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David Luong>
그랜드 캐년....
모든 여행지가 그러하듯이
나름대로의 전설과, 색깔이 다 다르다..
처 삼촌 묘벌초 하듯...
그 장대한 풍광에
눈 도장만 겨우 찍고 오는 경우가 태반이다.
인문지리나, 국토지리 시간이 아니기에
그랜드 캐년의 지리학적인 설명은 생략하겠다.
(하기사 요즘 인터넷이 워낙 잘 되어 있다보니
검색어 하나만 가지고도 왠만한 한 학기 교양과목
분량은 충분히 자습이 가능할듯하다...)
다만,
그 산천의 자연이 담고 있는
깊은 메시지를 읽지 못하고
여행가이드 책자의 지식만 빠삭하게
알아본들...무슨 의미가 있으리...
그래서 여행은 보는 사람마다
그 느낌이 다르게 오다보니
내 생각과 타인의 생각이
반드시 같아야 할 필요는 없을것이다.
<photo/Joshua>
그랜드 캐년을 보았다는 것과 안다는 것은
엄연히 다른 의미다.
우리는 대략 지금까지 보는 걸로 만족한다.
그러나 정작 알지는 못한다.
뭘 알아야 한단 말인가...
그것도 그 사람이 살아온 삶의 흔적에 따라
결정되어질 일이기에
이렇다 저렇다 섣부른 예단은 금해야 되겠지...
<photo/Mike Johnson>
똑같은 모습을 사진에 찍었다 해도
결코 같을순 없다..
구름 색깔하나 다르고,
심지어 바람 소리조차 다르다...
그런데...
그것은 다른것이 아니었다....
아니 달라질수 없었다...
편견과, 선입견,모순덩어리의
인생들이
이 광대한 자연앞에서
버려야 할 것들이 있다면
아마도
다름에 대한
철저한 배타성이지 않겠나....
<photo/Joan Sittenfield>
저렇게 달라보인다고
그것은 다른 것이 아니듯이...
그 달라 보임이 다만 우리의 오감의 변덕스러움에
기인한 것 뿐임을 깨닫는다면....
서로 다름으로 인해 겪어야 하는 갈등은
얼마나 많이 줄어들 것인가....
<photo/Joan Sittenfield>
결코 달라질 것이 없는 그 의구한 자연속에서
인간은 내눈에 보이는 다름과, 혹은 옳거나, 그른것의 구분을 정해놓고
고통스럽게 싸우고 불행해 지고 있다...
때로는 그래서 인간사가 싫어질때도 있다...
<photo/Steven Noyes>
어느덧 그랜드 캐년을 닮아버린 산양(mountain sheep)
그의 자태속에서
모든 것을 다 품고도 남을 넉넉함과 여유로움이
도도한 기품과 같이 흐르고 있지 않는가....
<photo/Charlann>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는 자연의 품속....
이름모를 다람쥐 한마리도 조차도
그 속에서 순응하고
동화되어 살아갈줄 아는데.....
<photo/Bill Scull>
몇 년의 시간이 지났는지를 따지는 것도
어떻게 생각해 보면 별 의미가 없는 일인듯....
그때의 물이나,
지금 저렇게 흘러나오는 물이 뭐 달라질것이 있단 말이던가...
지표작용으로 인해 불쑥 솟아나와
수 천년, 혹은 수 만년의 세월의 풍상을
고스란히 다 받아내고...
사람의 가슴을 쓸어내릴듯 티 한점 없는 물을
쏟아내는 저 deer creek.....
그렇지..
저게 아마도 자연을 닮아야 할 인생의 모습이지 않을까...
<photo/Bill Scull>
첨부터 큰 물은 없다....
어디에서 부터인가...
어느 계곡에서부터
한 줄기, 한 움큼의 물이
끊임없이..쉬엄없이..흘러 흘러
결국 저 자리에 도달했을 것이다...
그래서...변덕스럽고 참을성없는 인생들이여
저 도도한 강을 타면서 무엇을 생각하는가....
<photo/Charlann>
그랜드캐년을 좀 더 높은 곳에서 볼수 있는
마치 첨성대같은 전망대....
그 모습이 마치 옛 조상의 손길로 빚어진 것같아
왠지 모르는 친숙감마져 든다...
어느 곳에 세워져 있던지...
낯가림없이...
마음의 빛바랜 담벼락없이..
다가설수 있는 그런 인생이 그리워진다....
<photo/Charlann>
그래...바위속이라고 뿌리를 내리는 일을 그만둘순 없다.
나무가 흙속에서만 뿌리를 내려야 한다는 것도
어찌보면 배부른 투정이요, 편견이리라...
떨어져 죽던지...(저위에 서보면...왠지 내가 날것만 같은 착각이 든다...)
바위에 붙어있던지.....
나무는 바위의 일부가 될수없다는 편견을 버리는 순간...
인생의 척박한 삶에서 망서릴 일이 없어질 것이다...
<photo/Jason Simms>
켜켜이 쌓여진 그 깊은 내면의 세계를 흐르는 강줄기처럼...
인생의 삶속에도 저같은 깊은 강물이 소리없이 흐르고 있음을....
그 강의 근원이 어디에서 시작되고..
어디를 흘러...
어디로 갈것인지를 생각해 본적은 없던가.......
<photo/Mike Johnson>
어떻게 솟아난 용암 덩어리(lava)인지 알 수 없지만....
그것이 있어야 할 자리에 있지 못하고
저렇게 강 가운데 솟아있는 것도
조화고, 아름다움이다.....
왜 소외와 상실감을 느끼는가......
저렇게 강과 바윗덩어리가 조화를 이룰수도 있는데 말이다...
영화/The River wild중
그러나...
때로는 그 거울속 같은 투명한 강속에서
유유롭게 유영하던 그대가
자신을 뒤집어 놓는 거친 탁류를 만날때에도..
결코 두려워하거나, 움츠릴 필요는 없다....
혹은 보트에서 튕겨 나와 물속으로 곤두박질 치는 한이 있어도...
그 손에 잡은 '노'는 결코 놓치지 마라....
인생의 깊은 탁류와 같은 강물 위를
혼자 간다고 굳이 생각할 필요는 없다..
내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또 다른 많은 사람들이
나와 함께 그 강물위를
지나고 있음을
우리는 잊고 살 뿐이다.....
(일곱 살의 큰 딸과 두살 배기 작은 딸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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