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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북한부동산개발방법 / 부동산거래방법 / 북한의건축물 / 평양상류층의생활실태

이름없는풀뿌리 2018. 6. 30. 02:58

[주성하 기자의 서울과 평양사이]평양 여명거리와 김정은의 정경유착

주성하기자 입력 2017-08-03 03:00수정 2017-08-03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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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완공을 앞두고 평양 여명거리를 돌아보는 김정은. 그 뒤에서 웃고 있는 북한 권력자들은 이런 신도시 개발의 최대 수혜자들이기도 하다. 동아일보 DB



오늘 칼럼엔 김정은 체제를 이해하는 핵심 포인트가 담겨 있다. 사상 최강의 대북 제재 와중인 올해 4월 김정은이 평양에 호화로운 여명거리를 준공했을 때 북한 연구자들은 수수께끼에 직면했다. 재작년 11월 호화 미래과학자거리가 건설됐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김정은이 호화거리를 지을 막대한 돈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대북 제재는 정말 북한의 주장대로 무용한 것 아닐까.”

하지만 이 칼럼을 읽고 나면, 이런 거리 건설에 김정은은 1원도 쓰지 않았으며 다른 호화거리 건설이 또 시작될 것임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평양 ‘건설주’들의 활약을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건설주는 아파트를 지어 파는 부동산 개발업자를 부르는 말이다. 

어느 요지에 아파트 몇 동을 짓기 위해 건설주는 우선 투자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은행이 유명무실해 담보 대출 같은 것은 없다. 북한 고위 권력층이 저축한 뇌물 자금과 무역으로 벌어들인 ‘돈주’의 달러를 끌어내야 한다. 어느 레벨의 권력과 돈주를 끼우는지가 곧 건설주의 능력이다. 중앙당 조직지도부 고위간부 정도를 끼우면 최상위 건설주에 속한다. 권력층 역시 돈을 불리기 위해 건설주라는 하수인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물론 권력층은 직접 나서는 대신 아내나 자녀를 대신 내세운다.

투자금을 약속받으면 건축허가를 받기 위해 내각 국토성, 인민위원회 등 7∼9개 부서의 승인 도장을 받아야 하는데, 매번 투자한 권력자의 힘을 이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최소 수만 달러의 뇌물도 써야 한다. 

이후 인력은 건설기업이나 군 건설부대에 아파트 몇 채를 주기로 하고 끌어오고 건축자재는 돈만 있으면 얼마든지 살 수 있다. 요즘 짓는 아파트는 180m²(약 55평) 이상 대형평수가 대세인데, 보통 20층 이상에 초고속 엘리베이터가 2대 이상 설치된다. 입주자들에게 매달 돈을 거둬 24시간 전기 공급도 가능하다. 이 돈을 배전소와 발전소에 배급 및 석탄구입비 명목으로 주고 전기공급 우선권을 받는다. 이는 전력 생산 같은 국가 기간산업까지 개인들이 떠받치고 있다는 뜻이다.

아파트가 완공되면 투자금과 기여도에 비례해 이익을 나눈다. 여기서 주목되는 점은 건설 기획 단계에선 최종 분양가의 10분의 1만 투자해도 아파트 한 채를 받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평양에 존재하는 ‘강자의 룰’이다. 권력 없는 돈주처럼 ‘송사리’들은 정보를 알아도 초기 분양에 참여할 수도 없고, 중간 단계에서나 분양가 절반 이상을 투자하고 낄 수 있다. 

약삭빠른 건설주는 무조건 잡아야 할 권력층에 약속한 것 이상을 보상한다. 가령 이익을 절반씩 나누기로 약속해도 다 지은 뒤에는 간부 아내에게 6할을 주며 정말 고맙다고 머리를 조아린다. 그러면 권력층의 눈에 들어 돈을 재투자받을 수 있다.

북한의 대다수 아파트 건설은 이런 식이다. 큰돈이 있다면 누구나 부동산 개발에 뛰어들려고 하지 절대 자식에게도 빌려주지 않는다. 민사법도 제대로 없어 북한에선 “빌려준 돈 찾는 것은 나라 찾기 다음으로 힘들다”란 말이 있다. “돈 빌린 사람은 노력영웅이고, 빌려준 돈 받은 사람은 공화국영웅”이란 말도 있다.

이런 메커니즘이 이해됐다면 김정은이 호화판 거리를 세우는 방식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뒤봐주는 권력층 자리에 김정은을 갈아 끼우면 된다.

김정은이 나서서 어떤 목 좋은 자리를 둘러보고 신도시를 세우라고 지시한다. 이 지시 하나로 승인 도장이 필요 없는 엄청난 부지와 건설 인력이 확보되며 철거 저항도 사라진다. 그 다음부턴 구획을 떼어 갖기 위한 보위성, 무역성 등 권력기관의 암투가 벌어진다. 공공건물도 지어야 좋은 구획이 차려진다. 이후 기관은 투자금을 모으는데, 이때 하수인을 내세워 세탁된 권력자의 돈이 대거 유입된다. 김정은이 지시한 공사판은 빠른 완공이 확실해 위험 부담도 매우 적다. 

거리가 완공되면 김정은이 나타나 교수나 예술인 등 자기가 생색 낼 수 있는 수혜 계층을 지목한다. 자기 몫은 확실히 챙기는 것이다. 김정은이 먼저 먹고 나면, 투자자가 달려들어 지분에 따른 분양 파티를 마무리한다. 아파트 한 채가 수십만 달러에 팔려 나간다. 

지금 평양 부동산은 돈과 권력이 황금알을 낳는 거대한 투자판이다. 1970년대 강남 개발의 복제판을 보는 듯하다. 투자처를 찾지 못한 막대한 돈이 부동산에 몰려들어 거품을 만드는 것도 남북이 닮았다.

미래과학자거리와 여명거리로 한몫을 챙긴 평양의 권력층과 이에 유착한 돈주들은 지금 김정은이 다시 개발할 곳을 찍길 손꼽아 기다린다. 김정은에겐 나쁘지 않은 거래다. 제재가 무용하다는 대외 선전은 물론이고 체제 유지에 꼭 필요한 이들과의 공생 관계도 다질 수 있다. 핵미사일 개발로 어떠한 대북 제재가 시작돼도 김정은과 권력자들이 의기투합한 신도시 개발이란 투기판은 계속될 것이다. 탐욕에 들뜬 눈들이 평양에서 번뜩이고 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전문가 "부동산 거래 암묵적 제도화..개혁·개방의 바로미터"
연합뉴스 | 입력 2018.07.04 15:18 | 수정 2018.07.04 15:29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 북한에서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부동산 거래가 보편화하고 가격도 뛴다는 분석이 나왔다. 4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코트라) 상하이 무역관이 작성한 '북한 부동산의 가파른 성장세'라는 제목의 보고서에 따르면 평양, 남포, 개성, 청진, 신의주, 나선 등에서 부동산 시장이 빠르게 형성되고 있다. 이 가운데 평양의 고급별장은 거래가격이 제곱미터(㎡)당 약 8천달러(약 89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중 경협 기대감으로 단둥(丹東)과 맞닿은 신의주도 주택 매매가격이 ㎡당 5천 위안(84만원)으로 단둥과 비슷하다고 이 보고서는 전했다. 또 남포는 ㎡당 3천500∼6천 위안, 개성은 ㎡당 2천300~4천 위안, 청진과 나선은 ㎡당 1천 위안 수준으로 파악됐다.

북한도 부동산 투기(CG) [연합뉴스TV 캡처]
북한도 부동산 투기(CG) [연합뉴스TV 캡처]

사회주의 국가인 북한에서는 주택용 토지와 부동산 재산권 모두 국가에 귀속돼 있으며 북한 당국이 주택을 일괄 건축·보수해 주민들에게 나눠주고, 주민은 원칙상 주택에 대한 사용권만 가지고 있다. 그러나 사용자는 주택을 장기간 무상으로 빌릴 수 있는 사실상 소유주여서 사용권이 거래 대상이 되고 있다. 북한에서 부동산 거래는 바로 사용권을 사고 파는 것이다. 북한 시·군 인민위원회의 도시경영과가 발급하는 '국가주택이용허가증'(입사증)에는 주택을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이 명시돼있지 않으며 주택을 교부받은 후에는 상속도 가능하다.


이에 따라 북한에서 주택 거래는 허가증에 사용자의 이름을 구매자의 이름으로 바꾸는 식으로 이뤄진다. 물론 이 과정에서 각 지역이나 연합기업소의 주택지도원들이 부동산중개인 격으로 나서 허가증 명의 이전을 처리해주고 중개료를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서 돈을 주고 주택 사용권을 넘기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법이지만, 허가증의 명의 변경은 편법일지라도 불법은 아니라고 한다. 정은이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현재 북한에서 부동산 거래는 불법도 아니고 합법도 아닌 회색 지대"라면서 "김정은 정권은 북한의 부동산 시장을 암묵적으로 제도화했다"고 설명했다.


정 부연구위원은 "북한의 부동산 거래 활성화는 개혁·개방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코트라 보고서도 "북한에서 부동산 매입이 점차 보편화하고 있다"며 "평양에서 부동산 거래는 달러로, 중국 접경지역은 인민폐(위안화)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개혁·개방이 조금씩 이뤄짐에 따라 부동산 산업이 크게 발전할 것"이라며 "단기간에 부동산산업의 시장화 조치가 이뤄지지는 않겠으나 상업용 토지나 여행객을 위한 비즈니스 아파트 등의 개발이 가속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에서는 1980년대 중반부터 주택난이 심각해졌고, 1990년대 이후에는 국가로부터 주택을 배정받는 일 자체가 '하늘의 별 따기'처럼 되면서 부동산 거래가 활성화하기 시작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2014년 진행한 탈북자 설문조사에서는 돈을 주고 주택을 산 경우가 66.9%로, 국가에서 집을 배정받은 경우(14.3%)의 4.7배에 달했다.





