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 이구학 / 2001/12/17 / 2001년 샘터상 시조부문 장원작 -
꽃은… 피는 게 아냐 그리움이 터진 거지…
내 온몸의 피가 피가 열꽃되어 터진 게야…
꽃비로 당신 적시려 혼(魂)을 활활 태운 게야…
쓴맛을 보여주마
- 이구학 / 2001/12/17 / 열린시조 2001년 겨울호 -
쓴맛을 보여주마 쌉쌀한 맛 보여주마
쓴맛은 진정제야, 심장을 안정시키고 피로 회복에 좋으며 입맛이 없을 때 그 맛을
당겨주나니, 열을 내려 염증을 낫게 하고 통변을 돕느니, 발끈 신경질을 잘 내거나
제 뜻대로 안 된다고, 팽그르르 돌아않는 그대여 먹어 보라.
오대 점봉 방태 가리왕 박지 용문 회문 지리산의, 진부 정선 인제 원통 순창 남원
화계 장터에 쓴맛 나는 파 쑥새 씀바귀며 구기자, 상추에 쇠귀나물 땅두릅에 차조기,
고사리에 참나물 머위에 곰취로다.
머위 곰취에는 간장 마늘 참기름 깨소금이야ꃨ1 씀바귀에는 된장 고춧가루 참기름
깨소금이야ꃨ2 땅두릅에는 고추장 마늘 식초 설탕 깨소금 막걸리야ꃨ3 쑥새에는
두부 달래 된장 참기름 마늘이야.ꃨ4
양념장에 참기름 듬뿍 쳐서 겉절이 무친 것 말고도 쓴맛을 고스란히 내는 불뚝
전ꃨ5도 부쳐 볼일이다. 쓴맛은 사람을 만드나니 쑥과 마늘 견딘 곰이 사람이
되었었지 단맛 신맛 짠맛 매운맛 그중 제일이 쓴맛이야.
쓴맛을 가끔 보아야 사는 맛이 나는 게 아냐.
ꃨ 1: 어린 머위순은 데쳐서 먹기 좋게 썰고 곰취도 살짝 데쳐 양념을 넣어 무쳐야하며
ꃨ 2: 뿌리째 잘 다듬어 큰 것은 4쪽내어 나머지는 적당히 다듬어 데쳐야 하고 속까지 간이 배도록
힘주어 무쳐야하며
ꃨ 3: 데쳐 먹기 좋게 자르고 너무 굵은 것은 두넷쪽으로 가르고 고추장에 막걸리를 조금 넣고 나머
지 양념을 넣되 너무 짜지 않게 해야 하느니
ꃨ 4: 실뿌리 같은 것을 먹어야 하느니, 끓는 물에 데쳐 먹기 좋게 썬 다음 두부를 으깨어 넣고 된장
은 간만 될 정도로 조금만 넣고 참기름 마늘로 맛을 낸 뒤 달래 쑥새를 넣은 다음 잘잘 무쳐야 되며
ꃨ 5: 밀가루에 상추를 넣어 지진 거야.
대(竹)ㆍⅡ
- 이구학 / 2002/03/17 -
단 하나 나이테로 平生을 直立했다.
단 한번 꽃피우려고 雪寒風과 맞섰다.
딛고선 뿌리 속마저 텅, 텅, 텅, 비워가며…
시조공부
- 이 구 학 / 2002/03/17 -
知天命에 시조 한 수 써 가지고 갔더니만
대명천지 해 아래에 웬 시체들, 선배말씀
衆生만 죽고 살더냐 낱말들도 하였다.
항아리 겉모양을 보았잖니 이제는,
그 속에 들어 있는 보물을 꺼내야지
발기고 또 발겨보나 보이지 않는 뼈, 뼈여….
봄의 웃음
- 이 구 학 / 2002/03/17 -
실버들 치렁치렁 주렴 내려 살랑일 때
봄바람 손끝으로 눈시울을 간질대자
파란 잎 못 참겠다며 박장대소하는 것 봐.
겨울 햇살
- 이 구 학 / 2002/03/17 -
키를 낮춘 햇살이 춥다하며 벌벌 떤다.
