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랑캐꽃이 못 잊어 다시 찾은 아차에서 망우로 이어진 능선에서
(1) 오랑캐꽃
2009년 쯤 이었을까?
그 때 아차에서 망우를 거쳐
불암의 初入 담터고개까지 갔었는데
망우리 공원묘지에 양탄자같이 깔린 오랑캐꽃을 보고 놀랐다.
시골에서 많이 보아오긴 했지만
이렇게 지천으로 깔린 오랑캐꽃은 처음이었다.
그 화려한 群舞를 못 잊어 2주전 아내와 왔었지만
아직 잎사귀만 내미는 단계였다.
그래! 2주가 지났으니
지금쯤은 걔들이 찬란한 이마를 빛내며
소풍 나온 얘들처럼 묫마당에 모여앉아
재잘대고 있겠지?
기대하며 나서보다.
(2) 事緣
조그만 반도국가인 우리나라엔
삼국시대부터 근세에 이르기까지
역사기록을 살펴보면
有史以來 932회의 外侵을 받았다고 하니
2년에 한번은 난리를 치룬 꼴이리라.
그 대부분이 먹을 것이 떨어진 이른 봄
말밥굽에 먼지를 구름처럼 일으키며
이 나라를 짓밟은 북방 오랑캐들이었단다.
그리하여 여자들은 전리품으로 끌려가고
개중에는 그 오랑캐 땅에서 귀족들과 결혼하여
출세한 기황후를 대표하는 여성들이 있는가 하면
도망쳐 돌아온 여자들도 있었는데
그들을 일컬어 환향녀(還鄕女)즉, 화냥년이라 불러
정작 죽음을 무릅쓰고 돌아온 그녀들은
이 땅에서 온갖 천대와 멸시를 받았단다.
(3) 민족 그리고 세상사
파랗게 질린 자줏빛의 색감하며
가녀린 고개를 떨군 모습,
이른 봄 봄먼지 속에서도 꿋꿋이 일어서는 모습이
고단한 배달민족의 끈질긴 모습과 닮았다.
하지만 세상사는 항상 정의가 이기고
불의는 패배하는 법칙이 있는 걸까?
그러나 지금 이겼다는 것이 과연 이긴걸까?
지금 패배가 지금은 패배일지라도 영원한 패배일까?
역사에는 순간의 패배가 종국엔 승리자가 되는 경우가 많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저 처연한 오랑캐꽃은 지금 비록 처연할지라도
찬란한 오랑캐꽃이 아닌 제비꽃으로 보여지는 때가 올지도 모른다.
아니 이미 그런지도 모른다.
지금 세대들은 오랑캐꽃이라기보다 제비꽃으로
더 많이 알 것이기에 말이다.
역시 기대에 부응하듯
망우리 공원묘지에는 제비꽃으로 온통 뒤덮여 있었다.
2014.04.16 09시경 인천발 제주행 세월호,
진도 앞 맹골 水道에서
476명 승객중 302명 사망 실종.
대참사를 애도하듯 슬픈 보라색의 울음을 토해내고 있었다.
아차산 광나루역->아차산 능선->복원된 4보루->용마산갈림길->망우리
도합12KM, 5시간여, 봄꽃들과 동무하며, 쉬엄쉬엄
배달9211/개천5912/단기4347/서기2014/04/11 이름 없는 풀뿌리 라강하
덧붙임)
1. 광장중학교에서 오르는 아차산 초입의 정겨운 등로
2. 초입 생태공원의 갈퀴, 귀룽, 피나물, 철쭉
3. 족두리풀꽃의 잠복(독초)
4. 도사님이 계시지 않는 치마바위 풍경
5. 산복숭아, 조팝, 진달래에 둘러쌓인 아차산의 전설, 고구려정
6. 진달래가 한창인 아차산능선을 따라가면 만날 수 잇는 복원된 4보루
7. 그 4보루의 치에서 바라본 용마산
8. 용마능선에서 망우능선으로 가는 길
9. 물솜방망이는 약 2주 후면 개화할 수 있을까?
10. 꼭두서니와 양지도 반겨주는데 오랑캐꽃은?
11. 2009년엔 저 묘지에 저렇게 양탄자처럼 펼쳐져 있었는데...
12. 역시 기대에 부응하듯 온통 제비꽃의 세상이 연속되는 묘지 사잇길
13. 조개나물과 남산제비꽃도 눈에 많이 띄었다.
14. 하산길
15. 아파트 7층 높이로 자란 노간주 나무는 처음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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