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으로 푸는 우리 유산]밀양 '얼음골'의 비밀 | |||||||||||||||||||||||||||||||||||||||||||||||||||||||||||||||||||||||||||
여름에만 결빙…원리 이용하면 에너지 절약 가능 | |||||||||||||||||||||||||||||||||||||||||||||||||||||||||||||||||||||||||||
천연 기념물 224호로 지정된 밀양의 얼음골은 한여름에는 얼음이 보이지만 겨울에는 얼음이 녹아 보이지 않는다. 세계에서도 보기 드문 신기한 현상 중에 하나인데 얼음골에는 유명한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조선 선조 시대의 명의 유의태가 허준을 만나 자신의 모든 의술을 전수했다. 그러나 당시는 유교 사상 때문에 인체 내부를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유의태는 허준에게 얼음골로 오라는 파발을 띄웠다. 스승의 부름을 받고 찾아간 허준 앞에 왕골자리에 반듯이 누워 자진한 스승의 시체와 유서가 있었다. 사람의 병을 다루는 자가 신체의 내부를 모르고서 생명을 구할 수 없으니 병든 몸이나마 네게 주니 정진의 계기로 삼으라는 내용이었다. 유서 앞에 꿇어앉은 허준은 험난한 의원의 길을 가겠다는 맹세를 하고 나서 스승의 시신을 해부하여 오장 육부와 인체 내부에 대한 공부를 하였다. 이와 같이 스승의 살신성인 덕택으로 명의가 되어 불후의 명작 『동의보감』을 저술하게 되었다고 한다.
밀양의 얼음골은 행정 구역상 경상남도 밀양시 산내면 남명리 산 95-8번지로, 해발 1,189미터인 재약산(載藥山, 일제강점기 때 천황산으로 바뀌었음)의 주봉인 사자봉에서 남쪽 계곡으로 내려오는 곳에 위치한다. 얼음골은 폭 250미터, 길이 750미터, 면적 18만7500제곱미터 정도로 동쪽, 남쪽, 서쪽의 삼면이 높이 100미터 정도의 수직 절벽으로 둘러싸여 있고 북쪽으로는 탁 트인 계곡이다. 계곡 위쪽은 기암 절벽으로 해발 800미터에서 지하수가 흘러나오는데 얼음골에서 흘러내리는 계곡의 물은 맨발로 들어설 수 없을 지경이다. 그러므로 얼음골은 시례빙곡(詩禮氷谷)으로도 불린다. 암벽은 안산암(安山岩)으로 되어 있는데 암석이 풍화 작용을 받아 50센티미터∼2미터정도의 조각들로 얼기설기 계곡을 메우고 있다. 이러한 지형을 너덜 혹은 테일러스(Talus)라고 한다. 너덜이란 20∼30센티미터 크기의 화산암이 산기슭에 쌓여 만들어진 것이다. 얼음골 계곡의 경사는 약 30도이며, 암석 사이에 공극(空隙)이 크고 내부에는 수분이 많아 냉기가 솟아나는 곳에는 이끼가 많이 살고 있다. 바위 사이로 얼음이 잘 보이는 지역은 너덜이 발달한 계곡의 아랫 부분이다.
