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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하롱베이 관광한 5박7일 베트남, 라오스여행 둘째 날

이름없는풀뿌리 2017. 8. 29. 07:17

2015년 6월 20일 토요일

숙소(HARONG PALACE HOTEL)에서 뷔페식조식→하롱베이 선착장→여객선탑선→하롱베이 섬 관광→천궁동굴→여객선탑선→중식→티톱 섬 부근선착장→스피드보트탑선(하롱베이 관광)→목선탑선(호수동굴관광)→스피드보트탑선(하늘동굴관광)→선착장하선(단체사진촬영)→전용여객선탑선→티톱 섬전망대→전용여객선탑선(찌개식사)→하롱베이 선착장귀환→전용버스탑승→재래시장→숙소(샤워)→수상인형극→전신마사지→석식(하롱 가든)→숙소(모임)

 

더워서 잠이 깼다. 한국시간5시반에 모닝콜 해놓은 남편 폰을 머리맡에 두고 잤지만 절로 나는 땀에 더 이상 누워있을 수가 없었다. 베란다로 통하는 유리문을 열었다. 베트남의 아침 해가 뜨기 직전인 새벽이라 한국처럼 상큼한 공기가 시원하게 해줄 줄 알았는데 후덥지근한 열기가 몸속으로 들어와 냉장고의 냉수를 찾게 했다.

“와! 절경 중의 절경이야!”

1994년에 유네스코의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크고 작은 3,000개의 기암괴석과 섬들이 존재하는 할롱 만이 그림처럼 펼쳐졌다. 깜깜했던 밤풍경과는 완전반전풍경이 펼쳐져 환호성이 절로 나왔다. 시야를 황홀하게 하는 하롱베이의 바다 위에 일직선으로 서있는 수많은 섬들은 마치 질서정연한 군대행렬을 보는 듯했다. 베트남북부, 꽝닌 성 통킹만 북서부에 있는 만으로 풍경이 매우 환상적이었다. 마치 세세히 표현한 유명한 풍경화를 대하고 있는 것 같았다. 작은 배들은 희미하게 잘 보이지 않았지만 한 폭의 병풍 중 시선 모으기에 적당했다. 어떤 새로운 계획으로 개발공사 중인지 큰 트럭들이 계속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이 보였다. 3등분하여 카메라에 담고, 샤워부터 했다. 전화벨이 울려 받으니 옆방의 계선이었다.

“언니, 베란다로 나와 봐. 경치가 너무 좋아!”

웃고 있는 계선이 모습을 찍었다.

“저 멀리 크고 작은 섬들을 오늘하루종일 우리가 바다 한가운데서 바라보게 될 거야. 저기 오른쪽으로 배가 많이 모여 있는 곳에서 우리 팀들만의 배를 타게 될 걸?”

태양위치에 따라 빛이 변하여 섬들의 경관 또한 좀 전과 다른 정취의 분위기를 자아냈다. 세계적 관광지인 하롱베이 주변이라서인지 고급숙박시설이 군데군데 보였고, 주택들도 깨끗하게, 널따란 도로가 눈에 띄었다.

“너무 더워서 화장을 할 수가 없어!”

“에어컨작동 잘 되던데?”

잠은 깼지만 누워있던 남편이 전원을 누르니 시원한 공기가 땀으로 젖은 옷을 차갑게 급전환시켜주었다.

“내가 잠결에 전원스위치를 눌렀나봐. 괜한 생고생했네.”

“자기도 나와서 내다봐요. 맑은 날씨에 얼마나 풍경이 아름다운지.”

할롱 만을 배경으로 사진을 서로 찍어주었다.

 

 

 

 

 

 

 

 

 

 

 

 

6시 반쯤에 1층 식당으로 갔다. 식권 받는 베트남아가씨와 찰칵, 미음과 김치, 멸치, 칼국수로 조식을 간단히 마쳤다. 닭고기가 들어있는 쌀국수 맛이 궁금했는데 잔치국수에 길들여진 혀로서 먹을 만했다. 국물진하기가 약간 덜한 느낌? 그래서 담백한 맛이 조금 떨어지는 느낌? 제부와 남편은 매운 고추를 넣고, 휘저어 들더니 훨씬 맛있다고.

“베트남은 김치가 있어서 적은 양을 먹어도 먹은 것 같네. 어딜 가든 김치 없는 식사는 아무리 많이 먹어도 포만감이 들지 않아.”

후식으로 과일을 먹으려는데 식당 앞에서 식권이 없어 다시 룸까지 가셨던 세무사님 부부가 합석하셨다. 자리에 앉자마자 세무사님이 고개를 숙이며 어이없다는 듯 너털웃음을 지으셨다.

“내참, 지금까지 여러 곳으로 외국여행 다녔어도 오늘새벽에 저지른 실수는 처음이네.”

당뇨와 고혈압치료로 시간만 나면 운동하시는 세무사님이 새벽 일찍 일어나 호텔 내에 있는 헬스장에서 운동을 마치고, 룸으로 돌아와 갈증해소하기 위해 시원한 물을 마신다는 것이 냉장고의 비싼 양주를 뜯으셨다는 것.

“한 모금 딱 마시려는데 어째 느낌이 이상해. 그래서 자세히 보니 물이 아닌 양주, 보드카더라고. 빈속에 29.5도짜리 독한 양주를 마실 수 있나? 그냥 뱉어버렸지. 나 원 참, 나이 먹으니 생각지도 않는 실수를 저지르네. 앞으로는 아내 앞에서 큰소리도 지르지 못하게 생겼다니깐? 당장 식권 못 챙긴 와이프에게 끽소리도 못하고, 룸까지 같이 갔다가 왔잖아? 허허허”

요구르트하나 더 마신 뒤 아침부터 웃음을 선물해주신 세무사님 부부께 값비싼 양주대신 식사나 많이 드시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끝까지 옆에 같이 있어주다가는 내가 과식하게 돼요. 호호호”

 

어젯밤 늦게 도착한 숙소주변을 돌아보기 위해 어깨가방만 챙기고, 먼저 나왔다. 사이공 할롱 호텔은 5성급으로 최근에 지어져서인지 수영장, 테니스장, 헬스장 등 최신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한국인들 패키지여행숙소로 많이 이용되는 듯 식당과 로비, 수영장에서도 한국인들을 흔히 대할 수 있었다. ‘그래도 아침인데 춥지 않나?’ 수영을 즐기는 모습에 ‘조금만 움직여도 땀날 정도니 적당히 기분 좋겠군.’ 로비로 들어갔다.

 

로비 각국시계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데 옷을 갈아입은 가이드가 왔다.

“다른 사람인 줄 알았어요. 정말 못 알아봤어요.”

“식사 맛있게 하셨어요? 큰 가방은 룸에 두셨고, 여권이나 중요한 물건들은 잘 챙기셨죠? 모자, 썬 크림, 긴팔들도 준비하셨고요? 오늘은 하롱베이 관광을 즐기실 텐데요, 점심식사도 선상에서 하실 겁니다. 하롱베이의 할롱 만은 옌훙에서 할롱, 깜파, 반둥지역까지 걸쳐있는데 남쪽과 남동쪽으로는 통킹 만, 북쪽으로는 중국, 서쪽과 남서쪽으로는 깓바 섬에 이릅니다. 120km해안선에 면적은 1,553km², 1969개의 도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지질학적으로는 북쪽은 계림으로부터 남쪽은 닌빈까지 광대한 석회암지역이죠. 석회암지역이 풍화작용으로 깎여나가 현재의 모습이 되었는데 고온다습한 여름과 춥고 건조한 겨울 두 가지의 계절을 가진 열대우림기후입니다. 평균기온은 15°C~25°C이고, 연 강수량은 2000mm~2200mm으로 전형적인 조수간만의 차를 보이며 파고는 3.5~4m, 겨울철염도는 31~34.5MT, 우기 철에는 낮아집니다. 중국이 베트남을 침공했을 때, 용 가족이 침공해온 적을 물리치고, 입으로 토한 보석이 할롱 만의 섬들이 되었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현재는 무인도지만 약7,000년 전, 신석기시대에는 사람들이 살았다고 해요. 수세기 전까지는 해적은신처로 이용되었고, 몽골군침공 시에도 군사적으로 이용되었습니다. 자, 모두 버스에 오르실까요?”

 

 

어제의 그 자리에 앉았다. 아침부터 에어컨을 틀어주었으므로 상쾌했다.

“5분정도 가시면 선착장에 도착하실 건데요, 지금은 방학기간이라 평소에도 복잡했던 하롱베이 선착장이 더욱 많은 인파로 매우 혼잡할 겁니다. 사진 찍으신다며 혼자 다른 곳으로 마음대로 돌아다니시면 자칫 저와 생이별할 수 있으니까 버스에서 내리시면 제 뒤를 꼭 따르세요.”