장대-화려함에 파스텔톤 도배… “체제선전 위한 거대 세트장”
정미경 전문기자 입력 2018-06-30 03:00수정 2018-06-30 03:06    


[토요기획]서방건축가가 본 계획도시 평양의 건축물
북한 평양 지하철 영광역의 내부 모습. 아름답고 화려한 건축으로 유명하다. 세밀하게 조각된 흰색 기둥이 천장을 받치고 있다.
고풍스럽고 웅장한 러시아 모스크바 지하철역에서 영감을 얻어 1987년 지어졌다. 사진 출처 가디언 홈페이지

“여기가 두바이야, 플로리다야.” 
북한 평양 문수대 실내외 물놀이장을 찾은 영국 건축가 올리버 웨인라이트 씨는 입이 딱 벌어졌다. 반짝반짝 빛나는 크리스털 천장, 인공바위에 부딪혀 하얗게 일어나는 물보라들, 형형색색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며 깔깔거리며 웃는 아이들,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스마트폰으로 사진 찍는 관람객들…. 그가 상상해 온 북한의 모습이 아니었다. 세계 어디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관광대국이 될 날이 머지않은 것처럼 보였다.

이 동화 같은 정경에 푹 빠져 있던 그를 확 깨게 하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물놀이장 로비에 떡하니 세워져 있는, 마치 실물 같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밀랍 동상이었다. 북한에서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부자의 동상이나 초상화가 걸려 있지 않은 건물은 없었다. 설사 건축물의 미관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동상과 초상화는 언제나 중심부에 자리 잡고 있었다. 모든 건축물은 경애하는 지도자의 은혜로 지어진 것이니 업적을 기리는 동상을 건물 정면에 두는 것은 북한에서는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 ‘건축의 장인’ 김정은  

영국 가디언과 더타임스에 건축담당 기고를 하는 웨인라이트 씨는 2015년 평양을 방문해 문수대 물놀이장을 비롯해 북한이 자랑하는 건축물들을 둘러봤다. 북한 패키지여행에 참가해 열흘 정도밖에는 평양에 머물지 못했지만 눈썰미가 좋은 그는 건축 전문가적 시각에서 200여 장의 사진을 찍었다. 그의 북한 여행기와 사진들을 모은 책 ‘Inside North Korea(북한 내부에서)’가 22일(현지 시간) 영국에서 출간됐다. 가디언 등에 게재된 저서 요약본에는 건축 전문가의 눈으로 본 북한 건축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흥미롭게 담겨 있다.


2015년 강원도 원산 고아원 완공식에 참석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핑크색으로 칠해진 건물 외벽이 눈에 띈다.
사진 출처 조선중앙통신

웨인라이트 씨가 본 평양은 포클레인 지게차 등이 하루 종일 오가며 동시다발적으로 건설 공사가 진행되는 곳이었다. 이방인의 귀가 먹먹해질 정도로 시끄러운 건설 붐은 김정은 집권 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한다. ‘평해튼(평양+맨해튼)’으로 불리는 여명거리 초고층 아파트단지를 비롯해 문수대 물놀이장, 미래과학자거리 등 수많은 건축물이 새로 지어지거나 개축됐다. 

북-미 정상회담 이전 외국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미지가 핵 위협을 일삼는 무분별한 지도자였지만 북한 주민들의 평가는 완전히 달랐다. 김정은은 일종의 ‘건설 장인(master builder)’으로 통했다. 새롭게 생겨나는 북한 중산층의 욕구가 뭔지 알고, 그 욕구를 충족시킬 만한 현대적 건물과 시설들을 만들어낼 줄 아는 ‘수호신(champion)’과 같은 존재였다. 


웨인라이트 씨와 동행했던 북한 현지 가이드는 요즘 북한에서는 ‘평양 속도전’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과거 김일성 시대에 ‘천리마 속도전’이 있었다면 지금은 평양에서 빨리빨리 건물들을 짓도록 지도부가 속도전 명령을 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2014년 평양 평천구역 23층 아파트 단지 붕괴 사고 같은 부실공사가 끊이지 않고 있다. 

○ 옛 소련과 파스텔 컬러 

웨인라이트 씨가 주목한 북한 건축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북한은 옛 소련 건축의 영향으로 무슨 건물이든 화려하고 장대하게 짓는 것이 특징이다. 상당수 북한 건축가는 과거 소련에서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소련식 건축에 익숙했다. 1989년 소련의 건축기술을 접목해 세운 능라도 5·1경기장은 수용인원 15만 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축구장이라고 북한은 선전한다. 

북한은 크게만 짓는 것이 아니라 고전주의적 기교를 통해 건물의 미적 감각을 끌어올리고 있다. 소련의 네오클래식 건축양식을 받아들인 대표적인 사례가 평양의 지하철역이다. 평양 지하철역 중 가장 큰 영광역은 화려하고 아름다운 천장을 자랑한다. 세밀하게 조각된 석조 기둥이 물결치듯 천장을 받치고 있으며 한가운데에는 샹들리에가 빛을 발하고 있다.  

북한은 자신들의 건축이 단순히 소련을 모방한 것이 아니라 자주적 주체사상의 결과물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1950년대 김일성은 평양을 가리켜 “주체 건축의 위대한 정원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평양 지하철역의 석조 기둥은 단지 아름다움을 위한 것이 아니라 서구 제국주의에 대항한 김일성의 투쟁과 북한 인민들의 자유와 번영을 향한 의지를 형상화한 것이라고 북한 당국은 설명한다.

평양을 대표하는 유명 건축물들. 크고 높게 지어진 것이 특징이다. 마식령 스키장과 함께 대표적인 서구형 레저시설로 꼽히는 문수대 물놀이장, 인공위성 ‘광명성 1호’ 발사를 계기로 3대혁명 전시관에 세워진 인공지구위성관, 여명거리에 버금가는 ‘부촌’으로 통하는 창전거리의 고층 아파트단지, 초대형 매스게임이 펼쳐지는 능라도 5·1경기장 내부(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 사진 출처 가디언 홈페이지·조선중앙통신

북한 건축의 또 다른 특징은 파스텔 색상의 과도한 사용이다. 소련식 건축이 김일성-김정일 2대에 유행했다면 26세에 집권한 젊은 리더 김정은 시대의 건축은 아기자기한 외형에 파스텔색을 주로 사용한다. 겨자색, 연어색, 분홍색, 연녹색 같은 파스텔톤은 서구 건축에서는 별로 쓰이지 않지만 평양에 가면 건물 외벽이든 내부 벽지이든 흔히 볼 수 있다. 2015년 김정은이 “멋쟁이 아동궁전”이라고 칭찬해 화제가 됐던 강원도 원산 고아원 신축 건물은 내부는 온통 연노랑이며 외관은 분홍색으로 칠해져 있다. 

‘행복감을 유발하는 파스텔색으로 치장한 건축물이 뭐가 문제가 되느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웨인라이트 씨는 “김정은 정권의 의도가 엿보인다”고 분석했다. 파스텔의 낙천적이고 모더니즘적인 분위기를 통해 김정은이 만들어낸 이미지는 ‘걱정거리 없는 북한’ ‘번영 일로의 북한’이라는 설명이다. 웨인라이트 씨는 냉정한 평가를 내린다.

“북한(김정은)은 국민을 어린애 취급하고 있으며, 국민을 어린이화(化)시키는 강력한 마취제 도구로 건축이 이용되고 있다.”  

○ 화려하지만 텅 빈 건축물들 

북-미 정상회담 후 ‘절친’ 사이로 거듭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건축물에서도 유사점이 있다. 유리거울 외관으로 치장한 뉴욕 트럼프타워나 손잡이까지 대리석으로 장식한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 별장은 평양 여명거리 초호화 아파트나 47층짜리 양각도 호텔과 통하는 측면이 있다. 웨인라이트 씨는 이를 ‘독재자 패션(dictator chic)’이라고 비꼬았다. 자신의 권력을 과시하려는 호사스러움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김정은 건축물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북한이 자랑하는 건축물은 화려하게 꾸며 놓기는 했지만 대부분 사용자가 없다는 것이다. 북한에 중산층이 빠른 속도로 생겨나고는 있지만 물놀이장, 스키장, 수족관 등을 즐길 만큼 아직 소비력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 건축물들을 둘러본 웨인라이트 씨는 “(사람이 살지 않는) 연극 세트장 같다”고 비유했다. 그리고 연극의 무대가 바로 평양인 것이다. 북한 가이드조차 “텅 빈 건물에 외국 관광객들이 들어와 볼 이유는 없는 것 같다”고 말할 정도였다.

웨인라이트 씨는 여행을 마치고 공항으로 가는 길에 북한의 현실을 봤다. 평양을 조금만 벗어나자 허물어진 집들과 여기저기 구멍 뚫린 고속도로, 누렇게 녹슨 철탑들이 눈에 들어왔다. 문수대 물놀이장이 아니라 이런 곳들이 진짜 북한의 일상생활을 보여주는 건축물일 것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정미경 전문기자 mickey@donga.com



‘제재할 테면 하라’는 北… 평양 상위 1% 부자가 증언한 호화생활

주성하 기자 입력 2017-07-22 03:00수정 2017-07-22 07:29


[토요판 커버스토리]벤츠 몰고 샤넬백 들고… 하룻밤 생일파티 5000달러 펑펑
평양 해당화관 3층 물놀이장의 인공폭포에서 여성 2명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사진 출처 저널센티널

《북한 상위 1%에 속하는 부자들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 몇 달 동안 추적했다. 그러다 해외에 나온 북한의 진짜 부자를 찾아냈다. 그의 부친도 북한 최고위층 간부였다. 이 글은 그와 여러 차례 통화하고 이메일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채팅으로 취재한 평양 최고 부자들의 삶을 이해하기 쉽도록 이야기 형식으로 정리한 것이다.》


평양 최고 부자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고요. 전 고위 간부 아버지를 둔 덕분에 돈 걱정 없이 살고 있고, 해외 여러 나라도 다녔죠. 남쪽에선 나 같은 사람을 ‘금수저’라고 한다면서요?

그런데 제 말 듣고 놀라지 않을까요. 해외에서 인터넷으로 탈북자 증언을 적잖게 봤지만, 딴 나라 얘기 같아요. 제 말을 아랫동네(한국) 사람들이 정말이냐며 믿지 않을 수도 있겠죠. 

뭐부터 말할까요. 먹고 마시는 것부터요?  

음, 제가 주말에 친구들과 단골로 가는 곳은 고려호텔 길 건너에 있는 ‘창광숙소’라는 곳이죠. 점심때쯤 3명 정도 가면 1000유로(약 130만 원) 정도로 새벽까지 빛낼 수(즐길 수) 있죠. 가끔 기분 내킬 때면 1500유로 쓸 때도 있고….

