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방망이처럼 생긴 앉은부채의 꽃
대부분의 꽃들은 화려한 꽃잎과 꽃받침을 갖는 것이 보통이지만, 앉은부채의 꽃은 육수화서(肉穗花序)라고 하는 둥근
모양의 꽃차례에 암술과 수술만 다닥다닥 붙어 달리는 것이 특징이다. 이른 봄에 피는 앉은부채의 꽃은 도깨비방망이처럼
생겼는데, 이 꽃 주변을 포(苞)가 싸서 따뜻하게 보호해 준다. 앉은부채의 포는 둥글고 넓적해서 부채 모양을 닮았고,
또 어떻게 보면 끝이 뾰족하고 둥근 모습으로 타오르는 불꽃 모양을 닮기도 해서 불염포(佛焰苞)라고도 불린다.
앉은부채의 탐사
앉은부채(Symplocarpus renifolius Schott ex Miq.)와 애기앉은부채(Symplocarpus nipponicus Makino)는 꽃과
잎이 서로 엇갈려 피기 때문에, 이른 봄과 초가을에 이들을 각각 찾으러 가면 만날 수 있다. 앉은부채는 이른 봄 눈이 채
녹기도 전에 꽃이 먼저 피었다가, 꽃이 질 무렵 4월쯤에 잎이 돋는다. 이들을 탐사하려면 충북 이북의 산골짝 그늘진
곳을 찾으면 된다. 한편, 애기앉은부채는 봄부터 잎이 먼저 돋아서 자라다가, 8∼9월쯤 가서 잎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후 갑자기 꽃이 불쑥 올라오는 것이 특징이다. 애기앉은부채의 크기는 앉은부채의 1/3쯤 되고 아주 작으며, 표면이
반들거리고 광택이 있는 점이 다르다. 애기앉은부채는 대관령 이북의 강원도 지역에서 찾을 수 있다. 앉은부채는 산의
고도가 낮은 곳에서도 자라지만, 애기앉은부채는 고도가 700m 이상인 높은 산지를 찾아야만 볼 수가 있다. 앉은부채와
애기앉은부채의 꽃이 황색인 노랑앉은부채와 노랑애기앉은부채도 야생에서 볼 수 있긴 하지만, 아주 드문 희귀종이다.
강한 호흡열로 눈을 녹이는 앉은부채
이른 봄꽃이 필 때 앉은부채를 관찰해 보면, 꽃이 필 때 발생하는 강한 호흡열로 주변에 쌓인 두꺼운 눈을 녹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른 봄 힘차게 꽃대를 피워 올리기 위해 지난해 뿌리에 저장했던 양분을 한꺼번에 소비하는 것이다. 대략
15cm나 되는 두꺼운 눈을 15cm의 폭으로 녹이는 모습을 뚜렷하게 관찰할 수 있었다. 꽃이 필 때 일시적으로 방출하는
호흡열이 얼마나 강력한가를 실감할 수 있는 장면이다. 4월쯤 꽃이 지면서 돋는 잎은 서서히 광합성을 하게 되고, 양분을
만들어서 뿌리에 차곡차곡 저장해 두었다가, 다음해 꽃이 필 때 또 그 양분을 한꺼번에 소비하면서 강렬한 호흡열을
내뿜게 된다.
앉은부채의 특징
앉은부채는 충북 이북지역의 산지 계곡이나 약간 경사진 산기슭에서 자란다. 산지의 응달과 습기를 좋아하는 식물이다.
키는 10~20㎝이고, 잎은 길이와 폭이 각각 30~40㎝로 둥글고 길며, 끝이 뾰족하고 뿌리에서 뭉쳐나기로 돋는다.