정말 얼마 안가니 하롱베이 선착장인 듯 많은 인파가 줄지어 선 모습, 수많은 배들이 선두를 육지 쪽으로 향하여 서로 뒤엉켜있는 풍경이 시야에 들어왔다.

“와! 예전에 왔을 때는 이런 선착장도 없었고, 배들의 숫자도 저리 많지 않았었는데....... 과연 사람들도 많이 모였구나!”

버스에서 내리니 따가운 햇볕이 눈살을 절로 찡그리게 했다. 한국가이드 뒤에 줄섰다.

“베트남말도 중국인들 언어 못지않게 매우 시끄럽네.”

베트남가이드가 나눠준 입장권을 내고, 문을 겨우 통과했다.

ON4169여객선에 탑선하여 가운데 테이블에 자리 잡고 앉았다.

“우리일행 24분이 오늘하루동안 이 배를 타시고, 하롱베이 관광을 즐기실 겁니다. 점심도 이 배에서 하실 거예요. 좌석여유가 많으니 편하신 곳에 마음대로 앉으시길 바랍니다.”

배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관광객을 태운 다른 배들도 서로 앞 다퉈 출항하느라 뒤로 후진하기 시작했다.

“자리에 모두 앉아주세요. 배들이 워낙 많아서 선착장을 떠나는데 배끼리 서로 부딪치며 난리도 아니니까 넘어지실 경우가 있거든요. 의자나 식탁 등에 다치실 수 있으니 순조롭게 운항할 때까지 2층 올라가시는 것도 삼가주세요.”

밖을 내다보았다. 배를 여러 곳에서 나눠 탈 수 있도록 길게 다리형식의 도로를 세웠고, 중간 중간 계단이 있었다.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관광지답게 거대한 규모로 훌륭한 시설을 해놓았군.’ 속으로 감탄하고 있는데 ‘꽝!’ ‘꽝!’ 좌우의 배들과 충돌했다. ‘우지지지직’ 면끼리 닿는 소리에 소름이 끼쳤다. 마치 내 몸에 부딪는 것 같았다.

“꽝! 꽝! 꽝!”

“어머나, 이러다간 얼마 안가 모든 배들이 다 망가지겠네.”

“우지지직 지지직 지직”

“어머, 저쪽 배의 모서리나뭇조각이 떨어져나갔어요.”

“저 배의 선주가 보상해달라며 바다한가운데서 싸우지 않을까요?”

“싸우는 건 괜찮은데 배가 깊은 바다에 좌초할까봐 걱정이지. 이 배도 여러 번 부딪쳐 괜찮을까 모르겠네.”

“배들이 제명까지 못살겠어. 허허허”

 

 

 

 

“배가 가는 것 같지도 않게 움직임을 전혀 느끼지 못하겠네요.”

“그만큼 파도가 없어 바다물결이 잔잔하다는 거죠.”

엄마 배에서 갓 태어난 송아지가 홀로서기위해 비실비실 한동안 애쓰는 것처럼 우리가 탄 배도 10여분쯤 이리저리 고통을 겪고서야 여러 겹의 여객선사이를 뚫고, 유유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주변의 다른 배들도 우리 배들과 점점 거리를 멀리하면서 바다 쪽을 향해 순항하고 있었다. 수많은 배들이 한 방향으로 나가는 풍경이 마치 적과 싸우기 위해 단단히 무장을 마치고, 힘차게 돌진하는 것 같았다. 단 승패 없는 전쟁임을 예감하고, 여유롭게 제 마음대로.......

"베트남은 한국의 서쪽에 있기 때문에 한국에 태풍이 오면 베트남도 똑같이 영향을 받습니다. 하롱베이는 영화 '인도차이나'와 로빈 윌리엄스의 '굿모닝 베트남'촬영지로 우리와 친숙한 곳이죠. 1994년,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는데 하롱이라는 말은 용이 바다로 내려왔다는 뜻을 의미합니다. 자연의 손으로 빚어낸 최고의 걸 작품 중 하나로 세계7대 비경인 인도네시아의 코모도국립공원, 남아프리카의 테이블마운틴, 필리핀의 푸에르토 프린세사 지하 강,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의 이구아수폭포, 대한민국의 제주도, 아마존의 우림 등과 함께 베트남최고의 절경, 제일의 명승지입니다. 하노이에서 180km 떨어진 북동쪽에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3천 여 개의 환상적인 섬들로 자연풍경이 중국의 계림보다도 아름답습니다. 호수같이 잔잔한 해면과 그 위에 떠있는 용, 거북이, 원숭이, 다금바리, 키스 등 별명을 얻은 섬들로 인해 바다의 계림이라고도 불립니다. 유람선을 타고, 그림 같은 주변석회동굴 섬들과 천연종유석동굴인 천궁동굴, 폭포, 선녀목욕탕, 용좌 등을 관광할 수 있습니다. 바다이기 때문에 365일중 50회 이상, 80%밖에 못 들어가는데 조수간만의차가 심해서 어종이 많고, 투구게가 남아있지요. 다금바리는 필리핀보다 더 맛있고, 한국과 기온이 비슷하여 많이 잡힙니다. 하롱베이 관광기념으로 월남모자 하나씩 드리니 잘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세계7대 경관 중 우리나라제주도와 베트남의 하롱만 2곳이나 여행했으니 나는 참 많은 복을 받았구나!' 행복을 절감했다. 남녀모양새가 약간 다른 논 모자를 쓰니 하롱베이 관광기분이 업그레이드되었다.

“즐거운 하롱베이 관광을 위한 여객선탑선기념으로 독사진촬영을 해드리겠습니다. 자, 이 세상에서 가장 예쁜 표정을 지으며 최대한 멋진 포즈를 취해보세요!”

전달하기위해 사진기대신 폰 셔터를 눌렀다.

“여행기간 내내 찍사 노릇할 언니는 나와 같이 찍어요.”

장난기발동한 제부가 애교 섞인 웃음을 지으며 나를 일으키더니 꼭 껴안았다.

“참으로 큰 영광입니다. 훌륭하신 기자님과 함께 7일 동안 여행을 할 수 있어서. 귀한 시간 내주셔서 참으로 감개무량합니다. 허허허”

“어딜 가나 우리제부 없으면 재미가 없어. 완전 분위기 맨 이라니까요. 호호호”

“하롱베이의 절경은 안개가 살짝 낀 약간 습한 날에 볼 수 있는데요, 대신 기분은 좀 찝찝하죠. 아무튼 여러분들은 제일 좋은 날씨에 최상의 기분으로 최고의 절경을 감상하시는 겁니다. 서비스로 나눠드린 음료를 마시면서 베트남여행옵션관광 중 첫 번째인 하롱베이 선상에서의 중식을 선택해주세요. 활어 회 선택 시 30불, 씨 푸드 선택 시 30불이 추가됩니다. 활어 회 및 씨 푸드 옵션미진행시 자유 시간 및 기본선상 식만 제공됩니다. 팀별로 의논하여 결정된 사항을 제제 알려주세요.”

우리는 회 식사 4인, 씨 푸드 식사2인으로 정하여 가이드를 부르려고 할 때, 옆 테이블 6인 중 남자분이 일어나 마이크를 잡았다.

“베트남여행 중 옵션사항을 보니 전통마사지가 90분에 30불, 활어 회 30불, 씨 푸드 30불, 센 레스토랑 40불, 섬 비경 투어에 80불로 모두 210불로 되어 있는데 1인당150불로 할인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 어떻습니까?”

6명이 1인당 100불씩 거둬 임시총무를 맡고 있던 남편이 제부와 재빨리 계산해보더니 우리제안보다 지출이 적어 합의, 같이 동조하기로 했다. 하지만 두 테이블에서는 그 조건에도 불참, 모든 옵션사항을 거부했다. 24명전원이 모든 옵션사항을 들어줘야 기분이 좋을 가이드인데 1인당 값을 60불씩 할인한데다가 6명이 그 조건도 안 들어주니 가이드인상이 별로 좋지 않았다.

“저는 뭘 먹고 살라 하시는 겁니까?”

‘겉은 웃었지만 속은 무척 상하리라!’ 이해가 되면서 한편 미안했다.

“어머! 이렇게 테이블에서 웃으며 떠드느라 하롱베이 섬 구경하는 걸 깜빡 잊었네. 얼른 위로 올라가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야지.”