너덜의 내부는 가장 아랫 부분에 지하수가 흐르고 있는 포화대(飽和帶), 공극을 메우고 있는 부식토(腐蝕土) 사이로 지하수가 스며 있는 모관대(毛管帶)가 상부에 있고 또 그 위로 부식토가 없는 비포화대(非飽和帶)가 있다. 너덜 하부를 흐르는 지하수는 절벽 위쪽의 정상 부근에서 흘러 들어온 14도 정도의 지표수가 너덜의 깊은 곳을 지나면서 냉각되어 해발 360미터 지점에서는 8도로 떨어진다. 해발 800미터에서 360미터까지 계곡을 흘러 내려오는 동안 지하수의 온도가 6도나 떨어지는 것이다. 〈얼음골의 비밀 요인〉 얼음골의 특이한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부산대학교 문승의 교수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첫째로 온도의 지연 현상이다. 지상 기온은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12, 1, 2월이 낮지만, 지중 온도는 다른 지역과 달리 4, 5, 6월이 가장 낮다. 즉 지상에서 지하로 내려갈수록 지연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에 다른 지역보다 4개월 정도나 기온 변화가 늦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얼음골의 깊이가 깊을수록 온도 차이가 벌어진다. 절기상 여름일 때 지하 5미터에서는 가을이고, 지하 15미터에서는 겨울의 기온이 된다. 둘째로 계곡의 방향과 경사 등 지형적 특수성 때문이다. 계곡의 동쪽, 서쪽, 남쪽이 절벽으로 가려져 있고 북쪽만 트여 있어 동일 위도상의 평지에 비해 일사량이 매우 적다. 절벽의 높이와 계곡의 폭을 생각하면 일조량의 약 30%만이 계곡 내부로 들어오고 있다. 얼음골의 경사를 30도라고 했을 때 남쪽 절벽에서 수평 거리로 500미터까지는 가을에서 봄 동안 태양의 일사가 거의 들어오지 않으므로 평지에 비해 기온과 지표 온도가 매우 낮게 된다. 더구나 밀양의 얼음골은 1천미터가 넘는 고봉이 7개가 있는 영남 알프스의 가운데쯤에 위치한다. 즉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이런 지형적인 특성은 냉기를 오래동안 끌어안게 해준다. 이곳에 들어온 한랭한 공기는 바깥으로 잘 빠져나가지 못하므로 온난한 공기가 상대적으로 들어오지 못하여 얼음골에 냉기가 유지되는 것이다. 변희룡 교수는 2003년 3월부터 6월까지의 기온변화를 측정한 결과 외부온도가 급락할 때 온혈에서 온도가 상승하는 현상이 3차례나 나타났고 또 저온이 오랫동안 유지되는 현상도 6차례나 발견했다. 셋째는 냉기의 침강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너덜 안과 밖의 밀도 차이 때문에 겨울에는 계곡의 냉기가 너덜을 통하여 지하로 흘러 들어가고 너덜 내부의 비교적 따뜻한 공기는 절벽 쪽으로 흘러들어 나온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계곡과 너덜, 그리고 너덜 내부는 충분히 냉각된다는 것이다. 계곡의 상부에서 온기가 흘러나오면서 한랭한 바깥 공기와 만나 안개를 형성하기도 한다. 반대로 바깥의 온도가 높아지는 봄이면 너덜 내부의 냉각된 공기가 너덜 외부의 공기에 비해 밀도가 커져서 냉기가 계곡을 따라 흐르게 된다. 냉기가 빠져나간 자리를 계곡 정상부근의 공기가 채운다. 이렇게 유입된 공기가 다시 냉각될 때까지 냉기류의 유출은 잠시 중단된다는 것이다. 끝으로 너덜에 의한 단열효과 현상이다. 얼음골을 덮고 있는 너덜 층은 주로 안산암으로 이루어져 있고 암석의 공극은 약 20센티미터이다. 안산암의 열전도율은 1.4×10-3J/cm.s.K이지만 공기의 전도율은 5.4×10-5J/cm.s.K이므로 공극을 채우고 있는 공기 때문에 너덜층 외부와 모관대 상부 사이에 단열 상태가 이루어지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겨울에 냉각된 너덜 내부가 여름까지 저온을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위와 같은 여러 가지 설에 대해 부경대의 변희룡 교수는 다음과 같이 정리하여 설명한다. ‘얼음을 녹이거나 물을 끓일 때는 열을 가해줘야 한다. 반대로 수증기가 응결돼 물이 되거나 얼음이 얼 때는 주위에 열을 내놓는다. 마찬가지로 겨울철에 땅속으로 들어온 차가운 공기가 지하수를 얼리면 열이 방출된다. 이 열이 공기를 데워 위로 올라가게 하는 것이다. 따뜻한 공기는 위로 올라가면서 주변의 물을 증발시키게 되는데, 그 결과 습도가 높은 따뜻한 공기가 고지대에 있는 온혈에서 뿜어져 나오게 된다. 물이 증발해 공기가 되면 가벼워져 상승한다. 이것이 돌 틈으로 빠져나가면서 팽창하면 다시 주변의 공기를 응결시켜 물이 되게 한다. 즉 ‘단열팽창’이 일어나는 것인데, 외부로부터 열이 가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공기가 팽창하는 일을 한 셈이어서 온도가 내려간다.’는 것이다.