잎은 심장형이고 긴 잎자루를 가지고 있다. 잎 가장자리는 밋밋하고 표면에서는 잎맥이 가라앉고 뒷면에서는 부풀어
오른다. 뿌리줄기는 짧고 끈 모양의 뿌리가 나와 사방으로 퍼지며, 땅위줄기는 없다. 다소 불쾌한 냄새가 나지만, 다른
먹이가 마땅히 없는 이른 봄철에 멧돼지나 설치류가 이들을 파먹기도 한다.
앉은부채의 꽃과 열매
꽃은 양성화이며 3∼4월에 잎보다 먼저 핀다. 작은 꽃들이 불염포에 싸인 육수꽃차례를 이루며 빽빽이 달린다. 불염포는
둥근 달걀 모양이고 항아리 같으며 육질이다. 갈색을 띤 자주색이고 짙은 색의 반점이 있으며 한쪽으로 열린다.
화피조각은 연한 자주색이고 4개이며, 달걀을 거꾸로 세워놓은 모양이다. 수술은 4개이며, 암술은 1개이다. 불염포로
둘러싸인 둥근 꽃차례에 작은 꽃이 대략 100여 개씩 모여 달린다. 각각의 꽃에는 수술과 암술이 모두 있지만 수꽃과
암꽃이 피는 시기가 서로 다르다. 같은 꽃 속에서 가루받이를 하면 유전적으로 불리한 자손을 남기게 되는 자연의
섭리를 피하려는 식물의 특성이 있는 것이다. 이른 봄 자생지에 가면 포 안에 들어 있는 꽃차례가 사라지고 없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겨우내 굶주렸던 들쥐가 따먹었기 때문이다. 잎은 꽃이 시든 후 크게 펼쳐진다. 열매는 6~7월경에
둥글게 모여 달리는데, 마른 논바닥이 갈라진 것처럼 골이 깊게 파이면서 여름에 검붉은 색으로 익는다. 결실률이 약
10% 정도로 매우 낮아서 열매를 보기는 좀처럼 힘들다.
앉은부채 무리의 비교 특징
앉은부채의 포는 대개 자갈색이지만, 노랑앉은부채의 포는 연한 녹색을 띠는 노란색이다. 노랑앉은부채는 일제시대 때
일본학자의 조사 기록이 있은 후 근래에 경기도의 어느 산에서 무더기로 발견이 되었는데, 촬영된 사진이 제대로 도감에
올라보지도 못한 채 갑자기 사라질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근래 2년 동안에 거쳐 노랑앉은부채를 사람이 삽으로 파서
옮긴 흔적이 역력한데, 이 식물은 자생지를 떠나서는 살 수 없는 식물이기 때문에 더욱 마음이 아프다. 가끔 멧돼지나
설치류가 뿌리를 파먹는다고도 하지만, 사람에 의해 남겨진 훼손 흔적과는 역력히 구별이 된다. 예쁘게 기르기 위해
파갔다고 하겠지만, 야생식물은 자리를 옮기면 죽는 것들이 대부분이라서 심각한 반성이 필요하다. 귀한 식물의 자생지를
하루아침에 잃게 된 것이 정말 안타깝다. 도감 기록에도 없는 노랑애기앉은부채는 애기앉은부채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강원도의 깊은 산 속에서 필자도 딱 한 송이만 확인을 하였다. 심마니가 몇 년씩 찾던 산삼을 만났을 때보다 더 진한
감동을 뭉클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귀한 꽃 한 송이를 찾아서 사진으로 담기 위해서는 몇 년 아니 몇 십 년 동안 카메라를
메고 산속을 찾아 헤매고 다녀야하기 때문이다. 산부채(Calla palustris L.)는 북부지방의 습지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
이다. 앉은부채와 같은 천남성科의 식물이며 꽃이 흰색으로 피는 점이 다르다.
