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아름다운 문학 196

외성길18(푸렁 악마, 24/04/17, 종로-봉암성-법화사-세미길-북문-종로, 결국엔 당신입니다 / 김호중)

요즈음 – 외성길18(푸렁 악마) – 무엇보다 아름다운 끝없는 연록(軟綠)의 수해(樹海) 푸렁 물감 푼 진흙탕 온몸에 뒤집어쓰고 세상을 뒤엎겠다며 쿵쿵 뛰는 푸렁 악마 배달9221/개천5922/단기4357/서기2024/04/17 이름없는풀뿌리 라강하 덧붙임) 외성길3(법화골 전투) (1) 금새 꽃은 지고 변한 軟綠의 세상. 꽃보다도 아름다웠던 연둣빛 세상이 푸렁 물감을 뒤집어 쓴 악마로 뒤끓어 5시간여의 산행길이 편치 않다. (2) 현절사 뒤편 개별꽃, 멸가치 군락을 보고 피나물과 금난을 보며 황혜한 봉암성을 휘돌아 벌봉 후면에 이르니 지난 번의 처녀치마는 보이지 않고 귀한 봄구슬붕이 발견. 그 많던 현호색 흔적도 없이 황량한 법화사지를 내려와 법화골의 황매화를 보며 신도시 건설로 이주한 폐가에 피어난 ..

<서벌> 너는 / 마감약속어기고서 / 버릇 / 지극히조용한날의말 / 그런데 / 이제는(미발표유고시)

너는 - 서 벌 미발표 유고시 / 평론집 고요아침 2020 - 너는 계단이다, 오르도록 내리도록 언제나 강요하는 아주 얄궂은 계단. 오르고 딴 데로 갔었다만 도로 와 내려 앉는다. 마감 약속 어기고서 - 서 벌 미발표 유고시 / 평론집 고요아침 2020 - 휑하니 뚫리다가 폐광으로 남은 가슴. 몇 뼘 헛소리짓 그 매장량 고작 믿고 파내어 날려버린 일 이미 잊혀 안 떠오른다. 버릇 - 서 벌 미발표 유고시 / 평론집 고요아침 2020 - 할 말 있었으나 입 다물고 돌아온 날. 그 사람 보낸 건지 초저녁 비 세차더군. 그 이후 세찬 밤비 오면 입 다물린 이 결국結局. 지극히 조용한 날의 말 - 서 벌 미발표 유고시 / 평론집 고요아침 2020 - 있었다, 하나의 섬 그 바다가 가졌던 섬. 밀면 밀수록 물결 ..

<서벌> 관등사 / 메밀밭에메밀꽃피어 / 속사모곡 / 낚시심서 / 연가

​ 관등사 - 서 벌(서봉섭) - 1 彼岸의 꽃밭일레 일렁이는 꿈의 靑紅 오오랜 念願들이 어여삐 저자 이룬 여기가 바로 우린 모두 菩薩(보살)들. 2 어쩔거나 합장한 너와나의 이 속엣 恨 저 달이 지고 말면 무슨煩惱(번뇌) 다시일까 드뇌어 말 없으렷다 불 밝힌 먼 그리움. * 룸비니(Lumbinī) : 석가모니가 태어난 곳으로 중인도 카필라바스투의 성 동쪽에 있던 꽃동산. 지금 의 인도와 국경을 이루는 네팔 남부 타라이 지방에 해당한다. * 번뇌(煩惱) : ①마음이 시달려서 괴로워함. 또는 그런 괴로움. ②마음이나 몸을 괴롭히는 노여움이 나 욕망 따위의 망념(妄念). * 드뇌어 :되뇌어 메밀밭에 메밀 꽃 피어 - 서 벌(서봉섭) - 흰나비 수 만 마리 한데얼려 수련수련 무슨 뜻을 펴는 건지 하얀 소리 수..

