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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여세 한푼 안내고 아들에게 부동산 넘겨주려면…

이름없는풀뿌리 2017. 7. 16. 08:32

증여세 한푼 안내고 아들에게 부동산 넘겨주려면…

  • 주용철 세무법인 지율 대표  

입력 : 2017.07.15 07:00

[주용철의 절세캅]아들에게 집 팔고 인정받는 방법은 따로 있다

나지율씨 부친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신의 재산을 어떻게 하면 지율씨에게 물려줄까 고민해 왔다. 그러던 중 증여보다 매매를 통해 집을 물려주면 세금이 줄어든다는 말을 듣고 서둘러 매매 형식으로 지율씨에게 상가를 물려줬다. 취득할 때 3억원을 지불했으니 동일하게 3억 원에 처분하는 것으로 매매계약서를 작성하고, 매매차익이 없으니 양도소득세는 내지 않았다. 그런데 세무서에서 부모와 자식 간에 일어난 거래이니 믿을 수 없으므로 3억원이라는 매매가격의 적정성과 증여가 아닌 실제 매매라는 입증자료를 제출하라는 연락이 왔다. “입증자료를 제시하지 못하면 증여세를 과세하겠다는 무서운 말과 함께….” 절세캅 어떻게 해결해요?
우선 매매와 증여의 차이점을 보자. 가장 큰 차이는 공짜로 재산이 이전되었느냐 여부다. 대가가 지급됐다면 양도로 보아 양도세를 부과하고, 대가없이 무상 이전됐다면 증여로 보아 증여세를 매긴다.

■부모와 자식 간 매매는 증여로 추정

양도세의 경우 양도차익에 대해, 증여세는 증여 재산에 대해 각각 과세한다. 따라서 양도세는 양도하는 부동산 가격이 아무리 거액이더라도 양도차익이 적으면, 세금도 적다. 반면, 증여세는 시세차이에 관계없이 증여 재산가액이 크면 클수록 더 많은 세금이 과세된다. 세율을 보면 과세표준 10억원까지는 양도세 세율이 증여세보다 더 높고, 그 이상이면 증여세 세율과 같아졌다가 30억원이 넘으면 증여세 세율이 더 높아진다.

일반적으로 취득한 지 오래된 부동산은 양도차익도 클 것이기때문에 양도세가 증여세보다 많을 확률이 높다. 취득한 지 얼마 안 됐다면 매매차익이 적을테니 증여세가 더 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즉, 매매차익이 큰 부동산은 증여가 유리하고, 매매차익이 적은 부동산은 양도세가 유리할 확률이 높다. 가족간 소유권 이전시에는 증여가 유리한지, 매매가 유리한지 꼼꼼하게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부모 자식끼리 또는 배우자 간에 부동산을 매매하면 과세관청은 등기형식에 불구하고 가족간에 증여한 것으로 추정한다. 따라서 매매방식으로 소유권 이전시 실질적인 매매가 될 수 있도록 증빙을 준비해 과세관청에 설명할 수 없다면, 양도세가 아닌 증여세가 과세될 수 있다.
연도별 국내 증여액 추이.

■자식 자금 출처 확실해야 매매로 인정

부모 자식간 거래에 대해 과세 관청이 인정하는 사례는 다음과 같다.

우선 부모의 부동산이 경매나 공매 등의 절차를 통해 매각되고, 이를 자식이 경락받는 경우다. 제3자인 타인들과 경합을 거치기 때문에 증여가 개입되기는 어렵다고 보는 것이다. 또한 증권거래소와 코스닥을 통해 유가증권을 취득하는 경우와 등기 또는 등록이 필요한 부동산, 골프회원권을 서로 교환한 경우에도 양도로 인정받는다. 매수하는 자녀 등이 이미 세금을 낸 후의 소득으로 그 대가를 지급한 사실이 입증되는 경우나 이미 소유재산을 처분한 금액으로 그 대가를 지급한 사실이 입증되는 경우도 양도로 인정받을 수 있다.