계단으로 올라갔다. 망망대해에 심심하지 않게 서있는 섬 사이를 선실에서 홀로 운전대조정하고 있는 선장이 보였다. 동영상을 찍고 있는데 마침 거대한 흰색의 크루즈가 지나갔다. 끊임없는 엔진소리와 '철썩, 처얼~썩' 바닷물과 여객선의 마찰소리가 귀에 익숙해져 있을 즈음에는 육지와 제법 멀어졌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너른 바다에서 갖가지 특이한 모습으로 제 자리를 지켜온 수많은 섬들! 바위 틈 사이에서 짙푸른 녹색을 띠며 쑥쑥 자라고 있는 나무들!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자리 잡은 많은 수상가옥들과 수산시장! 죽순과 같은 기암괴석들 사이로 유유히 지나는 여객선들! 그 여객선들을 상대로 장사하는 소형어선들! 어딜 보나 서로 위로하듯 다정다감한 풍경이 마치 한 폭의 그림이었다. 정말로 바다 속에 펼쳐져있는 원형의 동양화 같았다. 바다위의 수석 같은, 전시품 같은 절경에 말로 이루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잔잔한 바다와 배와 섬들이 강하게 내리쬐는 뜨거운 해살과 어우러져 그야말로 신천지를 이루었다. 마치 '킹콩'영화에 등장하는 무인도인양 주변풍경이 매우 신비로웠다. 무지의 세계로 이끄는 듯했던 출항은 험난했지만 평균해저수심200m로 해수면이 투명하고, 에메랄드빛을 띠고 있는 현재의 진행은 매우 순조로웠다. 다른 많은 배들도 여유를 갖고, 사방에서 멋진 관광을 함께하고 있었다. 베트남우중에는 맑은 날을 맞이하기 힘들다는데 우리는 더없이 화창한 날씨라 멀리 서있는 섬들도 선명히 볼 수 있었다.

"하롱베이에는 없는 것이 세 가지가 있는데 갈매기, 파도, 비린내입니다. 그리고 석회석바위로 이루어져 바닷물이 짜지 않습니다."

듣고 보니 물맛을 직접 확인할 순 없었지만 하롱베이 깊은 곳까지 선상관광을 40여분 즐기는 동안 갈매기와 파도를 보지 못했고, 비린 냄새도 맡지 못했다. '하롱베이는 3천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파도가 없어 배 멀미가 없고, 배도 목조로 되어있다고 하지만 갈매기와 비린내는 왜?' 신기했다. 우리나라의 금강산, 중국의 계림과 같이 동양3대 절경에 속하는 곳으로 말 그대로 장관 그 자체였다. 담고 싶은 섬이나 바다배경 앞에서 포즈를 취하며 서로 셔터를 눌러주고 있는데 옆에서 '더 많이 웃어. 모자 들어.' 반말로 지적하며 셔터 누르는 베트남 여인이 끈질기게 따라다녔다. 가냘픈 베트남전통여인의 몸매로 일찍 결혼하는 풍습 때문에 겉으로 보기에 미혼, 기혼을 구분할 수 없었다.

 

 

 

 

 

 

 

 

 

"1993년에 원숭이를 쫒던 어부가 발굴한 천궁동굴은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유명종유석동굴로 하롱시 부두에서 4km떨어진 곳에 위치했습니다. 승솟동굴이라고도 불리는데 하롱만에서 가장 아름답죠. 수 백 만 년 전부터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굴로 해면50m쯤 위에 입구가 있습니다. 길이130m인 넓은 굴로 가운데 하늘의 지붕이라 불릴 만큼 높고 웅장한 천정이 있고, 4개의 종유석기둥이 떠받치고 있습니다. 왕관이 두 개의 동굴을 품고 있는 모습의 작은 섬들로 이루어졌는데 여러 종유석사이를 휘감으며 들어오는 바람소리가 드럼소리를 일기도 한답니다. 동굴에서 흘러나오는 물줄기는 마지막 돌기둥을 휘감아 3개의 작은 연못을 만든 후 동굴 밖으로 흘러나옵니다. 하롱베이에는 들어가 볼 수 있는 석회석동굴이 세 개 있는데 두 곳은 현재 보수공사 중이고, 세계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지상동굴인 천궁동굴이 있습니다. 한국의 동굴은 숨을 쉬어 살아있는 동굴이지만 베트남의 동굴은 죽은 동굴로 더 이상의 성장을 멈춘 채 습기 없이 만지면 매우 건조합니다. 자, 내리셔서 줄을 서세요. 사람들이 많아 매우 복잡하니까 잘 따라오세요!"

베트남가이드가 구입한 티켓을 들고, 줄서서 있다가 주변을 배경으로 눈치껏 사진을 찍었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전용사진사가 나타나 옆에서 열심히 셔터를 눌렀다. 봉긋봉긋한 봉우리와 야자수, 여객선들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는데 빨간색의 베트남깃발이 귀엽게 한몫 더했다.

세계7대 자연경관선정안내문을 지나 계단에 올라섰다. 울창한 숲 사이로 난 나무계단인데 한발, 한발, 걸음 떼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많은 인파가 동시에 몰려 동굴입구까지의 거리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두 줄이 석줄, 넉 줄로 늘면서도 짧아질 기미가 없었다. 중간 중간 뒤돌아 바라본 해안의 풍경이 셔터를 누르도록 유혹했다. 깎아지른 절벽, 강한 생명력으로 푸름을 잃지 않는 나무와 꽃들! 일행은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 않았지만 절경에 취해 서두르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생기지 않았다. '어차피 일방통행이니 주어진 시간 안에 선착장으로 가면 되겠지.' 겁나지 않았다. 천궁동굴바다입구 저 멀리서 부지런히 달려오는 많은 배들이 보여 앞으로도 계속 복잡할 것 같았다. 위를 보아도, 아래를 보아도 뜨거운 햇볕아래서 거북이걸음을 하므로 동굴구경하기도 전에 모두 지칠 것 같았다.

앞사람의 엉덩이만 보며 겨우 도착한 입구는 매우 비좁아 고개를 숙여야했다. '와!' 비좁은 입구로 별로 기대하지 않았던 관광객들은 갑자기 넓어진 동굴 안 규모에 탄성이 절로 나올 것이다. 간간히 외부에서 들어오는 햇빛과 내부조명에 의해 환상적인 풍경을 자아내고 있었다. 발톱, 손톱, 마귀할멈, 가발, 빨래판 등 세밀히 보면 나름 이름 붙이고 싶은 종유석들이 많았다. 같은 종유석이라도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다양하게 보였다. 곱디고운 수채화로 그림그린 듯 각종색깔의 조명을 받으니 어딜 봐도 황홀하기 그지없었다. 한국은 ‘출입금지’푯말로 직접 만져 볼 수 없었지만 이곳은 어디든 가능하여 신기했다. 앞서가던 남편이 기다려 폰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셔터를 누르고 있는데 깜깜한 동굴 속에서도 얼굴을 알아본 전속사진사가 또 나타났다.

"둘이 나란히 서. 이쪽에. 조금 더. 좋아."

'내 폰이나 사진기로 동굴 안에서의 우리모습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니 일단 찍고 보자!' 남편과 같이 포즈를 취했다. 높은 천정을 가진 동굴로 인상적인데 거북이 닮은 화석에 돈을 놓고 빌면 모든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물론 상술이겠지만 의지하고 싶은 마음에 많은 사람들이 거북이머리를 만지며 두 손 모아 간절히 비는 모습을 보았다. '노력으로 안 되는 희망사항은 의지할 만하지.' 반질반질하면서 검어진 바위를 보며 '애절한 심정으로 스쳐간 손길들이 지금까지 얼마나 될까? 그 많은 소원 중 과연 몇%나 이루어졌을까!' 궁금했다. 후덥지근하여 머리서부터 발끝까지 온통 땀범벅이었다. 유두처럼 생긴 종유석이 또 걸음을 멈추게 했다. 다른 팀 가이드설명을 들은 남편이 중요한 종유석들을 가리키며 사진기에 담으라고 일러주었다. 시간의 흐름을 잊은 채 부지런히 폰과 사진기, 동영상사진기를 이용했다.

동굴 밖에는 기념품판매소가 있었다. 해안에는 더 많은 배들이 정박하고 있었다. 일행들이 보이지 않아 틈틈이 해안풍경을 찍으면서 좁은 통로를 뛰다시피 하며 내려갔다. 같은 장소라도 위치에 따라 풍경이 달라보였다. 그늘 밑은 시원했지만 햇볕을 받을 땐 따끈따끈 땀방울이 절로 솟았다. 선착장의 해안기념품판매소는 한적한 편이었다. 선착장으로 가는 나무도로가 참으로 운치 있어 좋았다.