여기가 좋은 건 먹고 마시고 자는 것까지 한꺼번에 가능하다는 거예요. 지상 2층과 반지하 주차장이 있는 이곳은 째끼(조총련 북송자인 재일귀국동포의 줄임말인 ‘재귀’가 변형된 말)가 운영하는 곳인데, 원래는 외국인 전용이죠. 하지만 외국인은 별로 없고 주로 금수저나 외화벌이 사장 같은 사람들로 붐벼요.

1층에 사우나와 안마받는 곳, 그리고 바가 있어요. 모든 가격은 달러가 아닌 유로로 책정돼 있는데, 달러도 받아요. 일단 사우나는 3유로, 안마는 20유로 정도로 크게 비싸지 않죠. 술은 위스키, 브랜디, 코냑 등등 별게 다 있죠. 전 보통 ‘산토리 올드’나 ‘스카치’를 마시는데 대략 50유로 전후죠. 제일 싼 것은 러시아 보드카인데 15∼30유로 정도. ‘에네시 XO’ 같은 900유로짜리 양주도 있어요. 전 맥주는 네덜란드 바바리아나 하이네켄을 좋아하는데, 한 병에 각각 5유로, 3유로 정도 해요. 뭐 요리는 보통 5∼10유로 정도인데 30유로짜리도 있고요. 


○ 외국인에게도 비싼 평양 최고급 식당 

당구를 즐기는 젊은이들. 그 뒤로 각종 고급술이 전시된 바도 보인다. 최근 10여 년 사이에 당구는 부유층의 고급 놀이로 자리 잡았다. 사진 출처 빈센트 블로그

여기서 양주 마시다 취기가 오르면 2층에서 당구를 쳐요. 시간당 7유로죠. 2층에 침대방도 있는데, 애인과 가기 좋죠. 규정에는 외국인만 허용되지만 ‘그란트’ 한 장(50달러) 찔러 주면 체크인 없이 방을 빌릴 수 있어요. 단골 대우 받으려면 1층 남자 ‘접수원(서비스맨)’들에게 외제담배 한 보루나 맥주 5병 정도에 ‘탈피(명태를 말린 짝태)’까지 안주하라고 줘요. 이걸 북에선 ‘매너’라고 해요. 매너란 말, 북에서도 잘 써요. 우린 외국물 먹은 사람들이니까. 

창광숙소나 제가 자주 가는 서성구역 ‘북성식당’은 만족도가 높으나 제일 비싼 곳은 아니에요. 4년 전에 장성택이 건설한 대동강구역의 ‘해당화관’은 진짜 비싸요. 중앙당 간부나 군부 장령(장성)급들은 여기에 가요. 물론 사복 차림에 차는 1km쯤 떨어진 곳에 세워놓고 걸어가죠. 해당화관은 보위성이나 보안성이 주시하기 때문에 공무용 차를 끌고 자주 다니면 보고가 들어가요. 

여긴 3명이 가면 아무리 적게 먹어도 ‘벤자민’ 다섯 장(500달러)은 써요. 제 친구는 생일 저녁에 가족 7명을 데리고 가 5000달러를 썼어요. 일반 노동자 월급 얼마냐고요. 3000∼4000원. 암시장 환율로 0.5달러 안 돼요. 1년 월급 모아야 5달러 정도 될 텐데, 요즘 그따위 월급 신경 쓰는 사람 하나도 없어요. 전 식당 갈 때 숨길 게 없으니 차를 끌고 가는데 해당화관은 아마 북에서 유일하게 지하주차장이 있는 건물일 거예요. 입출구가 한 통로라 늘 차로 막혀 붐벼요. 

가끔 구경 온 외국 관광객들도 보이는데 정작 음식 사먹는 외국인은 못 봤어요. 1층 명품관 좀 둘러보고, 4층까지 구경 갔다가 그냥 가요. 자기들도 너무 가격이 비싸다고 기겁하는 거죠. 

해당화관도 제일 비싼 곳은 아니에요. 청류관 옆 ‘은반식당’ 같은 곳에 가서 사시미 좀 시키고 캐비아나 샥스핀까지 시키면 셋이 1000달러는 넘게 나와요.

○ 명품을 휘감고 나타나는 아가씨들의 정체 

이런 고급 식당에 가면 머리를 노랗게 염색하고, 미니스커트 입고, 온몸에 명품으로 휘감은 고운 여자애들이 서너 명씩 보이죠. 보안원도 “일본인인가 싱가포르인인가” 고개를 갸웃거리다 단속도 하지 않을 정도죠. 이런 애들을 우리끼리 ‘마약’이라 불러요. 음악대학생이거나 가수 후보생 신분인데 대방 작업(스폰서 찾는다는 뜻) 하러 온 겁니다. 

내키면 “같이 한잔할까요” 하고 불러선 술 마시고 노래 부르며 놀죠. 평양 고급식당은 거의 예외 없이 가라오케(노래방) 시설을 갖춘 단독 방으로 돼 있어요. 대중홀 있는 경우도 다 칸막이가 높게 쳐져 있죠. 여자애가 마음에 들어 새벽에 술 잔뜩 먹고 바다 간다고 차로 2시간 만에 원산에 간 일도 있어요. C클래스 벤츠면 다 먹혀요. S클래스는 비싸서 못 타는 게 아니라 중앙당 비서 이상급 관용차라서 소문이 잘못 나면 골치 아프죠. 돌아오다 여자애에게 명품 좀 사주고 그러는 거죠.

○ 최고 외화상점은 ‘낙원백화점’ 

참, 이번에 싱가포르 회사가 평양에서 운영한다는 명품 상점 사진 보여주며 최고급 상점이냐 물었죠? 노(No). ‘북새상점’ ‘보통강 류경상점’ 거긴 잘 안 가요. 진품이긴 하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요. 다른 외화상점이나 평양에서 제일 크고 상품이 많은 통일거리 시장에서 똑같은 진품 싸게 살 수 있다고요. 밍크코트도 장마당에서 파는데 뭐. 명품 파는 상점은 평양에 정말 많아요. 싱가포르에서 암만 사치품 들어가야 고작 상점 두 개뿐인데 빙산의 일각이죠. 

그리고 그 상점들은 식품 사려면 카트 몰고 다니는 곳인데, 입구에 감시원 세워놓고 사람을 샅샅이 수색해요. (수색)당하고 나면 기분 되게 나빠요. 인민들의 의식이 발달하지 못해 도둑이 엄청 많으니까 CCTV로 감시도 하죠.

그 정도 레벨 외화상점은 엄청 많은데, 그중에서 그래도 ‘낙원백화점’이 제일 나아요. 북에서 제일 먼저 생긴 외화상점이고 건물이 좀 낡았지만 상품이 다 믿을 만하고 비싸지도 않아요. 

○ 평양 부자들의 샤넬 사랑 

평양 시내에서 목격된 클러치백을 들고 있는 남녀. 명품 소유욕이 점점 커지고 있다. 사진 출처 바이스

진짜 부자들은 샤넬을 좋아해요. 리설주도 샤넬 좋아하던데요. 제 아내는 가방, 화장품은 물론 잠옷까지 샤넬이죠. 짝퉁 아니에요. 촉감으로도 딱 알아요. 아내가 사파이어 보석이 박힌 목걸이나 반지를 좋아해 저는 열두 달 탄생석 이름 다 외우고 있다고요. 하하. 

신발은 ‘나이키’나 ‘휠라’ ‘미즈노’ 같은 게 제일 인기가 좋아요. 아이들은 아디다스 추리닝 좋아하고. 선글라스는 무조건 구치죠. 화장품은 샤넬이 제일 좋긴 하지만 가성비는 시세이도가 최고죠. 

수천 달러씩 하는 시계 이름은 솔직히 사람들이 잘 몰라요. 저도 롤렉스 차고 다니지만 그거 알아보는 사람 얼마 없어요. 평양엔 없는 명품이 거의 없는데, 의외로 루이뷔통은 적어요. 아, 짝퉁은 많아요. 

외국 식품도 상점에서 다 팔아요. 전 일본 자바카레를 좋아해요. 매운맛, 순한 맛 다 있어요. 돈 없는 사람은 장마당에서 한국 오뚜기카레 사 먹죠. 라면도 북에선 일본산 라면이 최고 인기고, 돈 없으면 한국산 쇠고기맛 라면이나 맵시면, 신라면 이런 걸 사 먹고, 가난한 사람은 ‘떼놈 라면’(중국산 라면) 사 먹죠. 참 간장은 오뚜기 간장이 좋더라고요. 우리 엄마는 남쪽 초코파이를 좋아했는데, 2013년 10월에 정은이가 ‘괴뢰 상품은 팔지 말라’고 지시를 하는 바람에 한꺼번에 가격이 두 배로 뛰었는데, 지금은 개성공단조차 사라졌으니 어머니한텐 안 된 일이죠.

○ 전·월세가 존재하는 평양 부동산 

그런데 뭐니 뭐니 해도 부자의 상징은 비싼 집 아니겠어요? 요즘 평양에 짓는 아파트는 거의 다 200m²(약 60평) 넘는 대형 평수죠. 위치에 따라 40만 달러까지 하지만 기본적으로 10만 달러는 다 넘어요. 중구역은 지을 자리조차 없고, 모란봉 보통강 서성 평천 쪽에 새 아파트 많이 짓는데, 안 팔리는 거 못 봤어요. 다 팔려요. 부자들이 초기에 투자해 월세 놓고, 전세 놓고 해요. 월세 전세 있냐고요. 평양 부동산 시장은 남조선과 똑같아요. 은행 대출은 없고 자기 돈으로 짓는 게 다를 뿐이죠.

부동산으로 돈 버는 사람들도 따져보면 다 중앙당 고위 간부들이죠. 헌데 자기가 못 나서니 아내가 움직이죠. 아내는 또 똑똑한 놈 하나 내세워요. 아파트 하나 지으려면 승인 도장 7개 받아야 하는데 그거 하나하나에 뇌물이 어마어마해요. 권력자가 끼지 않으면 좋은 부지는 확보할 수 없죠. 이런 걸 돈 대는 간부들이 뒤에서 다 해결해주죠. 건설 인력은 건설업체나 군 건설부대에서 1, 2개 대대쯤 빌려오는데 대신 아파트 몇 채 주면 돼요. 이젠 부자들이 택시회사나 운송사업 같은 너덜거리는 지폐 받는 시시한 건 안 해요. 돈 있음 다 아파트 사업에 뛰어들죠.