<서벌> 몸에관하여 / 헌지갑 / 꼭올그날을위하여 / 그사람의함박눈 / 입동일기 / 노자를읽다가

​ 몸에 관하여 - 서 벌(서봉섭) / 시조집 / 우리시대현대시조 100인선 26 - 한번도 답게 한번 눕혀준 적 없었구나. ​ 미안하다 미안하다 내 것인 줄 알았었지. ​ 드디어 눕고 만 네가 끙끙 앓네 네 소리로 헌지갑 - 서 벌(서봉섭) - 채우면 비워지는 나날들 보내다가 닳고 닳았구나. 쓰임새 잃은 허상(虛像) 소중히 다주었으나 ㅏㄱ엽처럼 누운 너. 손때 짙게 묻어 팽개치진 못하겠다, 명함 크기만한 졸업증서 넣어 주마 품고서 편히 쉬게나, 빌린 꽃도 넣어 주마. 꼭, 올 그날을 위하여 - 서 벌(서봉섭) - 눈물이 나올 때엔 흘려야 하는 거야 엉엉 소리치며 쏟고프면 쏟는거야 하, 하, 하, 크으게 웃을 날 꼭 올 그날 위하여 그 사람의 함박눈 - 서 벌(서봉섭) - 불고 갈 뜻이 없어 바람은 멀리..

<서벌> 그사람의바다/뒤늦게캔느낌/하늘색일요일/백도라지꽃/산수유꽃

​ 그 사람의 바다 - 서 벌(서봉섭) - 남녘, 그의 바다를 한 삽 뗏장으로 떠 고향 두고 올 때 품에 넣어 왔었던가. 서울도 그에겐 한려수도, 날마다 그러했네. 인왕산 인수봉이 얼른 바위섬 되고 남산 수락산 다름 아닌 섬이어서 키 큰 집 키 작은 집 모두, 섬 사이의 해초였네. 태풍에 마음의 기둥 갯바위로 어지러울 땐 동대문 남대문도 다만 한 척 배였다네. 용케도 뒤집히지 않아 머리 세고 빠졌을 뿐. 버스 지하전차 옆으로만 기는 게들. 속엔 든 사람들 알처럼 빽빽하네. 숨 가쁜 틈바구니에 끼인 그, 어느 굽에 그는 있나. 그 사람의 바다 - 서 벌(서봉섭) - 영산홍 그늘 먹은 그 사람의 바다에는 전생부터 쩌려 있던 갈매기 소금울음 댕기빛 숨긴 말씀을 반달이 물고 있네 뒤늦게 캔 느낌 - 서 벌(서봉..

<서벌> 그허씨 / 혼잣말 / 넷째시간 / 풀한잎생각한잎 / 사서6

​ 그 허씨 - 서 벌(서봉섭) - 살그머니 집을 나와 어슬렁거리는 허씨 시청역 지하도에서 웅크린 채 날밤 샌다. 무슨 말 나올 듯하지만 목안 넘지 못한다. 한 때 잘 나가던 가장 허씨 그는 이젠 허기진 아나키스트 가족은 흩어진 구름. 세상을 어떻게 버려야할지 그것조차 모르는 그. 아닌 밤 홍두깨도 마른 하늘 날벼락도 시방은 두렵잖은 사금파리 깔린 마음 허씨는 빈 항아리였다가 어떤 판에 박살났나. 허공, 지하 허공에 한산(寒山)의 달 오르고 습득의 빗자루 떵떵 언 얼음판 쓸어 드디어 허씨는 일어선다 갈 데 가기 위하여 * 작품해설/석야 신웅순 : 중산층에서 갑자기 빈민층으로 추락한 한 노숙자의 실상을 이렇게 고발했 다. IMF사태가 가장을 직장에서 노숙으로 몰아낸 것이다. 노숙자와 다름 없는 시인도 어느..

<서벌> 서울1 / 서울3 / 누설 / 아침구름 / 열세살때 / 금엽

​ 서울·1 - 서 벌(서봉섭) / 서벌 삼장시집(三章詩集) (금강출판사, 1971) 96~97쪽 - 내 오늘 서울에 와 萬坪(만평) 寂寞(적막)을 산다(買). 안개처럼 가랑비처럼 흩고 막 뿌릴까보다. 바닥난 호주머니엔 주고 간 벗의 명함(名啣)... * 나와 서벌(1939 - 2006) 선생, 그리고 류제하(1940 - 1991) 선생 / 남진원 벌써 40여 년 전이구나 서벌 선생을 뵌 것은 서울의 한국시조시인협회 모임에서였다. 그때 옆의 문인 들이 서벌 선생을 ‘시조의 맹장’이라고 알려주셨다. 나는 전에 현대시학에서 이미 서벌 선생의 시 조와 평론을 읽은 바가 있었다. 시조에 대한 평론을 현대시학에 연재하였는데 그 필법이 독특하였다. 순수한 우리 말로 자신만의 독창적인 기법이었다. 대학교수들이 쓰는 ..

