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굴한 이익보다 정직한 양심을 택하겠다”는 현대 현정은 회장의 단말마적 외침에 가슴이 시리다. 그 외침은 남편을 잃고 이젠 현대까지 잃을 것 같다는 위기에서 나온 현회장의 절규라기 보다는 바로 우리 대한민국의 절규로 들리기 때문이다. 김정일에 충성하고 현대의 이익에 반하는 행위를 해온 김윤규를 살리라는 김정일의 명령은 곧 김정일에 충성하고 대한민국에 반하는 행위를 해온 민족반역자들로 대한민국을 운영하라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김일성은 일찍이 현정은의 할아버지 현준호(호: 무송)의 목숨을 빼앗아간 바 있다. 조부 현준호는 전남 영암사람으로 비록 일제시대 중추원 참의까지 지냈지만 호남이 자랑하고 호남을 대표하는 경제인이자 교육자였다. 그는 호남은행을 창립하고 동아일보 감사를 맡았으며, 간척사업에 나섰고 광주에 여자고등보통학교를 세우기도 했다.
그러던 무송 현준호는 한국전쟁(6.25)때 광주에 들이닥친 인민군에게 붙잡혔다가 9월 28일 이후 후퇴하던 인민군의 처형대상이 되었고 결국 민간인 학살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김일성의 인민군은 현정은의 조부 현준호만 처형한 것이 아니고 그의 큰아들이자 현회장의 큰아버지로 대한민국 국회 의사과장을 보다 피난하지 못했던 현영익을 처형하였다. 또 한국전쟁 중 국군 중위로 전방전투에 참여했던 현정은의 둘째 큰아버지 역시 인민군 포로로 잡혀 억류되어 있다가 스스로 돌에 머리를 부딪쳐 자살한 애국지사였다.
현정은과 김일성-김정일의 악연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이번엔 시아버지 정주영이 5백 마리의 소떼를 몰고 북한을 돕겠다고 대북사업에 나섰던 것이 결국 현대그룹 전체를 풍비박산나게 했고 급기야 남편 정몽헌의 목숨까지 빼앗아갔다. 남편 정몽헌은 김대중정부의 명에 따라 5천억 원의 대북 송금과 무모한 대북투자의 주역이 되어야 했고 전망도 없는 대북사업에 휩쓸려 들어가야 했으며 잘못 시작된 김대중-김정일 관계의 희생자가 되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결국 자살이라는 길을 선택했던 것이다.
돌이켜보면 김일성-김정일부자는 현정은 현대회장의 철천지원수일 수밖에 없고, 현대는 잘못된 남북관계의 희생자가 아닐 수 없다. 김일성-김정일은 현정은에게서 할아버지와 두 분의 큰아버지의 목숨을 빼앗고, 남편 정몽헌 전회장의 목숨을 빼앗더니 이젠 한국의 대표기업 현대의 목줄을 죄며 본인에게까지 시퍼런 칼을 겨누고 마지막 목숨까지 내놓으라는 형국을 만들고 있다. 떡도 주고, 손과 팔다리까지 내 줬는데 이젠 목숨을 내 놓으라는 것이다.
약 1조 500억 원을 투자해 지금까지 이미 2500억 원의 적자를 본 기업과의 독점계약을 어겨가며 롯데관광을 내세우고, 관광객 숫자를 통제하며 굴복을 강요하면서 김윤규를 복귀시키라는 것은 이제 경영권까지 빼앗겠다는 것이다. 가죽만 남은 현대를 빼앗아 김정일 회사로 만들고 그 대리인인 김윤규에게 회사를 운영시키겠다는 것이다.
현정은회장은 이제나마 김정일의 본질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전체주의 독재자 히틀러(A. Hitler)나 스탈린(J. Stalin)과 사업을 하겠다는 것이, 혹은 남북경협을 통해 민족화합에 기여하겠다는 것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를 깨달아야 한다. 김일성-김정일의 반민족체제에 협조하며 민족이익에 공헌할 수 있는 사업을 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다. 현대자동차 계열인 INI 스틸(舊 인천제철)의 매출액만도 못한 북한 총무역량과 수백만의 굶주림을 따져보고 김대중이 말한 “중동특수를 능가하는 특수가 있을 것”이라는 사기가 얼마나 황당무계한 것이었는가를 깨달아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현회장은 국민적 기업 현대를 전체주의자 김정일의 기업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사랑받는 기업으로 되돌려 놓는 책임을 다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련을 버려야 한다. 결단이 필요할 것이다. 이젠 김정일을 가지고 놀겠다는 배짱을 보여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현정은 회장이 할아버지와 두 분의 큰아버지, 그리고 남편의 희생에 보답하는 길이자, 의혹과 안타까움을 가지고 바라보던 국민에게 다시 신뢰를 쌓는 길이기도 하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