 

 

 

 

 

 

 

 

 

 

 

 

 

 

 

 

 

 

천궁동굴선착장에서 대기하고 있던 전용여객선에 탑선, 잠시 휴식을 취했다. 호텔 룸에서 갖고나온 바나나와 물, 빵을 먹으며 요기를 달랬다. 선상으로 올라가 그림 같은 하롱베이 풍경들을 사진기에 담았다. 보아도, 보아도 싫증나지 않는 절경들이 줄지어 펼쳐졌다. 하롱베이에서만 볼 수 있는 비경들이었다.

“저 배경을 뒤로 하고, 사진 찍으면 참 멋져요!”

가이드 말에 다른 일행들도 나와 폰으로 찍었다. 우리 6명은 선실로 올라갔다.

“저 의자에 부부끼리 앉아 봐요!”

각기 다른 포즈를 취하며 맘껏 웃었다.

“베트남의 2십 만동짜리 지폐에 나오는 섬이에요!”

닭 모양을 한 섬에 점점 가까이 다가가는 동안 일행은 제각각 훌륭한 풍경을 담느라 애썼다. 바다위에 둥실 떠오른 것 같은 모습을 배경으로 멋지게 사진 찍느라 잠시 떠들썩했다. 옆으로 지나가면서도 계속 찍었다. 다른 여객선에서도 선실보다 선상에 더 많은 관광객들이 올라가 풍경을 즐기고 있었다.

“키스바위다!”

두 바위가 키스하는 모습으로 각종항공사CF에 많이 나왔던 키스바위! 공간을 조사하는 데만 1여년이 걸렸다는 키스바위에 서로 가까이 다가가려고 앞서 가던 많은 여객선들이 경쟁했다. 선상과 선실에서도 키스바위를 배경으로 기념사진 남기느라 아우성이었다. 급한 김에 남편을 모델로 셔터를 눌렀다.

“당신도 빨리 서봐.”

앞에서 본 키스바위는 옆과 뒤를 지나면서 제 모습을 잃어 실망했다. 그때 가까이 지나던 여객선에 작은 어선이 다가가더니 여자아이를 껴안은 젊은 여자가 선실 안으로 과일을 내밀며 파는 모습이 보였다. 많은 빨래가 널려있는 어선에는 남편인 듯 남자가 앉아 지켜보고 있었다. 장사를 끝낸 여자는 능숙하게 어선으로 옮겨 타더니 바나나가 담긴 소쿠리를 들고, 얼굴이 검게 그을린 어린 딸을 안고, 우리가 탄 여객선으로 다가왔다. 곧장 전용여객선모서리로 잽싸게 올라타더니 겁도 없는지 성큼성큼 걸어 여기 기웃, 저기 기웃하며 ‘2달라, 2달라!’ 계속 소리쳤다. 정 많은 한국인들이 외면하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아는 베트남여인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2천원, 이천 원!’ 소쿠리를 내밀었다. 처음에는 머뭇거리며 별 반응이 없자 아기엄마는 딸 옆구리를 꼬집어 울렸다. 아픈 딸이 잠깐 울더니 금방 그쳤다.

“와! 인터넷에서 본 그 여자와 아기는 아니지만 어쩌면 똑같으냐?”

물건을 팔기위한 베트남모녀의 놀라운 연기에 동정심보다 비웃음이 앞섰다. 아마 인터넷으로 아기가 운 이유를 몰랐다면 나 역시 2달러를 주고 과일을 구입했을 것이다. 여기저기테이블에서 미국과 한국지폐를 주며 과일을 샀다. 그것도 모자라 갖고 있던 사탕, 빵들을 아낌없이 아기 손에 쥐어주었다. 아기는 늘 그렇듯 아무 표정도 바뀌지 않고, 다 받아 챙겼다. 과일이 다 떨어지자 딸을 선실 안 의자에 내려놓고, 또 갖고 왔다. 베트남에서는 너무도 흔한 바나나를 한국에서처럼 비싸게 구입한 옆 테이블회원이 몽키 바나나 한 개를 주었다. 맛이 별로였다.

“가난한 거지에게 동냥한 셈 치지, 뭐.”

“저 사람들은 하롱베이 바다가 삶의 터전입니다. 저 배에서 먹고, 자며 생활하는데 큰 배 장만하는 꿈이 있죠. 그중 큰 배를 장만했거나 수산시장을 운영하는 부자들도 있는데 하루수입이 좋으니까 계속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중국에 가면 길거리에서 손 벌리며 구걸하는 거지들이 많은데 그들의 집을 가보면 부유하게 지내는 가정들이 많답니다. 지금 중국의 물가가 비싸고, 거지들이 잘 살게 된 이유가 모두 한국인들의 넘치는 정 때문이라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볼거리이자 즐길 거리로 관광대상인 저들에게 동정을 베풀 수도 없고, 안 베풀 수도 없는 안타까운 마음에 씁쓰름한 기분을 달래기 위해 선상으로 올라가 아무 생각 없이 여기저기 셔터를 눌렀다.

 

 

 

 

 

 

 

머리가 뜨겁고, 다리가 아파 선실로 내려와 잡담을 나누고 있는데 작은 어선이 가까이 다가왔다. 베트남가이드가 횟감을 들고, 우리가 탄 배로 건너뛰었다. 얼른 가보니 죽은 큰 생선들이 물에 ‘둥둥’ 떠있었다. 남자가 회를 치기 시작했다. 여자는 옆에서 게를 다듬었다.

“먼저 왔을 때는 저기 보이는 수산시장 같은 곳에서 회로 먹을 생선들을 직접 골라잡았었어. 팔딱팔딱 뛰는 큰 생선들을 즉시 그 자리에서 회치니 싱싱하지 않을 수 없지.”

각종 음료와 과일 등 먹을 것을 싣고, 다른 여객선에 다가가 장사하는 어선들이 이따금 보였다.

“어머, 저 배에는 그네를 달아놓았어! 배에서 그네 타는 기분, 괜찮겠는 걸?”

“하롱베이 이곳에도 학교가 있어서 부모들이 배로 등하교시키지요.”

잡담을 나누다가 사진을 찍고, 바다구경하다가 셔터를 누르며 시간을 보내는데 사진사와 여자직원이 물수건, 수저, 컵, 물병 등을 놓으며 식사준비를 했다.

“식탁 다 차려질 때까지 밖에서 구경하죠.”

선두에 선 계선이네와 우리부부, 정좌자세로 눈을 지그시 감은 세무사님은 자유를 만끽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저 커다란 돌섬은 곧 앞으로 쓰러질 것 같아요.”

“출항할 때 그 많던 배들이 다 어디로 갔는지 바다가 매우 한적하네요.”

“자리에 앉으셔서 식사하시기 바랍니다!”

어시장에서 공수해온 해산물들로 하롱베이 바다한가운데여객선에 차려진 식탁! 하롱베이 멋진 절경을 감상하며 씹는 회 중식! 게, 새우, 조개 등의 씨 푸드! 한국에선 유일하게 제주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다금바리 활어회를 멀고 먼 베트남 하롱베이 선상에서 대하는 특별한 기회! 평소 좋아하지 않던 바다음식으로 이름도 잘 모르는데다가 인터넷으로 보았던 식탁보다 푸짐하지도 않고, 싱싱도가 떨어져 기분이 가볍지 않았다. 권유에 의해 하나씩 골고루 맛보며 사진기로 담는 일에 더 신경 썼다. 하롱베이 바다에서 선상중식을 즐겼다는 그 점으로 만족했다.

“와! 비싼 보드카를 곁들이니 한층 더 맛이 좋은 걸? 다 같이 축배!”

세무사님의 실수로 숙소냉장고에 있던 고급술을 서로 잔에 따라주며 남자들은 기분 업, 무조건 웃자고 했다.

“인터넷 보니까 나중에 찌개도 나오던데 먹은 것도 없이 배가 부르네.”

소화시킬 겸 선상으로 올라가 주변을 돌아보았다.

 

 

 

 

 

 

 

 

“아, 기억난다. 저기가 티톱 섬 전망대구나!”

섬 정상에 있는 빨간색지붕의 정자가 작게 보였다. 곧 하선할 것 같아 선실로 내려가 어깨가방 짐들을 챙겼다.