좀 사는 집이란 소리 들으려면 치는 사람이 없어도 피아노는 한 대 무조건 사놔야 해요. 일본 야마하 피아노가 2만 달러, 중고는 7000∼8000달러 정도면 사요. 가구도 다 일본산을 최고로 쳐줘요. 한류 그런 거 몰라요. 물론 TV는 삼성과 LG를 최고로 쳐요. 3000달러 정도에 팔리는데 중국 TV는 같은 크기가 500달러밖에 안 해요. 밥솥도 한국산을 알아주고. 그 외는 다 일본제가 최고죠. 요즘은 금고가 엄청 잘 팔려요. 은행이 있으나 마나이니 부자들은 달러 뭉치를 집에 두고 있는데 무겁고, 뜯어가지도 못하는 금고는 부자의 필수품이죠. 

북한에서 제일 큰 PC방인 평양과학기술전당에서 컴퓨터를 하는 평양 시민들. 사진 출처 우리민족끼리

좀 사는 아파트 단지 주변엔 ‘컴퓨터교육실’ ‘정보봉사소’ 따위 간판 내건 PC방이 있는데 부잣집 애들은 거기서 살아요. 이런 곳은 방 안에 컴퓨터 20∼30대 있는데 같은 PC방 컴퓨터하고만 서버가 연결돼 있어요. 게임하다 죽으면 “‘드래건’ 이름 쓰는 자식이 누구야” 하며 찾아다니기도 하죠(다른 PC방과는 연결돼 있지 않으니 게임 상대가 같은 방에 있다는 뜻). 그래서 PC방에서 애들 싸움 많이 나요. 근데 미군이 주인공인 ‘콜 오브 듀티’나 ‘카운터 스트라이크’ ‘007게임’이 PC방에서 제일 인기죠. 웃기지 않아요? 

○ 북한 최고의 부자는 중앙당 간부들 

요즘 최고 부자는 중앙당 간부죠. 예전에는 중앙당에서 일하면 검소하다고 생각했지만, 요즘은 전혀 달라요. 그들이 잘사는 건 인사 권한을 쥐고 있기 때문이죠. 괜찮은 직업 얻으려 해도 가격이 딱 정해져 있어요. 내각 성 부원(지도원) 자리 정도가 뇌물이 1만 달러 정도. 그보다 높으면 몇만 달러씩. 평양은 전국의 뇌물이 다 모이니 당연히 부자가 많은 거죠. 

군 장령 인사를 하는 중앙당 61부나 그 아래 군관 인사를 맡은 군 총정치국 간부부에서 일하면 조직지도부 부부장보다 더 잘살아요. 일반 병사를 좋은 부대로 빼주는 게 500달러. 입대한 아들을 장령 운전기사쯤으로 넣으려고 해도 1만 달러 줘야 해요. 그러니 본인이 장령이 되려면 10만 달러 아래론 어림도 없죠. 간부사업 하는 자리에 있으면 순식간에 백만장자가 돼요. 

우리 사회는 뇌물 없으면 아무것도 안 돼요. 김대(김일성대) 입학은 3000달러 뇌물 줘야 한다는 기사도 봤는데, 그건 옛날이고, 지금은 1만 달러 이상이죠. 저번에 경제학부 정치경제학과 어느 학급은 30명 중 29명이 중앙당 간부 자녀라서 말이 났어요. 근데 돈은 다 중앙당 간부들이 쥐고 있으니 당연한 거 아니겠어요.

○ 유흥가는 없어도 정부(情婦)는 많아 

돈 많으면 또 유흥을 즐기는 게 남자 마음인데 평양에서 아쉬운 건 여자가 나오는 술집이 없다는 거죠. 그러나 진짜 부자로 인정받으려면 숨겨둔 애인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해요. 예쁘고 젊은 애인 두려면 10만 달러 정도 아파트 한 채는 기본으로 사줘야죠. 그리고 명품도 당연히 사주고. 그래도 애인이 시집가겠다고 하면 또 보내주는 게 예의죠. 예전엔 보통 25세에 시집을 갔는데 요즘 평양에선 30세 전에 시집가면 ‘미물’(변변치 못한 사람), ‘반넘’(모자라는 사람)이라고 해요. 시집가서 애 낳고 남편 뒷바라지해 봤자 별거 있나요. 그냥 부자의 정부로, 애까지 낳고 혼자서 흥청망청 사는 삶을 선택하는 애들도 많아요. 

단골 술집도 있긴 있어요. 그런데 그냥 아파트죠. 예술인 출신의 예쁜 처녀들이 자기 집에서 신분이 확실한 고정 VIP만 받는 곳인데 (술과 잠자리를 포함해) 하룻밤에 보통 100달러. 그런 곳도 소개로 알아두면 나쁘지 않죠.

평양에 있는 워터파크 ‘문수물놀이장’에서 시민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사진 출처 우리민족끼리

부자들은 이 더운 여름에 어디에 피서를 가냐고요. 여름에야 무조건 동해죠. 원산이 제일 가깝긴 한데 거기는 물이 더러워요. 남쪽으로 딱 80km만 더 내려오면 통천에 시중호가 있어요. 주변 바다도 깨끗하고 호수도 잔잔해서 최고. 낚시도 하고, 갓 잡은 신선한 해산물도 먹고 휘발유로 조개를 냄새 안 나게 기술적으로 구워 먹기도 하고요. 해수욕은 원산에서 차로 두 시간 정도 북쪽에 있는 마전해수욕장이 최고. 물이 정말 맑죠.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우린 마전을 ‘빠넬’이라고 불러요. 시중호나 마전 모두 호텔들이 있어 숙소도 좋아요. 

부자가 살긴 평양도 괜찮죠. 저도 예전에 남조선으로 튈 생각 했지만, 먼저 간 사람들 보니 별거 없더군요. 나 정도 가면 몇 푼 안 주고 연구소 같은 데 있게 하는 것 같던데 거기보단 아직은 여기 그냥 있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생각 고쳐먹었어요.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한판 강남은 평양역 앞···60평 2억, 로열층 1~10층

                 

                   

중앙일보·국가안보전략연구원 공동기획 - 평양·평양사람들①
  


지난해 가을 입국한 탈북자 A씨(47)는 “한국에 와보니 집을 알아봐주는 사무실이 별도로 있더라. 북한에선 집데꼬들이 암암리에 해 준다”며 남북을 비교했다. 정부에서 제공한 임대주택 대신 전세 아파트를 알아보다가 발견한 남북의 차이다. A씨는 아파트단지 곳곳에 간판을 걸고 사무실에서 ‘버젓이’ 영업하는 공인중개사를 접하곤 “이렇게 해도 처벌받지 않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거래 건당 500~1000달러 수수료
휴대폰 통화시간 모아 파는 ‘와꾸’
사설 환전상·택배 등 새 직업 등장
교사들은 개인 과외 부업 나서

북한에선 국가가 직업을 정해 준다. 그런데 이 공식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신종 직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어서다. 한국에서처럼 공개 직업이 아닌 일종의 부업 차원에서다. 한국에 공인중개사가 있다면 북한엔 ‘집데꼬’라고 불리는 거주권 중매인이 있다. 데꼬(テコ)는 일본어로 ‘지렛대’ 또는 ‘도와주는 사람’을 뜻한다. 사회주의 국가인 북한에선 부동산 소유를 허용하지 않는다. 국가는 주민들에게 거주할 권리, 즉 ‘거주권’을 줄 뿐이다. 그러나 오랜 기간 거주하다 보니 거주권은 소유권으로 인식되기 시작했고, 이를 거래하는 경우가 빈번해졌다. 자연히 거래를 중개하는 북한판 공인중개사가 필요해졌다.  
 
북한이 평양의 랜드마크로 대동강변에 새로 조성한 미래과학자 거리의 아파트 단지. 시내 일부 단지는 20만 달러에 거래되기도 한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평양의 랜드마크로 대동강변에 새로 조성한 미래과학자 거리의 아파트 단지. 시내 일부 단지는 20만 달러에 거래되기도 한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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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양에서 거주했던 탈북자 B씨는 “과거에도 집거래를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최근엔 아예 이를 직업처럼 하는 사람이 생겨났다”고 귀띔했다. 그는 “집데꼬들은 사무실을 차릴 수 없는 만큼 휴대전화나 안면을 통해 거래하고 있다”며 “머릿속에 매물 정보를 줄줄 꿰고 있어 원하는 조건을 말하면 매물을 찾아준다”고 설명했다. 땅집(일반주택)이나 살림집(아파트)마다 대강의 시세가 정해져 있고, 흥정도 이뤄진다고 한다. 평양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는 평양역 근처에 위치한 36층짜리 아파트로 200㎡(60평) 한 가구가 약 20만 달러(2억2000만원)에 거래된다는 게 복수의 탈북자 증언이다. 전망이 좋은 고층을 선호하는 한국과 달리 1~10층이 북한에선 로열층이다. 잦은 정전으로 엘리베이터가 고장났을 때도 걸어서 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집데꼬는 행정위원회(한국의 시청·구청 해당)의 거주권 교체를 위한 행정 절차를 포함해 거래 건당 500~1000달러(55만~110만원)의 수수료를 받는다고 한다.  
     
    전국 460여 개 시장(장마당)이 활성화하면서 장마당 신종 직업도 만들어졌다. 좁은 판매대에 진열하기 어려운 냉장고 같은 대형 전자제품은 ‘중기집’(중요한 기기를 파는 집)에서 거래된다. 카탈로그를 보여준 뒤 중기집으로 데려가 현물을 구경시키는 식이다. 장마당 근처에선 허리에 전대를 차고 “필요한 돈이 있냐”며 접근해 북한 돈을 위안화·달러 등으로 바꿔주는 사설 환전상 ‘돈데꼬’나 상인들의 물건을 인근 또는 다른 지역으로 배달해 주는 ‘짐쏘기’를 전문으로 하는 북한판 택배업자도 등장했다. 북한에도 애를 봐주는 벌이가 있다. 북·중 국경 도시에서 생활하다 탈북한 C씨(39)는 “북한 탁아소는 오후 4시쯤 문을 닫아 시장에서 장사하는 부모들의 애를 밤늦게까지 봐주는 사설탁아소가 생겨났다”고 전했다.
     
