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30년대 후반 <금강산 탐승 안내도> 일본 히노데 상행 발행,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소장(pdf 다운)
만폭동(萬瀑洞)
- 정인보 / <담원시조, 을유문화사, 1948> -
1
맑고도 넓은 개울 몇 폭포를 얼러 온고
들어선 아람드리 기우신 양 더예롭다
골바람 지났것마는 숲은 아직 울려라
2
숲 새로 솟는 취와(翠瓦) 장안사(長安寺)가 저기로다
절동구(洞口) 접어들어 장터같다 허물마오
계산(溪山)엔 물 아니드니 잠깐 속(俗)돼 어떠리
3
해 뉘웃* 점그는데 우수하니 비뿌린다
이십리(二十里) 마하연(摩訶衍)을 어이 갈고 노배기*로
명산(名山)의 김서림이니* 옷 젖은들 어떠리
* 뉘웃 : 해가 기울어 가는 모양
* 노배기 : 雨裝없이 그대로 맞고 가는 것
* 김서림이니 : 증발되는 기체
4
둘 붙인 남우다리 물소리에 날리올 듯
명연담(鳴淵潭) 뿜는 눈(雪)발 오든 비는 어대간고
분명(分明)히 막힌 앞길이 어느결에 열려라
5
한 구비 돌아드니 향로봉(香爐峯)이 푸르렀다
청학(靑鶴)은 어디가고 대(臺)만 홀로 높았는가
암벽(巖壁)이 좌우(左右)로 벌려 나래 편 듯 하여라
6
돌인가 옥(玉)이런가 흰들저리 훤*할손가
너례기* 펼친 채로 만괵수(萬斛水)가 내리달아
곳곳이 나는 눈발이 높자낮자 하여라
* 훤 : 허명(虛名)
* 너례기 : 대반석(大盤石)
7
사벽(四壁)을 덮은 수목(樹木) 쌓이다못 덩이덩이
고울사 일홍징담(一泓澄潭) 초록색(草綠色)을 뉘들인고
신나무 처진가지가 반(半)쯤 물에 잠겨라
8
숲 새로 볕이 새니 금광(金光)이 일렁*인 다
일렁여 나가다가 되오르긴 무슨 일고
잇다감 어리운 올*이 넓어 점점 멀어라
* 일렁 : 양동(漾動)
* 올 : 윤문(輪紋)
9
이 좋은 이 수석(水石)에 바둑판야 오활(迂闊)*하다
명구(名區)에 운사(韻事)로서 두음즉도 아니한가
두어라 고인유적(古人遺蹟)을 헐어* 무삼하리오
* 오활(迂闊) : 멀우. 트일활. 기국(棋局), 만폭동 초입 돌 위에 棋道를 새겼다.
* 흘러 : 평즐(評騭)
10
옥녀(玉女)의 늦은 세수 갓하염즉 하다마는
비취병(翡翠屛) 굳이 닫고 누를 끠여* 숨으신고
앞길야 머다할선정 안 머물고 어이리
* 끠여 : 꺼리끼어
11
바람은 없다마는 잎새 절로 흔들리고
냇물은 흐르렸만 거울 아니 움직인다
백룡(白龍)이 허위고 들어 잠깐 들썩하더라
* 만폭동도(萬瀑洞圖) 정선(鄭敾). 17세기 후반, 비단에 수묵담채, 33 x 21.9 cm, 서울대학교 박물관
단원 김홍도 作 《금강사군첩(金剛四群帖)》중 [長安寺]
단원 김홍도 作 《금강사군첩(金剛四群帖)》 중 [白華庵浮圖]
매월당석각(梅月堂石刻)
萬瀑洞中路房에 石刻이 있으니 起頭에 『藥山藥水, 人之常情也, 余則登山而哭, 臨水而哭』
이라하고, 끝줄에『四十八歲翁六人金剛題』라 하였다. 전하되 梅月堂의 手蹟이라한다.
