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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봉 "北 비핵화 안되면 우리는 '조건부 핵무장론' 내세워야"

이름없는풀뿌리 2018. 7. 20. 06:09

[격동의 한반도-전문가 진단 2부⑨]

김정봉 "北 비핵화 안되면 우리는 '조건부 핵무장론' 내세워야"


입력 2018.07.19 21:00

김정봉 유원대 석좌교수가 17일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윤희훈 기자
김정봉 유원대 석좌교수는 17일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되지 않는 상황에, 주한미군이 철수하겠다고 하면 우리도 핵무장을 할 수 밖에 없다”면서 ‘조건부 핵무장’을 대미 압박 카드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에서 근무하다 노무현정부 시절인 2005년 발탁돼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정보관리실장과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보비서관을 지낸 김정봉 교수는 “미국과 수교하고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핵무기로 한반도를 공산화하겠다는 게 북한의 생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우라늄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하는데 6개월, 또 핵탄두를 설계하는데 1년 반 정도 걸린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하고 북한의 비핵화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이 방법이 유일하다”고 했다. 핵무장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언급하는 ‘주한미군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선 “전술핵을 재배치하면 북한의 핵무장에 정당성을 주게 된다”며 반대했다.

‘대북제재에서 중국이 구멍이 될 수 있다’는 지적에는 “(중국은)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유엔 제재를 노골적으로 위반하긴 어려운 처지”라며 “남들 모르게 도와준다고 해도 과거 북중 무역의 30~40% 수준 이상으로 도와주긴 힘들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재가 계속되자 김정은이 결국 비핵화 회담에 나왔다”면서 “이번 회담이 잘되면 앞으로 돈 걱정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현재 비핵화 회담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선 “정상이 타결하지 못했는데 실무선에선 할 수 있는 게 없다. 특히 북한의 실무자들은 협상을 잘못했다간 문책 수준이 아닌 처형을 당할 수 있다”며 “최종 합의를 할 수 있는 사람은 김정은 뿐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이번 방북에서 그걸 깨달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비핵화 협상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현재 우리와 미국 정부가 말하는 북한 비핵화는 김정은의 선의에 의지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현재 수준에선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믿을 수 없다”며 “김정은이 당대회나 당대표자회 등 공식 회의체를 통해서 자신의 입으로 ‘언제부터 핵무기를 포기한다’는 연설문을 낭독해 비핵화를 공식 선언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특히 “4·27 판문점 선언이나 6·12 미북 정상회담 공동성명을 보면 문맥 구성이나 사용하는 표현이 전부 북한이 원하는대로 들어갔다”면서 “심지어 북한은 비핵화를 ‘한다’가 아닌, ‘노력한다’고 명시됐다”고 비판했다.

2차 미북 정상회담 전망에 대해선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이 먼저 워싱턴으로 왔으면 하고,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평양으로 왔으면 하는 눈치”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으로 간다면 김정은은 김일성, 김정일 시대부터 꿈에 그리던 장면, 미국 대통령이 평양으로 들어와 굴복하는 듯한 장면을 연출할 수 있다”고 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김정봉 유원대 석좌교수가 17일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윤희훈 기자
-미북정상회담 후 한달이 지났지만 비핵화 프로세스 진전을 보기 힘들다.

“비핵화 협상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시작됐다. 북한은 높은 곳, 우리는 낮은 곳에서 협상이 출발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회담에 나온건 두 가지 자신감이 생겨서다. 먼저는 핵탄두를 숨길 수 있다는 자신감, 또 핵탄두를 전부 내놓아도 언제든지 새로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현재 우리와 미국 정부가 말하는 북한 비핵화는 김정은의 선의에 의지하는 상황이다. 현재 수준에선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믿을 수 없다.”

-북한이 어떻게 행동해야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을까?

“김정은이 당대회나 당대표자회 등 공식 회의체를 통해서 자신의 입으로 ‘언제부터 핵무기를 포기한다’는 연설문을 낭독해 비핵화를 공식 선언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지난 4월 20일 열렸던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발표한 선언은 ‘핵보유 선언’인데, 이걸 비핵화 선언이라고 오도했다. 북한이 핵실험장을 폐기하겠다고 한 것도 핵보유를 완성했기 때문이다. 이런 걸 무시하면서 북한이 비핵화에 진정성이 있다고 하는 건 웃긴 일이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가 말했듯 비핵화로 포장할 순 있겠지만 진정한 비핵화는 어려울 것이다.”