    휴대전화 사용이 늘어나며 다른 사람이 사용하다 남은 ‘여분의 통화시간’을 모아서 판매하는 ‘와꾸 판매상’도 나타났다. 와꾸란 ‘쿼터(quota)’와 유사한 의미인데, 기본으로 제공되는 사용량(한 달 240분) 중 예컨대 40분의 와꾸를 구매해 다른 사람에게 판매하는 방식이다. 현역 또는 퇴직한 교사들의 개인교습도 퍼지고 있다. 김보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틈새시장을 찾다보니 새로운 직업이 등장하는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출처: 중앙일보] 북한판 강남은 평양역 앞···60평 2억, 로열층 1~10층




사는 집 일부 월세 놓아 돈벌이
"주인은 안방, 세입자는 부엌살이"
자산 10만 달러 넘는 '돈주' 등장
기업에 투자하고 기름 사재기도

중앙일보 | 정용수.권유진.김지아 | 입력 2018.09.18 00:14                         


중앙일보·국가안보전략연구원 공동기획 - 평양·평양사람들②

“요즘 북한에선 돈이 생기면 계속 굴려야 한다는 생각들을 많이 합니다.”

북한에서도 재테크 수단으로 등장한 게 부동산이다. 살림집(아파트) 거래가 활발해지면서다. 평양에 거주했던 A씨는 “2003년께 2만5000달러에 거래되던 중구역(평양시) 동성동의 40평짜리 아파트가 현재는 20만 달러”라며 “15년 사이에 10배나 뛰었다”고 말했다. 다만 거래가 불법인 데다 거주 이전이 자유롭지 못한 북한에선 한국에서처럼 수시로 이사하는 것은 아니다. 부동산 거래 등에는 해외 친척의 도움을 받아 또는 해외 근무를 하며 마련한 ‘뒷주머니’를 종잣돈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B씨는 “북한에서 재테크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남쪽에 와서도 부동산 거래에 관심을 갖는 경우가 많다”며 “더러 성공한 사람도 있다”고 귀띔했다.

북·중 국경도시인 양강도 혜산에 최근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고 있다. 땅집(일반 주택)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시장 등에서 돈을 모아 살림집(아파트)으로 이주하는 꿈을 꾼다고 한다. 지난달 28일 오후 새로 건설한 혜산역(가운데 붉은 지붕)을 중심으로 땅집과 신축 아파트가 대비를 이루고 있다. [사진 박종철 경상대 교수]
북·중 국경도시인 양강도 혜산에 최근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고 있다. 땅집(일반 주택)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시장 등에서 돈을 모아 살림집(아파트)으로 이주하는 꿈을 꾼다고 한다. 지난달 28일 오후 새로 건설한 혜산역(가운데 붉은 지붕)을 중심으로 땅집과 신축 아파트가 대비를 이루고 있다. [사진 박종철 경상대 교수]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의 일부에 연 또는 월 단위로 세를 놓는 경우도 등장했다. 일종의 전·월세다. 일부는 집을 판 뒤 남의 집에 얹혀 살면서 돈을 불리려 하기도 한다. 신의주에서 살다 탈북한 B씨는 “주인은 안방에서, 세입자는 정지(부엌)에서 사는 경우도 있다”며 “한 달 월세는 50~100원 정도”라고 말했다.

돈벌이에 대한 관심은 특권층이 생활하는 평양보다는 지방에서 오히려 더 크다는 주장도 나왔다. 탈북자 C씨는 “고난의 행군이 끝난 뒤 ‘양들은 굶어 죽고, 여우는 살아남는다’는 말이 생겼다”며 “국가 배급만 바라보거나 체면을 생각했던 사람들은 굶어 죽으니 이후 수중에 돈이 있어야 살아남는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고 말했다. 북한 은행 당국은 주민들이 보유한 달러 등의 외화를 회수하기 위해 외환으로 저금할 경우 이자를 더 주겠다며 유인하지만 주민들은 저축보다는 돈을 굴리는 데 더 관심이 많다는 게 탈북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D씨는 “요즘 북한에선 ‘돈이 돈을 낳는다’는 말이 유행”이라고 말했다.

북한에선 고위층과 결탁하거나 종잣돈을 모아 시장에 일찍 뛰어든 사람들 중 ‘돈주’가 등장했다. 현금 동원력이 막강한 이들이다. 이들은 사재기를 통해 북한의 시장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보이는 손’으로 활동 중이다. 과거엔 5만 달러 이상을 보유하면 돈주로 불렸지만 최근에는 지방에서도 10만 달러를 훨씬 넘는 재력가가 돼야 돈주 소리를 듣는다고 한다. 북한에서도 자본 축적이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돈주들은 은행을 대신해 높은 이자로 돈을 빌려주거나, 기업소나 공장에 직접 투자해 이윤을 남기는 경우까지 있다. 돈주들이 늘어나며 돈주들의 돈을 관리하는 일종의 사금융이 생겼다는 소문도 있다. 돈주들은 중앙 또는 지방의 간부들과 결탁해 이권을 챙기는 경우도 많은데, 이들의 재력과 권한이 너무 커져 북한 경제를 좌우할 정도라는 주장까지 나온다. 김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쌀값이나 기름값의 변동이 적은 건 돈주들이 사재기했던 물건들을 조금씩 풀며 공급을 관리했기 때문일 수 있다”고 말했다.

돈주의 등장은 북한의 수요공급 체계까지 바꾸고 있다. 계획경제인 북한에선 생산→국가수매→주민 공급이 일반적인 유통 과정이다. 하지만 최근엔 생산→특권층+돈주(도매상)→상인(소매상)→주민으로 변화하는 양상이 등장했다. 특히 장마당이 상설화하고 중국산 물품을 수입해 판매하는 경우가 빈번해지면서 중국상→돈주→택배→되거래상(도매)→매대(소매)로 이어지는 구조도 생겼다고 한다.

◆ 특별취재팀=정용수·권유진·김지아 기자 nkys@joongang.co.kr





北, 5명중 1명꼴 휴대전화… 치킨-맥주 배달 앱까지 등장

황태훈 기자 입력 2018-11-10 03:00수정 2018-11-1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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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리포트]평양에 거센 ‘시장화’ 물결… 탈북자들 증언 들어보니



‘평양의 한 외화상점에 20대 초반 여성이 짧은 치마에 하이힐을 신고 들어왔다. 핸드백과 화장품 등을 구입하는 데 1000달러가 넘는 돈을 서슴없이 지불했다. 지갑에는 100달러짜리 지폐가 가득했다.’ 

평양에서 생활했던 한 탈북자가 소개한 부유층 소비의 한 모습이다. 그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패션 트렌드를 주도하는 평양에선 부유층이 명품으로 부를 소비하고 과시하는 풍경을 자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 전문 사이트 ‘NK뉴스’가 최근 공개한 평양의 풍경 사진들에는 세련된 옷을 입고 휴대전화를 하는 여성의 모습 등 ‘여기가 평양 맞아?’ 하는 장면들도 적지 않다. 

북한 전문가들은 핵과 미사일 개발에 대한 유엔 등 국제사회의 제재로 북한 경제가 타격을 입은 가운데 부유층과 서민층, 평양과 지방 등 여러 분야에서 양극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 북 일부 부유층의 호화생활 

고위층 간부 아버지를 둔 평양 거주 남성 A 씨는 주말이면 친구들과 고급 호텔에서 먹고 마시며 하루 500유로(약 65만 원)를 쓰는 데 조금도 주저함이 없다. 외국인 전용이라는 게 무색하다. 주위 고객도 A 씨 같은 북한의 금수저들이다.

A 씨는 “평양에서도 명품은 넘쳐난다”며 “통일거리 시장이나 락원백화점에 가면 외국산 명품 브랜드를 쉽게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고 또 다른 탈북자는 전했다. 북한 당국이 대북 제재로 사치 생활을 못 하게 된 부유층의 불만을 달래고, 민간이 보유한 달러 등 외화를 끌어내기 위해 사치품 판매를 장려한다는 분석이 많다.

북한을 여행한 서방의 여행가나 탈북자 전언, AP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평양에도 신세대가 즐겨 찾는 ‘로데오 거리’가 생겨났다. 모란봉 구역 안상택 거리, 창전 거리, 미래과학자 거리, 려명 거리가 대표적이다. 안상택 거리는 재일교포 출신들이 많이 살아 1980, 90년대에는 북한의 유행을 선도했다고 한다. 요즘도 명품 상점이나 고급 식당이 몰려 있다. 북새상점을 비롯해 105층짜리 류경호텔 부근 보통강 류경상점, 락원백화점 등에는 초고가 브랜드 명품이 즐비하다. 외국인 방문객에게도 공개되는 곳으로 올해 7월 문을 연 1500석 규모의 평양 대동강수산물식당에는 철갑상어회 등 고급 음식과 외국산 식재료가 갖춰져 있고 가격도 미국 달러로 표기돼 있다.


북한의 결혼 문화도 변화하고 있다. 1990년대 이전 결혼식은 신랑, 신부 집에서 한 번씩 결혼식을 치르고 먹고 마시는 잔치였다. 하지만 최근 평양에는 집 밖에서 화려하게 치르는 예식이 나타났다. 고급 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리는데 분장사와 촬영 기사를 불러 웨딩 동영상을 찍고 전문 예술인 공연까지 연다. 결혼식 비용은 1만 달러(약 1100만 원)가 넘기도 한다. 

○ 평양에도 거센 부동산 투기 바람, 500만 대의 휴대전화

북한은 개인의 토지나 건축물 소유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1994∼1999년 고난의 행군 시기를 거치면서 주택 공급 체계가 붕괴됐다. 국가로부터 분배받은 집을 팔아야 겨우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사람들이 생긴 탓이다. 이때 일부 부유층이 이 같은 주택을 헐값에 구입해 다주택자가 되기도 했다. 북한은 소유권 대신 거주권을 보장하는 ‘입주권’을 발급하는데, 이 입주권을 사들이는 것이다.

이런 초기의 ‘부동산 거부’에 이어 나타난 것이 기획 부동산 개발로 부자가 된 사람들이다. 대단위 아파트 단지나 주택 단지를 개발, 분양해 돈을 버는 것이다. 부동산 개발 기획자는 장마당 사업이나 중국과의 무역 등을 통해 달러를 벌어들인 신흥 자본가 혹은 사금융 업주 격인 ‘돈주’나 돈주의 돈을 빌려 개발에 나서는 사람 등 다양하다. 누가 부동산을 개발하든 공통점은 개발과 분양 과정에서 권력층과의 관계가 필수라는 점이다. 