- 정인보 / <담원시조, 을유문화사, 1948> -
1
그제도 싫다셨건 이제더면 어떠시리
반(半)내산 삭임 위에 다래덤불 걷지마소
글씬들 창상잔겁(滄桑殘劫)을 보서 무엇하리오
2
오세(五歲)에* 맺히신 한(恨) 그대로로 천추(千秋)로다
무단(無端)히 느꺼우니 뵙는 듯도 한저이고
노릉(魯陵)*은 한(恨)없으셔라 울음끼처 두시니
* 매월당이 5세 때 세종을 뵈었다
* 노릉(魯陵) : 단종 장릉(莊陵)을 일컫는 말
3
산(山) 올라 우셨다니 산 보시면 섧더니까
물 당해 우셨다니 물 보시면 섧더니까
님 보신 산(山)과 물이야 그대 섧다하리까
단원 김홍도 作 《금강사군첩(金剛四群帖)》중 [마하연]
마하연암(摩訶衍菴)
- 정인보 / <담원시조, 을유문화사, 1948> -
1
삼한(三韓)을 통합(統合)하신 문무대왕(文武大王) 즉위초(卽位初)에
이 땅에 이 절 짓고 비시던 일 뚜렷하다
그 정성 자취 없고여 산천(山川) 다시 보여라
2
우거진 저 숲 속에 어느 풀이 지공(指空)*초오
뜰 계수(桂樹)* 버힌 원님 욕심(慾心)많다 뉘 이르뇨
거짓에 싸여온 분(憤)을 남게* 풀려 함이니
* 지공(指空) : 古法師의 이름
* 계수 : 마하연 앞뜰 古木을 桂라고 하나 실상은 桂가 아니도 언떤 욕심 많은 원이 베어갔다 함.
* 남게 : 나무에게
3
나옹(懶翁) 예배석(禮拜石)이 예런 듯이 제로 향(向)해
법기봉(法起峯)* 앉은 모양 인간세월(人間歲月) 모르는 듯
백운(白雲)이 뜰 앞에 차니 익재(益齋)* 생각 나더라
* 법기는 菩薩名
* 익재 : 고려 명상 李齊賢의 號
4
중향봉(衆香峯) 나린 맥(脈)에 첫 명구(名區)가 마하(摩訶)로다
옥룡자(玉龍子)* 풍수설(風水說)*을 잠깐 제쳐 두고라도
룡(龍)턱* 밑 제일(第一) 구슬*은 여기런듯 하여라
* 옥룡자(玉龍子) : 신라 율사 道詵의 一號
* 풍수설(風水說) : 상지술(相地術). 풍수지리
* 룡(龍)턱 : 용함(龍頷)
* 구슬(珠) : 驪龍 頷下에 明珠가 있다고 이른다.
5
백운대(白雲臺) 기엄기엄 저 홀로인 줄 알었으리
숨 허위 내쉬기전(前) 천봉(千峯) 언제 따라온고
쇠줄 곧 없었을세면 진연(塵緣)더욱 멀렸다
* 진연(塵緣) : 이 세상의 번거로운 인연
단원 김홍도 作 《금강사군첩(金剛四群帖)》중 [表訓寺]
표훈사(表訓寺)
- 정인보 / 1948 <담원시조집> -
1
릉파루(凌波樓)* 시원쿠나 사방(四方)모두 물소리라
다리는 없을선정 냇경치(景致)야 더늘었다*
예 앉아 달까지 봄이야 바란다나 하리오
* 릉파루(凌波樓) : 표훈사 門樓
* 장마물에 다리는 무너져 내리고 냇물만 소리쳐 흐른다.
2
드높은 석대(石臺)위에 날개 치는 취루채전(翠樓彩殿)
사산(四山)은 낮잠 들고 시내 홀로 바쁘구나
물소리 마저 없던들 고요조차 모르리
3
소리란 물소리 뿐 새 짐승도 괴괴하다*
루동로(鏤銅爐)* 가는 연기(煙氣) 불향(佛香)얼려 피어나니
구름이 법(法)듣는 듯이 지나 천천하더라
* 鳥獸의 소리를 들을 수 없을 만큼 만폭동의 물소리가 시끄럽다는 말
* 루동로(鏤銅爐) : 섭새김한 구리향로
4
법기(法起)를 나승(羅僧)이라 고증(考證)삼아 뉘 망령고
화엄(華嚴)의 그냥한 말 하상 실제(實際) 아니거니
이 금강(金剛) 이 불상(佛像) 가져 우리란들 어떠리
5
반 바랜* 저 단청(丹靑)이 어이그리 돋뵈*는고
오래서 부연 기새* 그도 또한 덜 미워라
세월(歲月)이 시킨 단장을 뉜들 거러* 보리오
* 반 바랜 : 짙은 빛이 엷어지는 것.
