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질 듯 말 듯.. 핵만큼이나 무서운 백두산 대폭발
최인준 기자 입력 2017.10.14. 03:02
- 과연 폭발할까?
"북핵 실험, 분화 앞당겨.. 천지에 20억t 물 있어 분화 시 폭발 규모 커져"
"핵실험 인한 인공지진 분화 일으킨 적 없어, 섣부른 판단 말아야"
최근 북핵 실험으로 백두산 대폭발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핵실험으로 발생한 인공지진이 근처 백두산 지하에 있는 마그마를 자극해 화산 활동을 촉발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학계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백두산은 1000여 년 전 '밀레니엄 대분화'라 불리는 대형 폭발을 일으켰으며, 지금도 폭발 가능성이 내재된 활화산(活火山)으로 분류된다. 때마침 지난달 말 서울에서는 세계적인 화산학자들이 처음으로 한데 모여 백두산 분화에 대한 최신 연구들을 공유했다. 주요 화산대 중에서도 가까운 미래에 폭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꼽히는 백두산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대분화 시기 알려줄 증거 발견돼
그동안 백두산 대폭발은 900년대 초반 발생했다는 정도로만 알려졌을 뿐 구체적인 시기에 대해서는 연구자들마다 의견이 엇갈렸다. 일부 학자는 당시 역사서 내용을 토대로 926년 발해가 멸망할 당시 백두산 폭발이 일어났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백두산 폭발이 발해 멸망의 원인이 됐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는 거의 없었다. 최근 백두산 분화 시기를 가늠할 수 있는 핵심 증거가 발견되면서 관련 연구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클라이브 오펜하이머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2011년부터 5년간 백두산 현지에서 화산 연구를 하는 과정에서 지름 1m 크기의 나무 화석을 발견했다. 1000여 년 전 대분화 당시 주변 식물들이 모두 불타 흔적조차 남지 않았는데 비교적 온전한 형태의 낙엽송 일부를 찾은 것이다. 오펜하이머 교수가 탄소연대측정법으로 나무의 나이테를 분석한 결과 백두산 대분화는 당초 알려진 시기보다 20~30년 뒤인 946년 11월쯤 일어났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 내용이 맞는다면 발해 멸망은 백두산 폭발과는 관련이 없었던 것이다.
백두산 대분화 시기에 대한 논란이 어느 정도 잦아들면서 학계의 관심은 언제 2차 분화가 일어날까에 쏠리고 있다. 백두산은 2000년대 들어 지진이 여러 차례 일어나며 다시 화산 활동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002년엔 백두산 천지 하부에서 한 달에 250여 차례나 지진이 감지됐다.
백두산 이도백하 상류 계곡에 위치한 주롱온천의 수온은 1991년 섭씨 67~69도였는데 최근 72~83도까지 상승했다. 중국과학기술대학 지질연구소 활동화산연구실에서 지난해 온천수에서 공기방울 형태로 나오는 화산가스를 채집해 헬륨의 동위원소 비율을 분석한 결과, 이 헬륨이 백두산 지하 맨틀에서 나온 것으로 확인했다. 이는 지하 마그마방(마그마가 모여있는 곳)의 지열이 땅으로 계속 전달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핵실험이 분화 촉진 가능성도 제기
북한 핵실험이 백두산의 2차 분화를 앞당길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장인 풍계리는 백두산과 불과 115㎞ 떨어져 있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연구팀은 지난해 2월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북한이 더 큰 규모의 핵실험을 진행하면 백두산 화산이 이에 반응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1~3차 북한 핵실험과 과거 구소련·미국에서의 핵실험 규모를 토대로 규모 5.0~7.6의 가상 인공지진이 백두산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핵실험이 규모 7.0의 인공지진을 일으키면 백두산 마그마방이 터질 수 있는 수치인 120킬로파스칼(kPa)까지 압력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지진파로 마그마방 내 압력이 상승하고, 그에 따라 마그마 상승을 유발하는 기포가 형성돼 화산 분화가 촉발된다는 것이다.
핵실험만으로 백두산 폭발이 일어난다는 건 섣부른 전망이라는 반박도 나온다. 이윤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박사는 "인공지진으로 화산 분화가 일어난 전례가 없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1972년 미국 알래스카 알류샨열도에서 북한의 6차 핵실험 규모의 수백 배에 달하는 5메가톤급 핵실험(지진 규모 7.4)을 한 적이 있었는데, 인근 60~80㎞에 걸쳐 발생한 인공지진이 주변 화산에 영향을 줬다는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인공지진 주파수는 자연지진과 다르기 때문에 마그마를 충분히 자극할 만큼의 저주파수가 인공지진에서도 나오는지에 대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터지면 동아시아 기온 2도 떨어져
대부분의 화산은 일본처럼 지각 판의 경계에 위치하고 있지만, 백두산과 한라산 등 한반도에 있는 화산은 판 내부에 있다. 이런 화산의 공통점은 폭발력이 크다는 것이다. 간헐적으로 폭발해 열을 내뿜는 판 경계 화산과 달리 오랜 시간 에너지를 응축했다가 한꺼번에 터뜨리기 때문이다.
중국 지질연구소가 인공 지진파로 분석한 결과 백두산 지하에는 4개의 마그마방이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마그마방이 여러 개일 경우 하나가 활성화되면 바로 위의 마그마방에도 영향을 미쳐 서로 상승작용을 하면서 폭발 위력이 커진다. 특히 백두산은 천지에 20억t가량의 물을 담고 있어 분화할 경우 화산 폭발의 규모는 더욱 커진다. 화산 내부에 있는 마그마가 물과 만나 식으면서 엄청난 양의 화산재로 바뀌기 때문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최근 발표한 '백두산 폭발 시뮬레이션 분석 결과'에 따르면 화산에서 분출된 황산화물(용암 가스와 화산재에 있는 황산 입자가 혼합된 물질)이 지상에서 8㎞ 이상 상승한 후 북미와 그린란드까지 확산된다는 결론이 나왔다. 하늘로 올라간 황산화물이 햇빛을 반사해 한반도 등 동아시아 일대 기온이 두 달간 2도가량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17[sr]역사,종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역사드라마가 막가고 있다 / 신봉승 (0) | 2017.12.23 |
---|---|
홀연히 사라진 문명, 구게 왕국 / 서하(西夏)의 후예들은 어디로 갔는가? (0) | 2017.12.03 |
이스라엘이 만주에 들어설 수도 있었다. (0) | 2017.09.29 |
[스크랩] 사패산을 하사받은 정휘옹주와 류정량 (0) | 2017.09.12 |
[스크랩] 세상을 뒤흔든 랜드마크 (0) | 2017.09.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