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내가본야생화

샛강의 족제비 싸리 (2011/06/28)

이름없는풀뿌리 2015. 7. 24. 14:26
샛강의 족제비 싸리 샛강에서 이놈을 처음 봤을때 우선 냄새부터 풍겨왔다. 그리고 유년의 머언 기억, 거기에 구럭(꼴망태)을 메고 낫을 들고 있는 소년이 보였다. 씀바귀꽃 핀 들녘에 토끼풀을 뜯으며 염소에 풀먹이던 언덕에 꼭 요즘이면 족제비싸리꽃이 피어 있었다. 옛 사찰이나 궁궐에 기둥으로 씌였다는 싸리나무 기둥 - 바로 이 족제비 싸리가 아닐까 했지만 족제비 싸리나무는 1930년대에 한국에 유입되었다니 궁궐 기둥은 아무래도 우리 전통의 싸리나무인가 본데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어떻게 싸리나무가 지름 1m의 기둥으로 씌일 정도로 자랄 수 있단 말인가? 배달9208/개천5909/단기4344/서기2011/06/28 이름 없는 풀뿌리 라강하 덧붙임) 족제비싸리 [Bastard indigo] 우리 속담에 ‘족제비 잡는데 꼬리 달라는 격’이란 말이 있다. 남이 기껏 노력하여 얻은 성과물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공짜로 얻겠다는 얌체족을 일컫는 말이다. 이처럼 족제비 꼬리는 신체의 어느 부위보다 쓰임이 많아 사람들이 탐내는 물건이었다. 족제비싸리란 이름의 작은 나무가 있다. 접두어 족제비는 이 나무의 꽃대가 족제비 꼬리를 연상케 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족제비는 암수가 약간 차이가 있지만 몸길이 25~40센티미터에 꼬리 길이 10~20센티미터의 날렵하게 생긴 동물이다. 족제비싸리가 꽃을 피울 때를 보면 곧추선 꽃대가 족제비의 꼬리와 영락없이 닮았다. 물론 색깔이야 족제비가 황갈색인데 비하여 보라색 꽃이 달리므로 조금 다르지만 꽃대의 길이가 7~15센티미터이니 족제비 꼬리와 길이도 거의 비슷하다. 사람의 생김새가 좀 날카롭고 약빠르게 생겼으면 흔히 족제비처럼 생겼다고 약간 부정적인 비유를 한다. 옛날에 족제비는 닭장에 조그마한 틈만 있어도 용케 들어가서 닭을 물어 죽이는 못된 짓을 서슴지 않아 사람들의 미움을 샀다. 그래도 족제비싸리의 꽃대에 꽃 핀 모습이 너무 고와 족제비도 덩달아 예뻐 보인다. 족제비싸리는 북아메리카 남부가 고향이며, 1910년경 일본에 수입되었는데 자기 나라는 물론 만주까지 널리 심었다. 우리나라에는 1930년경 만주를 거쳐서 들어왔다고 한다. 족제비싸리는 키가 3미터 정도 자라는 갈잎나무로 11~25개의 작은 잎이 한 잎 대궁에 매달리는 겹잎이고, 얼핏 보아 잎 모양이나 달림 방식이 아기 아까시나무와 같다. 실제로도 아까시나무와는 같은 집안의 콩과 식물이다. 이름에 싸리가 들어 있지만 싸리와는 속(屬)이 다르다. 꽃은 새로 난 가지 끝에 빈틈없이 촘촘히 달리고 늦봄에 짙은 보라색 꽃이 강한 향기를 풍기며 핀다. 열매는 손톱 크기만 한 콩팥모양으로 약간 굽으며 가을에 꽃자리마다 수십 개씩 익는다. 족제비싸리가 일찌감치 멀리 동양 땅으로 시집을 온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햇빛이 사정없이 내리쬐어 메마르고 건조하며 거름기 하나 없는 황폐지에서도 삶을 이어갈 수 있는 강인한 나무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조선조 말 민생이 피폐해지면서 대부분의 산은 나무가 제대로 자라지 않는 민둥산이었다. 일제 강점기에서 광복 이후로 들어오면서 민둥산을 푸르게 가꾸는 일이 무엇보다 급선무였다. 산림과학자들은 세계에 눈을 돌려 황폐한 우리 땅에 맞는 나무를 찾았다. 그때 간택된 나무들이 아까시나무, 리기다소나무, 사방오리나무, 족제비싸리의 4인방이다. 다른 세 나무가 큰 덩치로 운신의 폭에 제약이 있는데 비하여 족제비싸리는 덩치가 작고 수많은 종자를 매달아 심고 가꾸기가 쉬운 것이 장점이다. 또 일단 황폐지에 정착을 했다가도 토종 우리 나무들이 들어와 그늘을 만들어버리면 족제비싸리는 조용히 사라져주는 양보정신도 돋보인다. 햇빛을 너무 좋아하는 나무라 지금은 황폐지라는 옛 자람 터를 떠나 제방길이나 철로 옆 등으로 이사와 있다. 녹음이 짙어 갈 때 보라색 꽃으로 우리의 눈을 유혹한다. 쌍떡잎식물 장미목 콩과의 낙엽관목. 북아메리카 원산이다. 높이 3m 내외이다. 나무가지에 털이 있으나 점점 없어진다. 잎은 어긋나고 1회 깃꼴겹잎이다. 작은잎은 11∼25개씩이고 달걀 모양 또는 타원형이며 가장자리가 밋밋하다. 꽃은 5∼6월에 피고 자줏빛이 도는 하늘색이며 향기가 강하고 수상꽃차례에 달린다. 꽃받침에 선점(腺點)이 있고 화관은 기판뿐이다. 열매는 9월에 결실하며 협과이다. 열매에는 1개의 종자가 들어 있으며 신장 모양이다. 1930년경 중국 동북부를 거쳐서 한국에 들어왔다. 사방공사와 사면(斜面)의 피복자원으로서 흔히 심으며 생활력이 왕성하다. 꽃색이 족제비 색깔과 비슷하고 냄새가 나므로 족제비싸리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