積雨輞川莊作(적우망천장작) 장마철 망천별장에서 王維(왕유)
積雨空林煙火遲(적우공림연화지) 장마철, 빈숲에선 밥 짓는 연기 여릿여릿 피어오르고,
蒸藜炊黍餉東치(증려취서향동치) 명아주 찌고 기장밥 만들어 동쪽 밭으로 내간다.
漠漠水田飛白鷺(막막수전비백로) 드넓은 논밭으론 백로 떼 날고,
陰陰夏林전黃리(음음하림전황리) 짙푸른 여름 숲에서는 꾀꼬리가 지저귄다.
山中習靜觀朝槿(산중습정관조근) 산중생활 익숙하여 아침에는 무궁화 살펴보고,
松下淸齊折露葵(송하청재절노규) 소나무 아래 조촐한 식단을 위해 푸성귀를 꺾는다.
野老與人爭席罷(야로여인쟁석파) 은퇴한 시골노인 남과의 자리싸움 파한지 오랜 데,
海鷗何事更相疑(해구하사경상의) 갈매기는 무슨 일로 또 다시 나를 의심 할까?
*치: 묵정밭 치(艸+치(개미허리 川 아래 밭 田)
*전: 노래할 전(口+轉)
*리: 꾀꼬리 리(麗+鳥)
왕유(701~761):자는 마힐(摩詰), 태원 기(祁:산서성 기현)사람이다. 어려서부터 시재가 뛰어났으며, 두보(詩聖),이백(詩仙)과 더불어 시불(詩佛)이라 칭송되며, 또한 당대 전체를 대표하는 산수전원시인이기도 하다.
음악과 시화에도 뛰어났으며, 특히 수묵화에는 천재적인 재능을 보였으며, 남종화의 시조로도 추앙 받는다.
당, 송 8대가의 한명인 소식(蘇軾:東坡)은 그의 시화를 “詩中有畵,畵中有詩”라 극찬했다.
주1)적우: 장마철. 장마 비.
2)향: 도시락
3)동치: 동쪽에 있는 묵정밭. 개간 첫해의 밭.
4)황리: 노란 꾀꼬리
5)청재: 산나물, 채소위주의 단출한 식사.
6)야로: 시골 은퇴한 노인. 시인 자신을 지칭한다.
7)쟁석파: 세속적 명리 다툼은 그만 두었다는 뜻.
8)해구: 갈매기. 여기서는 갈매기의 잡식성과 시끄럽게 우는 습성을 비유하여 조정의 소인배 무리를 지칭한다.
성당시(盛唐時) 가장 유명한 시인이자, 화가이기도 할 뿐 아니라, 음악에도 남다른 조예가 깊어 그야말로 팔방미인 다재다능 박학다식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왕유이기에 그의 생애 역시 그의 다재다능한 재주와 비슷하여 그는 젊어서는 유학을 전공하여, 일찍부터 시문에 탁월한 재능을 보이더니 21세에 진사시에 합격하여 벼슬길에 오른다.
젊은 천재의 기상과 기개가 너무 과 했음인지, 그 시기 그는 황제 앞에서만 추게 되어 있다는 황사자무(黃獅子舞)를 그의 악공(樂工)들에게 추게 한 사건으로 지방 한직으로 좌천 되자 곧 벼슬을 그만두고 시골에 은거하며, 이백, 맹호연, 왕창령등과 교유하며 도가(道家)풍의 무위자연(無爲自然)적 은일한 생활을 하기도 했다.
그 후 안록산의 난에 연루되어 고초를 겪었으나, 그의 당 황실에 대한 충성심을 드러낸 시 응벽(凝碧)과 그의 형의 도움으로 가벼운 처분 받고, 말년에는 불교에 귀의 하여 퇴궐하여서는 불경을 외는 것을 낙으로 하였다한다.
이는 그의 자가 마힐(維摩詰:부처님 생존시 리차비족의 수도 베살리에 거주 했다는 법력 높은 거사)임으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지만, 왕유는 요샌 말로는 모태신앙인 이였다는 것이다. 그의 어머니가 대단히 독실한 불교신도였다고 전해진다.
하여 그는 두보와 이백에 비유되는 시불(詩佛)로 칭송 되는 데, 이 시는 그의 만년 작임에도 불교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도가적 냄새가 짙게 풍기는 산수 전원시이다.
지루한 장마가 시작되었다 합니다. 자칫 음습하고 후덥지근한 날씨 탓에 짜증나는 분위기라면 이시로 상큼한 여름을 맛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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