1차적으로 과세관청에 설명해야 할 것은 매매대금의 흐름이다. 어떤 형식의 매매계약이건 계약금, 중도금, 잔금 등의 매매대금 흐름을 취하고 있다. 이런 대금 흐름은 금융기관을 거쳐 매도인에게 전달되도록 해야 한다. 즉, 무통장입금 내지는 계좌이체를 통해 매수인과 매도인의 인적사항이 확인되고, 주고받는 금액이 확인돼야 한다.

문제는 매수인이 그 부동산을 취득할 만한 능력이 있느냐이다. 자녀가 매수인이라면, 자녀의 소득원을 확인해야 한다. 이미 보유하던 재산을 처분해 아버지 부동산을 취득했다면 그 금액에서 세금을 뺀 나머지 금액이 소득원이 될 수 있고, 이자소득이나 배당소득 등이 있다면 지급받은 금액에서 원천징수세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이 소득원이 된다. 만약 사업을 한다면 사업으로 얻은 순이익에서 세금을 제외한 금액으로, 아들이 회사에 다닌다면 총 연봉에서 세금을 뺀 나머지 금액이 소득원이 된다.

그러나 한가지 함정이 있다. 이런 소득원으로 아버지 부동산을 취득한 경우 금융 흐름을 통해 매매대금으로 지급한 돈이 그 돈이라는 것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월급을 받아서 모은 돈으로 잔금을 지불했다면 월급 통장에 매월 월급이 쌓여있고, 그 돈은 한 푼도 사용하지 않은채 정기적금으로 가입되고, 그 돈을 해약해 매매 잔금으로 부모통장에 입금되는 계좌흐름을 보여 줄 수 있어야 하는 식이다. 즉, 현실적으로 수년간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거의 불가능하다.

결국 은행에서 차입한 자금이나 매매 물건에 설정된 전세보증금 등과 같이 제3자에 대한 채무를 승계하는 방식이 증여가 아닌 매매를 입증하는 유용한 증빙이 된다. 궁극적으로 부족한 자금에 대해서는 증여세를 내고 부모에게서 증여받는 것도 유용하다. 예를 들어 시가 3억원 아파트를 자녀에게 매각하려고 한다. 해당 아파트의 전세금은 2억원이고, 대출이 5000만원인 경우 자녀는 5000만원만 부모에게 지급하면, 매매대금 흐름을 완벽하게 입증할 수 있게 된다. 이 때 부모 자식간 증여공제액 5000 만원을 활용해 부모가 자녀에게 현금으로 5000만원을 증여하고, 이를 매매대금으로 부모에게 송금하면 3억원에 대한 매매는 정상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

매매대금으로 부모가 받은 돈을 부모가 어떻게 사용했는지는 추가로 과세관청에서 사후관리를 하게 된다. 예를 들어 매매대금으로 받은 돈을 다시 자녀에게 돌려주거나 자녀가 다른 부동산을 살 때 보탠다면 그 부분은 추가적인 증여이므로 증여세 과세 대상이 된다.

증여세 세액을 계산하는 흐름도. /국세청 제공

■친척통한 매도는 3년 신경써야 한다

부모 자식 간 매매에 관한 규정을 잘 살펴보면 그 대상이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으로 돼 있어 배우자 등이 아니면 증여로 추정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이런 규정을 회피하려고 자식에게 직접 양도하지 않고 우선 가까운 친척에게 재산을 양도하고, 그 친척 등이 다시 매도인의 자식 등에게 우회 양도하는 형태가 있을 수 있다. 증여세 과세를 피하기 위해 중간에 친척 명의를 한 번 거치는 것이다. 양도세의 경우 양도차익이 있어야 과세되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거래하면 경우에 따라 세금이 줄어드는 일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2억원짜리 토지를 취득하고, 이를 삼촌에게 2억원에 양도한 후, 다시 삼촌이 조카에게 2억원에 파는 식이다. 이 경우 양도차익이 없어 전혀 양도세가 발생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버지가 아들에게 토지를 물려줄 수 있다. 부모 자식 간의 거래가 아니어서 증여 추정 문제도 없다. 만약 이 땅을 자녀에게 증여했다면 3000만원의 증여세를 내야 하니까 과세 관청에 들키지만 않는다면 엄청난 절세 효과가 생기는 것이다.