‘앗, 이게 웬일?’ 왼쪽단화밑창이 반쯤 떨어져 너덜너덜 거렸다. 최근 들어 김포마루기자들과는 청남대와 문의문화재단지를, 시집식구들과 홍도와 흑산도, 초등동창야유회 때는 제4땅굴, 전망대, 두타연, 남편과 일본의 북해도, 오키나와, 멀게는 2011년에는 중국곤명과 북유럽, 2012년엔 미 서부, 2013년은 백두산, 2014년에는 홍콩, 심천, 마카오 등 국내외여행을 함께 했던 신발이다. 남편은 꼭 노인네 신발 같다며 놀렸지만 내 발을 편안하게 해주면서 꼭 맞아 먼 길 떠날 때마다 망설임 없이 챙겼던 신발이었다. 사람도 나이 먹으면 신체기능이 다하여 늙고, 기계도 오래 사용하다보면 고장 나듯 계산할 수 없는 장거리를 함께 했던 단화도 이젠 수명이 다된 것 같다.

“어떻게 하지? 아직 오늘의 여정이 많이 남았는데? 티톱 섬에 내리자마자 신발부터 사야겠네.”

“이 더운 나라에 그런 신발이 있을까? 더구나 해변에?”

“물론 없겠죠. 우선 슬리퍼나 샌달 종류로.”

“언니, 우선 내 신발 신어. 여벌로 갖고 온 샌달이 있거든.”

“어머나! 웬일로? 이런 일이 일어날 줄 알았나?”

“우리 계선양이 다 선견지명이 있어서 미리미리 준비했죠. 사랑하는 언니를 위해서. 허허허”

“참 다행이네. 우선 급한 대로 신어야지. 별 수 없잖아?”

약간 작아 왼발새끼발가락이 좀 불편했지만 아쉬운 대로 신을 수 있었다.

“언니가 나보다 발이 크잖아? 아프면 뒤꿈치를 꺾어 신어도 돼.”

“아니, 괜찮아.”

참으로 계선이가 고마웠다.

“티톱 섬은 바이짜이에서 남동쪽으로 8km쯤 떨어진 작은 섬으로 많은 양의 모래를 인위적으로 운반하여 넓어진 티톱 해변이 있습니다. 3천이 넘는 수많은 섬들 중에 모래해변이 있어 해수욕을 즐기고자 하는 관광객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죠. 섬전체가 삼각형초콜릿모양으로 하롱베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까지 계단이 4백여 개, 높이는 해발30m쯤 됩니다. 세계최초로 지구궤도를 선회한 러시아우주비행사인 게르만 티톱을 대통령이 된 호치민이 1962년에 초청하였는데 하롱베이의 아름다움에 반하여 호찌민에게 작은 섬 하나를 갖고 싶다고 요구했지만 사유재산인정이 안되고, 갖고 갈 수도 없으므로 섬 이름을 티톱이라 명했습니다. 참고로 티톱은 호치민이 러시아에 있을 때 많은 도움을 준 절친한 친구사이였답니다. 조심조심 내리셔서 모두 구명조끼를 입으시고, 쾌속정을 타세요. 머리 부딪치지 않게 조심하시구요. 뒷좌석부터 차례로 앉으세요!”

티톱 섬 부근바다가운데 나무로 설치한 선착장에 내려 구명보트를 착용했다. ‘일정에 스피드보트를 타는 것도 있었나?’ 생전처음 타보기 때문에 설렘보다는 두려움이 앞섰다. 구명조끼를 입었지만 수영에는 전혀 문외한이라 ‘포기할까?’ 별의별생각이 다 들었다. ‘가이드도 있고, 여차 하면 운전하는 사람도 있으니 사고에 대비했겠지?’ 중간좌석가장자리에 앉았다. 24명이 모두 탑선하자 굉음을 내며 속력을 내기 시작했다. 오른손으로 앞좌석을 꼭 잡고, 왼손으로는 모자가 날아가지 않도록 꾹 눌렀다. 잠시 후, 약간 적응이 되자 모자를 벗어 다리사이에 껴놓고, 잔뜩 껴안고 있던 어깨가방에서 동영상 디카를 꺼냈다. 하롱베이 섬과 섬 사이를 신나게 달리는 쾌속정이 좌우로 기울며 겁을 주었지만 ‘이때가 아니면 또 언제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을까? 손자손녀들에게 실감나게 보여주려면 사진보다는 동영상이 낫지. 목숨 내걸고 영상으로 찍자!’ 디카를 좌, 우, 상으로 돌리며 찍었다. 잔뜩 긴장하니 절로 두 발에 힘이 들어갔다. 너무 길지 않도록 적당히 끊어 찍었다. 바람에 머리가 너무 세게 휘날리니 나중엔 정신이 없었다. 바다에 빠질 듯 거의 45도로 비스듬히 꺾어 달리면 겁에 질려 ‘와!’ 괴성이 절로 나왔다. 아주 오래 전, 2박3일로 들어갔던 울릉도에서 뜻하지 않는 심한 파도로 11박12일만에 억지로 겨우 나왔던 경험이 있으므로 ‘다시는 배 타는 여행은 하지 않으리라’ 다짐한 남편도 적응이 되었는지 크게 함성을 지르며 분위기를 즐겼다. 앞좌석에 앉은 여자일행은 두 팔을 옆으로, 고개를 뒤로, 입을 크게 벌리며 하롱베이의 맑은 공기를 맘껏 흡입하고 있었다. 나도 심호흡을 크게 하며 몸속의 나쁜 공기를 내뿜고, 깨끗한 공기로 채웠다.

“와!”

짓궂은 쾌속정기사의 장난에 어깨가방을 싸안고, 남편에게 기댔다. 소리 지르던 남편도 심한 기울임에 겁이 났던지 조용히 내 목을 꼬옥 감쌌다.

“머리 부딪치지 않게 조심해서 내리세요!”

귀신에 홀린 꿈에서 깨어난 듯 일어나는데 약간 어지러웠다. 초록색나무로 깐 선착장직원들이 잡아주어 겨우 올라섰다.

 

20여분? 길게 느껴졌던 스피드보트에서 목선으로 옮겨 타며 가이드로부터 주의사항을 들었다.

“낮은 굴을 지날 때, 자리에서 일어나시면 머리 부딪칠 염려가 있으니 절대 일어나시면 안 됩니다. 그리고 배의 균형상 이리저리 좌석을 옮겨도 안 되고요.”

베트남가이드가 첫 번째로 타자 배가 옆으로 휘청거렸다. 재빨리 가운데로 움직여 균형을 잡은 후 한사람, 한사람씩 손을 잡아주며 24명 전원이 무사히 탑선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긴 초록색의자에 4명씩 앉았다. 앞에는 베트남가이드가 편안히 앉아있고, 뒤에는 베트남남자사공이 열심히 노를 저어주었다.

“저 낮은 굴을 어떻게 통과할 수 있지?”

베트남 모자를 써서 머리 다칠 염려는 없겠지만 절로 몸을 움츠리게 했다. 하지만 막상 굴로 들어서니 보기보다 높았다. 천천히 이동하므로 일행은 사진 찍느라 바쁜 것 같아 동영상 디카를 작동시켰다.

낮은 굴을 통과하자 정면에 높은 바위가 우뚝 선 아담한 호수가 보였다. 하롱베이의 한쪽에 자리 잡은 호수 같은 바다였다. 언뜻 보아 달걀모양이었는데 각양갖가지바위로 둘러싸여 있었다. 뱃머리를 우측으로 돌리자 초코파이, 과자, 과일, 물, 맥주, 우유팩 등을 작은 배에 가지런히 진열해놓고 파는 여자뱃사공이 있었다. 식후였으므로 몇 사람만 구입했다.

“저 여자는 언제 들어올지 모르는 목선손님들을 혼자 기다리는 게 일이겠네?”

“왜 따분할 것 같으니까 같이 옆에서 있어주려고? 허허허”

“할일 없이 옆에 앉아만 있어서 노후를 편안히 지낼 수만 있다면 그 맛도 좋지. 하하하”

넓은 바다 하롱베이의 한 모퉁이바다인 호수동굴을 한 바퀴 도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초록색선착장에 올라서자마자 가이드의 이해와 협조로 기념사진을 여러 컷 남겼다.

 

 

 

 

 

 

 

 

 

 

 

 

 

 

 

 

 

 

 

 

 

 

 

대기하고 있던 스피드보트에 올라탔다. 또다시 정신없는 질주가 시작되었다. 선체가 좌우로 심하게 기울어질 때마다 24명의 괴성합창이 하롱베이에 울려 퍼졌다. 그때마다 현지인사공은 더욱 기분이 상쾌한지 흰 거품을 심하게 튀기며 더욱 거세게 몰았다. 사진 찍을 엄두는 내지 못하고, 왼손은 앞좌석손잡이를, 오른손으로 겨우 동영상을 찍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는지 서서히 속력을 줄이더니 가이드가 설명했다.

“높은 절벽사이에 하늘이 보이는 굴이 있죠?”

강한 햇빛에 눈이 부셔 겨우 찍었다.

