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들, 바이칼에 미치다
"한민족은 북방에서 왔을겁니다"
10일 저녁 서울 동숭동 서울대병원 임상의학연구소 11층 식당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이 모였다. 내분비학을 전공한 내과의사, 아프리카 언어학을 전공한 언어학자, 러시아를 공부하는 사학자와 문학가, 그리고 선학(仙學)사상가까지. 무엇이 이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했을까.
시베리아 한가운데 펼쳐져 있는 광활한 호수 ‘바이칼’. 이들을 연결하는 단 하나의 공통분모다. 이들은 한민족의 시원(始原)이 북방에서 기원했다는 ‘한민족 북방기원설’을 바탕으로 바이칼호(湖)에서 그 흔적을 찾아 연구하는 ‘바이칼포럼’ 회원들이다.
“바이칼 호수가 있는 부랴트 공화국을 가 보셨나요. 처음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은 시베리아 한가운데 우리와 똑같이 생긴 사람이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랍니다. 더 중요한 사실은 당뇨병을 연구해 보니 겉모습뿐 아니라 유전자도 우리 민족과 비슷하다는 사실입니다.” 바이칼포럼의 공동대표인 서울대 의대 내과 이홍규 교수의 말이다.
한민족의 기원에 대해선 현재 3가지 설(說)이 있다. 유라시아 초원지대의 유목민이 이동했다는 ‘북방기원설’, 중국 남부와 인도 지역에서 이동한 남방민족과 북방 유목민이 결합했다는 ‘남북혼합설’, 원래 한반도에 살던 인류가 발전한 것이라는 ‘본토기원설’ 등이다.
이날 모임의 사회는 봉우(鳳宇)사상연구소 정재승 소장이 맡았다. 그는 2001년부터 바이칼호 주변의 무당에 빠져 있다. 그는 “바이칼호 주변의 무당은 수천년 전 원시문화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들의 제례의식, 설화 속에서 한민족의 기원을 찾을 수 있는 단서가 숨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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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엔 아프리카 언어학의 권위자인 일본인 학자 시미즈 기요시(淸水紀佳·순천향대 초빙교수) 교수도 참석했다. 기요시 교수는 “인류의 모든 언어는 아프리카에서 시작해 동서로 갈라졌다. 동쪽으로 이동한 언어가 시베리아를 거쳐 극동으로 전파된 것이 한국어와 일본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어와 일본어 중 같은 어원을 가진 단어 1만여개를 찾았다. 지금은 시베리아에서 한국어와 일본어의 기원을 찾고 있다.
시베리아 문학에서 한국 설화의 흔적을 찾는 작업은 배재대 러시아학과 이길주 교수가 맡고 있다. 이 교수는 “바이칼호 주변엔 효녀 심청의 인당수 설화, 선녀와 나무꾼과 유사한 이야기 구조를 가진 설화가 많이 남아 있다”며 “이 흔적들이 한민족의 뿌리와 연관성이 있느냐를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외에 강원대 사학과 주채혁 교수, 배재대 러시아학과 한종만 교수, 부산대 노어노문과 양민종 교수 등 40여명의 전문가들이 포럼에 참여하고 있다.
바이칼포럼은 2002년 여름 40여명이 바이칼호를 답사한 것을 비롯, 2004년에도 답사를 다녀왔다. 이 연구결과는 2003년 ‘바이칼, 한민족의 시원을 찾아서’, 2005년 12월 ‘바이칼에서 찾는 우리민족의 기원 등 두 권의 단행본으로 출간했다. 정 소장은 “30여년 전 자신들의 뿌리를 찾아 시베리아와 바이칼을 연구한 일본에 비하면 우리는 한참 늦은 감이 있다”고 말했다.
바이칼포럼은 가난하다. 포럼에서 발간한 책의 인세(印稅)로 연구비를 충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바이칼호 답사라도 가려면 자기 주머니를 털어야 한다. 포럼의 막내인 국립민속박물관 이건욱(36) 학예연구사는 “바이칼 호수에서 석유를 찾는다면 모를까, 민족의 기원을 찾는 데 투자할 사람이 있겠느냐”면서 “하지만 민족의 고향인 시베리아로 기업들이 진출하기 위해선 누군가는 먼저 연구해야 할 분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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