주로 평양 등 대도시에서 부동산 투자와 투기가 이뤄지면서 아파트 가격도 가파르게 상승했다. 2000년대 초 한 채에 5000달러(약 560만 원)가량이던 아파트 가격은 올해 최고 30만 달러(약 3억4000만 원)까지 60배가량 올랐다고 한다. 보통강 구역 류경동 30층짜리 아파트에는 평양에서는 처음으로 수입 대리석도 깔렸다. 모 권력 기관이 지은 것으로 권력의 배경 없이는 짓기도 어렵고 구입해 살기도 어렵다고 한다.

외부와 자유롭게 통화할 수는 없지만 휴대전화 보급도 늘어 500만 대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구가 2560만 명가량인 것을 감안하면 5명 중 1명꼴이다. 평양에서는 최신 스마트폰으로 앱을 내려받아 집에서 냉면 통닭 맥주 등을 주문해 배달시켜 먹기도 한다. 온라인 주문 시스템 ‘옥류’를 이용해 냉면을 배달 주문하는 식이다.

○ 화려함의 그늘, 양극화  


지난해 4월 준공된 평양의 신흥 개발지 ‘려명 거리’에 북한은 외신 기자들을 초청해 공개했다. 밤에도 불빛이 환한 이곳은 평양의 급속한 발전을 보여주는 상징처럼 거론된다. 하지만 전력 등 제한된 자원이 편중되게 사용된 모습을 대변한다는 비판도 동시에 나온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제재 속에서도 장마당 때문에 시장화가 일부 진행돼 경제의 숨통이 트이고 일부 신흥 부유층이 나타나기도 했다. 하지만 동시에 양극화의 그림자도 벌써 짙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많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소가 지난달 30일 개최한 ‘2018 북한사회 변동과 주민의식’ 세미나에서는 평등을 슬로건으로 한 북한 사회의 이면을 보여주는 설문조사 결과도 공개됐다. 탈북자 87명을 대상으로 ‘우리 가족 모두가 원하는 만큼의 충분한 양과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먹을 수 있느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대답한 비율이 올해 26.4%였다. 2015년 39.7%, 2016년 33.3%, 2017년 31.1% 등에 비해 매년 줄었다.

이번 세미나에서 ‘북한 의식주 생활과 정보화’를 발표한 북한 연구기관 ‘샌드(South And North Develope·남북발전) 연구소’ 대표이자 2001년 탈북한 최경희 박사(도쿄대 정치학)는 “북한 식생활의 양적 수준은 비교적 안정됐지만 고기 식사 등 질적 수준은 전년도에 비해 떨어진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북한 중산층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빈부 갈등이 심화되면 사회 불안도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시와 농촌의 양극화도 커져 평양에 마천루가 올라가고 고급 음식점이 늘어나지만 농촌 지역에서는 식량 자급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보도도 나온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에서는 크게 권력을 배경으로 한 ‘갑부’와 외화벌이 등으로 자본을 축적한 개인인 돈주가 신흥 부유층으로 등장하고 있다”며 “다만 북한에서는 중산층이라고 부를 만한 계층이 아직 형성된 적이 없기 때문에 중산층이 사라진다는 의미인 ‘양극화’라는 말은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평양에서 온 ‘자본주의 청년’ 정시우 “주식회사 형태 ‘빵 공장’ 했습니다”

정리·송홍근 기자 입력 2019-01-18 13:51수정 2019-01-18 15:15


● 김정은 이전과 이후 평양은 다른 세계 
● 평양은 돈이 돈을 버는 곳
● 주체사상? 물 건너갔다  
● 돈 넣고 돈 먹는 재개발 비즈니스
● 평양에서 본 ‘태양의 후예’ ‘해를 품은 달’ 
● 김태희 이민호 장나라 팬 많아
[shutterstock]
올해 스물여덟이다. 평양시 대동강구역에서 태어났다. 2017년 탈북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공민’으로 태어나 지금은 ‘대한민국 국민’이다. 3월부터 연세대 경영학과에서 공부한다. 평양의학대학에 합격했으나 어머니가 탈북하는 바람에 입학하지 못했다. 대한민국에서 시작할 늦깎이 대학 생활에 기대가 크다. 경영학을 선택한 것은 평양에서의 사업 경험을 살리기 위해서다.  

우리 집은 북한에서 ‘애국자 집안’이다. 앞길이 구만리 같았는데 어머니의 탈북으로 삶의 경로가 바뀌었다. 요즘엔 가족이 한국에 정착했다고 해서 연좌로 처벌받는 일은 없다. 특권인 평양 거주 자격이 박탈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개인으로서 발전할 길은 막힌다. 군대도 못 가고, 입당도 못 한다. 

“보란 듯 잘살아보자” 


한국이나 북한이나 대학 가는 이유는 같다. 발전하기 위해서다. 북한에서는 입당해 중앙당이나 중앙기관에서 일하는 게 엘리트 코스다. 나는 대학에 진학하지 못했고 입당할 길도 막혔다. 잘나가다 한순간 고꾸라진 것이다. 삶에 의욕을 잃고 의기소침했다. 미래 고민 탓에 술도 꽤 마셨다. 어느 날 이렇게 살면 안 된다고 자각했다. “보란 듯 잘살아보자”고 다짐하고 사업에 뛰어들었다.  

평양에서 2년간 ‘알바’를 했다. 북한에서도 파트타임 잡을 알바라고 한다. 알바를 해 모은 돈으로 개인 사업을 막 시작할 즈음 서울에 정착한 어머니와 선이 닿았다. 어머니는 서울 강동구에서 냉면을 파는 음식점을 경영한다. 어머니가 송금 브로커를 통해 보내준 돈을 보태 사업을 키웠다. 2012년 3월부터 2017년 1월 탈북할 때까지 사업가로 살았다. 장사나 자영업을 북한에서는 ‘개인 사업’이라고 일컫는다.

평양에서 ‘탁구 열풍’이 불었다. 지금도 이어진다. 시설, 규모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탁구장 이용료는 1시간당 북한 돈 5000원(1달러가 북한 돈 8000원) 정도다. 5000원은 쌀 1㎏을 살 수 있는 돈이다. 시설이 훌륭한 탁구장은 1시간당 4달러를 받기도 한다.

내가 시작한 탁구장 사업이 꽤 잘됐다. 맥주, 음료, 담배 판매 수입이 컸다. 상점에서 1000원에 파는 사이다를 탁구장에서는 3000원에 판다. ‘내기 탁구’를 한 뒤 진 사람이 맥주 값을 내는 식으로 유흥이 이뤄진다.  

평양에서 개인 사업하는 이들의 업장은 기관으로부터 임차한 것이다. 북한 경제는 사회주의가 아니다. 허울만 사회주의일 뿐 계획경제로 인민을 먹여 살리는 시대가 끝난 지 오래다. 자본만 확보하면 누구든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김정은 집권 이후 사업 환경이 매우 좋아졌다.  

자본 외에 필요한 것은 인맥이다. 북한은 검열의 나라다. 중앙당이나 군부, 보위성, 보안성에 뒤를 봐주는 사람이 있으면 사업이 날개를 단다. 기관의 명의를 빌려 사업을 하고 그 기관에 이익금의 일부를 바치는 형태다. 힘을 쓸 수 있는 사람들과의 안면(顔面)이 중요하다. 뇌물이 윤활유 역할을 한다. 

빵 공장에 투자해 배당 받아 

탁구장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 3500달러(한국 돈 390만 원)를 투자했다. 월 매출이 많을 때는 800달러에 달했다. 대신 나가는 돈이 많다. 달마다 400~500달러의 비용이 소요된다. 종업원 1인 월급은 30달러 수준이다. ‘기관’에 바치는 돈이 매달 300달러쯤 된다.  

종업원 월급은 달러로 준다. 2009년 화폐개혁은 완전히 실패했다. 북한 돈에 대한 신뢰가 떨어져 외화로 경제가 돌아가는 것이다. 시장마다 암달러상이 진을 친다. 국가에서 달러를 원화로 교환해주는 환율은 엉터리다. 공식 환전소 환율이 1달러=100원인데 암시장 환율은 1달러=8000원. 공식 환전소에서 돈을 바꾸는 평양시민은 없다. 멋모르는 외국인이나 공식 환전소를 이용한다.  

북한에서 사장은 ‘책임자 동지’라고 한다. 내가 젊은 나이에 ‘책임자 동지’가 된 것처럼 평양은 사업적으로 기회의 땅이며 자본주의화돼 있다. ‘책임자 동지’가 종업원을 직접 고용하고, 해고한다. 탁구장과 빵 생산, 휴대전화 판매 등 개인사업을 통해 수입이 많을 때는 월 1500달러(한국 돈 170만 원)를 벌었다.

나는 빵 생산 기업에 투자해 매달 배당을 받았다. 한국의 주식회사를 떠올리면 된다. 지분에 따라 수익을 나눠 갖는 방식이다. 빵 공장에는 나를 포함해 3명이 투자했다. 쉽게 말해 3인 ‘책임자 동지’를 둔 것이다. 나는 3000달러를 투자했는데 많을 때는 월 이익금 450달러를 받았다. 투자액에 비교해 수익이 높아 놀란 분도 있을 것이다. 통상의 경우 매달 투자액의 10%, 좀 센 데는 20%까지 이익금이 배분된다. 이렇듯 평양은 돈이 돈을 버는 곳이다. 이런 추세라면 한국의 재벌 같은 사업가가 북한에도 등장할 수 있다. 

“국가가 어떻든 내 입만 굶지 말자” 

평양의 한 마트에서 시민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북한 일반 노동자의 월급은 북한 돈 4000원(0.5달러) 수준이다. 공식 월급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생계는 시장을 통해 유지된다. 빵을 만드는 국가기업소가 있으나 인민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한다.  

어떻게 보면 김정은은 깨인 지도자다. 개인에게 맡기면 생산이 는다는 것을 아는 거다. 식당이니 이발소 같은 곳도 다 개인이 운영한다. 국가에서도 경제가 자본주의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다 안다. 다만 막지 않는 것이다.

평양의 20대는 자본주의적 삶이 체화돼 있다. 한국에서는 우리를 두고 ‘장마당 세대’라고 칭하던데 그것은 평양의 현재 상황을 협소하게 본 것이다. 돈이 최고의 가치가 됐으며 돈을 따라 사람이 움직인다. 장마당은 구전되는 말일 뿐 공식 명칭은 ‘시장’이다.  

