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석탄 2000만t 흰 연기로 지구촌 온실가스 3%에 해당
아랄해, 소금사막으로 변하고 태평양엔 쓰레기 1억t '둥둥'
지난 4월 20일 시작된 멕시코만 원유 유출 사태는 사상 최악의 환경 재앙 중 하나로 꼽힌다. 검은 기름을 뒤집어쓰고 가쁜 숨을 몰아쉬는 바다 생물들의 모습에 전 세계가 주목했다. 하지만 널리 알려지지 않았을 뿐, 지구촌 곳곳에서 멕시코만 사태를 능가하는 환경 대재앙들이 수십 년째 계속되고 있다. 〈사진〉서아프리카 나이지리아에 석유는 축복인 동시에 저주다. 정부 수입의 80%를 벌어다 주지만, 끊임없는 내부 분쟁과 사고의 원인이기도 하다. 유전지대인 니제르강 삼각주 유역에서는 벌써 50년째 크고 작은 원유 유출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그동안 이 나라의 강과 들을 검게 물들인 원유는 총 5억4600만갤런에 달한다. 1989년 알래스카에서 발생한 유조선 엑손발데스호 사고에 맞먹는 양이 매년 반복해 유출되고 있는 셈이다. 석유를 노리는 강도는 파이프라인을 폭파하고, 주민들은 망치로 구멍을 뚫어서라도 원유를 빼가려 한다. 개발이익을 노리는 무장세력까지 판을 치면서, 엑손모빌 등 거대 석유사들조차 파이프라인 유지 보수를 힘겨워한다.
◆중국 지하 석탄화재
1960년대 본격적으로 탄광 개발이 시작된 이후 닝샤(寧夏) 회족(回族)자치구나 내몽골 등 중국 북부 석탄 매장 지대(지하)에서는 매년 석탄 2000만t이 불에 타 사라지고 있다. 2000만t은 독일의 연간 석탄 생산량에 맞먹는 양이다. 땅 밑에서는 끊임없이 흰 연기가 피어오르고, 갈라진 틈새로 벌건 불길이 들여다보인다. 연기에는 독가스까지 섞여 있다. 내몽골에서는 과거 청나라 때 돈을 적게 주는 데 불만을 가진 탄광 일꾼들이 불을 질러 화재가 시작됐다는 설화가 전해진다. 현지에서 화재를 조사 중인 독일의 지구물리학자 호스트 로이터(Rueter)는 올 초 한 인터뷰에서 "이 지역의 지하 석탄화재로화석연료를 태워 발생하는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중 2~3%를 차지하는 것으로 본다"고까지 주장했다. 내몽골 당국은 2012년까지 화재 절반을 진압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전망은 불투명하다.
- ▲ 뜨겁게 달아오른 바위 틈새로 용암처럼 벌겋게 타고 있는 지하매장 석탄이 들여다보인다. 중국 북부 닝샤(寧夏)회족자치구의 탄광 지대. /미국 신문그룹 매클러치
올 1월 중순 발생한 아이티 대지진 사망자는 20만명이 넘었다. 지진 자체도 강력했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삼림 파괴로 인한 산사태를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았다. 나무가 사라져 땅이 힘을 잃으면서 곳곳의 산비탈이 무너지며 집과 사람을 덮쳤다는 것이다. 미국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는 최근 "500년 전 유럽인들이 처음 도착했을 땐 아이티 섬의 80%가 숲이었지만, 지금은 그 중 98%가 파괴된 상태"라며 "인류 역사상 최악의 삼림 파괴 사태 중 하나"라고 보도했다. 아이티가 허리케인 등 재해에 극히 취약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아이티의 900만 인구는 매년 나무 3000만그루를 베어내 숯으로 만들어 쓴다. 새로 심는 나무는 1000만그루도 안 된다. 나무가 사라져 황폐해진 땅엔 작물이 잘 자라지 않고, 주민들은 원조가 없으면 굶어 죽을 지경에 내몰려 있다.
◆아랄해, 소금사막으로
중앙아시아의 아랄해는 한때 세계에서 4번째로 큰 염호(鹽湖)였다. 아랄해에 접한 도시들은 어업과 교역으로 번성했다. 하지만 1960년대 구(舊)소련이 우즈베키스탄 쪽의 건조한 평야에 목화밭을 만들려고 댐 45개를 짓고 물길을 돌리면서 말라붙기 시작했다. 그동안 수량(水量)의 90%가 사라져, 아랄해는 지금 거대한 소금사막이다. 어촌 마을과 고깃배들은 사막 한가운데 갇혔다. 매년 소금기와 독성을 머금은 아랄해 바닥의 먼지 7500만t이 바람에 실려 중앙아시아 일대에 흩뿌려지고 있다.
◆태평양에 쓰레기 대륙
하와이와 미국 서부 사이 태평양에는 미국 넓이의 1.5배나 되는 거대한 '쓰레기 대륙'이 있다. 동아시아와 북미에서 흘러나온 쓰레기들이 20여년에 걸쳐 해류를 타고 모여들었다. 플라스틱병과 폐타이어, 버려진 그물, 장난감 등이 뒤섞여 있다. 유엔환경계획은 이곳에 1㎢당 1만8000여개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있는 것으로 본다.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이곳 쓰레기의 90%가 플라스틱 제품이며 무게는 약 1억t인 것으로 추산했다. BBC방송은 "미국과 중국을 잇는 거대한 쓰레기 육교가 생겼다"고 보도했다. 해양 생물들은 작은 플라스틱 조각을 먹이인 줄 알고 먹은 뒤 죽어간다. 이 때문에 매년 바닷새 100만마리와 고래 등 해양 포유류 10만마리가 희생되는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