창가만 맴돌던 놈이 안방깊이 파고들어
내 앉은 아랫목까지 비켜 달라 떼를 쓰니…
* 이구학(1945-)
전북 순창 産. 필명 운장(雲長)
풍산초등, 순창중, 조대부고, 조선대 졸업.
호남대 대학원(경영학 박사)
제10회 공인회계사 시험 합격.
- 문학 관계
「제26회 샘터시조상」장원.
계간「열린시조(현 열린시학)」의 [제2회 우리시 전국현상 공모]에 "유년의 江"외 5편이 당선되어 시조 등단.
계간「문학춘추」의 [제44회 신인작품상 전국공모]에 "실버들 정신-그 特質考"외 1편이 당선되어 수필 등단.
현 인터넷「시조동산」운영자, 「삶과 문학」,「문학춘추작가회」동인, 현대시조포럼 전문위원,「시
조월드」편집위원,「광주·전남시조시인협회」부회장, 서은문학회 부회장, 「열린 시조학회」부회장
오늘의 시조학회, 「한국동시문학회」,「광주수필문학회」회원,「한국문협」,「광주문협」,「한국문
학도서관」회원, 전ㆍ「우리시」문학동인 회장 역임.
- 현재 주요 사회 활동 : 공인회계사, 세무사, 동명회계법인 대표이사, 한국공인회계사회 광주지회
회장, 호남대 겸임교수, 광남일보 감사.
- 과거 주요 경력 : 월간 새전남 편집부장 역임, 조선대·호남대 교수 역임.
회계사가 희수 맞아 시조집 펴내…순창 출신 이구학 시인
‘나 지금 여기 있기에’ 발간 / [광주일보] 2022년 06월 21일(화) 18:45
현직 회계사가 희수(喜壽·77세)를 맞아 시조집을 발간해 눈길을 끈다. 순창 출신 이구학 시인은 회
계학을 전공하던 중 1997년 우연히 문학을 접한 후 2000년 ‘열린시학’의 전국 우리시 현상공모에
당선돼 문단에 나왔다. 지난 2004년에는 수필에도 입문해 ‘좀 게으른 자의 반 미친 야그’를 펴낸
바 있다. 이번에 펴낸 ‘나 지금 여기 있기에’(한림)는 지난 2006년 첫 시조집 ‘가면의 나라’를
발간한 이후 16년 만에 발간한 작품집이다. 모두 77편의 시조 작품은 시인이 자신의 나이와 일치하는
작품 수를 세밀하게 가려 뽑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염창권 시인이 “소진되어가는 시간성을 바탕으
로 생에 대한 반성적 의식이 전면화 되어 드러난다”고 평한 데서 보듯 이번 작품집은 경험과 깨달음
의 미학을 짧은 경구로 묘사하고 있다는 특징을 지닌다.
“종심강 건너가며 밀린 숙제 굴릴 바위
이 얼마나 복이 깃든 가야 할 길이랴!
버틴 땅 굳게 딛고서 뚜벅뚜벅 또 뚜벅”
위 시 ‘숙제’는 논어 ‘종심’에 나오는 칠십이종심소욕불유구(七十而從心所慾不踰矩)가 모티브가
됐다. “뜻하고 행동하는 바가 이치에 벗어남이 없이 없는 상태”를 뜻하는 말로 생의 종착을 향해
흘러가는 여정에서 돌아보는 성찰을 의미한다. 시에서 ‘밀린 숙제 굴릴 바위’를 바라보는 화자의
시선은 깊고 긍정적이다. 삶의 무게와 난관을 회피하지 않고 “뚜벅뚜벅” 바위를 굴리며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가 엿보인다. 세상을 바라보는 연륜과 지혜는 여러 작품에 걸쳐 살포시 드리워져 있다. 한
편 세무사이자 경영학 박사인 이 시인은 호남대 겸임교수로 활동했다. 그동안 시집 ‘가면의 나라’
등을 펴냈으며 무등시조문학상, 샘터시조상(장원) 등을 수상했다.
푸른 산중 하에(엮음지름시조) / 시조창 이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