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漫遊의漢詩紀行

꿈에서라도 넋이 되어

이름없는풀뿌리 2015. 8. 13. 11:27

夢魂(몽혼)                        꿈에서라도 넋이 되어     李玉峰(이옥봉)



近來安否問如何(근래안부문여하)        요즈음 안부를 여쭈오니 어떠하신지요?

月到紗窓妾恨多(월도사창첩한다)        달빛 어린 紗窓에는 소첩의 恨이 서렸고요.

若使夢魂行有跡(약사혼몽행유적)        꿈 속 넋이라도 당신께 달려갔을 양이라면,

門前石路半成沙(문전석로반성사)        님의 문전 돌길은 반은 모래가 되었을 터입니다.



이옥봉(생몰년대미상): 조선 선조시 옥천군수를 지낸 봉(逢)의 서녀라고 전해지고, 남명 조식선생의 문하인 백옥(伯玉) 조원(趙瑗)의 소실이라 전해진다.

어떠한 연유로 시집에서 내쳐졌고, 그로 인해 기구하고 쓸쓸한 삶을 살다 한 많은 생을 마친 조선 중기의 여류시인으로 그 문명이 중국에 까지 전해졌다.

조원,조희일,조석형 삼대의 문집 가림세고(嘉林世稿) 부록에 그녀의 시 32편이 전해온다.


주1)사창: 창호지 대신 아주 얇고 고운 면직물로 바른 창(窓).



여인은 사랑하는 그 임을 너무나 사랑했음이리라.

달빛어린 창에 비친 임의 얼굴 새겨본지는 이루 말을 다 할 수 없는 그리움들이요, 현실에서는 뵐 수 없음에야 꿈속에라도 임의 집 앞으로 달려간 것이 무릇 기하이면 돌로 만든 석도가 반은 닳아 모래가 되었을꼬?

각 구절의 끝 자를 모으면 하다적사(何多跡(恒河): 달려가 본 적이 어찌나 많았던지 항하사 모래알 만큼이다)가 된다.

시인의 기지가 돋보이는 아니 시인의 애달픈 마음, 눈물이 항하수(恒河水:인도의 갠지스 강)되어 흘러내리는 듯하여 더욱 애달프다.

감사합니다.

 

김기춘 저도 이 글을 젊을 때 부터 외웠던 詩랍니다
그 때는 [문전석로 便성사]로 외웠지요. 그러니까 님의 집 문앞의 돌로 된 길이 "문득" 모래가 되었을 것이라는 말이니 벌써 오래전에 모래가 다 되었을 것이라는 뜻이겠지요 2005/12/25 10:56:25  
풀뿌리 갠지스 강의 모래를 말씀하시니 한가지 생각나는 世尊의 말씀이 생각나네요.

여항하중소유사수(如恒河中所有沙數) 갠지스 강에 가득한 모래알의 수만큼
여시사등항하(如是沙等恒河) 갠지스 강들이 또 있다고 한다면
어의운하(於意云何) 어떻게 뜻하여야 할까?
시제항하사녕위다부(是諸恒河沙寧爲多不) 그 모든 강들에 가득한 모래는 헤아릴 수조차 없음이여!

김기춘 선생님! 누가 그러데요. 올 해는 땅을 발로 마구 파헤치는 닭의 해였으니 수 많은 것들을 파헤치고, 폭로하고, 헐뜯은 해였으나 새해는 개의 해이니 모든 이들이 충직하게 살 것이고 순응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그럴듯한 긍정법으로 희망을 주더군요. 그러기 기원합니다. 배달9202/개천5903/단기4338/서기2005/12/25 이름 없는 풀뿌리 라강하 성탄일에, 2005/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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