한편 너덜의 내부 온도가 내려가는 이유와 얼음이 어는 이유는 다르다. 1997년 6월 한·일 공동 조사에 의한 연구 결과에서는 기화열의 빙점 유도설, 단열 팽창설, 대류 결빙설 등 세 가지 가설을 제시했다. 문승의 교수는 지표 부근의 너덜 내부와 지상 1.5미터의 상대 습도 차이를 조사해본 결과 너덜 내부의 상대 습도는 거의 100%였으나 지상 1.5미터의 상대 습도는 33%에 지나지 않았다. 수직 거리 약 2미터의 습도 차이가 67%에 이른다는 뜻이다. 상대 습도의 차이로 인하여 너덜 내부에서 증발이 일어난다. 얼음골에서는 너덜층이 단열층이라고 볼 수 있으므로 이러한 증발 현상으로 인한 기화열이 모관대 상부의 빙점을 유도하게 된다. 결국 증발이 일어날 때의 기화열이 주위를 빙점으로 이르게 한다는 것이다. 둘째로 단열 팽창설의 원리는 너덜 외부의 온도가 올라가는 여름이 되면 외부 공기가 굴뚝에 역류하듯이 바위 틈의 작은 내부로 흘러 들어가서 저온의 바위에 의해 냉각된다는 것이다. 냉각된 공기는 급속히 흘러내리는 지하수와 함께 아래쪽으로 이동하여 얼음이 있는 곳에서 공극을 통하여 고온인 대기 중으로 방출된다. 이런 경우 단열 냉각된 바위와 그곳을 지나는 공기의 온도가 더욱 내려가게 되어 빙점에 도달한다는 것이다. 셋째로 대류 결빙설을 들고 있다. 겨울철 차가운 너덜의 외부 공기가 너덜의 안쪽으로 흘러들어 너덜 내부가 저온으로 유지된다. 여름에는 너덜 내부가 저온이고 너덜 상부 쪽은 고온이기 때문에 너덜의 안팎은 매우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따라서 따뜻한 공기가 너덜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여름까지 얼음이 남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대류 결빙설을 기초로 너덜 내부는 연평균 온도가 영하에 이르는 국지적인 영구 동토가 형성됨을 밝혔다. 또 결빙의 주요 요인으로 2차 순환이 결빙 지역 부근에서 발생한다는 실험 결과도 얻었다. 얼음골의 냉기류가 내려오다가 결빙지 부근의 지표에 부딪혀 냉기류의 순환과는 반대 방향으로 냉기가 상승한다는 것이다. 그 밖에 결빙의 원인으로 자연 대류설을 지지하는 학자들도 많이 있다. 겨울이 되면 공기의 온도는 영하인 반면 너덜을 이루고 있는 돌들은 여름과 가을을 지내면서 뜨거워졌기 때문에 상온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공기의 부력 때문에 차가운 공기가 너덜의 하부로 유입된다. 차가운 공기는 돌로부터 열을 빼앗아 데워지면서 너덜의 상층부로 올라가고, 돌은 너덜 아래로부터 점차로 차가워진다. 그래서 겨울이 끝날 때 쯤이면 너덜의 온도를 외부의 온도와 같게 만든다고 한다. 계절이 바뀌면 겨울과 정반대의 조건이 된다. 즉 너덜 안의 공기는 차갑고 밖의 공기는 따뜻하게 된다. 겨울과 반대로 차갑기 때문에 밀도가 높은 너덜 안의 공기가 너덜 밖으로 흘러 나가고 너덜 상류 부분에서 따뜻한 공기가 흘러들어 온다. 따뜻한 공기는 차가운 돌과 열 교환을 하면서 점진적으로 식기 때문에 차가운 공기가 얼음골로 계속 나오게 된다. 초가을이 되면 너덜이 따뜻한 공기로 채워지기 때문에 더 이상 시원한 공기가 나오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위와 같은 가설에도 불구하고 언제까지 얼음골에서 시원한 바람이 나올 것인가는 겨울의 기온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는다. 여름철에 비가 오면 얼음골의 너덜 위에 안개가 서리는데 이것은 너덜이 차갑다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현상은 기온의 영향을 받는다는 이론을 뒷받침하고 있다.