주체사상? 물 건너갔다. 누가 사상에 신경 쓰나. 김일성주의, 김정일주의를 애국주의라고 한다. ‘김일성주의 정수분자’ ‘김정일주의 정수분자’는 20대에는 없다. ‘국가가 어떻든 내 입만 굶지 말자, 내가 잘 먹고 잘살자’는 인식이 삶을 지배한다. 어른들은 다를 수 있으나 우리 세대는 그렇다. 학교 다닐 적 ‘김일성 동지 혁명역사’를 열심히 공부했으나 다 헛소리다. 지금 10대 아이들은 우리보다 더하다. 김정은 때 통일을 이뤄내지 못하면 나중에 먹힌다는 인식도 강하다. 역사를 보면 3대 이후 세습이 계속되기는 어렵지 않나.  

평양의 백화점(평양1백화점, 평양2백화점이 있다)이 예전에는 상품을 진열만 해놓고 팔지는 않았다. 지금은 한국 백화점과 똑같다. 평범한 사람들도 백화점에서 물건을 산다. 마트에서도 서울과 똑같이 카트를 끌고 다니면서 쇼핑한다. 김정은 집권 이전의 평양과 이후의 평양은 완전히 다른 세계다.  

한국, 미국 드라마도 엄청나게 들어와 있다. 평양 시민들이 바깥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를 거라는 생각은 편견이다. 평양 시민들이 하나같이 하는 얘기가 북한이 발전하려면 개혁·개방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식 경제’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50, 60대 어른들도 다 그렇게 생각한다. 평양 시민들이 김정은에게 기대를 거는 것은 개혁·개방으로 나아가려는 움직임을 보여서다. 평양의 경제 사정이 괜찮다. 쌀값, 기름값이 안정돼 있다. 쌀은 다 해결됐고, 과일 등 먹을 것도 해결됐다. 중국에서 곡물로 만든 오일(바이오에탄올)이 엄청나게 들어온다.

개인택시도 등장 

미용실, 이발소 등의 자영업이 등장했다. (왼쪽) 평양 택시. [AP=뉴시스]

옥류관, 청류관 등 국영을 제외하면 평양의 거의 모든 식당을 개인이 운영한다. 명목상 각급 기관 산하에 속해 있으나 자본을 댄 개인이 영위한다. 식당을 사고팔기도 한다.  

국영 이발소에 가서 머리칼을 깎으면 요금이 북한 돈 2000원인 반면 개인 사업장은 1만5000원을 받는다. 가격이 비싼데도 개인 이발소가 잘된다. 국가 이발소는 정형화된 스타일로 깎아주는 반면 개인 사업소는 내가 원하는 모습대로 잘라준다. 따듯한 물로 머리도 감겨주고 엄청 세심하게 관리한다. 돈 좀 버는 사람들은 국가 이발소에 가지 않는다.  

북한에도 노래방이 있다. 식당에서 노래방을 함께 운영한다. 한국처럼 방값을 내는 방식이다. 이용료는 1시간에 5달러 수준이다. 식당 단골이면 할인도 해준다. 5시간 놀았는데 3시간 돈만 받는 것이다.  

‘자본주의 날라리’라고 비판받던 행동이 널리 퍼진다. 평양 살 때 진짜로 못해본 게 없다. 후회하지 않을 만큼 잘 놀았다. 호텔이니 모텔이니 하는 숙박업은 없다. 평양 호텔은 일반 시민이 이용하지 못한다. 이성 친구를 집에 데리고 가 사랑을 나누지 못하는 분위기인 터라 집을 통째로 빌려주는 비즈니스가 생겼다. 1시간에 북한 돈 1만 원이면 빌릴 수 있다. ‘3시간 쉬고 갈게요’라고 말한 후 3만 원을 내고 사랑을 나누는 방식이다. 

운수업도 활황이다. 개인택시도 있다. 개인이 승용차를 직접 구입해 회사에 적을 두고 운영하는 방식이다. 매달 수익 일부를 바치는 방식이 있고, 매달 내는 돈 없이 기간을 특정해 택시 영업을 한 후 승용차를 기업소에 바치는 경우도 있다. 한국에서 ‘지입차’라고 일컬어지는 시스템과 유사하다. 

평양의 ‘접대원 동무’ 

이렇듯 지금 평양엔 자본주의 시스템이 확고하게 서 있다. 통일이 이뤄지면 평양에 돌아가 사업을 키워볼 작정이다. 그래서 경영학을 공부하는 것이다. 어떤 사업을 할 거냐고? 우선 ‘땅’을 해야 한다. 아파트와 달리 땅은 아직까지 거래가 안 된다. 개혁·개방하면 땅이 거래될 수밖에 없다. 땅장사를 하면 노다지 같은 돈을 벌 수 있으리라고 전망한다.  

나는 평양에서 ‘손전화’ 사업도 했다. 스마트폰이라는 말은 쓰지 않는다. 손전화 혹은 핸드폰이라고 칭한다. 한국은 010으로 시작하는데 북한은 191, 195다. 191은 평양 전용, 195는 지방 전용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1인이 191, 195 휴대전화를 각각 한 대씩 2대 등록할 수 있다. 개인사업을 하려면 손전화가 필수다. 실시간으로 물품 시세와 수급 현황을 파악해야 사업을 잘할 수 있다.  

한국은 휴대전화를 신청하면 그날로 나오는데 북한은 두세 달 걸린다. 자본주의나 사회주의나 비슷한 것 같은데 돈을 많이 벌려면 법에서 하지 말라는 것을 해야 할 때가 있다. 불법은 하지 말되 비법을 잘 활용하는 것이다.

탁구장 사업을 번창시키려면 마약 장사꾼도 알고, 룸살롱 마담과도 친분이 있어야 한다. 평양에서 한국의 룸살롱 비슷한 업태는 식당에서 이뤄진다. 남자끼리 노래 부르며 노는 게 어색할 때 ‘접대원 동무’를 부르는 방식이다.

평양 시민들은 불법 혹은 비법적인 사업도 많이 한다. 자신 명의로 등록된 휴대전화를 사용하면 단속을 피하기 어렵다. 한국에서 ‘대포폰’이라고 하는 것과 유사한 게 평양에도 있다. 30달러를 주면 명의를 살 수 있다. 돈을 주고 이름을 빌리는 것이다. 돈을 받은 사람은 자기 이름을 내가 어떻게 사용하든 상관하지 않는다. 기관에 잘 아는 형이 있다. 나보다 세 살 위인데 “1대 뽑아줘” 하면 휴대전화가 곧바로 나온다. 그것을 파는 것이다. 기기는 중국산이다. 인터넷은 물론 안 된다. 게임은 된다. USB로 게임이 유통된다.  

평양의 젊은 세대는 한국 드라마를 즐긴다. 나도 엄청나게 많이 봤다. ‘태양의 후예’ ‘해를 품은 달’ ‘도망자’ ‘아이리스’ ‘장난스런 키스’ ‘시티헌터’ 같은 드라마를 평양에서 봤다. 아주 옛날 것부터 거의 다 봤다. 김태희 이민호 장나라 팬이 평양에 특히 많다.

국정원과 경찰이 ‘삥’ 뜯는 격 

처음에는 서울대 의대에 진학하려고 했다. 수능반에 들어가 8개월간 공부했다. 탈북민은 특혜가 있어 2등급 2개에 나머지 4등급이면 서울대에 합격할 수 있다. 등록금도 면제다. 그런데 계산해보니 대학은 그럭저럭 다녀도 인턴·레지던트 마치면 나이가 마흔 살이 되겠더라. 북한에서 사업 경험이 있으니 ‘진짜 자본주의’를 공부해 사업가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현재의 평양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가 뒤섞인 과도기다. 그래서 사업하는 게 힘들다. 눈치 볼 데가 많다. 잊을 만하면 들이닥쳐 검열을 한다. 돈을 찔러달라는 뜻이다. 반대로 돈만 많으면 평양처럼 살기 좋은 곳도 없다. 돈을 무한대로 찔러줄 수만 있다면 안 되는 일이 없다고 봐야 한다. 평양에서는 ‘뇌물을 준다’는 말은 잘 쓰지 않는다. ‘인사한다’거나 ‘고이다’라고 표현한다.  

북한 관료는 인민의 피, 땀을 뽑아 먹고 산다. 정복쟁이(관료를 가리키는 표현)들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고리다. 정복쟁이가 ‘이거 불법이야’ 하면 합법도 불법이 된다. 보안원이 매일 들러 담배 한 값 상납받고, 술 한잔 얻어먹는다. 한국으로 치면 국정원과 경찰이 ‘삥’을 뜯는 것이다. 의사에게 진료를 받을 때도 담배 한 값은 예의다. 관공서에서 증명서를 받을 때도 담배를 줘야 한다.

보안원이 잡아먹겠다고 마음먹으면 사업이고 뭐고 박살이 난다. 찍히면 안 되기에 설설 길 수밖에 없다. 최고 부자는 중앙당 간부다. 군과 보위성, 보안성도 힘이 세다. 뇌물 없으면 경제가 돌아가지 않는 곳이 북한이다. 힘 있는 기관에서 일하는 것만으로 부자가 될 수 있다. 단속 권한을 가진 곳이 특히 노른자위다. 북한에 다음과 같은 우스갯소리가 있다.  

“100원 떼먹으면 자기비판을 하고 1000원 떼먹으면 호상비판을 하며 1만 원 떼먹으면 주석단에 앉는다.” 

녹화물 시청은 반국가범죄 

‘빙두’ 장사도 평양에서 큰돈이 된다. 북한에서 히로뽕을 칭하는 말이다. ‘아이스’라고 칭하기도 한다. 함흥에서 주로 만든다. 한국에서는 히로뽕을 하면 감옥에 가는 것으로 안다. 북한은 한국보다 마약에 관대하다. 마약을 하다 걸리면 ‘위반범죄’인데 녹화물을 보다 걸리면 중범죄, 반국가범죄다.  

녹화물 중 중국 영화는 괜찮다. 유럽 영화는 재미가 없어서 안 본다.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 적발되면 노동교화형 3년부터 최고 사형까지 받는다. 젊은 세대라면 누구나 한국 드라마를 보는데 걸리면 중범죄자가 되는 것이다. “걸리는 놈이 머저리”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다.  

