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정도전 三峯集

497)정도전 삼봉집 제14권 조선경국전 하(朝鮮經國典 下) /공전(工典) /총서(總序)

이름없는풀뿌리 2018. 1. 28. 05:45

총서(總序)

 

육관(六官 육전(六典))의 종목 가운데에서 이 공전(工典)도 그 하나를 차지한다. ‘그 하나[一焉]’가 어떤 본에는 ‘그 하나[其一]’로 되어 있다. 《서경》 우서 고요모에,

 

“백공(百工)이 때를 맞추어 일을 한다.”

라 하고, 또 주서 여오(旅獒)에,

 

“무익한 것을 만듦으로써 유익한 것을 해치지 아니한다.”

고 하였다. 국가를 다스리는 사람은 경비를 절약하여 백성을 사랑하지 아니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백공의 일은 검박함을 숭상하고 사치함을 경계해야 한다.

만약 나라의 재정을 절약하지 않으면 헛되이 소비하여 결국은 나라의 재정이 탕갈되는 지경에 이르게 될 것이고, 민력을 존중하지 않으면 부역이 수고로워서 결국은 민력이 꺾이게 될 것이다. 재정과 민력이 탕갈되고도 국가가 위태롭지 않는 경우는 없다. 옛날의 역사를 상고해 보아도 치란과 존망이 이로 말미암지 않은 것이 없었다. 어찌 삼가지 않을 것인가!

이런 까닭에 《춘추》에서는 무릇 백성을 부리는 일이 있으면 반드시 기록하였으니, 토목 공사를 제때에 하지 않고 의(義)를 해치면 진실로 죄가 되는 것이다. 비록 제때에 하고 의에 맞게 하였더라도 또한 기록하였으니, 백성을 노동시키는 것은 중대한 일이라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인군이 이러한 의(義)를 안다면 민력을 이용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무릇 공사는 한 가지뿐이 아니다. 하나하나 열거해 보겠다. 궁원(宮苑)이란 조정을 높이고 명분을 바루기 위한 것이며, 관부(官府)란 모든 관리들을 거처시켜 직무를 수행하게 하기 위한 곳이며, 창고(倉庫)란 공부(貢賦)를 납입시켜 저장을 신중히 해두기 위한 것이며, 성곽(城郭)이란 외적을 방어하여 예측하지 못할 변란을 대비하기 위한 것이며, 종묘(宗廟)란 조상을 제사하기 위한 것이며, 교량(橋梁)이란 하천과 육지를 통하여 왕래를 편리하게 하기 위한 것이며, 병기(兵器)란 간사한 도적을 방비하여 왕실을 호위하기 위한 것이며, 노부(鹵簿)란 금위(禁衛)를 엄하게 하고 의위(儀衛)를 빛나게 하기 위한 것이다. 어떤 본에는 ‘소이(所以)’라는 두 글자가 없다.

그 밖에 금공(金工)ㆍ옥공(玉工)ㆍ목공(木工)ㆍ석공(石工)ㆍ전식공(塼埴工)ㆍ사시공(絲枲工)ㆍ공피공(攻皮工)ㆍ전계공(氈罽工)ㆍ화소공(畫塑工) 등이 있다.

전조의 말기에는 비용 지출에 절제가 없고 백성을 부릴 적에는 때를 가리지 않아서, 백성들이 원망하고 하늘이 분노하여 스스로 멸망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던 것이다.

우리 전하는 천성이 근검하여 무릇 토목 공사를 일으킬 적에는 반드시 부득이한 경우에 한해서 하였고, 백성들을 부릴 경우에는 모두 농한기를 이용하였다. 그러므로 백공이 잘 다스려지고 여러 공적이 모두 빛나게 되었으니, 비용을 절약하여 백성을 사랑하는 아름다운 뜻은 옛날 시대를 뛰어넘음이 만 배나 된다. 이것을 편에 적어서 후세 사람들에게 보여 주어야 하겠다. 공전(工典)을 짓는다.

 

 

工典

 

 

摠序

六官之目。工居一焉。一焉。一本作其一。 書曰。百工惟時。又曰。不作無益害有益。爲國家者。不可不節用而愛民。故百工之事。當崇儉朴而戒奢縱也。夫不節國用。則妄費而至於財殫。不重民力。則勞役而至於力屈。財力竭而國家不危者。未之有也。若稽古昔。治亂存亡。靡不由此。可不愼哉。是以春秋。凡用民必書。其所興作。不時害義。固爲罪矣。雖時且義亦書。見勞民爲重事也。人君而知此義。則知愼重於用民力矣。凡工之事非一。請枚擧而言之。曰宮苑。所以尊朝廷而正名分也。曰官府。所以處百僚而供其職也。曰倉庫。所以納貢賦而愼蓋藏也。曰城郭。所以禦外侮而備不虞也。曰宗廟。所以祀祖宗也。曰橋梁。所以通川陸而利往來也。曰兵器。所以備姦寇而衛王室也。日鹵簿。所以 一本無所以二字 嚴禁衛而昭文章也。其他金工玉工木工石工塼埴之工。絲枲之工。攻皮之工。氈之工。畫塑之工。各有其屬。前朝之季。用度無節。使民不以其時。民怨天怒。自底滅亡。惟我殿下天性勤儉。凡所興作。必不得已然後爲之。而其使民皆於農隙。故百工久釐。庶績咸煕。其節用愛民之美意。度越古昔萬萬矣。宜著于篇。以示後來。作工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