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일라스(6714m)는 티베트의 수도 라싸에서 1,600㎞ 떨어진 오지로 불교·힌두교·자이나교 ·뵌교 등 4개 종교의 성지다. 티베트인들은 카일라스를 불교 경전이 전하는 전설의 산인 '수미산'으로 여기며 티베트 불교 최대의 성스러운 산으로 받든다. 힌두교에서는 시바신(남성신)의 안식처로 숭배한다. |
수미산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카일라스를 수미산으로 여깁니다 |
주간 조선 2000.7.27 /1613호
러시아 학자들 "100여개 발굴"주장, 중국측은 "계단형 산일뿐"
'티베트 고원에 피라미드가 존재한다'
지난 6월 초 중국의 참고소식지가 러시아 과학자들의 조사 결과를 인용, ‘서장 티베트 고원에 피라미드가 존재한다’고 보도한 이후 많은 사람들이 그 진실성 여부에 관심을 기울였다.
▲ 러시아 학자들이 피라미드라고 주장해 화제를 모으고 있는 중국 캉린보체봉의 계단형 산지. |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티베트 고원에 지금의 라마교문화와는 다른 전혀 새로운 문명이 존재했다는 얘기가 되며, 이집트 등 다른 지역 피라미드와의 연관성 여부에 따라서는 세계 역사를 다시 써야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아울러 피라미드를 발굴할 경우 엄청난 고대 유물이 쏟아져 나올 수도 있다.
중국 영토 내에 있는 ‘역사 유적(?)’을 스스로 발견하지 못하고 러시아 학자들에게 ‘허’를 찔린 중국 지리학자들은 자존심이 크게 상한 듯했다. 그런 연유에서인지 중국 지리학자들은 약 1개월간의 검토를 거쳐 지난 7월 초 러시아 학자들의 주장을 정면 반박하는 결론을 내놓았다. 중국의 지리 전문 잡지인 ‘지리 지식’ 7월호에서 중국 내 지리학계 최고 권위자인 중국과학원 양이초우(양일주)교수는 “러시아 학자들이 피라미드라고 주장하는 것은 ‘피라미드처럼 보이는 계단형 산’일 뿐이지 결코 피라미드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현재로선 러시아 학자들의 주장이 맞는지 중국쪽 주장이 맞는지 누구도 단정할 수 없다. 양측의 추가 연구와 국제학계의 객관적인 검증작업이 뒤따라야 진실이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높은 것은 무려 1800m나
외부인의 상식으로 판단할 때 일단 러시아쪽 주장보다는 중국측 반박에 더 무게가 실리는 것이 사실이지만, 사람들의 흥미를 당기는 러시아 학자들의 주장이 당분간 인구에 회자될 가능성이 높다.
▲ 러시아 과학자들이 컴퓨터를 이용, 피라미드 구조(오른쪽)와 티베트 현지 산의 구조(왼쪽)를 대조한 그림. |
이 소식이 처음 중국에 퍼진 것은 지난 6월 9일이었다. 주간 뉴스 다이제스트인 ‘참고소식’지는 이 날짜 신문에 작년 8월에서 10월 사이 중국 서장 티베트 고원을 답사 조사한 러시아 과학자들을 인터뷰한 기사를 실었다. 몰다스프씨를 팀장으로 하는 러시아 과학자들은 서장 티베트자치구의 서쪽 네팔 국경지역에 위치한 캉린보체(강인파제) 봉을 정밀 조사했다. 몰다스프씨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서장에 세계 최대의 피라미드군이 있다고 확신한다. 일종의 엄격한 수학 규칙에 따라 서장의 피라미드와 이집트의 피라미드,그리고 멕시코 부활절섬 등은 하나로 묶을 수 있다. 우리는 모두 100여개의 피라미드와 각종 고대 유적을 발견했다. 이것들은 해발 6714m 높이의 캉린보체봉(성산으로도 불린다) 주위에 분포해 있다.그 유적들의 높이는 낮게는 100m에서 높은 것은 1800m에 달한다(이집트에서 가장 높은 케옵스왕 피라미드는 140m이다). 전체 피라미드는 매우 오래되어 훼손이 심하다. 하지만 자세히 관찰하면 피라미드의 윤곽을 분명히 알 수 있고, 그것들이 돌로 만들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는 또한 거대한 석조 인체 조각도 발견했다. 그렇기 때문에 서장에 피라미드로 구성된 고대건축물이 존재한다고 분명히 말할 수 있다.”
