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제국을 세운 칭기즈칸의 후손 1만여 명이 중국 한복판에서 성을 바꾼 채 집단으로 살고 있다고 중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중국의 몽골 역사.민속 전문가들이 이들의 족보와 비문, 가내 소장품 등을 면밀하게 검토한 뒤 내린 결론이다.
집단 거주촌이 위치한 곳은 중원 한가운데인 허난(河南)성의 네이황(內黃)현과 칭펑(淸豊)현의 5개 마을. 이곳에 지금도 몽골 복식과 생활습관을 간직한 주민이 살고 있다는 것은 3년 전에 알려졌으나 이들이 칭기즈칸의 후손이라는 것이 이번에 공증됐다.
지난달 초 5개 마을의 대표 5명이 족보와 비문 등 집안 대대로 내려왔다는 자료를 들고 네이멍구(內蒙古)의 몽골 전문가를 찾은 것이 계기가 됐다. 이들은 자신들의 입향조(현재 거주지로 처음 옮긴 조상)가 600여 년 전인 원(1271~1368) 말기, 다섯 아들을 데리고 이주한 톄무리(鐵木黎)라고 알고 있었다.
그러나 톄무리가 어떤 인물인지는 몰랐다. 마을 대표들은 몽골 왕실 전문가인 사뤄페이(沙若飛)를 찾아 자료를 고증받은 결과 톄무리는 원 세조 쿠빌라이(재위 1260~94)의 고손자 아터리나스리(阿里納失里)임을 확인했다. 칭기즈칸의 손자로 몽골 대칸에 올랐던 쿠빌라이는 중국을 점령한 뒤 원나라를 세워 황제가 된 인물이다.
톄무리는 원나라가 위태롭자 신분을 감추기 위해 아들들에게 모두 며느리 성을 붙여 이름을 바꿨다. 그 결과 톄무칭(淸)은 둥(董)칭으로, 톄무밍(明)은 리(李)밍으로, 톄무넝(能)은 마(馬)넝으로, 톄무제(杰)은 관(關)제로, 톄무쥔(俊)은 천(陳)쥔이 됐다. 이들은 각기 5개 마을을 이뤄 정착했다. 이 소식을 들은 네이멍구자치구 민족사무위원회는 3명의 전문가를 초빙해 자료를 정밀조사하게 한 뒤 이들이 칭기즈칸의 직계라고 공인했다. 공인받는 순간 이들 5명의 후손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울음을 터뜨렸다고 인터넷신문 다허왕(大河網)은 전했다. 베이징=진세근 특파원 2007.02.08 04:56 입력 / 2007.02.08 08:4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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