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여행과산행길

한 해의 시작 무렵 아차에서 망우를 가로지르다. (2009/01/04)

이름없는풀뿌리 2015. 7. 16. 13:59
한 해의 시작 무렵 아차에서 망우를 가로지르다. (1) 산행계획 지난 연말의 불암, 수락 종주에 이어 아차에서 불암까지의 종주를 실행하려고 09/01/04(일) 홀로 집을 나서다. (2) 광나루역-아차산 정상 (12:15-13:10, +55=55분, +2.94=2.94km) 5호선 광나루역에 내려 1번 출구로 나가니 많은 산객들이 주르르 올라가신다. 초행이지만 물을 것도 없이 그들을 따르면 되었다. 광장중학교 담벼락에 다다르니 고구려의 고분벽화들을 재현해 놓았다. 무용, 각저 등을 살펴보니 고구려 조상들은 참 세련되었고 멋있게 살았던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특히 씨름하는 모습을 보면 수천 년의 세월이 흘렀건만 어찌 그리 지금과 똑같은지 놀랍다. 우린 어김없이 그들의 후손임을 이 벽화 한 장이 말해주고 있다 하겠다. 생태공원도 잘 조성되어있다. 새싹과 봄꽃이 피는 새봄에도 한번 다시 와 보고 싶다. 수많은 안내문이 진열된 초입을 지나니 완만한 암릉지대가 나타나는데 휴일이라 그런지 수많은 인파가 넘친다. 드디어 한강이 조망되고 중곡동 방향이 내려다보이고 용마산이 보루들 너머로 용마산성이 우람한 자태를 뽐낸다. 들어가지 말라는 보루들마다 어김없이 출입하는 사람들. 좀 더 체계적인 정비와 사람들만 다니는 이동통로 개설 시급. 아차산 정상도 마찬가지... 누구하나 지키는 이, 말리는 사람도 없이 등산객들의 튼튼한 등산화에 육산인 아차산의 수천 년 된 역사가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참으로 안타까웠다. (3) 아차산 정상-용마산갈림길 (13:10-13:35, +25=80분, +0.9=3.84km) 잘 보호되고 있는 4보루를 지나 용마산으로 오르는 능선에서 바라보니 아차산 정상에서 4보루에 이르기까지의 마루금이 한눈에 일별된다. 용마산성을 들를까하다가 너무 늦게 출발하였을 뿐더러 불암까지 가야하는 관계로 망우방향으로 서둘러 진행. (4) 용마산갈림길-망우갈림길 (13:35-13:50, +15=95분, +0.5=4.34km) 느릿한 능선을 따라 가니 여기에도 상봉동 등지에서 수많은 산객들이 오르신다. 그리고 망우리도 아닌데 수많은 무덤들이 나타난다. 그 무덤 등성 너머로 북한산에서 도봉산에 이르는 마루금이 하늘을 가르고 달려가고 있다. 아차산, 용마산까지는 겨울 가뭄으로 인한 육산길의 인파들의 움직임에 뿌연 먼지 때문에 고생했는데 여기 쯤 다다르니 수많은 인파도 잠잠해지고 그들의 발에서 묻어나는 먼지구름도 멎어 이제야 걸을 만하다. (5) 망우리갈림길-망우관리소 (13:50-14:45, +55=150분, +1.5=5.84km) 어떤 무덤은 상석으로 치장하고 좌우에 석상을 거느리고 무덤마당까지 단아한 잔디를 깔아 후손들의 온갖 정성이 묻어있다. 심지어 묘지석에 “다정했던 우리 아버지 여기 잠들어 계시다.”란 문구까지 새겨 넣었다. 참으로 자식사랑이 남달랐던 분이었던가 보다. 어느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지 않겠느냐만 자식들이 가슴에 와 닿는 이런 문구까지 넣은 걸 보면 그 분 자식농사는 아주 잘 지었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런데 어떤 무덤은 웃자란 잡초에 묻혀 있는가하면 등산객의 튼튼한 등산화에 짓뭉개어져 뼈다귀라도 드러날 태세다. 그런 모습을 보며 생각나는 단상... “삶이 끝난다고 모든 게 끝남이 아니다.” 우리는 망우리에 가면 삶과 죽음, 그리고 어떻게 이 세상을 살다 가야하는지를 일목요연하게 알게 될 것이다. 하산 전 멀리 흐릿하게 보이는 불암산으로 이어지는 방향을 살펴보니 아예 하산하여 시내를 가로질러 가는 방법도 있겠지만 조그만 능선 몇 개 넘는 방법도 있을 듯이 보였다. 좀 시간이 걸리더라도 종주다운 종주를 하기 위해선 두 번째 방법으로 하고 싶어 마을의 골목을 지나 상봉에서 구리로 가는 도로를 가로질러 길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건너편 능선으로 달라붙어 수많은 묘지를 지나서 봉우리에 다다라서 시간을 보려고 핸드폰을 찾으니 없다. 포켓, 배낭... 어디에도 오다가 중간에 빠트렸음이 분명하다. 그 수많은 무덤 사이에서 어떻게 핸드폰을 찾는단 말인가? 그러나 지인들 전화번호, 중요메세지까지 저장된 핸드폰을 포기할 수 없었다. 절대로... 다시 되짚어 가지만 어질어질한 무덤 사이의 어느 길로 왔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그래도 끈기를 갖고 자세히 살피며 나아가니 어느덧 건너편 봉우리다. 여기서 시간을 보았으니 이번엔 다시 온 길을 돌아가며 살펴보기로 했다. 그런데... 이번엔 내려간 길이 일목요연하게 생각나는 것이었다. 무덤 등의 생김새까지도... 그제야 내가 그 수많은 무덤들에 일일이 눈맞춤을 하고 내려갔음을 알았다. 드디어 무덤군을 거의 다 내려 왔을 때.... 어느 무덤가에... 반쯤 잘 자란 잔디 잎사귀에 묻혀버리채 고개를 빠끔히 내밀고 있는 나를 쳐다보는 내 핸드폰의 새까만 눈동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거의 포기했는데 중요자료가 저장된 핸드폰을 찾은 것이다. 그러한 기쁨은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리라. 그리하여 불암까지 가려던 계획은 또 보기 좋게 좌절되었지만 잃었다가 되찾은 핸드폰으로 인하여 귀가하는 발걸음은 한없이 가벼웠다. 배달9206/개천5907/단기4342/서기2009/01/04 이름 없는 풀뿌리 라강하 덧붙임) 1. 광장중학교 담벼락의 고구려 벽화 2. 초입의 여러 모습들 3. 예쁜 이정표 4. 설화와 전설이 주저리 주저리 열린 산 5. 부드러운 경사의 암릉사면에서 6. 보루에서 본 한강/용마산 7. 출입금지인 아차산 정상을 오른 범법자들 8. 출입금지된 정상보루 9. 용마산으로 가느 길은 인산인해 10. 4보루는 물샐틈없이 방비되고 있었다. 11. 잘록이의 탈출로 12. 뒤돌아 본 4보루(발굴 중) 13. 뒤돌아 본 아차산 정상 14. 용마보루, 시루보루, 망우보루, 아차보루... 많기도... 15. 가운데 봉화산, 뒤로 불암, 수락산 16. 망우-용마-아차보루군 표지판 17. 삼각산 비봉능선 실루엣 18. 백계남씨 표지기(계룡남부능선, 보만식계능선, 마이산능선에서도 봄) 19. 삼각-상장능선 실루dpt과 봉화산 20. 망우의 수많은 무덤을 지나 하산.(저기서 잃은 쏜폰을 찾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