“그 아래엔 사각의 하늘이 보이는 굴이 있어요.”

재빨리 사진기셔터를 눌렀다. 다시 스피드보트만의 쾌감을 느낀 뒤 나무로 설치한 선착장에 내렸다.

“전용여객선에 탑승하시기 전에 무료단체사진촬영이 있겠습니다. 잠시 한자리에 모여 서주세요!”

24명전원은 구명조끼를 벗고, 경치가 좋다는 곳을 배경으로 모였다. 전용사진사가 셔터를 눌렀다.

“잠깐만요. 이 폰으로도 눌러주세요!”

베트남가이드에게 폰을 건넸지만 서있던 사람들 대부분 여객선으로 올라가고, 앉아있던 몇몇 사람들만 남아 사진을 찍었다.

티톱 섬 해안가에서 물놀이하는 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마치 소인국인형들 같았다.

 

 

전용여객선으로 티톱 섬에 가까이 이르자 남녀노소가 한데 어울려 시원한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천궁동굴선착장보다는 적은 숫자의 여객선들이 선박되어 있어 전망대 오르는 길은 복잡하지 않을 것 같았다. 해변을 넓히거나 계단을 만드는 등 선착장도 예전모습이 아니었다.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 같은 바위 밑에 의료시설, 기념품판매소, 휴식소, 식당 등 필요한 시설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 병풍처럼 둘러싸인 섬들을 배경으로 크루즈, 여객선들이 떠있는 티톱 섬 앞바다는 마냥 평화롭게 보였다.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발에 익숙하지 않은 계선이 신을 신어 자꾸 신경이 쓰이는데다가 왼쪽새끼발가락이 접혀 통증이 왔다. ‘예전에 올라갔던 전망대니 포기할까?’ 생각도 들었지만 ‘내가 언제 여길 또 올까? 그리고 그때 봤던 느낌과 지금 보는 느낌이 다를 수도 있지.’ 억지로 참고 올라갔다. 숨이 턱턱 목에 차고, 다리 힘이 부쳐도 ‘내가 이기나, 전망대가 이기냐?’ 이를 악물고, 발을 뗐다. 중간 중간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잠시잠깐 사진 찍으며 휴식을 취했다. 흰 꼬리를 길게 늘어뜨리며 빠르게 달리는 쾌속정도 보이고, 티톱 섬을 향해 부지런히 달린다고 하지만 부근의 쾌속정에 비해 턱도 없이 느린 여객선도 보였다. ‘섬들의 모양도 어쩌면 저리도 제각각일까?’ 사람들마다 얼굴이나 성격이 다른 이치와 똑같은 것 같았다. 해수욕장의 머리들이 바다위에 까만 점을 그리고 있었다. 삼남매가 어렸을 적에 삼각자로 줄을 그으며 점끼리 잇는 삼각형그리기놀이 했던 생각이 언뜻 스쳐 혼자 웃었다. 같은 앞바다지만 내려다보는 위치에 따라 풍경이 달랐다. 밑에서는 일직선으로 병풍 같던 섬들이 위로 올라가면서 드문드문 앞뒤좌우로 간격이 있고, 배들의 모양과 위치도 달라졌다.

어느덧 400여 개의 계단을 지그재그로 밟아 전망대 위에 섰다. 두 볼이 벌겋게 달아올라 열이 났다. 우리의 팔각정 같은 정자가 그늘을 만들어주었지만 바람 한 점 없어 더운 건 마찬가지였다. 옷이 거의 젖어있는 상태라 말리려고 애쓸 필요도 없었다. 사방을 내려다보며 동영상을 찍으려고 했지만 주변나무들이 무성하고, 키가 커서 별로였다. 하롱베이 관광사무소에서 티톱 섬전망대를 찾는 관광객들을 위해 적당한 높이로 베어야겠다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한 것 같았다. 돌아가며 풍경을 사진기에 담았다. 정자천정도 찍었다. 남자 셋을 폰으로 찍을 때 어느새 찍었는지 전망대소속사진사가 재빨리 현상해놓은 사진이 보였다. 우리부부를 제부가 찍었을 때의 사진도 있어 한 장에 1달러인 사진을 두 장에 천원주고 받았다. 기념사진 몇 컷을 찍었다.

“좀 전에 90세 남자어르신이 올라오셨다가 내려가셨다네.”

“90세요? 와! 기력 참 좋으시네! 우리도 힘들어서 헐떡거리며 겨우 올라왔는데.”

한발, 한발 조심조심하여 계단을 밟았다. 하산할 땐 10분도 안 걸린 것 같았다.

‘행여 사고라도 날까?’ 언제 어디서 날지 모르는 물놀이사고에 대비하여 남자 둘이 지키고 있는 전망대와 끼리끼리 휴식을 취하고 있는 그늘을 지났다. 고운 모래가 발바닥을 간지럽게 했다. 보아도 또 보아도 마냥 여유로운 해변풍경이었다. 어른들은 편안해서 좋고, 어린이들은 즐거워서 좋았다. 배부르면 물에 나가 놀고, 배고프면 물에서 나와 먹고. 욕심 없는 지상천국이 따로 없었다.

키세스 초콜릿모양의 귀여운 미니 섬, 하롱베이에서 가장 유명한 섬, 하롱베이를 찾는 관광객이라면 필히 들러봐야 할 섬, 힘들어도 꼭 올라가야하는 섬, 두 발과 두 손으로 기다시피 올라가면 힘들었던 만큼 보람을 만끽할 수 있는 섬, 하롱베이 풍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섬, 자연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믿을 수 없는 섬, 신이 오랜 계획 끝에 작정하여 하나하나 꼼꼼하게 빚어 제자리에 놓아 스스로 흡족했을 섬 - 티톱 섬이여, 안녕!

 

 

 

 

 

 

바다에서 대기하고 있던 전용선이 선착장가까이 대자 쉽게 올라섰다. 우측여객선은 남학생들이 단체로 탔는지 하선에 앞서 선실에서 팬티를 벗은 채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있었다. 선체나무외벽에 여기저기 많이 얽힌 자국이 남아있어 애처롭게 느꼈다.

찌개와 반찬으로 식사할 밥상이 차려져있었다. 늦은 점심인데도 횟감을 골고루 맛본 때문인지 별로 배가 고프지 않았다. 하지만 전신마사지를 받은 후 저녁식사를 늦게 한다고 하여 조금씩 골고루 덜어 맛볼 정도로만 식사했다. 모두들 식사가 당기지 않는다면서 밥과 반찬을 남겼다.

“개운하게 커피 마시고 싶은데, 호텔에서 갖고 온 사람 없지?”

“이럴 줄 알았으면 숙소에서 서비스로 주는 커피를 갖고 나올걸. 보온병이 있으니까 뜨거운 물을 끓여서 담아오면 되는데.”

“베트남에 왔으니까 난 커피나 많이 사가지고 가야겠다. 정말 구수하고 맛있어. 탈도 안 나고. 무엇보다도 끓일 때마다 그 향이 집안에 오랫동안 풍겨서 더 좋더라. 그 이름이 카페인도 없고, 사탕수수로 단맛을 낸다는 다람쥐커피라며?

여직원에게 부탁하여 한잔에 천 원씩, 냉커피 두 잔을 주문하여 나눠마셨다.

“아, 떡본 김에 제사지낸다고 수저 있을 때 안구 운동해야지.”

세무사님이 수저를 큰 원으로 돌리며 눈동자 돌리는 운동을 하셨다. 제부가 옆에서 따라한다며 수저를 돌리기 시작했다.

“자기야, 머리는 왜 돌려? 눈동자만 돌려야지. 하하하”

“한번 직접 해봐. 마음대로 안 돼. 허허허”

식탁을 깨끗이 정리하는 동안 선상, 선실로 옮기며 하롱베이 바다구경과 잡담으로 시간을 보냈다.

“사진 찍는 여자나 액세서리 파는 여자도 이 배 선장에게 돈을 주고 타는 겁니다. 돈 벌라며 그냥 안 태워줘요.”

액세서리 파는 직원이 나무로 짠 판을 열어 장사를 시작했다.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흔한 목걸이, 팔찌, 반지 등 언뜻 보니 특별한 것이 없어 아예 관심도 두지 않았다. 한국의 길거리좌판상인들로부터 얼마든지 구입할 수 있는 싼 물건들이었다.

“저런 물건들은 열 개, 백 개 있어야 이젠 짐만 돼. 우리나이는 있는 것들도 정리해야할 나이야. 그리고 난 원체 액세서리를 좋아하지 않으니까 특별한 외출 때만 제외하고, 잘 안 해.”

다른 테이블에서 팔찌와 목걸이 몇 개를 팔아주는 것 같았다.