다만, 이 경우 삼촌이 3년에 미만 보유한 상태에서 조카에게 판다면 과세관청은 아버지가 아들에게 증여한 것으로 추정한다. 즉, 그것이 정상적인 매매라는 사실을 아버지와 아들이 과세관청에 소명해 인정받아야 증여세를 면하게 된다. 반대로 3년이상 보유한 상태에서 삼촌이 조카에게 매도하면, 과세관청이 이를 매매가 아닌 증여라고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안전하게 거래를 인정받을 수 있다.

[절세캅의 한마디]

부모 자식 간 거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매수인의 자금 출처와 매도인의 매각 대금 사용처를 입증하는 일이다. 특히 자금출처의 경우 단기간에 이루어질 수 있는 부분이 아닌 만큼 장기간 준비가 필요하다. 지율씨도 부친에게서 부동산을 매매로 취득하기 전에 본인 자금의 출처를 입증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자신의 근로소득, 임대소득, 배당소득 등을 출처로 해 장기간 가입한 연금보험상품 등을 이용한다면 자금 흐름 자체가 금융기관을 통해 명백하게 드러날 수 있어 효과적인 대응책이 된다.





국세청도 모르는 부동산 부자들 증여세 탈루 백태

김유림 기자

입력 2018-09-26 09:05:00 수정 2018-09-26 21:56:05

   

“엄카·현금세탁·주식증여…해도 너무해”  
● 현금 6억 싸들고 와 전세 계약  
● 가장 안전한 증여는 ‘엄마카드(엄카)’?  
● 보험·주식 증여하며 세금은 ‘0원’  
● “세무조사로 집값 잡겠다는 건 ‘어불성설’”
 


서울 서대문구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A씨는 얼마 전 흔치 않은 경험을 했다. 아파트 전세 계약 날, 세입자의 부모가 현금 6억 원을 싸들고 부동산 사무실을 찾아온 것. 해당 아파트의 전세금은 6억5000만 원. 유통 사업을 하는 이 부모는 아들의 통장을 통하지 않고 직접 임대인에게 현금을 ‘쏘는’ 방법으로 증여세를 면탈했다.

A씨는 “정부에서 대대적으로 세무조사를 하긴 하지만, 매매 거래만 볼 뿐 전세금 부분은 놓치고 있는 것 같다. 증여세를 안 내기로 마음먹은 사람은 어떤 수를 써서라도 안 낸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8월 29일 국세청은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증여세나 양도소득세 탈루가 의심되는 260명을 선정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정부가 ‘8·2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뒤 이어진 6번째 부동산 관련 세무조사다. 이번 세무조사는 특히 최근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국지적인 집값 급상승을 막기 위한 대책으로 풀이된다.

앞서 27일,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는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추진 및 투기지역 지정 등을 통한 시장 안정 기조강화’ 조처를 인용해 서울 4개구(종로·동작·동대문·중구)를 투기지역으로 추가 지정하는 등 서울과 수도권의 국지적인 집값 과열을 막기 위한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결혼과 동시에 시작되는 증여세 탈루
 

8월 29일 국세청 관계자가 정부세종2청사 국세청 기자실에서 ‘편법 증여 등 부동산 거래 탈세 혐의자 세무조사 착수’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정부는 이처럼 갖은 수단을 동원해 집값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반면, 부동산 부자들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탈세까지 하며 자산 불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부동산 중개업자 B씨는 “한 달 만에 집값이 1억씩 오르니, 어떻게든 자식 명의로 부동산을 사주려고 하는 부모가 많다”고 밝혔다.  