-태영호 전 공사는 국회에서 가진 세미나에서 북한의 대응은 ‘핵 군축’에 머무를 것이라고 했다. 또 북한 정권에선 국제기구의 사찰을 ‘최고 권력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도 했다.

“태 전 공사의 주장에 동의한다. 만약 미국이 사찰을 강력히 요구한다면 북한은 일부 지역에 대해선 사찰을 수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전방부대나 북한의 성지(聖地), 예를 들어 금수산이나 백두산 삼지연 근처 등은 절대 안 보여줄 것이다. 자강도의 군사시설도 마찬가지다. 이런 곳을 볼 수 없다면 사찰은 하나마나다.”

-유의미한 핵 사찰을 하려면 언제나 어느 곳이거나 다 볼 수 있어야 하지 않나?

“그렇다. 전면적이고 무제한적인 사찰을 해야 한다. 그런데 북한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만약 이를 받아들일 의사가 있었다면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도 받아들였을 것이다. 이를 바로 잡으려면 정상회담을 다시 해야 한다. 하지만 정상회담을 다시 한다고 해서 이런 답을 얻진 못할 것이다.”

한국전쟁 당시 북한지역에서 전사한 미군 유해 송환 문제를 논의하는 북미 판문점 회담이 열리는 15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통일대교 남단에서 미군 차량이 유엔깃발을 달고 임진강을 건너고 있다./연합뉴스
-미북간 쉽게 합의할 것으로 보였던 유해송환 협의도 지연되는 느낌이다.

“난항이 있을 수 밖에 없다. 가장 큰 장애물은 비용이다. 미국 입장에서 북한에 많으면 200만달러까지 줘야 할 상황이다. 북한은 이 비용을 추산한 명세서를 구체적으로 제시할 것이다. 지도를 제시하며, 이 지역에서 몇 구, 또 다른 지역에서 몇구를 발굴했는지와, 사용한 장비와 동원된 인력의 비용을 요구할 것이다. 미국이 안줄 수도 없는 돈이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현금을 북한에 주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에 걸린다. 북한으로선 두마리 토끼를 다 잡는 셈이다. 돈도 벌면서 대북제재에도 흠집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유해송환과 관련해 장성급 회담을 요구한 것도 이러한 비용 문제를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이 나오라는 것이다.”

-협상 주체는 유엔사가 하는 게 적절한가?

“유엔사가 나서는 게 맞는다. 전쟁은 유엔군과 했다.”

-여기에 맹점이 있는 것 같다. 유엔군이 북한에 벌크 캐시 지급을 허용한다면, 유엔 스스로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격이 되버린다.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 안보리 결의의 주체인 유엔이 이를 깨겠다는 것이니 자승자박이 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스스로를 ‘협상의 귀재’라고 평가하는데, 이런 북한식 협상전은 처음이지 않을까? 짜증이 많이 날 것 같다.

“아마 지금쯤 학습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데 이미 늦은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은 실무자들이 길게 보고하면 짜증 낸다고 한다. 보고서도 잘 읽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니 북한에 속을 수밖에 없었다. 4·27 판문점 선언이나 6·12 미북 정상회담 공동성명을 보면 문맥 구성이나 사용하는 표현이 전부 북한이 원하는대로 들어갔다. 용어가 똑같아서 민망할 정도다. 구성과 순서도 똑같다. 심지어 북한은 비핵화를 ‘한다’가 아닌, ‘노력한다’고 명시됐다. 제네바 합의나 9·19 공동성명 합의문을 보면 상당히 구체적이다. 그런데 이번 합의문은 한 장짜리 페이퍼가 전부였다.”

-이 때문에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을 두고, 9·19 공동성명보다 낮은 수준의 합의라는 낮은 평가도 많았다.

“9·19 공동성명에는 비핵화 프로세스까지 구체적으로 언급돼있다. 이번엔 북한이 ‘CVID를 못 넣겠다’ 하니, 미국도 ‘그럼 제재해제를 할 수 없다’고 해 결국 공동성명이 이렇게 나왔다는 관측도 있다. 종전선언도 김정은이 중국을 다녀온 후에 중국도 함께 논의하자고 하니 트럼프 대통령이 하기 싫어진 것 같다. 미국으로선 종전선언을 하거나, 제재해제를 했어야 하는데, 이 모든 게 불가능하니 한미 연합훈련 중단 카드를 제시한 것이다.”