물론 여름이면 여름마다 밀양 얼음골에서 얼음이 보이는 것도 아니다. 보통 6월 말까지는 얼음골에서 얼음을 볼 수 있는데 유난히 겨울이 추운 해에는 7월 초까지 얼음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얼음골이 체계적으로 관리되어 온 지난 1970년이래 1984년, 1991년, 1998년 세 번이나 얼음이 보이지 않았다. 1998년의 경우 예년보다 두 달 가량 빠른 6월 18일 얼음이 녹아버렸으며 2003년의 경우도 6월 29일에 마지막 얼음이 녹은 후 더 이상 얼지 않았다. 얼음이 사라지는 원인에 대해 문승의 교수는 엘니뇨에 따른 이상 고온 현상으로 차가운 공기 축적이 부족해 얼음이 사라진 것이라는 가설을 제시하였다. 또한 환경 단체는 얼음골 입구에 무분별하게 들어선 수십 곳의 숙박업소와 음식점 때문에 주위 환경이 훼손되어 주변 기온이 상승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원인이 어디에 있든 얼음이 얼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한국과학기술원의 송태호 교수는 ‘자연대류에 의해 겨울철의 냉혈이 돌에 저장되어 있다가 방출되는 재생기 효과(Regenrator effect)’라고 설명한다. 즉 온도의 변화에 취약한 화산암이 다공성 축열조를 이루면서 겨울에는 냉기를 저장하고 여름에는 온기를 저장해 여름에는 겨울의 냉혈을 내뿜고 겨울에는 온기를 내뿜는 사이클을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계명대학교의 배상근 교수는 하계 결빙 현상과 동계의 비결빙 현상을 수온의 지체 현상이라고 발표했다. 얼음골 정상부의 넓은 평지에 함양된 지하수가 얼음골 지역의 곡두부(谷頭部)로 유출됨으로써 얼음골의 지하수면의 유지와 열의 대량 유입이 가능하게 된다. 동, 서, 남의 삼면이 절벽에 가까운 지형으로 둘러 싸여 태양열의 유입을 방해하고 이들 절벽을 타고 흐르는 물이 얼음골 내부의 온도 환경을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특히 하계 결빙 지점의 위치가 지하수 유출 지역이나 지표면의 열이 유입되지 못하게 차단되어 있음을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그런데 2004년 6월, 변 희룡 교수는 얼음골의 얼음을 계속 관찰한 결과 여름에 얼음이 어는 것은 아니라는 폭탄적인 발표를 했다. 변 교수는 10월 이후에 온도가 내려가 한겨울에는 주변과 마찬가지로 영하의 온도를 나타내는 것에 주목했다. 그는 저지대 냉혈에 얼음을 얼릴 수 있을 정도의 차가운 공기가 축적돼 있으므로 이 냉기가 봄에 냉혈로 흘러 들어온 눈 녹은 물을 얼려 여름까지 이어진다며 여름에 얼음이 언다는 기존의 속설은 수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발표는 여름에 얼음이 언다는 얼음골에 대한 일반인들의 기존 개념을 완전히 뒤엎는 것이기도 하다. 〈얼음골 원리 이용, 자연냉방시스템 활용 가능〉 일본 후지 TV의 내시경 카메라를 이용해 겉에서는 보이지 않는 곳을 촬영한 결과 얼음골의 얼음에는 세 가지가 있었다. 가장 바깥쪽의 얼음은 투명하지 않은 눈이 얼은 듯한 뿌연 형태이고, 다음은 고드름과 같은 투명하고 큰 얼음, 가장 안쪽에는 지표면에 물방울이 떨어진 듯한 작은 구 모양을 하고 있다. 얼음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환경적 조건을 갖춰야만 가능하다. 우선 너덜을 이루는 돌의 크기는 20∼30센티미터가 적당하다. 돌이 너무 작으면 공기의 저항이 크고 너무 커 버리면 공기와 돌이 접하는 면적이 적어 열 전달이 충분히 되지 않게 된다. 또한 너덜의 길이와 깊이는 공기와 열 전달이 가능한 체적으로 유지되어야 한다. 너덜의 길이는 최소한 500미터는 되어야 하며 경사도 중요하다. 너덜의 체적이 다소 작다고 해도 경사가 작으면 공기가 흘러가는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열 전달이 충분히 이루어져 얼음이 될 수 있지만, 경사가 너무 급하면 공기가 흘러가는 속도가 너무 빨라 얼음이 되기 어렵다. 