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씨 심적의 변[佛氏心跡之辨]
마음이라는 것은 한 몸 가운데의 주(主)가 되는 것이요, 적(跡)이라는 것은 마음이 일에 응하고 물에 접(接)하는 위에 발하여 나타난 것이다. 그러므로 ‘이 마음이 있으면 반드시 이 적(跡)이 있다.’고 하였으니 가히 둘로 나눌 수 없는 것이다.
대개 사단(四端)이나 오전(五典)이나 만사(萬事)ㆍ만물의 이(理)는 혼연(渾然)히 이 마음 가운데에 갖추어져 있는지라, 그 사물이 옴에 있어 변함이 한결같지 않으나 이 마음의 이(理)는 느낌에 따라 응하여 각각 마땅한 바가 있어 어지럽힐 수가 없는 것이다. 어린 아이가 우물로 기어들어 가는 것을 보면 세상 사람들이 모두 깜짝 놀라 어쩌나 하고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가지기 마련이니, 이는 그 마음에 인(仁)의 성(性)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 어린 아이를 볼 때 밖으로 발하는 것은 바로 측연(惻然)한 것인데 마음과 적(跡)이 과연 둘이겠는가? 수오(羞惡)니 사양(辭讓)이니 시비(是非)니 하는 것도 모두 이와 마찬가지다.
다음으로 내 몸에 접하는 바에 비추어 보자. 아버지를 보면 효도할 것을 생각하고, 아들을 보면 사랑할 것을 생각하고, 임금을 섬김에는 충성으로 하고, 신하를 부림에는 예(禮)로써 하고, 벗을 사귐에는 신(信)으로 하는 것, 이런 것은 누가 그렇게 시켜서 하는 것일까? 그 마음에는 인의예지(仁義禮智)의 성(性)이 있기 때문에 밖으로 발하는 것이 또한 이와 같으니, 이른바 체(體)와 용(用)이 한 근원이요, 현(顯)과 미(微)에 사이가 없다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저들의 학(學)은 그 마음을 취하나 그 적(跡)을 취하지 않고, 표방하여 말하기를,
“문수(文殊) 보살[大聖]이 술집에서 놀았는데, 그 행적은 비록 그르나 그 마음은 옳다.”
고 하는가 하면, 그들에게는 이런 유(類)의 것이 매우 많으니, 이는 마음과 행적이 판이(判異)한 것이 아니냐?
정자(程子)는 말하기를,
“불씨의 학에는 경으로 안을 곧게 함[敬以直內]은 있으나, 의로써 밖을 방정케 함[義以方外]은 있지 않다. 그러므로 막히어 고루(固陋)한 자는 고고(枯槁)한 데로 들어가고, 소통(疏通)한 자는 방자(放恣)한 데로 돌아가니, 이것은 불씨의 교(敎)가 좁은 까닭이다.”
하였다.
그러나 의로써 밖을 방정케 함이 없으면 그 안을 곧게 한다는 것도 결국은 옳지 않은 것이다.
왕통(王通)이란 사람은 유학자(儒學者)이면서도 또한 말하기를,
“마음과 적(跡)은 판이한 것이다.”
하였으니, 불씨의 설에 미혹된 무지한 자다. 그러므로 여기에 아울러 언급해 둔다.
佛氏心跡之辨
心者。主乎一身之中。而跡者。心之發於應事接物之上者也。故曰。有是心。必有是跡。不可判而爲二也。蓋四端五典萬事萬物之理。渾然具於此心之中。其於事物之來。不一其變。而此心之理。隨感而應。各有攸當而不可亂也。人見孺子匍匐入井。便有怵愓惻隱之心。是其心有仁之性。故其見孺子也。發於外者便惻然。心與跡。果有二乎。曰羞惡曰辭讓曰是非。莫不皆然。次而及於身之所接。見父則思孝焉。見子則思慈焉。至於事君以忠。使臣以禮。交友以信。是孰使之然耶。以其心有仁義禮智之性。故發於外者亦如此。所謂體用一源。顯微無間者也。彼之學。取其心不取其跡。乃曰文殊大聖。遊諸酒肆。跡雖非而心則是也。他如此類者甚多。非心跡之判歟。程子曰。佛氏之學。於敬以直內則有之矣。義以方外則未之有也。故滯固者入於枯槁。疏通者歸於恣肆。此佛之敎所以隘也。然無義以方外。其直內者。要之亦不是也。王通。儒者也。亦曰。心跡判矣。蓋惑於佛氏之說而不知者也。故幷論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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