김정봉 유원대 석좌교수가 17일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윤희훈 기자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은 없나?

“트럼프 대통령은 6·12 정상회담 이후에 김정은이 워싱턴에 오면 자신도 평양을 가겠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이 먼저 워싱턴으로 왔으면 하고,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평양으로 왔으면 하는 눈치다. 일종의 기싸움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으로 간다면 김정은은 김일성, 김정일 시대부터 꿈에 그리던 장면, 미국 대통령이 평양으로 들어와 굴복하는 듯한 장면을 연출할 수 있다. 6·12 정상회담 때 공동성명 발표를 마치고 나갈 때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의 등을 두드렸다. 그리고 이 장면이 노동신문에 실렸다. 북한의 의도를 엿볼 수 있는 장면이다.”

-정상회담 이후 각급에서 진행된 실무협상이 잘 안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북한의 협상 대표들은 지금 상황에서 한 발짝도 못나간다는 것을 알고 있다. 정상들이 타결하지 못했는데 실무선에선 할 수 있는게 없다. 특히 북한 실무자들은 이 협상을 잘못했다간 문책이 아닌 처형을 당할 수 있다. 결국 최종 합의를 할 수 있는 사람은 김정은 뿐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이번 방북에서 그걸 깨달았을 것이다.”


-폼페이오는 그런 깨달음을 얻었을지 모르겠는데, 중요한 건 트럼프의 의중 아닌가. 트럼프 리스크에 대한 지적이 많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간선거가 있는 11월 전까지 미국 국민들에게 보일 성과가 필요하다. 지금 트럼프 대통령은 ‘동창리 미사일 엔진시험장 폭파쇼’와 ‘유해송환쇼’, 이 두 가지 밖에 관심이 없다. 일단 이것만 하고 11월까지 넘어가려는 것 같다. 지금 하는 이야기들을 보면 당분간은 비핵화 로드맵을 세우거나 검증은 하지 않겠다는 것 아닌가. 북한은 일단 몸값을 올린 다음에 상당한 대가를 받아내려고 할 거다. 그 다음엔 종전선언, 평화협정 체결도 하자고 할 것이다.”

-우리 정부는 이런 북한의 속내를 모를까?

“아는 사람도 있다. 북한의 전략을 알고, 또 북한이 하자는대로 하면 안보가 위태로워진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남북관계를 급진적으로 개선하자는 쪽으로 힘이 실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그쪽 편을 들어주는 것 같다. 곳곳에서 위험 신호가 감지된다. 얼마 전 국방부가 4단계 군축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국방부는 지난 9일 ‘판문점 선언에 따른 남북 간 군축과 관련, 언론에 언급된 4단계 군축방안이나 해병대2사단·육군7군단 후방 철수 방안 등을 검토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 중 해병대 2사단을 뒤로 빼겠다는 내용이 있다. 해병대 2사단은 북한군 5개 군단의 후방을 노리는 비수 같은 존재다. 이걸 뒤로 빼겠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우리 육군 7군단을 후방으로 철수하는 방안이다. 육군 7군단은 북한군이 남침하면 이를 격퇴하고 평양으로 진격하기 위해 만들었다. 북한 비핵화는 되지도 않았고, 생화학무기도 그대로 갖고 있다. 그런데 우리 병력을 뒤로 뺀다는 게 당최 가능한 일인가. 군인들도 이건 실현되면 안되는 일이란걸 안다. 이러한 정보는 보안이 유지돼야 하는데 왜 노출됐겠는가. 군 내에 반발세력이 있다는 의미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 11일 오전(현지시각) 인도 뉴델리 팔람 공군공항에서 싱가포르로 향하며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 시점에 우리 정부가 취할 전략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북한이 비핵화 회담에 나온 것은 유엔재제와 미국 군사공격이 두려워서인 것도 있지만, 미국 본토를 공격할 실력이 생겨서 드디어 때가 됐다고 생각한 것이다. 미국과 수교하고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핵무기로 한반도를 공산화하겠다는 게 북한의 생각이다. 이를 막을 유일한 카드는 조건부 핵무장이다. 정말 핵무장을 하겠다는 건 아니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되지 않는 상황에, 주한미군이 철수하겠다고 하면 우리도 핵무장을 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미북 간 진행되는 비핵화 회담이 북한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폐기하고 핵 동결을 하겠다면서 보유한 핵무기를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고 치자. 아직 한반도에 대한 북한의 핵 위협은 남아있는 상황인데, 만약 주한미군이 철수하겠다고 하면 우리나라는 누가 책임지나.”

