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남아프리카공화국 연구팀이 인류의 조상으로 알려진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서 현생인류가 어떻게 진화했는지 보여주는 새로운 화석(오스트랄로피테쿠스 세디바)을 발견했다고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과연 인류는 어떻게 진화했을까. 국내 전문가인 박선주 충북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와 임종덕 문화재청 천연기념물센터 학예연구관이 함께 선정한 21세기에 발굴된 5대 인류 화석을 통해 인류 진화의 미스터리를 살펴본다.
■ 투마이 - 700만 년 전 인류의 가장 오래된 조상
미셸 브뤼네 프랑스 푸아티에대 고생물학과 교수가2002년 7월 과학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한 인류의 가장 오래된 조상 화석. 연구팀은 아프리카 차드 북부 두라브 사막에서 원형이 거의 보존된 두개골과 아래턱, 치아 화석을 찾아내 ‘투마이’란 이름을 붙였다. 현지어로 ‘삶의 희망’이란 뜻이다. 그해 최고의 과학적 발견으로 꼽혔다. 투마이는 700만 년 전에 살았던 인류의 조상이다. 학자들은 600만∼800만 년 전 고릴라와 침팬지 등 다른 유인원과 인간이 공통 조상에서 갈라져 나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투마이는 이 시기에 살았던 인류의 조상인 셈이다. 박 교수는 인류의 조상은 아프리카 동쪽에 모여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비교적 서쪽에서 투마이가 발견되면서 인류가 훨씬 더 넓은 지역에서 살았던 것으로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 투마아이르디 - 440만 년 전 인류-침팬지 중간모습
일명 ‘아르디’로 불리는 ‘아르디피테쿠스 라미두스’는 440만 년 전 아프리카 밀림 지대에 살았던 인류의 조상으로 추정된다. 1992년 에티오피아에서 뼛조각이 처음 발견됐으며 2009년 10월 사이언스에 전신 모습을 복원한 모습이 공개됐다. 한때 가장 오래된 인류의 조상으로 알려졌던 300만 년 전의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일명 루시)와 투마이 사이에 있는 화석이다. 키 1.2m에 몸무게는 54kg이다. 아르디는 유인원과 사람의 특징을 모두 갖고 있다. 손은 멸종된 원숭이와 비슷하지만 강한 엄지와 유연한 손가락은 물건을 세게 쥘 수 있다. 두 발로 직립보행을 하지만 팔이 길어 나무를 쉽게 오를 수 있다. 아르디 복원연구를 주도했던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팀 화이트 교수는 아르디는 인간도, 침팬지도 아니라며 인류와 침팬지의 공통 조상에서 갈라져 나온 인류가 초기에 어떻게 진화했는지 보여주는 타임캡슐이라고 말했다.
■ 세이디바 - 180만 년 전 원인-인류의 진화고리
고인류학자인 리 버거 남아프리카공화국 비트바테르스란트대 교수가 2008년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서북쪽에서 발굴해 9일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10∼11세 소년의 해골 및 유골과 30대 여성의 유골이 포함돼 있다. 세디바는 남아공 원주민 말로 ‘원천’이라는 뜻. 약 178만∼195만 년 전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며 서서 걸어 다니지만 긴 팔과 작은 발로 나무를 잘 탔을 것으로 보인다. 세디바는 인류의 오래된 조상으로 불리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서 현생인류가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 밝힐 ‘잃어버린 고리’로 주목받고 있다. 세디바가 살았던 시기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서 ‘호모’로 진화하는 갈림길이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세디바가 중간 단계의 화석인지, 인류와 함께 공존했던 다른 계통의 인류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면서 앞으로 발굴될 새로운 화석들이 인류 진화의 비밀을 풀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 투마이이달투 - 16만 년 전 현생인류의 가장 오래된 조상
현재 지구에 살고 있는 인류를 현생인류라고 한다. 인류의 조상은 다양한 진화를 거쳐 20만 년 전 동아
프리카에서 태어났고 이들이 세계 각 지역으로 이동하며 현재 인류가 됐다. 현생인류의 가장 오래된 화석이 바로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팀 화이트 교수팀이 에티오피아 아파르 지역 강가에서 발견한 16만 년 전 인류의 화석 ‘이달투’다. 발굴은 1997년 했지만 복원해서 발표한 것은 2003년이다. 현생인류의 기원으로는 아프리카에서 처음 태어난 뒤 세계로 퍼졌다는 아프리카 기원설과 세계 각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등장했다는 ‘다지역 기원설’ 등 두 가지 설이 있다. 이달투 화석은 현생인류의 ‘아프리카 기원설’을 입증하는 결정적인 증거로 간주되고 있다. 유전자 조사 등으로 아프리카 기원설이 힘을 얻었지만 이 화석이 발견되면서 현재로서는 가장 유력한 학설로 인정받고 있다. 박 교수는 이 화석은 해부학적인 아담으로 인류의 몸이 완성된 셈이라며 정신적인 아담은 5만 년 전 동아프리카에서 나왔다고 밝혔다.
■ 투마플이로레시엔시스 - 1만8000년 전에 살았던 난쟁이 인류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호빗족이 정말 지구에 살았을까. 호주·인도네시아 연구팀은 2003년 인도네
시아 자바 섬 동쪽에 있는 플로레스 섬 동굴에서 약 1만8000년 전에 살았던 새로운 인류의 화석을 발견해 이듬해 네이처에 발표했다. ‘호모 플로레시엔시스’란 이름이 붙은 이 여성 화석은 키가 1m, 몸무게가 30kg에 불과하고 뇌용량도 현생인류의 30%인 380cc에 지나지 않았다. 뇌의 크기는 침팬지에 불과했지만 정교한 석기를 사용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학계에 충격을 주었다. 이 인류는 자원이 부족한 섬의 환경에 맞춰 진화하며 몸이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호모 플로레시엔시스의 정체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지난해 미국 스토니브루크대 윌리엄 융거스 교수는 오래전부터 우리와 다른 진화의 길을 밟아온 현생인류와 다른 종이라고 주장했지만 영국 런던자연사박물관 엘리너 웨스턴 박사는 인류의 사촌이 섬에 맞춰 진화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화석전문가인 임 연구관은 다른 유골이 발견돼야 현생인류와의 관계를 좀 더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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