증여세 탈루의 전형적인 수법은 바로 ‘현금 지원’이다. 특히 자녀 출가 시 신혼집 마련 비용으로 거금을 증여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여성 직장인 최모 씨는 2012년 결혼 당시 시부모에게 전세 자금 대부분을 지원받았다. 당시 아파트 전세금은 5억7000만 원. 최씨 부부가 결혼 전 직장생활하며 모은 돈은 9000만 원 정도 됐고, 나머지 4억8000만 원은 시부모에게서 받았다. 당시 최씨 시부모는 아들의 통장을 거치지 않고 4억8000만 원 전액을 임대인에게 바로 송금했다. 하지만 최씨 부부는 증여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최씨는 “주변에서 보면 우리처럼 결혼할 때 양가 부모가 집을 마련해준 경우가 많은데, 증여세를 냈다는 얘기는 거의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결혼 후에도 최씨 부부의 증여세 탈루는 밥 먹듯이 일어났다. 일명 ‘엄카’로 불리는 ‘엄마 카드’로 매달 생활비를 보조받은 것. 현행 증여세법상 성년이 된 자녀에 대한 증여세 비과세 한도는 10년간 5000만 원(미성년자는 2000만 원)이다. 이 한도를 넘으면 증여한 금액에 대해 10~50%의 증여세를 물어야 한다. 하지만 최씨는 시부모로부터 매달 300만 원가량을 보조받으면서 증여세를 일절 내지 않았다.  

아이 영어유치원비, 아파트 관리비, 마트에서 장 보는 비용 등 ‘엄카’로 해결한 금액이 지난 6년간 2억 원이 넘지만, 부모 명의 카드인 만큼 증여세 추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최씨 부부의 벌이가 적은 것도 아니다. 같은 은행권에 근무하는 부부의 연봉 합산 액은 1억5000만 원 정도다. 주거비가 따로 들지 않고, ‘엄카’로 생활비까지 보조받고 있으니, 결혼 후 지금까지 모은 자 산이 4억 원 가까이 된다. 부부 중 한 사람 연봉은 고스란히 모은 셈이다.

현재 최씨 부부는 또 한 번의 증여세 탈루를 놓고 고민 중이다. 지난 몇 년간 강남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이번에는 아예 집을 사기로 마음먹은 것. 이번에도 자금 조달은 시부모 몫이 될 예정이다.  

최씨는 “집값이 하도 오르니까 시부모님이 ‘더 늦기 전에 얼른 집을 사라’면서 3억 원 정도 대주시기로 했다. 경기도에 있는 빌라를 처분해서 주기로 했는데, 이번에도 그냥 받아야 될지 모르겠다. 요즘 같은 때 덜컥 받았다가 예전에 증여받은 것까지 추징당하는 건 아닌지 걱정되기도 한다”고 털어놓았다.  

실제로 최근 서울 강남에서는 “세무조사가 두려워 집을 안 산다”는 말이 심심찮게 나돈다. 부동산 중개업자 C씨는 “강남에서는 국세청 세무조사에서 걸린 사람들이 제법 된다. 한동안 부동산 매물을 알아보다가 행여나 부모 사업체까지 세무조사 대상이 될까 봐 매수 계획을 접는 경우를 여럿 봤다”고 말했다. 


“뭐니뭐니 해도, 현금이 최고야”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이용해 증여세를 피해가려는 이들도 상당하다. 계좌이체로 현금을 넘겨주면 내역이 고스란히 계좌에 남기 때문에 이를 피하고자 ATM으로 현금을 주고받는 것.  

경기도 분당에 사는 김모 씨는 ATM으로 수차례 현금을 빼낸 뒤 오랜 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아들 통장에 돈을 입금했다. 김씨 아들은 이런 식으로 받은 돈 10억 원으로 아파트를 구입했다. 하지만 이런 꼼수는 최근 국세청 감시망에 적발됐고 얼마 전 김씨의 자녀는 수억 원의 증여세를 추징당했다.  

하지만 자산가들 사이에서 김씨의 경우는 ‘하수’ 쯤으로 취급받는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부모 자식 간에 차용증을 쓰고, 자식이 부모한테 무는 이자를 부모가 다시 ATM으로 빼서 자식에게 생활비조로 주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세법상 부모가 자식에게 돈을 ‘빌려’줄 때는 4.6%(2016년 이후부터) 이자를 받아야 한다. 단, 이자(증여재산가액)가 1000만 원을 넘지 않으면 과세 대상이 되지 않는다. 만약 부모에게 1억5000만 원을 대출받았다면 증여재산가액은 1억5000×4.6%=690만 원이므로 과세되지 않는다.  

이 부동산 전문가는 “자식한테 받은 이자를 다시 현금이나 신용·현금카드로 돌려주면 그만 아니겠느냐”며 말끝을 흐렸다. 한편 이자가 1000만 원이 넘는 경우에는 증여재산가액의 10%만 증여세로 내면 된다. 