혼자 선상으로 올라가 하롱베이 바다를 감상했다. 보면 볼수록 천하절경이 따로 없었다. 봐도, 봐도 끝없는 수많은 섬들을 바라보아도 지겨움이 없었다. 평화의 극치였다. 화장실까지 갖춘 유람선 위에서 약6시간정도 경치를 관람하며 식사도 할 수 있으니 시간도 절약되면서 매우 편리했다. 중간 중간 쾌속정과 목선, 티톱 섬, 천궁동굴관광으로 양념도 넣어주니 성격이 호탕하여 세속의 생활에 매이지 않고, 자유분방한 상상력으로 시를 읊었다는 중국 당나라시인 이태백이나 절세미인에 총명하여 당나라 현종(玄宗)의 마음을 사로잡아 비(妃)로서 황후이상의 권세를 누렸다는 양귀비도 부럽지 않았다.

하롱베이 선착장이 가까워지자 선실로 내려와 베트남전통모자, 농 등 짐을 챙겼다.

“이 어깨가방은 무엇보다도 소중해. 지금까지 찍은 사진과 동영상들이 모두 간직되어있으니까. 예전에 찍었던 베트남여행사진들을 컴퓨터화면으로 옮겨놓았는데 윤덕이가 뭘 하다가 다 없어졌어. 여행 일정이 그때와 달라 사진들도 다르지만 오늘 본 하롱베이 풍경이 있으니 그것으로 만족해야지. 후후후”

 

전용버스탑승 후 시계를 보니 4시였다. 농 모자안팎을 찍어 내 것을 확인해두었다.

“5분쯤 이동 후 재래시장에 도착하십니다. 베트남의 재래시장에서는 덤이라는 게 없습니다. 구입하기 전에 맛보라며 권할 때 먹어도 되지만 일단 계산할 때나 후에 덤이라며 얹어주지 않아요. 지난번 어느 한국관광객이 계산한 후 덤을 더 안 주느냐며 망고 두 개를 집어넣었다가 손등을 세게 얻어맞은 적 있어요. 제가 미리 차안에서 설명을 하고, 주의를 드렸는데 한국에서의 버릇이 나왔나, 한국으로 착각하셨나, 내 설명을 못 들으셨나, 아니면 내 주의를 무시하셨나, 아니면 내 설명이 맞는지 틀리는지 실험해보려고 실제행동으로 옮기셨는지 아무튼 그런 일이 일어났어도 왜 때렸느냐며 항의할 수가 없습니다. 절대 계산 후에 덤으로 더 달라는 말 안 하기, 잘 아셨죠?”

“네~!”

“베트남에서는 저울에 달아 무게로 과일을 판매하니까 저울을 속이나, 안속이나 그런 점만 확인하세요!”

버스에서 내려 흙먼지 일어나는 재래시장으로 걸어갔다. 우리는 마스크를 했어도 인상을 찡그리게 되는데 온종일 포장되지 않는 흙 길가에 앉아 장사하는 장사들은 호흡할 때마다 얼마나 많은 흙먼지들을 들이마실까? 진열해놓은 과일들 위에 흙가루가 덮어 있었다. 재래시장답게 집에서 농사지은 곡식, 말린 해산물을 갖고나와 파는 장사도 있었다. 여기도 오토바이주차장은 필수였다. 자동차주차장을 지나 어둠 컴컴한 곳으로 들어가니 온갖 과일, 커피, 옷, 꽃 등을 파는 넓은 시장이 나타났다. 공장이나 도매시장에서 물건을 떼어와 구매자들에게 파는 곳이다. 생전 처음 보는 과일들이 수북이 쌓여있었다. 우리 팀은 ‘열대과일로 한국에서는 매우 비싼 망고나 실컷 먹고 가자!’라는 의견으로 일치했다. 계선이와 남편이 과일값을 흥정하며 크고, 작은 망고와 두리안을 구입할 동안 나와 제부는 베트남커피를 구입했다. 3각에 천 원 하는 커피 3천 원어치와 3봉에 만원하는 봉지커피를 구입했다.

넓은 개천인지, 좁은 강줄기인지, 2차선도로에서 대기하고 있던 버스에 탔다. 세무사님은 아침운동 후의 실수로 숙소에서 비싼 술값을 지불하게 된 대가로 월남소주6병을 싸게 구입하셨다.

“아까 시장에서 큰 망고보다 작은 망고가 더 맛있다고 하셔서 난 작은 망고만 구입했는데 왜 말씀하신 본인은 큰 망고만 구입하셨습니까?”

“손으로 만져보니까 큰 망고가 말랑말랑하니 잘 익었더라구요. 허허허”

“에이, 망고를 잘못 샀네. 나도 과일 살 때는 작은 것보다 큰 것이 좋다는 줄을 알고 있어서 주로 큰 걸로 구입하는 사람이거든요. 작은 망고가 큰 망고보다 단단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샀더니 완전실패네.”

버스 뒤에서 떠들썩거리자 바로 뒤에 앉은 계선이도 합세했다.

“우리도 처음엔 작은 망고만 구입하려다가 아무래도 큰 망고가 먹을 것도 많고, 더 맛이 좋을 것 같아 두 가지 다 구입했어요. 사실 망고는 씨 빼면 먹을 부분이 뭐가 있어요? 호호호”

약속이나 한 듯 망고를 구입한 모든 팀의 대표들이 한마디씩 했다.

“곧 숙소로 가실 겁니다. 룸에서 샤워하실 분은 하시고, 정리하신 후 5시에 숙소1층 로비에서 만나요.”

 

숙소에 올라가자마자 재빨리 샤워부터 했다. 온종일 땀으로 젖었다, 말랐다, 반복하여 찜찜했던 전신을 깨끗이 닦아내니 개운했다. 마사지 받을 거라 스킨과 로션만 바르고, 어깨가방을 챙긴 후 로비로 내려갔다.

세무사님이 베트남가이드에게 한국말을 가르치고 계셨다. 나도 옆에서 좀 더 쉬운 방법으로 협조했다. ‘안녕하세요? 식사 맛있게 하셨어요? 모이세요. 버스 타세요. 내리세요. 화장실 다녀오세요.’ 등 가이드로서 꼭 필요한 말을 해주면 가이드는 베트남글씨로 적으면서 발음해보도록 했다. 잘 안 되는 부분은 자꾸 반복했다.

“자, 버스 타시죠. 5분도 안 가는데 중국인이 운영하는 오성 급 호텔입니다. 물이 많은 베트남 여러 곳에서 수중인형극을 하는데 우리가 가는 곳이 제일 시설이 훌륭합니다. 공연시간은 50분 정도? 프랑스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구태여 베트남 언어를 못 알아들어도 화면에서 한글로 나와 대충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다 왔습니다!”

‘먼저 왔을 때는 식사 후 야외공연장에서 구경했는데.’ 흰색고급호텔 앞에서 내려 안으로 들어갔다. 화장실이 우리의 90년대만 못해 놀랐다. 어둠침침했지만 에어컨작동으로 시원했다. 물찬 무대가 정면에 있고, 양옆으로 베트남, 영어, 한문, 한글글씨가 나오는 화면이 설치되어 있었다. 왼쪽에는 악단들이 자리할 의자들이 있었다. 둘째 줄에 자리 잡아 앉으니 높은 턱 때문에 잘 보이지 않아 혼자 다섯 째 줄에 앉았다.

오프닝에 앞서 술병과 잔을 든 남녀들이 객석으로 등장, 직접 술을 따라 대접했다. 일행들 중 남자 분들은 50도나 되는 독한 술을 받아 한 모금씩 나눠마셨다. 퇴장하자 전통악기로 연주되는 아름다운 곡이 흘러나오면서 수상인형극이 시작되었다. 물위에서 펼쳐지는 인형극이었다. ‘팔선녀의 춤’이라는 제목으로 공연이 시작되었는데 시간이 짧고, 아기자기 해서 지루하지 않았다. 물소등 위에서 피리 불기 등 물도 내뿜고, 제법 스펙 타클한 전설 같은 인형극이 펼쳐졌다. 물 인형, 봉황 춤 등 열 개 넘는 단막연극이 50분정도 공연되었고, 주제별로 각3~5분 정도 소요되었다. 인형들의 움직임에 맞춰 연주자들이 노래, 대사, 음악 등을 맡은 것이 신기하고, 특이했다. 그런데 처음부터 끝까지 연주자와 노래하는 남녀얼굴이 한 결 같이 무표정이라는 것과 여러 모습의 등장인형들 움직임도 재미있었다. 수상인형극공연에 숨은 배우들이 물위로 나와 인사하는 것으로 공연이 끝났다.