<서벌> 전지로하늘이내려/하늘님은아신다/무지개/어떤경영/어떤경영별곡

​ 전지全紙로 하늘이 내려 - 서 벌(서봉섭) / 제11회 주앙시조대상 수상작 - 진박새 머리 위로 하늘이 내려 온다. 눈부신 닥나무밭 어마하게 가꾸어져 우리가 잠든 사이에 뜬 전지全紙 내 려 온 다. 살며시 내리는 동안 햇살 누가 채자採字하고 구름이 먹이는 먹물 은윽히도 찍는 전지全紙 스치는 바람들의 도련刀鍊에 참 온전한 경전 經典되네. 어김없이 내려온다. 날이 날마다 전지全紙는 지상地上 늘 아침경전 한낮경전 나절가웃 경전. 한밤엔 또렷또렷한 별빛 서법書法 금강경. 내, 한 마리 새라 친다면 쇠박새쯤 되는 건지. 그조차 못 되는 새 외톨이조調 우지짖지. 설령, 내 잘못 찍힌 글자라한들 이리 아직 숨쉰다네. * 전지(全紙) : ①신문 따위의 한 면 전체 ②자르지 않은 온장의 종이, 전판 ③모든 신문. *..

<서벌> 산그늘인화/물새는물새/첫닭소리/대숲환상곡/헌책/가슴에다고성

​ 산그늘 인화印畫 - 서 벌(서봉섭) / 시조집 / 우리시대현대시조 100인선 26 - 적막 엉금엉금 등성이 타고 내려 외딴집 뒷방 들창 간신히 두드린다 여보게 허무 있는가 이러면서 두드린다 ​ 아무런 기척없어 머뭇머뭇하는 적막 허허 자네까지 뜨고 없기인가 이러며 징검다리께 가는 허리 구부정한 적막 * 인화(印畫) : 사진(寫眞)의 음화(陰畫)에 인화지(印畫紙)를 겹쳐서 감광(感光)시켜 양화(陽畫)로 만드는 일. 또는 그 양화(陽畫). * 작품해설/김호길 : 적막 산중에 저문날의 산그늘이 내리고 있다. 산그늘이 되어 슬슬 산등성이를 타고 내려 외딴집 뒷방 들창까지 내려온다. 시인은 그 순간을 숨죽여 바라보며 산그늘 적막이 빈집의 허무를 찾는 순간을 맞는다. 이윽고 외딴집에 살고 있는 허무조차 나가고 없..

<나순옥> 석비에도검버섯이 / 바위 / 과녘 / 강 / 돌무지탑

石碑(석비)에도 검버섯이 - 유하(維夏) 나순옥(羅旬玉) - 윤기 자르르 흐르던 피부 비바람에 거칠거칠 또렷했던 글자들도 치매인 듯 흐릿흐릿 石碑도 세월이 아파 검버섯이 피었다 바위 - 유하(維夏) 나순옥(羅旬玉) - 엎드려 우는 속사정 네게도 있었구나 그리움에 야위어 간 달 하나 걸어 둔 채 부서진 눈물의 흔적을 환히 닦고 있구나 과녘 - 유하(維夏) 나순옥(羅旬玉) - 자, 쏠테면 쏘아봐라 온 몸을 내어 주마 내 심장 깊숙한 곳에 네 원한의 살을 꽂아라 안된다! 빗나가서는 다른 생명 다친다 - 유하(維夏) 나순옥(羅旬玉) ‘강’ 육필원고. 강 - 유하(維夏) 나순옥(羅旬玉) / 1993년 《중앙시조백일장》 연말 장원작 - 모이면 힘이 되어 낮은 데로 길을 열어 우리네 가슴 한켠 유역을 다스리며 만 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