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미꽃
- 이구학 / 2002/08/16 -
하고픈 말 하 많아도 내 꾹 눌러 참았다.
머리론 하늘이고 발론 땅 옴키고도...
팽팽한 세월이 조인, 울 할머니 허리여!
예언(豫言)
- 이구학 / 2002/07/13 / 열린시조 2002년 여름호 -
휘날리던 태극기가 몸살을 앓고 있네.
한 예언자 있었다네, 동방 땅 한 켠에다 상을 하나 차렸다네, 가운데 큰 사발놓
고 수라상을 차렸다네. 사발에 S자 눕혀 굽이굽이강 그린 후에 강북에는 진달래
꽃 강남에는 푸른 하늘 四方의 귀에다는 손님접대 잘하라고 젓가락도 가지런히,
가지런히 놓았다네. 젓가락 들고서 둘러앉은 손님들 어쩌면, 어쩌면 잘도 잘도
차렸구나 한 점이라도 더 먹겠다고 아옹다옹 치고받아 다 먹은 뼈다귀를 슬그머
니 귀에 놓았다네. 서북방엔 긴뼈 셋을, 동북방엔 두 팔을 작신 꺾은 놈들을, 서
남방엔 가운데 다릴 댕강 분지러 놓고, 동남방엔 모조리 동강낸 놈들을 놓았다네.
음과 양 원무를 추는 날, 활짝 핀다네 한송이 꽃.
목욕탕에서
- 이구학 / 2004/01/21 -
불끈 주먹 쥐어보면 잡히는 것 하나 없고
활짝 주먹 펼쳐보면 온세상이 거기 있네
나 이제 불끈 두주먹 결코 쥐지 않으리.
맨드라미
- 이구학 / 2002/03/17 -
지구에 못질한다 불 망치로 박고 있다
동맥이 쭉 뚫렸다 심장까지 들어갔다
담 밑에 불이 붙었다 하늘까지 불지폈다.
열쇠
- 이구학 / 2001/12/17 / 열린시조 제2회 우리시 전국 현상공모 당선작 -
열쇠만 맞으면 어떤 문이나 열 수 있다.
아파트도 자가용도 사람마음 까지도…
등 푸른 생선을 위해 목숨거는 저 어부들.
그 열쇠가 없으면 기도해도 응답 없다.
미사도 불공마저도 드릴 수가 없다하며
노을 길 여비를 위해 칼을 가는 저 갈대들.
청산은(평시조창) / 시조창 서봉 박인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