몰다스프씨는 이어 “많은 사람들이 ‘서장의 산을 피라미드로 착각한 것이 아니냐’고 묻는다”면서 “우리는 컴퓨터를 이용해 피라미드의 구조와 산의 구조를 대조 분석한 결과 어느 것이 산이고 어느 것이 피라미드인지 구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피라미드 하면 우리는 보통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떠올리지만 실은 멕시코와 이집트의 일부 피라미드처럼 계단식으로 된 것도 있다”면서 “서장의 피라미드도 이와 같은 구조”라고 말하고, “주위의 산들은 이런 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산을 피라미드로 착각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 보도가 나간 직후 중국의 지리학계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 양 교수는 “서장에서 세계 최대의 피라미드군이 발견됐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보도가 나온 후 서장에 있는 친구들이 나에게 전화를 걸어와 ‘평생 동안 칭장(청장)고원을 연구했다는 사람들이 어떻게 피라미드를 발견하지 못할 수가 있느냐. 정말로 피라미드가 있는 것이냐. 그런 주장이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것이냐’며 질문을 쏟아붓고는 시급히 해답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또다른 유명 지질학자인 창청파(상승법)교수도 “놀랐다. 있을 수 없는 일이며, 뭔가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충격 속에 중국 학자들은 한달간의 검증작업을 통해 마침내 결론을 내렸다. ‘지리 지식’ 7월호에 실린 중국과학원 지리연구소 양이초우 교수와의 인터뷰 기사도 그 일환이다. 양 교수는 서장의 야루장(아노장) 푸쟝(포강) 대협곡이 세계에서 가장 깊고 긴 협곡임을 밝혀냈고, 여러 차례 칭장 고원을 답사한 인물이라고 한다. 그는 이 문제에 하루빨리 해답을 찾아야 했던 압박감을 이렇게 말했다.
“서장의 피라미드 존재 여부는 지리학의 중대한 문제이다. 우리 중국 학자들이 그곳에서 여러 차례 조사했지만, 어째서 발견이 되지 않은 것일까. 중국 과학자들의 수준이 그렇게 낮단 말인가. 그리고 그곳에서 천년 이상 살아온 장족 주민들은 어떻게 보지 못했단 말인가. 중국 지리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반드시 이에 과학적인 대답을 내놓아야 했다.”
양 교수는 먼저 러시아 과학자들의 주장에 대해 ‘피라미드’와 ‘피라미드 지형’을 구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피라미드는 고대 이집트나 멕시코 등에서 발견되는 것과 같은 뾰족한 형태의 인간 건축물이고, 피라미드 지형은 특수한 환경 속에서 형성된 자연의 산물이란 것이다. 양교수는 자신들의 연구결과를 이렇게 종합했다.
첫째, 캉린보체봉은 강하거나 약한 자갈형 암층으로 형성되었다. 둘째, 캉린보체봉 산지의 지층은 평평한 형태를 띠고 있고, 각기 다른 암성의 지층이 한층 한층씩 중첩돼 있다. 셋째, 캉린보체봉은 강력한 지반 상승으로 단층이 형성되고, 높은 고도에서 한동 풍화작용을 비록한 침식에 의해 계단식 형태로 뾰족한 지형이 형성되었으며 그중에는 피라미드형을 비롯해 송곳형, 둥근산형,책상형 등이 있다. 캉린보체봉 자체도 단층으로 형성된 피라미드형 산봉우리다.
이러한 연구결과에 입각, 양 교수는 러시아 과학자들의 연구결과를 차례로 반박했다. 양 교수는 먼저 “해발 5000m가 넘는 고산지대에 100개가 넘는 피라미드와 고대 건축물을 건설하는 것이 쉽지않을 뿐더러 어떤 목적과 역량을 가지고 그것을 세웠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것도 높이가 1800m나 되는 높은 건축물을 세우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서장의 신화와 이야기 중에 피라미드와 관련된 내용이 전혀 없다는 점도 지적됐다.
●고대 신화에 피라미드 언급 없어
양 교수는 또 러시아 학자들이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 피라미드의 구조와 서장 산지형의 구조를 비교,확인했다는 내용에 대해서도 그 오류를 지적했다. 산지 윤곽이 피라미드 처럼 생겼고, 여러 개의 피라미드가 줄지어 서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위에서 아래로 비스듬히 갈라진 듯한 선은 피라미드의 구분선이 아니라 산의 협곡과 단층이 만들어낸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또 (러시아 과학자들의 컴퓨터 분석에 의해) 피라미드 창문처럼 묘사된 정면의 깎아지른 듯한 곳도 실은 흙이 떨어져 나가 움푹 팬 곳의 검은 형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계단형 구조도 다른 곳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자연 지형이라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캉린보체봉 주위의 뾰족한 산들은 ‘피라미드 형’ 산일 뿐이지 결코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진 피라미드 자체는 아니라는 얘기다.
이 잡지가 발간된 이후 러시아 학자들의 재반박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하지만 세상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한 ‘티베트 고원의 피라미드’ 얘기는 일단 ‘진실성 공방’ 단계로 넘어간 양상이다. 남은 일은 세계 학자들의 객관적인 검증뿐이다. 세상 일이 그렇듯이 사람의 마음을 혹하게 하는 처음의 주장은 깊은 인상을 남기는 반면 그 진실성을 가리려는 뒷사람들의 노력은 주목을 못 받는 경우가 적지않다. 티베트 고원의 높이만큼이나 ‘신비’로 포장된 피라미드의 정체는 언제 누구에 의해 제대로 벗겨질지 궁금하다.
(베이징=지해범 특파원: hbj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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