-협상카드로 활용하기 위한 ‘조건부 핵무장’ 같은데, 그러려면 우리나라도 핵확산방지조약(NPT)을 탈퇴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렇지 않다. 일단은 기술력과 인력만 확보하면 된다. 폐우라늄 연료봉을 화학적으로 처리해서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기술을 확보하고 여차하면 핵무기를 만들 수 있을 정도의 능력만 갖추면 된다. 전문가에게 들어보니 우라늄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하는데 6개월, 또 핵탄두를 설계하는데 1년 반 정도 걸린다고 한다.”

-핵실험을 해야 하지 않나.

“핵실험은 하지 않아도 된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정 핵실험을 해야 한다면 우주 공간에서 하면 된다. 우리나라의 전자공학 기술이면 충분히 가능하다.”

-핵무장을 언급했다가 받게 될 국제사회의 압력은 어떻게 대처하나?

“그렇기 때문에 전제조건을 확실하게 걸어야 한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안 되는 상태, 그리고 미국이 한국에 대한 방위 의지를 포기하고 주한미군을 철수한다고 할 때, 이 두 가지가 맞아 떨어지면 핵무장을 할 수 밖에 없다고 해야 한다. 이같은 전제조건을 명시해야 국민들의 동의도 얻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하고 북한의 비핵화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이 방법이 유일하다. 또 NPT 규정을 보면 적대국가가 핵 무장을 했을 경우에 피해를 볼 수 있는 국가도 핵무장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굳이 NPT를 탈퇴하지 않아도 된다.”

북한은 지난해 7월 4일 조선중앙방송 특별중대보도를 통해 오전 9시 40분께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 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혔다./뉴시스
-핵무장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전술핵 재배치를 언급한다. 이러한 주장은 어떻게 평가하나?

“전술핵을 재배치하면 북한의 핵무장에 정당성을 주게 된다. 그러면 북한에 대한 유엔제재도 해제될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제재에 동참할 가능성이 거의 사라진다. 유엔제재만 계속 유지된다면 북한은 무너진다. 북한 자체는 붕괴되지 않더라도 3대 세습 체제는 무너진다. 김씨 체제가 무너지면 새로운 세력이 집권하게 될텐데, 이때 들어선 세력과는 진지하게 통일을 논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문재인 정부 들어서 한반도 정세를 대화모드로 바꿔놓지 않고 제재를 계속했다면 올 연말쯤 북한이 무너졌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북한이 무너지고 있다는 전조 현상이 있나?

“2년 전에, 앞으로 2년 후면 북한의 외화가 완전히 고갈된다는 평가가 있었다. 북한이 숨겨둔 외화가 있는데 올해 연말쯤 고갈되면 내년부터는 붕괴 수준에 들어간다고 봤다. 그런데 우리 정부가 나서서 도와준다니 걱정된다. 일단 미국이 비핵화 회담을 하면서도 제재를 강력하게 유지하겠다 하니 다행이다. 제재가 유지된다면 북한 내부적으로도 상당히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에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체제 붕괴는 어떤 식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보나?

“세가지 경우의 수가 있다. 우리 현대사로 비유하면, ‘4·19 방식’, ‘5·16 방식’, ‘10·26 방식’이 있다. 북한 체제가 4·19 혁명처럼 무너지는건 어렵다. 지방에서 소규모 폭동이 있을 수는 있지만 평양에 사는 사람들은 기득권층이기 때문에 평양까지 이어지기 어렵다. 5·16 군사정변처럼 무너지는 것도 어렵다. 북한 군인들은 정치 장교에 의해 2중, 3중으로 통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능성이 있는 건 10·26 방식이다. 다만 이게 가능하려면 4·19 혁명 같은 민중 봉기가 지방 곳곳에서 일어나야 한다. 이러한 시위를 군이 강경진압하면서 대량의 사상자가 발생한다면 민심이 돌아설 수 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북한 군부나 조직지도부의 누군가가 반기를 들고 김정은을 제거할 수 있다고 본다.”

