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漫遊의漢詩紀行

후회

이름없는풀뿌리 2015. 8. 13. 11:13

遣懷(견회)                            후회를 하다            杜牧(두목)



落魄江湖載酒行(락탁강호재주행)            한때 실의하여 강호를 술로 지새웠고,

楚腰纖細掌中輕(초요섬세장중경)           가는허리 미인들은 손바닥에서도 가벼웠다.

十年一覺揚州夢(십년일각양주몽)            양주에서의 십년 꿈, 한번 깨고 나니,

영得靑樓薄倖名(영득청루박행명)            끝내는 술집에서조차 괄시받는 인사가 됐다네.

*영: 끝 영. 말단 ,끝내 영(계집 女部 14)



두목(803~852):晩唐時 시인. 자는 목지(牧之)이고, 호는 번천(樊川) 경조 만년(지금의 陜西省 西安)사람이다.

그의 조부가 중당시(中唐時) 유명한 역사서 통전(通典)을 쓴 한(漢)의 사마천(司馬遷) 이후 최고의 역사가로 칭송받는 두우(杜佑)이다.

시인도 성당시(盛唐時)의 시성(詩聖) 두보(杜甫)를 대두(大杜)라 칭하고 그를 일러 소두(小杜)라 칭할 정도로 문명이 높다.

특히 그는 자신이 오랫동안 체류하였던 강남의 아름다운 풍경과 시인이 직접 경험하였던 향락적 도시생활을 노래한 시를 즐겨 썼으며, 그러한 그의 시는 화려하고도 염정적인 색채가 짙어 중국의 화류문학(花柳文學)의 신기원을 이루었다는 평을 받았다.

작품집으로 번천집(樊川集)이 있다.


주1)락탁: 魄은 혼 백으로도 읽기도하나, 여기에서는  영락할 탁, 즉 실의하여 방탕한 생활을 하는 행위를 말한다.

2)초요섬세장중경: 옛날 초나라 임금이 허리가 가는 미인을 좋아하자 궁중여인들이 허리를 가늘게 하고자 굶어죽는 일까지 있어 초요(楚腰)라는 말이 생겼고, 한나라 때 미인 조비연(趙飛燕)은 몸 가볍기가 손바닥위에서 춤을 출 정도였다는 장중경(掌中輕)의 고사가 있다.

이런 고사를 들어 시인은 이 장에서 주지육림에 빠진 모양을 묘사하고 있다.

3)양주: 지명. 지금의 강소성 양주시로 얼마 전의 TV드라마 장보고의 활동 주무대였던 당대(唐代) 최대 무역항 이였던 양주를 말한다.

4)박행명: 박절한, 박정한 이름을 얻다 라는 뜻이다.


시인은 젊어 한때 주지육림에 젖어 산 한량 이였던 것 같다.

명문가의 자손으로 먹고 노는 데 아무 불편이 없던 혈기 방장했던 시절이라 시인 또한 술 마시고 기녀들과 어울려 한바탕 허벅지게 놀아나는 것을 커다란 즐거움으로 알고 한 십년 허랑방탕한 생활을 해 본들 남는 건 아무것도 없고, 오히려 기방 여인네들에게는 천하의 바람둥이에다 박정한 사내라는 오명밖에 남는 것이 없더라는 시인의 뼈아픈 자탄의 후회를 이 시에서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한 때 잘나갔다는 천하한량들은 한번쯤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을 할 만한 시인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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