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道峰) - 박두진 / (1946) - 산새도 날아와 우짖지 않고 구름도 떠 가곤 오지 않는다. 인적(人跡) 끊인 곳 홀로 앉은 가을 산의 어스름. 호오이 호오이 소리 높여 나는 누구도 없이 불러 보나, 울림은 헛되이 빈 골 골을 되돌아올 뿐. 산그늘 길게 늘이며 붉게 해는 넘어가고, 황혼과 함께 이어 별과 밤은 오리니, 삶은 오직 갈수록 쓸쓸하고 사랑은 한갓 괴로울 뿐. 그대 위하여 나는 이제도, 이 긴 밤과 슬픔을 갖거니와 이 밤을 그대는, 나도 모르는 어느 마을에서 쉬느뇨? 꽃 - 박두진 / 시집 (1962) - 이는 먼 해와 달의 속삭임. 비밀한 울음. 한 번만의 어느 날의 아픈 피 흘림. 먼 별에서 별에로의 길섶 위에 떨궈진 다시는 못 돌이킬 엇갈림의 핏방울. 꺼질 듯 보드라운 황홀한 한 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