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보내는 추석의 밤에 목멱을 넘다.
(1) 처지
부모님의 소중함.
아버지의 오랜 지병으로
단합되지 못하는 가족들.
아버지께서 온전하실 땐
온 가족이 모여 차례를 지내고
선산에 성묘를 걸어서 다녀오곤 했었는데
지금 그 큰 병든 기둥을 대신 받쳐야하는
시대의 윤리와 도덕과 풍조가 안이해지고
가족의 지극함이 희미해지고....
이미 추석 20여일 전 형님과 선산 禁草는 했지만
예전처럼 모든 가족이 모일 수 없는
안타까움을 달래보려
보름달 휘영청한 목멱의 능선을
넘어보려 나서다.
(2) 까만 목멱
대전 살 때 종종
까만 밤, 월평공원 도솔봉을 오르곤 했었다.
공동묘지를 지날 때면 아내의 손에
내 허리춤은 꽉 잡혀 아려오는 아픔을 참아야만 했다.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한양의 목멱은 어떨까?
까만 장막 아래 더더욱 휘황하게 드러내놓은
달빛 아래 나에겐 눈길도 주지 않고
도시의 보석 같은 불바다에 빠져든다.
그래도 한적한 성벽 길에 다다르니
먹물 같은 장막을 헤집고
먼데서 들려오는 사람소리에
외려 두려움이 밀려와
아내가 바짝 붙어서 따라온다.
배달9211/개천5912/단기4347/서기2014/09/08 이름 없는 풀뿌리 라강하
덧붙임)
1. 추석 날 밤에 넘은 숭례문-팔각정-성벽-국립극장
2. 다음날 가본 어린이 대공원 분수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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