내가 한국에 온 이유는 녹화물을 갖고 있다가 적발됐기 때문이다. 믿었던 사람이 나를 고발했다. 투자 차원에서 평양 대동강구역에 주택을 샀는데, 그 집과 사업장도 정리하지 못했고 번 돈도 챙기지 못한 채 도주했다. 녹화물 소지죄로 감옥에 가면 인생이 끝장난다. 드라마는 물론이고 ‘불후의 명곡’ 같은 프로그램을 포함해 수천 개의 녹화물을 갖고 있었다. 곧바로 튈 수밖에 없었다.  

그 일로 실내수영장이 딸린 노래방을 경영하겠다는 계획도 물거품이 됐다. 수영장 사업을 시작하려면 3만 달러 정도가 든다. 괜찮은 아파트를 살 수 있는 액수다. 평양에 수십만 달러에 거래되는 아파트가 등장한 것은 한국에도 알려져 있다.

재개발이 예상되는 지역의 주택을 두고 투자 바람이 분다. 주택을 사두면 재개발 시 아파트를 받을 수 있다. 북한에서는 고층보다 저층이 선호된다. 승강기가 없는 경우도 있으며 전기 사정 탓에 자주 멎어 고층에 살면 힘들다. 재개발이 유력시되는 곳에 집을 사둔 평양 사람들은 당국이 다음 개발 지역을 선정하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재개발은 돈 넣고 돈 먹는 일종의 비즈니스가 됐다. 

10년 후 평양 

2018년 7월 4일 고려호텔에서 내려다본 평양시내. [사진공동취재단]
돈을 주고 차를 빌려 청진으로 갔다. 지방 사람들은 평양에 들어오지 못하나 평양시민증이 있으면 전국 어디든 갈 수 있다. 당일치기로 청진에 도착했다. 청진에서 국경도시 혜산으로 이동해 2017년 1월 5일 오후 4시 압록강을 건넜다. 보위성 놈들만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진다. 그렇게 탈북하는 통에 내 명의로 된 집, 사업하던 것을 다 날려야 했다.  

나중에 들으니 보위성은 내가 평양 안에서 잠수를 탄 줄 알았다고 한다. 벌여놓은 사업이 많아 평양을 떠났으리라고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 중국에 친척이 산다. 한 달 동안 톈안먼, 만리장성 등 관광을 했다. 가짜 중국 여권을 돈을 주고 구해 육로로 라오스로 이동했다. 라오스 주재 한국영사관을 통해 망명했다. 영사관 직원 분들이 아주 친절하게 대해줬다.  

나는 외아들이다. 냉면 음식점을 하는 어머니가 한국에 잘 정착한 터라 서울 생활에 비교적 수월하게 적응했다. 평양이 언젠가는 서울처럼 바뀌리라고 본다. 북한은 더 이상 사상의 강국이 아니다. 주체사상은 옛날얘기다. 김정은이 사람들의 이 같은 심리를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나는 가장 근래에 한국에 망명한 평양시민이면서 북한에서 ‘자본주의 청년 사업가’였다. 평양 출신 탈북민은 극소수다. 시장화한 평양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돈 벌고 살아가는지 생생하게 전한 것은 이 글이 처음인 것 같다. 변화한 평양을 이해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10년 전 평양과 현재의 평양은 완전히 다르다. 10년 후는 또 다를 것이다. 개혁·개방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구조다. 내가 정치는 전혀 모르지만 나진·선봉과 비슷한 형태로 신의주 원산 청진 함흥부터 개방해 단계적으로 확대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3월부터 한국에서 대학 생활을 시작한다. 걱정도 있으나 기대가 크다. 동기들보다 나이가 많아 잘 어울리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잘해보겠다. 통일이 되면 평양으로 되돌아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기업을 경영하고 싶다. 평양은 언젠가 창업의 블루 오션이 될 것이다. 



정시우
●1991년생
●출생지 : 평양시 대동강구역
●최종 거주지 : 평양시 보통강구역
●최종 학력 : 고등중학교 졸업
●2009.4~2011.10 평양기관차대 근무 
●2011.11~2013.6 제2경제위원회 3총국 근무
●2012.3~2016.12 개인사업 
●2017.1 탈북

글·정시우 북한이탈주민  
정리·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北 신흥부유층 '돈주', 권력층과 공생하며 '계획경제' 흔들어 [신통일한국으로 가는 길]

권이선 입력 2019.05.25. 15:01 수정 2019.05.25. 17:19

                          
      
〈2부〉 북한의 오늘 ② 새로운 계급 '돈주'와 시장경제
/ '시장 제도권 편입·자율성 제고'
/ 김정은식 새 경제관리법 이끌어
/ 불법·합법 사이 '회색지대' 확장
 / 과거 상업시설 국가가 소유하다
/ 돈주가 명의 빌려 운영 큰 변화
 / 일부 지역 주택 사유화도 인정
#1. 북한 평양 시내 한복판에 자리 잡은 대성백화점에는 샤넬, 코치, 오메가, 다이슨 등 고가 브랜드의 제품들이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모습을 뽐내고 있다. 이 백화점은 최근 리모델링을 통해 쇼핑뿐 아니라 수영, 사우나, 식사, 게임 등 여가를 보낼 수 있는 종합쇼핑몰로 탈바꿈했다.
 
 #2. 북한 당국이 2000년대 초반 이후 도시 개발을 본격화하자 돈 있는 사람들은 모두 부동산으로 몰려들었다. 이들은 철거를 앞둔 주택의 ‘딱지’를 웃돈을 얹어 구매하거나 편법으로 지인의 이름을 도용해 재건축 대상 아파트를 보유했다. 투기 열풍으로 10년도 안 돼 주택 가격은 50배 넘게 상승했다.
 
 #3. 북한 주민들도 직접 상점에 가지 않아도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 쉽게 물건을 살 수 있다. ‘만물상’ ‘옥류’ ‘내나라’ 등 온라인 쇼핑몰에서 식품과 화장품, 의약품, 신발 등 필요한 제품을 신용카드로 구매하기도 한다. 판매자에게 상품에 대한 문의나 의견을 남길 수도 있으며, 상품 생산자들 사이에서 가격을 낮추기 위한 경쟁도 활발하다.
 
북한 평양 만경대구역의 광복지구상업중심(센터)에서 주민들이 물건을 고르는 모습. 조선신보
북한의 이런 모습은 여느 시장경제 국가와 크게 다르지 않다. 북한은 계획경제를 강하게 추진해왔지만 변화의 바람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그간 북한 지도자들은 ‘시장은 자본주의 온상’이라며 사회주의 장벽을 무너뜨리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다. 이러한 노력에도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이후 주민들의 자구적 경제활동이 시작되면서 ‘장마당’을 중심으로 한 시장화는 당국의 통제와 묵인 등 우여곡절을 겪으며 확대·심화돼왔다. 조부, 부친과 달리 유학파 출신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집권 직후부터 시장경제의 힘을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시장을 제도권에 편입하고 기업의 자율성 제고를 위한 ‘우리식 경제관리방법’을 추진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돈주’가 있다. 돈주는 장마당으로 몰려든 주민을 상대로 부를 축적한 신흥 부유층이다. 당국과는 합법도, 불법도 아닌 ‘회색지대’에서 공생하고 있다. 민간 은행이 없는 북한에서 돈주는 국영기업이나 개인에게 돈을 빌려주는 대부업을 하기도 한다. 중국 접경지역의 정보망을 활용해 환차익으로 이익을 거두기도 한다. 무역회사부터 ‘써비차(service+car·사람이나 짐을 나르는 영업차량)’까지 사업 영역도 다양하다.
회색지대는 김 위원장 집권 이후 급격히 확장되고 있다. 대북 제재 여파로 곳간이 바닥을 드러내고 수출길도 막힌 북한은 돈주들의 ‘장롱 속 돈’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외화의 출처를 묻지 말고, 투자를 받고 활용하라”고 지시한 것도 그 일환으로 볼 수 있다.
과거 북한에서는 국가가 모든 상업시설을 운영했지만 이제는 시장경제 국가와 같은 형태로 돈주가 국영기업의 명의를 빌리거나 국가 소유의 건물을 임대해 직접 인력을 고용하는 방식으로 사업체를 운영한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부총장 등이 2015년 북한이탈주민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식당 64.7%, 상점 57.3%, 지방산업공장 25.7%, 중앙공업공장 20.9%가 사실상 돈주와 같은 개인이 국영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위원장 집권 전인 2012년 조사보다 늘어난 수치다.
김 위원장이 공을 들인 평양의 여명거리도 사실상 돈주의 작품이다. 북한 당국은 2016년 3월 착공해 1년여 만에 왕복 8차선 도로에 82층 아파트 등 고층 빌딩 100동이 늘어선 여명거리를 조성했다. 대북제재 속에서도 돈주들은 국영기업의 명의를 빌려 투자하고, 중국에서 건축자재를 신속하게 조달하며 이 대형 프로젝트를 완수했다. 돈주들을 등에 업은 김 위원장은 여명거리 외에도 평양에서만 창전거리(2012년), 은하과학자거리(2013년), 위성과학자주택지구(2014년), 미래과학자거리(2015년)를 건설했다.
주택 시장도 마찬가지다. 북한은 사회적 혜택의 일환으로 직장을 통해 근로자들에게 주택을 무상으로 공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돈주는 아파트 건설에 필요한 자금과 자재를 조달하고 그 대가로 아파트 입주권을 받아 일반 주민에게 그 아파트를 판매하며, 건축 과정에도 참여한다. 돈주의 투자수익은 통상 200∼300%가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관이나 기업소 입장에서도 국가 할당량을 채울 수 있고 근로자들의 주택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조선신보가 18일 공개한 평양 대성백화점. 연합뉴스
돈주들의 주택 사유화를 눈감아주던 북한 당국은 지난 3월 함경북도 나선경제특구에 한정해 주택의 사유화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기까지 했다. 이 지역 돈주와 노동당 간부들은 자본과 권력 등을 총동원해 기존 주택의 입주권 확보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KDB미래전략연구소 한반도신경제센터 김철희 연구위원은 “(이번 조치는) 북한이 주택의 개인 소유권을 처음으로 인정한 정책으로, 기존의 영구임대 형태로 입주한 주민에게 일시불 또는 25년 분할납부 조건으로 소유권을 주는 것”이라며 “북한 정부는 주택판매를 통해서 민간자금을 흡수하고 재산세 등 세수확대로 재정을 확충하기 위해 시범실시 후 법적·제도적 보완을 거쳐 대도시로 확대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