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漫遊의漢詩紀行

이백의 가을 음악회

이름없는풀뿌리 2015. 8. 13. 10:23

蜀僧俊彈琴(청촉승준탄금)      촉승 준의 거문고 연주를 듣고  李伯(이백)



蜀僧抱綠綺(촉승포녹기)               촉승이  녹기를 품에 안고,

西下蛾眉峯(서하아미봉)               촉땅 아미산에서 서쪽으로 내려왔다.

爲我一揮手(위아일휘수)               나를 위해 거문고 한번 연주하니,

如聽萬壑松(여청만학송)               만산 골짜기의 솔바람소리 듣는 듯 하구나.

客心洗流水(객심세류수)               나그네 마음은 맑은 물에 씻기우고,

餘響入霜鐘(여향입상종)               은은한 여음은 상종과 같구나.

不覺碧山暮(불각벽산모)               나도 모르는 사이 산 빛은 황혼에 물들고,

秋雲暗幾重(추운암기중)               가을 색 구름은 겹겹이 어두워간다.

 


주1)녹기:명품 거문고인 “綠綺琴”을 말한다. 이 녹기금에는 전한시대 사마상여와 미인 탁문군간의 애정행각을 이어주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2)아미봉: 중국 사천성 촉땅에 있는 산이다. 이백의 고향땅이기도 하다. 이백은 아미산을 일러 “촉국에는 아름답고 신비스런 산이 많지만 아미산에 비길 산은 없도다(蜀國多仙山 蛾眉遙難匹)” 하였다.

3)휘수: 백아와 종자기의 고사에서 “白牙揮手 鍾期聽聲”이라는 고사가 있다.

4)상종: 중국 최고의 지리서인 “山海經” 에 의하면 “풍산에는 9개의 종이 있는데 매년 첫 서리가 오면 종이 스스로 울려서 이를 霜鐘이라 한다.” 하였다. 이 시에서는 동기상응(同氣相應)의 뜻으로 쓰였다.

 


초가을 이백은 고향 땅인 촉땅 아미산에서 내려온 승려 준이라는 거문고 명장의 탄금독주를 듣게 되어 그 감상을 이 시로 표현하였다.

거문고 명장 준의 한번 손짓으로 튕겨지는 거문고 소리에 고향의 소리를 듣는 듯도 하고, 맑은 가을산골짝의 솔바람소리를 듣는 듯도 하여, 타향살이 세파에 찌든 나그네 객심이 깨끗이 정화되는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음은 물론이려니와 그 아름다운 여운이 귀에 아련하여 그 옛날 전설속의 상종과 비견되니. 시간가는 줄 모르고 거문고소리에 취하다보니 가을 구름 겹겹히 아름답게 황혼은 물들어 하루해 저문 줄도 몰랐노라 는 가을 음악회 전경이다.

이백과 더불어 감상한 가을 거문고 독주회! 그 느낌이 어떠했는지요? 

좋은 시간되었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