호텔 밖 화단에 심어진 식물생김새가 매우 특이했다. 가이드에게 물어보니 생화인데 이름은 모르겠다고.

 

 

 

 

6시 10분쯤, 호텔을 출발하여 석양을 바라보며 얼마쯤 달렸을까?

“전신마사지 받으러 가실 겁니다. 오늘의 피로를 말끔히 푸실 수 있는, 여행 중 가장 편안한 시간을 보내실 겁니다. 마사지는 시간과 종류에 따라 가격의 차이가 있는데 팁은 1시간이면 3달러, 2시간이면 5달러입니다.”

“우리는 2시간 받기로 했으니까 5달러를 주면 되겠네.”

“에이! 3달러만 주고, 한 시간만 받으시면 안 되겠습니까? 전 도대체 뭘 먹고 살라 하시는 건지. 흐흐흐. 남자 분들은 여성마사지사가, 여자 분들은 남자마사지사가 해줄 겁니다. 혹시 싫어하시는 분 있으시면 미리 말씀해주세요.”

가이드를 따라 2층으로 올라갔다. 흑갈색의 똑같은 제복차림으로 어려보이는 남자들이 사각 통에 따끈한 물을 갖고 와 발을 담그라고 했다. 족욕부터 하니 발의 피로가 풀리면서 전신까지 전해지는 것 같았다. 샤워를 했기 때문에 마사지 받는 기분이 가볍고, 상쾌했다. 발끝부터 시작하여 다리, 허리, 등, 머리끝까지 마사지 받는 동안 눈의 피로를 감소시키기 위해 내내 눈을 감고 있었다. 옆에서 ‘세게, 세게!’ 할 때 나는 ‘아파, 아파!’하여 점점 약하게 해주기를 원했다. 남들은 ‘아휴! 시원해! 좋아하는데 나는 시원함보다 통증을 참느라 입을 악다물며 참느라 애먹었다. 한 시간이 넘으니 지겹다는 생각이 들어 ‘이제 그만 받았으면!’ 했는데 혹시 ‘마사지해주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아서?’ 오해할까봐 꾹 참았다. 오래 누워있으니 두통과 요통이 와서 얼른 일어나고 싶었지만 단체행동에서 독단적 행위를 할 수 없어 계속 ‘약하게!’ 하라고 했다. 언뜻 보아 20세도 안 되어 보이는 청소년들 같았는데 결혼하여 애까지 둔 가장도 있었다. 누군가 ‘팁만 받느냐? 월급도 받느냐?’ 물었는데 무슨 질문인지 알아듣지 못해 원하는 답을 듣지 못했다.

“그저 웃고 맙시다!”

팁을 주고, 시원함과 통증을 함께 느끼며 1층으로 내려갔다. 앞서 나온 남자 분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직원들이 권하는 주스를 마시니 모든 내장이 시원했다.

“우리도 남자애들한테 받을 걸 그랬나봐. 조물조물 주무르기만 하니 조금도 시원하지 않더라고. 팁만 아깝더라.”

웬만하면 불평불만을 토하지 않는 남편이 일부러? 아니면 정말 부족함 때문인지 마사지 받은 효과가 없다며 계속 불만을 토했다.

“6시 반부터 8시 반까지 두 시간을 받으니 나중엔 몸이 뒤틀리면서 머리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더라고. 앞으로 마사지 받을 기회가 있다면 딱 한 시간만 받을 거야.”

“그렇습니다. 마사지효과는 길게 받는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게 아닙니다. 한 시간만 받는 게 좋습니다. 자, 저녁식사 하셔야지요?”

 

베트남시계가 8시 반을 가리키고 있는 밖은 컴컴했다.

얼마 안가 식당에 도착했다. 말 춤을 추며 세계를 떠들썩거리게 했던 가수 싸이의 광고지가 붙은 하롱가든으로 들어갔다. 부드러운 삼겹살과 싱싱한 상추가 곁들인 식탁이 차려져 있었다. 베트남 술, 렘 모이(7불)를 주문하여 남자 분들은 맛있는 석식을 즐겼다. 하지만 우측에 앉은 다른 일행의 여자가 무척 시장했는지 고기가 익기도 전에 집어가는 바람에 삼겹살 석 점만 겨우 먹었다. 하는 수 없이 연두색의 보드라운 상추를 주문하여 쌈장을 찍어 배를 채웠다. 가이드를 불러 술잔을 권하면서 계선이가 삼겹살안주도 먹여주었다.

“베트남에서는 맥주(2불)보다 소주(7불)값이 더 비싸네요.”

식당 밖으로 나오니 하롱베이 관광전용여객선에서 관광객이 원하든, 원하지 아니하든, 온종일 사진기를 들이대며 열심히 셔터를 누른 전용사진사가 현상한 사진들을 갖고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단체사진 서비스. 한 장에 1달러, 천원!”

여객선에서 찍은 사진들은 다 사진기에 담겨있는 컷들이라 천궁동굴에서 찍은 사진만 찾고 싶었지만 ‘먹고 살기 위해 자존심 다 버리고, 온종일 애썼는데....... 찾지 않으면 모두 쓰레기통으로 버려질 것들인데....... 돈 천원 아끼자고 베트남여자사진사에게 한국국민들의 나쁜 인상을 남겨줄 수 있나?’ 만2천원을 지불하고, 16장 모두 찾았다.

 

숙소로 들어가 재래시장에서 구입한 망고와 두리안을 맛보기위해 모임을 가졌다.

“각방에서 의자 두 개씩 갖고 오세요!”

“피곤하니 오늘은 과일만 먹고, 술은 하지 맙시다!”

남편과 제부가 자리를 세팅할 동안 비행기에서 챙긴 나이프로 망고껍질 벗기는 계선이와 내 모습을 보다 못한 세무사님이 로비로 내려가셔서 과도를 빌려오셨다.

인터넷으로 두리안에 대해 알아보았다.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타이남부 등 동남아시아가 원산지인 두리안은 아욱과의 상록교목과 열매. 긴 타원형 잎 끝이 뾰족하고, 밑은 둥글며 꽃은 황록색. 나무 생김새는 느릅나무와 비슷하며 열매는 둥그렇고, 지름이 20~40㎝정도. 껍질빛깔은 녹색에서 갈색, 속살은 노르스름한 흰색에서 붉은색에 이르기까지 종에 따라 다양. 열매겉껍질은 단단하고 거친 가시로 덮였으며 안은 5개의 타원형 방으로 나누어졌는데 방마다 크림 빛이 도는 커스터드와 같은 과육으로 가득 차 있다. 그 열매 살 안에는 밤 만 한 씨가 1~5개씩. 커스터드와 비슷한 속은 식용으로 이용하며 매우 강한 향. 향기롭게, 강렬하고 불쾌하게 생각. 열매 씨는 삶거나, 말리거나, 튀기거나, 구워서. 특징은 유일무이한 향, 수많은 가시로 뒤덮인 껍질. 무게는 보통1~5킬로그램 정도. 과육은 먹을 수 있고, 씨는 구워서 먹는데 끈적끈적하고, 부드러운 것이 진미. 잘 익은 열매는 많은 동물들이 먹는다. 부드럽고 달콤한 맛을 지니는 동시에 림버거 치즈와 비슷한 코를 찌르는 냄새가 난다. 이름은 말레이시아어로 가시를 뜻하는 두리에서 명함.

 

처음 대하는 두리안 맛에 실망이 컸다. 달지도, 쓰지도 않은,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찝찝한 맛에 절로 인상이 써졌다. 씹는 느낌은 부드러워서 좋았는데 맛은 영 아니다.

“어떤 사람은 이 두리안이 과일 중의 최고여왕이라고 하던데 그 이유를 모르겠네?”

“기대가 컸던 만큼 불쾌감도 크네요.”

“두리안 향은 몇 야드 떨어진 곳에서도 맡을 수 있어서 동남아시아의 호텔이나 지하철, 공항, 대중교통 등에서는 반입금지한대요.”

“난 지금부터 열대과일의 최고여왕은 망고다! 하하하”

“내일아침엔 가방을 챙겨야하니까 식사를 오늘처럼 일찍 해야겠네요.”

“어쩌면 생애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하롱베이에서의 마지막 밤이네요.”

“일정이 좀 더 여유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 깨끗한 수영장도 있는데.”

2박했지만 호텔에서의 시간이 짧아 아쉬웠다.

갖고 온 의자를 어깨와 머리 위에 올린 채 방을 나서는 세무사님과 남편의 뒷모습이 얼마나 우습던지 눈물까지 나왔다.

 

 

 

 

 

 

출처 : 해피인이계옥
글쓴이 : 이계옥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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