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연재> 오원의 산 오르記
백두정간 종주기를 연재하며
글 사진 | 오원
눈 내린 오월의 설악산 (연합뉴스 사진)
백두정간(白頭正幹)
백두산은 우리나라 산맥의 조종이다.
철령(鐵嶺)에서부터 서쪽으로 뻗은 여러 산맥이 모두
서남(西南)쪽으로 줄달음쳤다.
철령(鐵嶺)에서 태백산과 소백산에 이르러서
하늘에 닿도록 높이 솟았는데,
이것이 본 줄기이고
그 중간에 있는 여러 갈래는 모두 서쪽으로 갈려갔으니,
이것은 풍수학에서 말하는, ‘버들가지[楊柳枝]’라는 것이다.
그들의 설명에 의하면,
“오동나무 잎에는 반쪽 씨가 달리고, 버들가지 끝에는 알맹이가 맺는다.”
고 하였으니,
그 알맹이의 위치는 영남 지방에 해당될 것이다.
아마도 이것은
안동(安東)과 예안(禮安) 사이를 벗어나지 않을 듯하다.
태백산ㆍ소백산 이상의 산세가 이러하므로
물이 모두 여러 갈래로 갈라져 흐르는 영남 지방만은
동래(東萊)와 김해(金海)를
좌우(左右)로 싸고돌아서 문막이가 되었다.
이것은 곧 산이 끝난 곳에 물이 합류된 형국으로,
거칠고 사나운 기운이 흔적 없이 제거된 것이다.
왼쪽으로는 동해를 옆으로 끼고 있어 큰 호수와 같이 되어
백두산의 큰 산맥과 더불어 그 출발점과 종착점을
같이하였다.
거북과 자라, 용과 물고기들이 생산되며
모든 물자가 번식한다. 그러므로 무한한 인재가 양성되었다.
밖으로는
일본(日本)으로 돌아간 큰 산맥이 남으로 또는 서로 뻗어가면서
물의 어구[水口]를 안고 돌아 산맥이 뛰어 건너가서
작은 섬 큰 섬들이 형성되었다.
오른쪽 산맥은 지리(智異)에 이르러 끝났는데,
그 상태가 바다를 가로질러 나온 듯이 웅장하고
기운차서 어마어마하게 내려왔다.
태어난 인물로 말하면,
고려 이전까지는 문화가 미개해서 무지함을 면치 못하다가
우리 왕조(王朝)에 들어와서 중국 문화를 완전히 받아들였다.
퇴계(退溪)가 태백산과 소백산 밑에서 출생하여
우리나라 유학자의 우두머리가 되었다.
그 계통을 받은 인물들이 깊이가 있으며
빛을 발하여 예의가 있고 겸손하며 문학이 찬란하여
수사(洙泗)의 유풍을 방불케 하였고,
남명(南冥)은 지리산 밑에서 출생하여
우리나라에서 기개와 절조로서 가장 높은 위치를 차지하였다.
그 후계자들은 정신이 강하고 실천에 용감하며
정의를 사랑하고
생명을 가볍게 여기어 이익을 위해 뜻을 굽히지 아니하였으며
위험이 닥쳐온다 하여 지조를 변하지 아니하여
독립적 지조를 가졌다.
이것은 영남 북부와 남부의 다른 점이다.
대체로 그 일직선의 큰 산맥이 백두산에서 시작되어
중간에 태백산이 되었고 지리산에서 끝났으니,
당초에 이름을 붙인 것도 의미가 있었던 듯하며
인물이 산출된 것으로 보아도 이 지역이 인물의
창고라 할 수 있다.
결국
국가에서 의존할 수 있는 힘을 다른 데에서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옛날 중국 전국시대에 위(衛)에서 훌륭한 인물이 많았으므로
물고 뜯고 하는 판국에서도 나라를 유지하다가
진 삼세(秦三世) 때에 가서야 망했다.
그 근원을 살펴보면
간모시(竿旄詩) 한 편이 많은 인재를 양성한 데에 기인한다.
우리나라는 삼국 시대에 가야(伽倻)가 조그마한 나라였으나
고구려와 백제가 아귀다툼을 하는 틈바구니에서도 버티어 나갔고
오랜 세대를 이어 나갔으니 그 사정이 매우 비슷하다.
천만 년의 역사가 지난 뒤에
국가가 위태로운 국면을 당할 경우라도
전략자가 여기에서 나올 것이며 충절도 여기에서 나올 것이다.
이는 장담하고 기다려도 틀림없을 것이다.
<성호사설에서 옮김>
[주1]수사(洙泗) : 수(洙)와 사(泗)는 모두 노(魯) 나라의 물 이름.
수사는 곧 공자와 그 제자들이 출생한 곳이라는 뜻.
[주2]남명(南冥) : 조선 전기의 학자 조식(曺植)의 호.
남명은 경상남도 지방에서 태어나 그 지역의 후학에게 큰 영향력을 끼쳤음.
[주3]간모시(竿旄詩) : 《시경》 용풍(鄘風) 가운데에 있는 시편 이름.
이 시는 위 무공(衛武公)과 그의 여러 훌륭한 신하를 칭찬한 것이라 함.
백두대간이라는 산맥 이름은 신라말 도선(道詵)의 <옥룡기(玉龍記)>,
이익(李瀷·1681~1763)의 <성호사설>(星湖僿說),
이중환(李重煥)의 <택리지(擇里志)> 등에서 보이는 산줄기 이름.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뻗어내린 우리 땅의 중심산맥이다. 모든 산맥은 중심산맥인 백두대간에서 다시 가지치고 있다.
반푼 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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