조부모에게 공짜로 유학비 지원받는 손자들 

학원가에서 정설처럼 통하는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 할아버지의 경제력”이란 유행어 뒤에도 불법 증여가 숨어 있다. 남편을 따라 미국과 태국에서 주재원으로 생활하다 돌아온 주부 박모 씨는 현재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는 딸의 학비를 시부모의 재력으로 해결하고 있다. 시부모가 해당 대학으로 직접 등록금을 송금하는 구조다.

세법상 부모가 자식의 교육비를 부담하는 건 문제가 되지 않지만, 부모가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이 있는 상태에서 조부모가 손자의 학비 및 생활비를 대는 건 분명 증여다. 하지만 지금껏 박씨는 증여세를 낼 생각조차 한 적 없다. 1년 동안 박씨가 유학비 명목으로 원조받는 금액은 3000만 원가량 된다.  

또한 증여세를 내지 않고 해외 유학 중인 자녀에게 학비와 생활비 명목으로 거액의 자금을 송금(증여)하는 경우도 있다. 세법상 피부양자의 생활비나 교육비 및 이와 유사한 비용 등에 대해서는 사회 통념상 과세하지 않게 돼 있다. 국내뿐 아니라 국외에 소재하는 학교 학비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세법을 이용해, 학비나 생활비를 부풀려 의도적으로 자식에게 서서히 재산을 이동하는 사람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최근 국세청에 적발된 사례를 보면 법원장인 G씨는 매년 해외에서 유학 중인 자녀에게 6억 원의 자금을 송금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강남에서는 유학생이 건물주로 금의환향(?)하는 경우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해외에서 유학 생활을 하다 귀국한 김모(30) 씨는 최근 경기도의 10억 원대 상가를 구입했다. 상가 임차인들의 전세보증금을 고려해도 최소 수 억 원의 자본이 필요한 고가 부동산을 구입한 것. 사실 김씨의 부동산 거래 대금 출처는 어머니였다. 호텔을 경영하는 어머니는 상가 취득 자금을 아들을 통하지 않고 매도자에게 바로 송금했다.

서울 서초구에서 활동하는 공인중개사 D씨는 “강남 재력가 중에는 자녀가 귀국하는 시점에 맞춰 건물을 사주려는 사람이 많다. 제대로 된 직장을 잡지 못하는 경우가 대체로 그렇다. 자식을 건물주로 만드는 건 그렇다 치더라도, 세금은 제대로 내야 하지 않겠느냐”고 꼬집었다. 


“탈루할 세금이라도 있으면 좋겠다” 

보험과 주식을 통한 증여세 탈루도 문제다. 재산이나 직업 등으로 보아 자금 능력이 없던 김모 씨는 ‘보험 찬스’를 이용해 최근 서울 소재 고가 아파트를 취득했다. 아버지가 수차례에 걸쳐 보험사에 납입한 수십억 원의 연금 원금을 통해 매월 고액의 연금 수익을 챙긴 것.

보험은 일반 현금 증여에 비해 증여 재산가액이 낮아져 증여세를 아낄 수 있지만, 아예 처음부터 탈세를 목적으로 자식이 직접 보험금을 납입한 것처럼 꾸며 세금을 내지 않는 경우도 많다.  

주식도 마찬가지다. 최근 국세청 조사에 따르면, 주식 전업투자자인 최모 씨는 9세, 7세인 두 자녀에게 자신이 보유 중인 주식의 일부를 증여세 신고 없이 증여했고, 이후 두 자녀는 주식 가치가 상승하자 주식을 매각해 고액의 예금으로 보유하고 있다. 결국 현금 증여를 피하고자 주식 거래를 이용한 셈이다.  

원칙대로 하자면, 상장주식은 주식 증여일 기준 2개월 전후로 총 4개월간 한국증권거래소 매일 종가의 평균가로 계산해 증여세를 내야 한다. 비상장주식은 보충적 평가방법을 사용해 1주당 순자산가치와 순손익가치를 각각 2:3의 비율로 가중평균해 계산해야 한다. 단 배우자는 최대 6억 원, 직계존속은 5000만 원(미성년 2000만 원)까지 증여세를 면제받을 수 있다.  

