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sr]산행,여행

북한산 호랑이굴에서 만난 풍경...

이름없는풀뿌리 2015. 8. 28. 14:51

불암∼수락산 종주, 도봉산 종주에 이어 '불수도북' 답사를 위한 세번째 여정을 우이동에서 시작한다.

우이동 버스 종점에서 109번 시내버스를 내린 후 백운매표소로 향하는 아스팔트 위의 걸음은 결코 가볍지 않다.

만일 평소 산행이라면 우이동에서 도선사 셔틀버스나 택시를 이용하여 훨씬 수월하게 산행을 즐길 수 있지만 '불수도북'을 준비한다는 명제 때문에 피할 수 없다.

 

꼬박 30분을 걸으니 백운매표소에 도착하고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자판기 커피 한잔을 뽑아 든다. 

자일을 맨 일행들이 삼삼오오 모여 인수봉으로 향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고 그들을 뒤 따르면서 오랜만에 인수봉 오르는 클라이머 모습을 디카에 담아 보자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백운산장에서 호랑이굴를 통해 백운대에 올라야겠다.

 

 

 

 

백운산장에서 백운대와 인수봉 사이를 향하면 밤골로 넘어가는 V자 안부가 나타난다.

안부 넘어서자 마자 왼편으로 붙으면 호랑이굴이 나타나고 굴을 지나면 V자 안부 왼편 위로 나오게 된다.

우측은 백운대로 향하는 숨은벽능선의 끝자락이다.

 

 

 

 

바위 아래 호랑이굴 입구가 보이는데 입구에서 내려다보는 밤골과 노고산의 풍경이 구름 그림자에 묻혀 그윽하다.

호랑이굴 입구로 들어가면 왼편 아랫쪽으로 떨어지는 통로와 우측 위로 올라가는 통로가 있는데, 우측은 호랑이굴 상단 슬랩의 중간으로 나오면서 위험성이 많고 왼편 통로는 대부분의 산행객들이 이용하는 코스이다. 

 

 

 

 

호랑이굴 왼편 통로는 밤골 방면 입구에서 들어서자 마자 수직으로 내려간 후 수평으로 비좁은 벽면 사이를 지나가게 된다. 베낭을 맨 채로 통과하기가 어렵기에 벗어서 한 손으로 엉거주춤 지탱하면서 지나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굴 안에서는 위험성이 없다. 하지만 백운산장 방향의 굴 밖으로 나서면 사정이 달라진다.  

 

 

 

(사진: 밤골 방면 호랑이굴 입구 들어서면서 왼편 통로를 바라보니 통로는 보이지 않고 빛만 스며들고 있다.)

 

 

 

(사진: 호랑이굴 통과후 백운산장 방향에서 뒤돌아 본 모습. 한 사람이 겨우 지날 수 있는 비좁은 통로이다.)

 

 

 

 

통로를 나가면 왼편으로 붙을 수 있는 좁다란 처마가 나타나고 그 위로 숨은벽과 대치한 슬랩이 나타난다. 약간 미끄러운 바위면이기에 조심스럽게 슬랩을 오른 후 짧지만 심한 경사면의 밧줄을 타고 오르면 바로 백운대로 이어지는 길이며, 인수봉은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있다.

 

 

 

   

인수봉 바라보니 기대했던 클라이머들은 아직 하단에 붙어 있을 뿐이다. 

그 순간 하늘을 올려보니 바람의 친구...매 한마리가 자유로운 비행을 즐기고 있다.

바람처럼 자유로운 새가 부러운 순간이다.

 

 

 

 

백운대에 오르니 이제 바람소리, 벌레소리, 물소리는 사라지고 사방팔방으로 사람소리가 넘치고 있다.

마치 파도처럼 일렁이는 사람소리에...저기 외롭게 떠 있는 섬 하나....노적봉이다.

 

 

 

 

위문을 통해 용암문에 이르면 이제 대동문, 보국문, 대성문, 대남문에 이르는 순탄한 주능선길이다.

그리고 주능선 가는 길에 뒤돌아보면 만날 수 있는 한폭의 삼각산 풍경...빼 놓을 수 없는 산행의 재미이다.

백운대와 만경대가 위문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는 가운데 인수봉과 노적봉이 한발자욱 뒤로 빠져 달래주는 형국이니,

삼각산이라는 이름에 노적봉이 서운하겠다.

 

 

 

 

드디어 아기자기한 문수봉 바위를 만나고 그 너머에 승가봉, 사모바위, 비봉, 향로봉, 족두리봉이 보이고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지리한 청수동암문을 피해 문수봉 릿지를 타는 산행객들이 부쩍 많아진 탓에 중간 바위턱에서 본의 아닌 휴식을 취하는데 여름의 끝자락에 있는 비봉능선의 운치를 가슴에 담아 본다. 

 

 

 

 

우이동에서 시작한 삼각산 종주의 끝단...족두리봉에 앉아 발자취를 찾아 뒤돌아보니 햇볕 머금은 능선이 가까머리 총각처럼 도열해 있다. 힐긋힐긋 드러난 향로봉, 비봉, 문수봉, 보현봉의 민머리가 우스워 보인다.

 

 

 

 

산(山) 소리에 귀를 기울이니 신기하게도 끊이지 않는 벌레들의 합창소리...

마치 이어 부르기 하는 것처럼 단절되지 않는 동일한 운율이다. 

귀만 열면 언제나 들려오는 벌레소리...하지만 상념에 빠지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산행이다.

 

이렇게 모든 것이 항시 우리 곁에 있지만, 우리는 스스로 느끼는 순간만 지각할 뿐이다.

모든 것이 우리 곁에 있다. 우리의 마음이 있고 없음을 느낄 뿐이니....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 했겠다.

 

 

 

 

태초에 허공에 빛이 있었으니....우주의 근원인 빛이 하산 길을 축하하고 있다. 

 

 

[산행코스]  삼각산 종주(2005년9월24일, 총6시간15분 소요)

우이동(09:00) - 백운매표소(09:30) - 백운산장 - 호랑이굴 - 백운대(11:00) - 위문 - 용암문 - 대피소 - 대동문(12:00) - 보국문 - 대성문 - 대남문 - 문수봉(12:40) - 승가봉 - 비봉 - 향로봉 - 족두리봉(14:40) - 대호매표소(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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