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漫遊의漢詩紀行

나이에 대한 소고(小考)

이름없는풀뿌리 2015. 8. 13. 11:14

나이에 대한 소고(小考)


세월의 빠르기가 화살과 같다 하더니…….어느새 내 나이 오십이다.

나이 오십이면 지천명(知天命)이라 했던가?

하늘이 나에게 내린 명(命)이 무언지를 안다는 나이인데……. 과연, 나는 그러한가?

참으로 나를 한번 돌아보게 하는 화두가 아닐 수 없다.

하기야 불혹(不惑)이니, 지천명이니 하는 것은 논어 위정(爲政)편 제 4장, 공자께서 스스로 학문의 심화 과정을 나이별로 술회 한 것이니, 범부인 내게 적용하기란, 무리가 있다.


하지만 유학의 본질이 끊임없는 자기수련의 과정인 수기(修己)와 그 연후로의 실천인 치인(治人)에 있음에야 비록 범부라 할지라도 일생을 학인의 자세로 임하는 바엔, 그 모범의 실례를 본 받을 바 이니, 공자의 과정을 비한다 하여 크게 꾸짖을 수는 없기도 하겠다.


하여, 공자께서 술회한 나이를 살펴보면, 십유오이 지우학(十有五而志于學)하고…….이는 15살에 학문에 뜻을 두고……. 라는 뜻이니, 지학(志學)이 15세면 좀 늦은 나이가 아닌가도 싶다. 난 8세에 지학 하여 초등학교에 입학하고…….솔직히 지학은 아니지…….ㅠ.ㅠ


삽십이립(三十而立)하고, 서른에 섰다는 건데, 걸음마를 그때 뗐다는 말은 아닐게 확실할거고, 하면, 무슨 말일까?

이는, 입어례(立於禮), 부지례,무이립야(不知禮,無而立也)라는 말이 있는 데, 선다는 것은 곧, 예다, 예를 모른다는 것은, 설 수 없다는 것이니, 이립(而立)은 곧, 지례(知禮). 즉, 예를 아는 나이라는 얘기인 것이다.

예란, 각각의 개성을 발휘하면서 동시에 모든 사람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구체적 행동양식 및 사회제도를 의미한다.

하여, 비례(非禮)면 보지도(勿視),듣지도(勿聽),말 하지도(勿言),움직이도(勿動)말라……. 이쯤 되면 여지간한 경지가 아니면 이립(而立)이라 할 수 없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공자께서도 지학(志學) 후 이립(而立)까지 15년이 소요됐으니 적잖은 세월이다.

하면, 내 경우는 어떠한가? 과연 이립의 경지에 근접이라도 한 바인지…….ㅠ.ㅠ


사십이불혹(四十而不惑)하고, 사십에 혹 함이 없다. 어떠한 유혹에도 빠짐이 없다는 말이다.

즉, 예(禮)를 실천하여 도(道)를 터득하고 덕(德)을 밝히고 성(性)을 인식하는 단계에 이르면, 그 어떤 육체적 욕구와 예(禮)사이에서 일어나는 마음의 갈등이 해소되고 곧, 맹자가 말한 부동심(不動心)의 세계에 도달함을 말함이다.

하여, 불혹(不惑)이라 함은 곧, 득도의 경지이니……. 하여, 조문도(朝聞道)면 석사(夕死)라도 가의(可矣)니라. 아침에 도 서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하였으니……. 해서, 율곡은 마흔 아홉에 졸(卒) 하셨나?ㅠ.ㅠ


오십이지천명(五十而知天命)하고, 오십에 하늘의 뜻을 알고…….하늘의 뜻, 참으로 어렵고 형이상학적과제가 아닐 수 없다.

천명(天命)을 안다는 의미는 천성(天性)과 천리(天理)를 깨우쳤다는 의미인 것이다.

하면 성(性)과 리(理)는 우리가 알고 있는 성리(性理), 바로 조선 성리학과 같은 맥락이니, 이에 대한 논구는 새삼스러이 말하지 아니하여도 조선500년의 역사와 퇴계, 율곡을 위시한 수많은 선현들의 이(理)와기(氣)의 상관관계에 대한 철학적 논쟁- 아직도 그 논쟁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으로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음이다.

이러한 사정이고 보니, 그 누구도 공자께서 말씀하신  지천명(知天命)의 경지에 도달했다고 할 수 없음인가?ㅠ.ㅠ


육십이이순(六十而耳順)하고, 육십에 귀가 순해지고…….귀가 순해지다니? 시쳇말로 웬 생뚱맞음인가?

이미 득도의 경지를 지나 천리를 안다는 지경에 이러러 에서 갑자기, 귀가 순해지다니…….

그렇다! 귀가 순해진다함은 이젠 천, 지, 인 천지만물의 그 모든 소리를 들음에 아무 거리낌이 없다는 의미인 것이다.

그 어떤 욕심도 욕구도 초월한 경지, 아무에게도 거리낌이 없는 자유인, 진정한 자유인 이라면 아마 이런 경지를 이름이 아닐까?


하여,칠십이종심소욕불유구(七十而從心所欲不踰矩)라, 칠십이 되어 마음이 하고자 하는 바대로 하여도 법도에 어긋남이 없다.......하였다. 왜냐면, 진정한 자유인 경지에 이미 도달하였고, 물아일체(物我一體)의 경지, 천지하물과 나와 일체가 되니, 마음 닿는 대로 몸 가는 대로 행하여도 천지법도에 어긋남이 없으니, 가히 불가에서 말하는 부처의 경지와 상응함인가?

해서, 칠십을 종심(從心)또는, 불유구(不踰矩)라 하는데, 이러한 경지는 범인들로서는 감히 상상도 하기 어려운 경지이고, 비유하기조차  어려운 바 이라,  달리 두보(杜甫)의 시 귀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예로부터 70을 살기는 드문 일이라-에서 따온 고희(古稀)가 일반에게는 더 널리 쓰이고 있다.


공자께서는  팔십을 살지 못하였으니, 칠십까지 학문의 심화과정을 말함에 그쳤고……. 

그 밖에 시속에 나이에 관한 것으로, 망구(望九) 즉, 구순을 바라본다는 팔십 일세를 뜻 하고,이는 또 다른 파생어로 늙은 여자를 이러는 할망구의 어원이기도하다.

늙은 남자를 이러지는 않는 것으로 보아 예로부터 남자는 80을 넘긴 예가 드문 탓이리라.


그리고 미수(米壽),팔십 팔세를 뜻하는 바니, 미(米)를 해자하면 八十八(88)이 됨과 그 나이면 백발이 됨에, 그리되었고…….

망백(望百),망구와 같은 계열로 백세를 바라본다하여 구십 일세를 말한다.


마지막으로 나이에 관한 설화 중에 삼천갑자 동방삭(三千甲子 東邦朔)이 일만 팔천 살을 살았다는 설화인데……. 이는 삼천갑자(三遷甲子)의 와전인 듯하다.

갑자를 세 번 맞았으면 120~ 180살 사이인데, 이 정도면 풍이세기로 유명한 중국인들이지만 있을 수 있는 일이라 생각 됨이다.


갑신 묵은해를 보내고 광복60주년 맞는 새해 을유년 , 올해는, 60년 전 을유 해방이 을유 남북통일로 나타났으면 하는 바람으로 또, 내 인생에도 새로운 전환점이 되었으면, 하면서 몇 자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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