일반적으로 너덜의 재료가 얼음이 형성되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밀양의 얼음골은 화산암 중에서 대표적인 안산암으로 만들어졌다. 화산암은 용암이 분출되어 급격히 식으면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입자가 치밀하지 못하고 미세한 구멍이 송송 뚫려 있는 다공성의 돌로 이루어졌다. 이런 돌이 무작위로 쌓여 있어 공기에 큰 저항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너덜을 통과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의 김은일 박사는 전북 진안군 주천면, 충북 제천군 금수산 얼음골과 전북 진안군 성수면의 풍혈 냉천의 암석 성분 분석에 의하면 반드시 화성암 중에서 안산암이어야 하는 조건이 아님을 밝혔다. 이들 암석은 화성암 중에서 반심성암인 반암으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 말은 한국에서 가장 흔한 화성암(한국의 암석 중 35퍼센트 정도) 재료를 갖고도 여건만 맞게 설계한다면 어느 장소에서나 자연형 냉방시스템을 적용한 얼음골을 조성할 수 있다는 견해로 얼음골의 원리를 이용한다면 유용한 에너지 절약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얼음골에서 얼음을 채취하면 겨울에 얼음을 잘라 석빙고에 보관하는 번거로운 절차를 피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도 있지만 얼음골의 얼음은 실용적으로 사용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가령 몇 조각 떼어내더라도 금방 녹아 버리기 때문에 효용 가치가 높지 않다. 〈얼음골과 얼음굴은 다르다〉
얼음굴은 얼음골과는 다른 메커니즘으로 생성될 수 있다. 즉 얼음굴은 비탈진 언덕 지하에 형성된 동굴로 외부와 통하는 통로가 있을 때 생성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굴 주위의 땅이 열 저장매체로 작용하여 계절적으로 재생효과가 나타난다. 그러므로 얼음굴은 여름이나 겨울이나 모두 차가운 현상이 나타난다. 겨울에는 차가운 공기가 굴 안으로 유입되어 굴 안을 식히면서 외부보다 아주 조금이나마 더운 내부 공기가 부력으로 쉽게 굴 밖으로 나간다. 그러나 여름이 되면 밖의 온도는 높은 반면 굴 내부의 공기는 차갑고 밀도가 높아 안정하기 때문에 차가운 공기가 밖으로 유출되지 않고 그대로 굴 안에 머무르게 된다. 이런 것을 열 다이오드 현상이라고 하는데 이런 얼음굴은 한국에 여러 곳에 있다. 경기도 연천군의 풍혈, 양평군 단월면 석산리의 소리산(479.2미터)의 ‘바람굴’, 울릉도의 나리분지 또는 ‘에어콘 굴’이라고도 하는 곳과 경북 의성군의 ‘빙혈 풍혈’이 바로 그곳이다. 전남 해남군의 관두산에서 겨울에도 더운 바람이 불어 나오는 구멍(風穴)이 발견됐는데 이 지역엔 예로부터 용(龍)이 살고 있어 불을 내뿜는다는 전설이 내려져 오고 있었다. 조선대의 박영석 교수는 관두산 풍혈의 비밀은 지하의 온천수에 있다고 설명했다. 2004년 2월 초에 측정한 결과 관두산 풍혈은 외부 온도가 영상 4~5도일 때도 내부 온도는 15~17도였다. 풍혈은 해발 177미터인 관두산 정상에 가까운 150미터 지점에 있다. 이 근처에서는 단층면을 따라 형성된 두 군데의 약수터가 발견됐다. 박 교수는 관두산 일원은 ‘8500만 년 전 화산활동이 활발했던 곳으로 이로 인해 깨진 커다란 바위 덩어리들이 엇갈리게 쌓이면서 크고 작은 동굴이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이곳에서 발견되는 응회암은 화산활동으로 생성되는 암석이다. 그러므로 관두산 지하 깊은 곳에는 화산활동의 흔적으로 남은 열원이 있어 단층면을 따라 지하로 흘러 들어간 빗물이나 지하수가 온천수와 마찬가지로 열원에 의해 데워져 수증기로 올라온 것이라는 설명이다. 04/7/24 이종호(mystery123@korea.com · 과학저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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