 헤치고 관단마 채찍질하여
爲訪故人來(위방고인래) : 친구 찾아왔다
白雪埋山寺(백설매산사) : 산사는 흰 눈에 묻혀있고
黃眉入酒杯(황미입주배) : 황미는 술잔에 들어온다
君飛騰最健(군비등최건) : 그대는 비등하고 건강도 최고인데
吾老病堪欸(오노병감애) : 나는 병들고 늙어 한숨쉬노라
天使雲泥隔(천사운니격) : 하늘이 우리를 하늘과 땅으로 나누니
離腸謾九回(이장만구회) : 이별의 슬픔이 온몸에 퍼져온다
還七精寺(환칠정사)-羅世纘(나세찬)
칠정사에 돌아오다-羅世纘(나세찬)
布衣讀書處(포의독서처) : 포의로 글 읽던 곳으로
二十一年來(이십일년래) : 이십일년만에야 돌아왔다
興廢樓餘地(흥폐누여지) : 흥망성세로 누각의 터는 남아
悲歡酒滿杯(비환주만배) : 슬픈과 기쁨이 술잔에 가득하다
山深新雪盛(산심신설성) : 산이 깊어 새 눈이 쌓이고
林精舊禽欸(임정구금애) : 숲은 고요하고 옛 새들은 탄식한다
明日紅塵裏(명일홍진리) : 내일도 홍진 속에 사니
應知白首回(응지백수회) : 응당 배수로 돌아올 것을 알겠다
暮浦歸帆(모포귀범)-羅世纘(나세찬)
해 저문 포구로 돌아오는 돋단배 -羅世纘(나세찬)
芳州春水生(방주춘수생) : 녹음방초 우거진 모래섬에 봄물이 흐르고
風便一帆輕(풍편일범경) : 바람이 부니 한 돗단배가 빠르구나
夜深弄明月(야심농명월) : 밤 깊어 밝은 달과 노니
恰得鏡中行(흡득경중행) : 흡사 거울 속을 달리는 듯하여라.
沙池賞蓮(사지상연)-羅世纘(나세찬)
모랫가 연못에서 연꽃을 감상하다-羅世纘(나세찬)
太華誰移種(태화수이종) : 태화못에 누가 옮겨 심었는지
天然出水中(천연출수중) : 천연히 물 속을 뚫고 나왔구나
無風香自遠(무풍향자원) : 바람 없어도 향기 저절 멀리 퍼지니
欲採思何窮(욕채사하궁) : 캐고자 하는 생각 어찌 그치리오
龍庵望雲(용암망운)-羅世纘(나세찬)
용암에서 구름을 바라보다-羅世纘(나세찬)
神物厭平地(신물염평지) : 신령한 사물은 평지를 싫어하니
噓雲巖上水(허운암상수) : 바위 위의 물에서 구름을 불어올린다
變化在須臾(변화재수유) : 그 변화 잠깐동안에 이루어지니
蒼生望一起(창생망일기) : 사람들은 한번 일어나기를 바라고 있다
南岡尋柏(남강심백)-羅世纘(나세찬)
남쪽 언덕에서 측백나무를 찾아-羅世纘(나세찬)
獨抱後調操(독포후조조) : 뒷날의 지조를 혼자 품고서
不愁風雨忙(불수풍우망) : 풍우의 두려움을 근심하지 않는구나
靑靑伴疎竹(청청반소죽) : 푸르고 푸르러 성긴 대만 상대하며
高處宿鸞鳳(고처숙난봉) : 높은 곳에서 잠자는 난새와 봉황새이어라.
槐亭射帿(괴정사후)-羅世纘(나세찬)
해나무 정자에서 과녁을 쏘다-羅世纘(나세찬)
綠影落彫弓(녹영락조궁) : 푸른 그림자 활에 떨어지니
共聞曹熟手(공문조숙수) : 마을의 명사수라 모두가 말한다
弛張付一爭(이장부일쟁) : 늦추고 달기며 겨루기를 청하니
立飮次邊酒(입음차변주) : 술 집에서 선 채로 술을 마시노라
鶴嶺聽松(학령청송)-羅世纘(나세찬)
학령에서 솔바람소리를 듣다 -羅世纘(나세찬)
九臯獨棲處(구고독서처) : 구학 깊은 못은 혼자 있는 곳이어늘
誰遣翠濤來(수견취도래) : 그 누가 큰 물결 보내오나
天寒聞更遠(천한문갱원) : 차가운 하늘로 물소리 들리다 다시 멀어지니
恐曳棟梁來(공예동량래) : 큰 물결 동량을 끌어올까 두려워라.
城川釣魚(성천조어)-羅世纘(나세찬)
성천에서 낚시하다-羅世纘(나세찬)
晩風吹釣絲(만풍취조사) : 저녁바람 낚싯줄에 불어와
芳草立多時(방초입다시) : 향긋한 풀 내음에 한참을 서있노라
得雋又何待(득준우하대) : 살찐 고기 잡았으니 다시 무엇을 더 기다리랴
歸來橫柳枝(귀래횡류지) : 돌아와 버드나무 가지에 걸쳐놓았노라
落山採蒪(낙산채박)-羅世纘(나세찬)
낙산채박-羅世纘(나세찬)
孤山一點明(고산일점명) : 외로운 산이 한 점으로 선명하고
白雨漾氷莖(백우양빙경) : 흰 빗물 출렁이다가 갑자기 얼음줄기 되는구나
豈待秋風至(기대추풍지) : 가을바람은 불어오는데, 내 어찌
季鷹先我行(계응선아행) : 계응 장한이 나보다 앞서 고향 가기를 기다릴까.
詠射帿(영사후)-羅世纘(나세찬)
과녁 맞추기를 노래함-羅世纘(나세찬)
壯士變秋月(장사변추월) : 사나이 가을달을 쏘니
雄風袖裏生(웅풍수리생) : 소매 속에서 웅장한 바람 이는구나
雷聲山下動(뇌성산하동) : 천둥소리 산하를 뒤흔드니
星落白雲傾(성락백운경) : 별이 떨어지고 흰구름은 기우는구나
정자)-羅世纘(나세찬) 안정자에게-羅世纘(나세찬)... 최고지) : 광한전에는 여전히 가장 높은 가지 남아있다네 서애 유성룡 ( 1542 ~ 1607)의 시 君何先達我何遲(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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