* 돋뵈 : 돋보여
* 기새 : 기와(瓦)
* 거러 : 걸어, 대항(對抗)
6
펀*할사 이 산(山)속에 바위하나 바라뵐까
함칠*한 솔빛 너머 물소리만 높낮아라
빈 터야 이 절 뿐이랴 섬거* 무삼 하리오
* 펀 : 平坦하고 넓은 모양
* 함칠 : 가지런하고 윤이 나는 모양
* 섬거 : 서운, 추창(惆愴), 슬퍼함
7
낭선군(朗善君)* 비해(匪懈)* 유법(遺法) 몇몇 군데 남았는고
옛 비(碑)에 끼운 잇*을 씻어 볼 새 없었으니
금석서(金石書)* 모든 고심(苦心)을 다시 생각하노라
* 낭선군(朗善君) : 宣祖의 왕자 영(瑛)의 장자 우(俁). 여기있는 古碑가 그의 글씨이다.
* 비해(匪懈) : 안평대군의 당호(堂號)
* 잇 : 이끼(苔, 蘚)
* 금석서(金石書) : 한국 古金石을 모아 만든 集古編의 하나이니 朗善이 시작하고 그 아우 郞原이 완
성하였다.
정선 <해악전신첩>中 정양사(正陽寺) 31.2*24.2cm, 간송미술관
정양사(正陽寺)
- 정인보 / <담원시조, 을유문화사, 1948> -
1
흘성루(歇惺樓) 예로구나 앞을보니 눈부시다*
천봉(千峯)을 주름잡아 둘러 어이 저러한고
어즈버 나죄* 하늘이 화폭(畵幅)인줄 알리오
* 정양사 흘성루에 오르면 內金岡 諸峰이 다 보인다.
* 나죄 : 저녁 때
2
솟은 양 갖가지라 둥그러니 네야 높다
첩첩(疊疊)도 한저이고 넘겨보긴 무삼 일이
해 뉘엿 어스레하니 구불구불 하여라
3
하늘에 닿은 채로 나즉한듯 이상할싸
괴괴한 한뜰 앞에 천봉만학(千峰萬壑) 모이단말
구태여 나눠 보려고 예니제니 하느뇨
4
희달까 허여해라 연푸름도 드뭇 섞여
높낮은 연화(蓮華)송이 멀찍가즉 둘렀으니
난간(欄干) 밖 어떠한 빛을 일런 무삼 하리오
5
금강산(金剛山) 제일명구(第一名區) 응당 이곳 치올 것이
일루천봉(一樓千峰)이 세상 밖에 그윽하니
반(半)기운* 옛 집 얼굴이 더 귀한 줄 아노라
* 흘성루는 거의 기우려져 있다.
6
기운들 어떠리만 보니아니 느껴운가
정양사(正陽寺) 거의거의 흘성루(歇惺樓)가 저렇단말
두어라 금강용상(龍象)*을 바이 없다 하리오
* 금강용상(龍象) : 禪家에서 名僧을 이르는 말
7
육각전(六角殿)* 헌 그림*을 국보(國寶)인 줄 뉘 알것가
오도자(吳道子)* 열이오면 가도(可度)*도곤 더 귀할가
개칠*야 있을 법할손 신운(神韻)*아직 남으니
* 육각전(六角殿) : 흘성루 옆에 있는 佛殿
* 헌 그림 : 육각불화는 안견의 진적(眞蹟)이라고 전한다.
* 오도자(吳道子) : 당(唐)의 명화가 吳道玄
* 가도(可度) : 안견(安堅)의 자(字)
* 개칠 : 그림, 글씨등 原畫 위에 加筆하는 것
* 신운(神韻) : 神祕스러운 韻致
8
도원도(桃源圖)* 쌍절(雙絶)*이라 다시 없다 하였더니
쥐거미* 더렌 벽(壁)에 남아 은은(隱隱) 보배롭다
필획(筆晝)을 다 못 볼세면* 뜻만 아니 좋으니
* 도원도(桃源圖) : 안견의 몽유도원도가 지금까지 전한다.
* 쌍절(雙絶) : 몽유도원도에 안평대군의 親筆題詩가 있다.
* 쥐거미 : 쥐와 거미
* 육각전 佛畫 위에 여러번 俗筆의 塗添함이 있어서 眞蹟은 거의 다 없어졌다.
단원 김홍도 作 《금강사군첩(金剛四群帖)》중 [삼불암]
소광암(昭曠巖)
- 정인보 / <담원시조, 을유문화사, 1948> -
1
공산(空山)에 사람 없고 수류화개(水流花開) 뿐이로다
희암(希菴)*이 놀던 그때 글씨 아니 머무른가
허량(虛凉)은 예런듯한대 간 일 아득하고녀
* 희암(希菴) : 채팽윤(蔡彭胤)의 號
* 채팽윤(蔡彭胤, 1669-1731) : 본관은 평강(平康). 자는 중기(仲耆), 호는 희암(希菴)·은와(恩窩).