-중국이라는 변수가 남아 있다. 북중 관계가 상당히 호전됐다.

“그렇긴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유엔 제재를 노골적으로 위반하긴 어려운 처지다. 남들 모르게 뒤로 도와준다고 해도 과거 북중 무역의 30~40% 수준 이상으로 도와주긴 힘들다.”

김정봉 유원대 석좌교수가 17일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윤희훈 기자
-유엔제재가 정말 효과가 있나.

“김정은은 집권 이후 국제사회를 향해 ‘대북 제재는 무의미하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아버지로 물려받은 비자금을 쓰고 있다. 하지만 제재가 계속되자 김정은이 결국 비핵화 회담에 나왔다. 김정은으로선 이번 회담이 잘되면 앞으로 돈 걱정은 없다고 생각하고 있을거다.”

-결국 김정은이 회담에 나온 건 제재 완화를 위해서라고 보나.

“그렇다. 체제보장 얘기는 부차적인 것일 수 있다. 물론 종전선언을 한다면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명분이 사라지기 때문에 북한 입장에서 굉장히 의미 있다. 최근 북한이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에게 약속을 지키라고 하는 속뜻은 종전선언을 하라는 것이다. 북한의 핵보유 목적은 주한미군 철수다. 미국을 향해 한국에서 손을 떼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현재 회담은 북한이 원하는대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은 6·12 회담 공동 성명 2항에 “한반도에서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한다”고 명시했다. 이 합의문이 존속하는 한 미국은 북한을 공격할 수 없다. 미국이 합의문을 파기하기 전까지 북한은 마음대로 배짱을 부릴 수 있게 됐다.”

-국정원 재직 기간 북한의 핵무장 수준을 자세히 조사한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북한의 핵무장력은 어느정도로 추정하나?

“북한이 핵 기폭장치를 완성한 것은 1991년도로 알려졌다. 당시엔 북한이 영변 핵시설에서 우라늄 폐연료봉을 재처리했다는 것도 알려졌다. 이 때문에 IAEA가 북한을 사찰하려고 하자, 북한은 돌연 NPT를 탈퇴했다. 이 때 당시 북한은 핵탄두는 없지만 핵탄두 1.5발을 만들 수 있는 핵물질을 보유한 것으로 파악됐다. 1990년대 말 동구권이 붕괴되면서 구 소련의 핵탄두 5000여발이 국제암시장에서 거래됐다. 당시 북한은 구 소련의 핵탄두를 밀반입하려다 우리 국정원에 적발됐다. 당시 국정원과 CIA가 공조해 두 건의 핵탄두 밀반입을 막았다. 당시 우리는 북한의 핵탄두 밀반입을 저지했다고 판단했지만 1997년 탈북한 황장엽 노동당 비서가 우리에게 증언한 내용이 있다. 황장엽 비서가 탈북전 핵탄두 보유 사실이 궁금해 전병호 당 군수담당 비서에게 물어봤는데, ‘쓰고 남을 만큼 갖고 있다’는 답을 들었다고 했다. ‘쓰고 남을 만큼’이라는 게 추상적인데, 북한 입장에서 이 정도는 5개 내외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2010년에 지그프리드 해커 박사 일행이 북한을 방문했을 때 원심분리기 2000기, 또 2014년에 원심분리기 2000기를 추가로 봤다고 했다. 파키스탄의 압둘 카디르 칸 박사는 2002년 북한에 가서 원심분리기 3000기를 봤다고 했다. 이를 토대로 추정하면 북한은 현재 최소 60발의 핵탄두를 갖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보유량은 더 많을 것이 다.”


☞김정봉 교수 : 서울대 정치학과를 나와 연세대 대학원에서 외교안보학 석사를 했다. 국가정보원에서 1979년(당시엔 중앙정보부)부터 2007년까지 근무했다. 서훈 국정원장의 한 기수 선배다. 노무현정부 시절 청와대 NSC 정보관리실장과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보비서관을 지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유원대학교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7/19/201807190186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