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공룡이 함께..'공존설 믿을만한가
변태섭기자 입력 2012. 07. 01. 21:07 수정 2012. 07. 02. 15:13 댓글 418개모사사우르스 등 고대 유물 속 그림을 근거로 내세워
공룡 멸종 시기와 원시 인류 등장은 6000만년 차이 '괴리'
일반 과학자들 "과학은 종교와 달리 객관적으로 증명돼야"
최근 교과서진화론개정추진위원회(교진추)가 고교 과학 교과서에 실린 시조새 등 진화론 관련 내용을 삭제, 수정해 줄 것을 교육과학기술부에 요구하면서 창조과학자들의 주장이 새삼 주목을 끌고 있다. 교진추는 한국창조과학회 교과서위원회와 한국진화론실상연구회가 통합, 2009년 출범한 단체다.
인간과 공룡이 한데 어울려 살았다는 '인간-공룡 공존설' 도 그 중 하나. 창조과학자들이 오래 전부터 해온 이 주장이 맞다면 공룡이 멸종한 뒤 인류가 등장했다는 진화론은 틀린 것이다. 이들은 고대 문명의 벽화나 장식에서 공룡 문양을 쉽게 볼 수 있고, 공룡 발자국과 인간 발자국이 같은 지층에서 발견된다는 점을 들어 인간과 공룡이 공존했다고 주장한다. 그 증거로 내세우는 것 중 하나가 경남 남해군 가인리 공룡 발자국 화석 산지다. 한국창조과학회가 직접 탐방하기도 한 이 곳에는 육식, 초식 공룡 발자국과 사람 발자국으로 보이는 화석이 한데 모여 있다.
그러나 최근 김정률 한국교원대 지구과학교육과 교수가 생흔화석 분야 국제학술지<ichnos>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사람 발자국처럼 보였던 가인리 화석 산지 발자국의 주인은 익룡으로 밝혀졌다. 이 화석은 발가락이 4개이고, 뒤꿈치가 뾰족해 전형적인 익룡 발자국의 특징을 갖고 있다. 발가락 5개와 둥근 뒤꿈치를 가진 사람과는 형태부터가 다르다. 김 교수는 "사람과 공룡이 공존했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창조과학자들은 고대 문명의 벽화나 토기 장식에 등장하는 공룡 모습 역시 인간-공룡 공존설을 뒷받침한다고 주장한다. 가령 기원전 530년경 지금의 터키 지역에서 만든 항아리엔 모사사우루스와 흡사한 동물이 그려져 있는데, 인간과 공룡이 같이 살았기 때문에 이러한 무늬를 새길 수 있었다는 것이다. 모사사우루스는 약 1만년 전에 살았던 수중 공룡이다. 그러나 국내 사립대 한 교수는 "그런 논리라면 용, 봉황, 해태도 실존했다고 말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융남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박물관장도 "창조론자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유명 학술지인 <네이처> <사이언스>에 대서 특필 되고, 과학계가 발칵 뒤집혔을 것"이라며 "1900년 초반부터 창조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100년 가까이 흐르도록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인간-공룡 공존설을 반박하는 가장 확실한 근거는 시간이다. 공룡은 약 2억 3,000만년 전 도마뱀처럼 생긴 파충류 아르코사우리아(Archosauria)에서 진화했다. 운석 충돌, 화산 폭발 등 멸종 이유에 대해선 말이 많지만 공룡은 이후 1억 6,500만년간 지구를 지배하다 약 6,500만년 전, 중생대 백악기 후기에 사라졌다는 게 정설이다. 반면 원시 인류는 공룡이 멸종한 지 6,000만년이 흐른 뒤에야 등장했다. 과학학술지 <사이언스>에 따르면 현재까지 알려진 최고(最古) 인류는 440만년 전에 살았던 아르디. '아디피테쿠스 라미두스'란 학명이 붙은 이 화석의 키는 120㎝, 몸무게는 54㎏이다. 아르디가 발견되기 전, 가장 오래된 인류로 알았던 '오스트랄로 피테쿠스 아파렌시스(루시)'보다 120만년 정도 앞선다. 이 관장은 "믿음의 영역에 있는 종교와 달리 과학은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느냐의 문제"라며 "창조과학이란 말 자체가 종교와 과학을 같은 영역에서 보려는, 과학을 잘못 이해하는 데서 나온 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바짝 마른 美강바닥에 드러난 세 발가락 자국…1억년전 공룡이었다
세계 곳곳에서 극심한 폭염‧가뭄이 이어지면서 물 아래 잠겨있던 유적들이 모습을 드러내는 사례가 잇따라 보고되고 있다. 이번에는 미국 텍사스에서 약 1억 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공룡 발자국이 발견됐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23일(현지시각) 미국 CNN, 뉴욕포스트 등에 따르면, 최근 텍사스주 글렌로즈 지역에 있는 ‘공룡 계곡 주립공원’을 지나는 강바닥에서 새로운 공룡 발자국이 발견됐다. 원래는 강물과 침전물 등으로 덮여있었으나, 계속된 가뭄으로 말라붙었기 때문이다.
공원 측이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한 사진‧영상을 보면, 바닥에는 세 발가락이 있는 공룡 발자국이 선명하게 이어져 있다. 이 공룡 발자국은 약 1억1300만년 전 육식공룡 ‘아크로칸토사우루스’가 남긴 것으로 추정된다. 공원 대변인 스테파니 가르시아는 “아크로칸토사우루스는 다 자라면 몸무게 7t, 키는 15ft(약 4.5m)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에 발견된 발자국 가운데에는 다른 종인 ‘사우로포세이돈’이 남긴 것도 있다면서 “사우로포세이돈은 몸무게 44t, 키 60ft(약 18m)에 육박한다”고 했다.
가르시아 대변인은 “비가 올 것으로 예보됐기 때문에 이 공룡 발자국이 다시 물에 잠길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오히려 이런 과정이 자연 풍화와 침식으로부터 공룡 흔적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이어 “공룡 발자국을 볼 수 있었던 건 짧은 시간에 불과하지만, 이번 발견은 굉장한 놀라움과 흥분을 불러 일으켰다”며 “공원은 현재뿐 아니라 미래 세대들을 위해 이 발자국을 계속 보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최근 극심한 가뭄이 이어지면서 물 아래 잠들어있던 유적들이 발견되고 있다. 스페인 서부 가세레스주에서는 약 7000년 전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는 돌기둥 ‘과달페랄의 고인돌’이 발견됐고, 스페인 다른 지역에서는 30년 전 저수지 건설로 수몰된 아세레도 마을이 모습을 드러냈다. 또 체코와 독일에서는 ‘기근석’(hunger stone)이 발견되기도 했다. 기근석은 강이나 호수의 바닥이 보일정도로 수위가 낮아질 때 드러나도록 세운 표지석으로, 가뭄을 경고하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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