登관雀樓(등관작루) 관작루에 올라 王之渙(왕지환)
白日依山盡(백일의산진) 빛나던 태양 산 너머로 지고,
黃河入海流(황하입해류) 황하는 바다로 흘러가는도다.
欲窮千里目(욕궁천리목) 천리를 내다보고자,
更上一層樓(갱상일층루) 다시 누각의 한 층을 올라간다.
주1)관작루: 중국 산서성 영제현(山西省 永濟縣) 황하강변에 있는 3층 누각.
*관: 황새 관(당길 관+鳥)
왕지환(688~742):초당시(初唐時)시인.字는 계릉(季陵)이고 진양(晉陽:지금의 山西省 太原)사람이다. 젊어서는 술과 무예를 즐겨 유협생활하다 중년이후 문학에 정진, 유명해졌다.
관직에는 특이한 경력이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미관말직에 그친 것으로 보이나 당시유명인사였던 왕창령, 최국보, 고적 등과 교유한 점으로 미루어 그의 시인으로서의 평가는 생전에도 인정을 받음은 물론이고, 시중에서는 그의 시에 곡을 붙여 널리 애창되었다한다.
전당시(全唐詩)에 비록 6수뿐인 그의 시지만 이 시와 양주사(양州詞)등 절구는 오늘날까지 널리 애송되는 절창으로 꼽는다.
*양:서늘할, 깨끗할 량(水+京)
대단히 짧고 간결한 구성의 5언 절구 이지만 이 시만큼 1300년 가까이 사랑받는 시도 드물 터이지만 시를 음미하는 시각에 따라 그 뜻도 천차만별인 시도 드물 것이다.
기가 막히게 적절한 대구 1,2구는 하늘과 땅의 시작과 끝을 절묘하게 서산에 지는 해와 바다로 내닫는 강으로 묘사함은 물론이고 그 함의로 시간의 흐름을 하루 해지는 모양과 영원을 흐르는 유장한 강물로 표현해 실경을 들어 웅장한 우주와 자연의 섭리를 말하고 있다.
문제는 3,4구에 있다.
이 3,4구의 해석에 따라 이 시의 맛이 확연히 달라진다.
어떤 이는 1,2구의 자연섭리를 깨우쳤으니 보다 한 단계 높은 영원의 경지를 말하는 천리목(千里目)을 구하러 누각의 한 층을 다시 오르는 것으로 묘사했다고도 하고,
또 어떤 이는 고향을 떠난 나그네가 지는 해와 유장한 강물에 향수를 불러 일으켜 저쪽 천리 밖 고향 산하를 보기위해, 보이기는 할까마는 누대를 한층 더 오르는 것이라고 하고,
또 어떤 이는 변방의 미관말직에 머물고 있는 시인의 처지에서 황제가 머물고 있는 천리 밖 장안을 바라보는 시인심정을 노래한 것이라고도 하는데,
나는 이 시를 접하면 생각나는 영화의 한 장면이 있으니 “닥터 지바고” 바리끼노 겨울 장원에서 사랑하는 라라를 어쩔 수 없이 말방울 딸랑이는 눈썰매에 태어 보내고 뒤 쫓아 가겠노라고 먼저가라 하고는 이것이 영원한 이별임을 예감한 지바고, 사라져 가는 라라의 썰매가 더 이상 시야에서 보이질 않자,
그 뒷모습이라도 좀더 오래 영상에 남기고 싶어 장원의 2층으로 달려 올라가서는 성에 낀 유리창을 깨고 지평선너머로 아득히 사라지는 라라를 뒤쫓던 지바고의 그 슬프고도 아름다운 눈동자가 생각나는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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