채충연(蔡忠衍)의 증손으로, 할아버지는 채진후(蔡振後)이고, 아버지는 현감 채시상(蔡時祥)이다. 어
머니는 권흥익(權興益)의 딸이다. 1687년(숙종 13) 진사가 되고, 1689년 증광문과에 갑과로 급제하여
검열을 지낸 뒤, 그 해 사가독서(賜暇讀書: 문흥을 일으키기 위하여 유능한 젊은 관료들에게 휴가를
주어 독서에만 전념케 하던 제도)하였다. 그 때 숙종의 명에 따라 오칠언(五七言)·십운율시(十韻律
詩)를 지어 후일 나라를 빛낼 인재라는 찬사와 함께 사온(賜醞)의 영예를 입었다. 그 뒤에도 호당(湖
堂)에 선임된 자들과 은대(銀臺: 승정원의 다른 이름)에 나아가 시부를 지어 포상을 받았다. 그가 궐
내에 노닐 때면 언제나 숙종이 보낸 내시가 뒤따라다니며 그가 읊은 시를 몰래 베껴 바로 숙종에게
올리도록 할 만큼 시명(詩名)을 날렸다. 1691년 세자시강원의 벼슬을 거쳐 1694년 정언(正言)에 있으
면서 홍문록(弘文錄: 홍문관의 제학이나 교리를 선발하기 위한 제1차 인사기록)에 올랐으나, 이이(李
珥)·성혼(成渾)의 문묘출향(文廟黜享)을 주장한 이현령(李玄齡)의 상소에 참여했다 하여 삭제되었
다. 그 뒤 벼슬에서 물러나 제자들에게 학문을 강론하며 지내다가 1724년 영조의 즉위로 승지에 제수
되었다. 이듬해 도승지·대사간을 거쳐 예문관제학에 임명되어 감시장시관(柑試掌試官)이 되었으나
성균관 유생들이 전날 양현(兩賢)의 모독과 관계되었다 하여 응거(應擧)를 거부, 교체되는 파란을 겪
었으며, 1730년(영조 6) 병조참판·동지의금부사·부제학을 역임하였다. 어려서부터 신동이라 불렸
고, 특히 시문과 글씨에 뛰어났다. 해남의 두륜산(頭輪山)대화사중창비(大花寺重創碑)와 대흥사사적
비(大興寺事蹟碑)의 비문을 찬하고 썼다. 저서로 『희암집』 29권이 있고, 『소대풍요(昭代風謠)』를
편집하였다.
2
아심도 많거니와 영롱(玲瓏)함도 짝이 없네
금강산(金剛山) 옛시권(詩卷)에 이만한 이 몇 분인고
내 그예 정음(正音)에 옮겨* 널리 뵐까하노라
* 희암(希菴)의 金剛詩가 모두 富麗하다. 우리 글로 번역하고 싶었다.
* 왼쪽부터 이건방, 정인보, 이희종, 성완혁. 앞줄 오른쪽은 석전스님(1934년 금강산)
* 담원은 1933년 8월 초부터 두 달 동안 금강산일대를 여행하고 이것을「관동해산록」이란 제목으로
『조선일보』에 1933. 8. 3 〜 9. 7일치에 연재하였다. 옛적부터 금강산 기행문이 수천편이지만 위당
의 작품이 가히 일품이다.
정인보 선생의 금강산 산행기 『관동해산록』
- 정인보 / 2020. 11. 9 -
위당 정인보 선생이 동아일보에 기고한
"남유기신"은 네이버뉴스라이버러리에서 읽을 수 있다.
그런데 1933년 담원이 명망가들과 함께 찾은 금강산 산행은 조선일보에 기고하였고,
위당 정인보 선생의 얼을 기려 김삼웅이 "위당 정인보 평전"(채륜, 2016)을 썼는데,
참으로 고맙게도 책에는 금강산 산행을 담은 "관동해산록"을 담고 있다.
춘원 이광수나 최남선 그리고 노산 이은상 등
다른 문인들의 금강산 산행기와는 글투부터 다르다.
김삼웅은 그의 금강산 산행기를 수천수만의 금강산 글 중에 일품이라고 칭송하는데,
여기에 모셔봅니다. 비로봉이 없는 걸 보니 전문은 아닌 듯 합니다.
그리운 금강산 / 테너 임응균, 팝페라 명성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