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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전 절물오름 길에서 나와 비자림로를 통하여 교래리 쪽으로 가다가 오른쪽 밭에 쭉 늘어서 피어 있는 이 꽃을 발견했습니다.
오래 전부터 한라산 제1횡단도로(5.16도로) 끝 서귀포 시내로 접어들기 전 양쪽 길가에 쪼르르 심어 놓아 봄을 장식하곤 하던 꽃입니다.
오늘은 아이들이 학교 안 가고 쉬는 토요일이네요. 날이 밝으면 비가 온다기에 시와 노래 온통 봄비로 장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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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지닥나무는 쌍떡잎식물 도금양목 팥꽃나무과의 낙엽관목으로 중국이 원산지이며 제지 원료로 심었
으나 요즈음은 관상용으로 심는다.
높이는 1∼2m이고, 가지는 굵으며 황색을 띤 갈색이고 보통 3개로 갈라진다.
잎은 어긋나고 길이 8∼15cm의 넓은 바소꼴 또는 바소꼴이며 막질(膜質:얇은 종이처럼 반투명한 것)
이고 양끝이 뾰족하며 가장자리가 밋밋하다. 잎 양면에 털이 있고, 앞면은 밝은 녹색이며 뒷면은
흰빛이 돈다.
꽃은 3∼4월에 잎보다 먼저 노란 색으로 피고 가지 끝에 둥글게 모여서 달리며 꽃자루가 밑으로 처진다.
꽃받침은 통 모양이고 길이가 12∼14mm이며 겉에 흰색 잔털이 있고 끝이 4개로 갈라진다.
갈라진 조각은 타원 모양이고 안쪽이 노란 색이다. 8개의 수술이 통부에 2줄로 달리고, 암술은 1개이다.
열매는 수과이고 달걀 모양이며 7월에 익는다. 종자는 검은 색이다. 가지가 3개씩 갈라지므로 삼지닥
나무라고 한다. 나무 껍질은 종이를 만드는 원료로 사용한다.
한방에서는 어린 가지와 잎을 구피마(構皮麻)라는 약재로 쓰는데, 풍습으로 인한 사지마비동통과
타박상에 효과가 있고, 신체가 허약해서 생긴 피부염에도 쓰인다.
우리나라의 경남·경북·전남·전북·중국·일본에 분포한다. (네이버 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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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 김지헌
은밀한 애무였다.
순간순간 비둘기의 눈빛처럼 다가오는
열정 소나타
샹송처럼 슬펐던 날들이 이렇게 기억을 흔들어 놓을 줄은……
온갖 살아 있는 것들 속에 파고들어도 끝내 적시지 못하는 그리움 떨쳐지지 않는 나의 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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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 권소현
그대는 뉘 길래 신발 벗어들고 한밤 창문가 숨죽이고 기웃거리나
긴 잠 깨치고 활개 벌리는 목련 나무 가지 위에서는 먼 항해에 등불 밝혀 축배의 잔 부딪치는 소리 붉은 웃음과 환희의 교감 포용의 밤을 새는데
그대는 뉘 길래 대지의 묵은 누더기 벗기고 말간 눈망울 초롱 빛나는 아침 햇살 등에 업고 폐포의 깊은 앙금 걷어 올려 먼 산마루 위에서 짐을 푸는가
봄비는 갈구하는 자 목마름에 생명을 부어 주고 외로운 자 어깨 위에 훈기의 바람옷 걸쳐놓고
주고도 받음 없이 훌훌 떠나가는 나그네 올 때도 예고 없듯이 갈 때도 소리 없이 오듯이 갔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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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속에서 / 최제형
하루가 또 간다 원하지 않아도 철은 바뀌고 사람들은 쉽게 어제의 일을 잊어버린다 만유에 생령이 있음을 알리는 나직한 목소리ㅡ 부푼 꿈 안고나섰던 길이라도 온종일 구겨져 돌아오는 저녁 누가 하루의 쉬이 감을 서러워하랴
혼돈의 시기 밤낮으로 베푸는 음양의 대 교환을 보면서도 역사는 끝없는 시행착오를 거듭하고 풀벌레처럼 헤어나지 못하는 군상들… 굳이 막아서도 길 아닌 곳으로 떠나는 이들이 가슴 아프다
봄비를 본다 두 손 모아 기원한 이 없어도 때맞추어 두루 목 축여주고 겨우내 토해낸 오물들까지 말없이 쓰서리해 주는 없는 듯 왔다가는 천지간의 도타운 정 신록은 잽싸게 부끄러운 곳을 가려주며 천진스레 웃고 있다
마른 들에 봄비가 온다 감사하며 살아야지 만물에 사유하는 힘이 있음을 믿으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묵묵히 할 일 다 하는 이들처럼 그저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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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 이향아
어제 맞은 비가 예사롭지 않다
언 땅에 꽂히는 은 송곳처럼
오늘 아침 뼈마디가 저려오는 것은
칼 빛보다 날쌔게 굳은 흙 풀어
연한 허리 새싹을 뽑아 올리는 것은
아무래도 이상하다
예사롭지가 않다
하늘은 생즙 같은 빗물을 걸러
똑 똑 똑
보통 흔한 소리로 문을 두드리지만
내 몸은 골 천 마디 어긋나서 흔들린다
이 비에 견딜 것은 아무 것도 없을 거다
봄비 맞은 삭신이 예사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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