한편 고가 주택을 보유한 다주택자들이 몰려 있는 강남권에서는 증여가 또 다른 의미의 ‘조세 회피’로 사용되고 있어 서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 50대 직장인 최모 씨는 “증여세 탈루는 세금 낼 게 있는 사람들한테나 해당되는 얘기지, 집 한 채 겨우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딴 세상 얘기”라며 씁쓸해했다.

최근 들어 부동산 부자들 사이에서 증여가 활발하게 일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집값 상승률이 심상치 않은 데 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따라 보유세 등 다주택자의 세 부담이 커졌지만, 향후 집값은 계속 오를 것이란 기대에 ‘더 오르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증여하자’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는 것.  

지난 7월 기준,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 1~5월 서울 아파트 증여 건수는 1만1067건으로, 전년 동기(5557건) 대비 2배가량 늘었다. 지난해 서울 지역 전체 증여 건수는 1만4860건인 점을 감안하면 5개월 만에 이미 지난해 거래량의 74%를 넘은 셈이다. 지역으로 보면 서울 강남·서초·송파·강동구 등 ‘강남4구(3707건)는 지난해 증여 건수(1700건)를 훌쩍 뛰어넘었다. 이 중 서초구는 지난해 523건에서 올해 1433건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세금조사로는 집값 못 잡는다”

최근 몇 년간 매매가가 급격히 오른 서울 송파구 잠실동 아파트 단지. [홍진환 동아일보 기자]

이 같은 분위기가 계속된다면 올해 서울 지역 아파트 증여 건수는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강남에서 활동하는 한 세무사는 “강남은 그간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올라 해당 물건을 팔아서(양도) 자식에게 넘겨주는 것보다 증여하는 게 세금 면에서 훨씬 유리하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20년 전 3억 원에서 현재 15억 원으로 오른 아파트를 소유한 2주택 보유자라면, 이를 양도할 때는 양도소득세 5억8700만 원에 지방소득세 5900만 원까지 합쳐 총 6억4600만 원에 해당하는 세금이 발생한다. 따라서 이를 뺀 나머지 8억5400만 원을 자녀에게 증여하면 또다시 1억7200만 원의 증여세가 발생해 결국 자식에게 최종적으로 귀속되는 금액은 6억8200만 원이다. 반면 해당 아파트를 그대로 자식에게 증여할 경우에는 증여세로 3억9900만 원만 내면 된다. 11억100만 원은 고스란히 자녀의 손에 들어오는 것.

임대사업자 등록 유도 정책도 강남 부자들 마음을 움직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강남권에는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느니 증여가 낫다’는 판단이 대세다. 지난 7월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정책에 따르면 공시가격 6억 원을 넘는 주택의 경우 임대사업자 등록에 따른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혜택이 적용되지 않아 정부의 임대주택등록 유인책이 통하지 않는다.

여기에 지난 9월 13일, 정부가 추가로 발표한 부동산 정책에서도 임대사업자에 대한 혜택이 축소됐다.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40%로 대폭 줄어들었고, 양도소득세 및 종합부동산세 등의 세제 혜택도 대폭 하향 조정 됐다. 시장 참여자들이 기존의 임대사업자 혜택을 악용해 오히려 집값이 더 올랐다고 판단한 결과다.  

한편 일각에서는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부동산 시장 안정화라는 정부 정책목표의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에 대해 회의감을 드러낸다. 치솟는 집값을 잡기 위해 세금을 올리고 세무조사를 실시하며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지만 효과는커녕 집값은 날로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애초에 세무조사는 부동산 거래 관련한 탈세를 바로잡는 ‘성실납세 유도’의 목적을 지녔을 뿐, 부동산 투기를 적발하는 도구는 아니라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전문가들은 “세무조사로는 부동산 시장 과열을 막기 힘들다”고 토로한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세무조사로 집값을 잡는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지금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건 거래 물량을 늘리는 것이다. 양도소득세는 낮추되 보유세는 높여서 시장에 물건이 나오도록 해야 한다. 임대주택 공급 등을 늘려 집값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