자생지 보호
야생화는 역시 태어난 그 자리에서 피고 지는 모습을 볼 때가 가장 아름다운 법이다. 인공적인 재배지에서는 자생지의
독특한 환경, 즉 기후와 토양, 강수량, 일교차, 습도, 햇빛의 양 등을 모두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는 없다. 야생의 꽃은
자생지에서 자라야 하고, 원예종 식물은 사람이 공을 들여 재배지에서 예쁘게 길러야 한다. 야생의 식물이 자생지에서 잘
자랄 수 있도록 우리 모두 힘을 합쳐서 돕도록 하자!
용도 및 번식법
연한 잎을 나물로 먹기는 하지만 독성분이 함유되어 있어서 조심해서 먹어야 한다. 어린잎을 따다가 데쳐서 며칠 동안
흐르는 물에 담가서 독성분을 제거한 다음 다시 장기간 건조 저장해 두었다가 나물로 해먹는다. 이러한 방법으로 먹는
나물을 묵나물이라고 한다. 뿌리에는 강한 독성이 있다. 한방에서는 줄기와 잎을 구토제·진정제·이뇨제로 쓴다. 6~7월에
익은 종자를 바로 뿌리거나 가을에 포기나누기로 번식시킨다. 독성이 강한 식물이어서 집안에서 기르기는 좋지 않다.
- 하늘공간/이명호 -
[ 1. 눈을 녹이면서 피는 앉은부채의 꽃 ] - 필름사진 스캔
[ 2. 앉은부채 ]
[ 3. 눈을 뚫고 올라오는 앉은부채의 어린싹(1월) ] - 우측이 꽃눈, 좌측이 잎눈
[ 4. 앉은부채의 겨울 모습(2월) ]
[ 5. 앉은부채 눈 배경 ]
[ 6. 앉은부채 눈속 ]
[ 7. 앉은부채 접사 - 속에 있는 둥근 것이 꽃임! ]
[ 8. 앉은부채 눈속 모습 ]
[ 9. 앉은부채의 잎 ]
[ 10. 앉은부채의 특이하게 생긴 잎 ]
[ 11. 앉은부채 열매 ]
[ 12. 눈을 녹이면서 피는 노랑앉은부채의 꽃 ] - 필름사진 스캔
[ 13. 노랑앉은부채 ]
[ 14. 노랑앉은부채 - 연한 색 ]
[ 15. 노랑앉은부채 우측 ]
[ 16. 노랑앉은부채 좌측 ]
[ 17. 노랑앉은부채 1쌍 ]
[ 18. 노랑앉은부채 ]
[ 19. 노랑앉은부채 접사 ]
[ 20. 노랑앉은부채 초접사 ] - 육수화서 관찰
[ 21. 노랑앉은부채 눈속 풍경 ]
[ 22. 노랑앉은부채 눈속 풍경 ]
[ 23. 노랑앉은부채 눈속 풍경 ] - 포의 뒷면
[ 24. 노랑앉은부채의 어린싹 ]
[ 25. 노랑앉은부채 눈배경 ]
[ 26. 노랑앉은부채의 어린잎 ]
[ 27. 노랑앉은부채의 잎 ]
[ 28. 앉은부채와 노랑앉은부채의 중간종 ]
[ 29. 앉은부채와 노랑앉은부채의 중간종 ]
[ 30. 애기앉은부채 우측 ]
[ 31. 애기앉은부채 좌측 ]
[ 32. 애기앉은부채 특이한 모습 ]
[ 33. 애기앉은부채 육수화서 관찰 ]
[ 34. 애기앉은부채 잎 ]
[ 35. 애기앉은부채 잎 군락 ]
[ 36. 애기앉은부채 새싹 ] - 11월 촬영
[ 37. 애기앉은부채 기형 ] - 9월에 꽃과 잎이 함께 있음
[ 38. 노랑애기앉은부채 ]
[ 39. 노랑애기앉은부채 ]
[ 40. 산부채 ]
[ 41. 산부채 ]
[ 42. 산부채 접사 ]
[ 43. 산부채 물속 ]
[ 44. 산부채 군락 ]
[ 45. 산부채 열매 ]출처 : 야생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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