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漫遊의漢詩紀行

한 여름에 읽는 시

이름없는풀뿌리 2015. 8. 13. 10:15

尋隱者不遇(심은자불우) 은자를 찾아갔으나 만나지 못하고  賈島(가도)



松下問童子(송하문동자)          소나무아래에서 동자에게 물었더니,

言師採藥去(언사채약거)          스승은 약 캐러 갔다 말하네.

只在此山中(지재차산중)          지금 이 산중에 있기는 할 터인데,

雲深不知處(운심부지처)          구름 깊어 계신 곳을 알 수 없군요.


가도(賈島779~843) 만당(晩唐)시 시인. 그에게는 아래와 같은 유명한 일화가 전해진다.

가도가 아직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백면서생 일 때, 다분히 의도적이라 할 수 있는 돌출행동, 즉 당시 경조윤(京兆允:당나라 수도 장안시장) 한유(韓愈:당, 송 팔대가 중 한사람 대문장가 한퇴지를 말한다)의 행차를 가로막고 길 한복판에서 심사숙고하는 행동을 한고로 한퇴지가 연유를 물은 즉, 시를 한 수 지었는데 “鳥宿池邊樹(새들은 연못가 나뭇가지에 깃들어 잠을 청하는데),僧推月下門(스님은 달빛에 젖어 사립문을 민다)”에서 推(밀 추 또는 퇴)로 할것이냐 敲(두드릴 고)할 것인가로 고민하다 경조윤의 행차를 미처 몰라보았노라 하였다.

이에 경조윤 한유가 밀 추(推)보다는 두드릴 고(敲)가 낫다 하고 가도와 친교(布衣之交)를 맺었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바로 推敲(퇴고: 문장을 지을시 심사숙고를 거듭 하다)의 어원이 이리하여 탄생하였다.



시인은 대단히 불우한 생애를 살았다 전해진다.

그의 말년은 더없이 빈한하여 집에는 끼닛거리 떨어지고 몸은 병들어 쇠약해지고, 시인이 가지고 있는 것이라곤 병든 나귀 한 마리와 거문고 가 전부였다고 전해진다.

예나 지금이나 시인의 생활이 궁핍한 것은 마찬가지인모양이다.

이리도 불우한 생애의 시인 이었음에, 이 시에서도 시인은 현실의 세계를 떠나 은일한 무위자연의 세계를 노니는 도가의 은자를 찾아 그의 뜻을 좇으려 찾아갔으나 은자는 만나지 못하고 은자의 시동(侍童)격인 어린 제자에게서 오히려 은자의 심중의 일면을 엿 보는 선문답 형태의 시를 읊조리고 있다.

마중지봉(麻中之蓬)이요, 서당 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堂狗三年 弄風月)라 했던가.

시동의 답변이 가히 은자의 수준이다.

장마가 끝나면 무더위가 시작되겠지요. 산으로 바다로 가는 피서길 에서 한번 쯤 음미해 고픈 시인데…….여러분은 어떠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