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정도전 三峯集

20)정도전 삼봉집 제1권 /오언고시(五言古詩) /감흥(感興)

이름없는풀뿌리 2018. 1. 18. 08:21

감흥(感興)

 

오랜 나그네 아직도 베옷이라 / 久客尙絺綌

북풍은 으시시 처량도 하다 / 北風淒以凉

둥글둥글 찬 이슬이 맺히니 / 團團寒露至

난초는 꽃다움을 여의었구려 / 蘭枯謝幽芳

멀고 먼 관산은 아스라하고 / 悠悠關山遠

가고 가도 길은 길기만 하네 / 行行道路長

어찌하여 저문 해를 잘 보낼 건가 / 何以卒歲晩

저문 해엔 된서리가 많아서라네 / 歲晩多繁霜

 

 

또[又]

 

차가운 저 산중의 샘 / 洌彼山中泉

산에서는 하 맑아 파문 일더니 / 在山淸且漣

하루 아침 제방이 무너지자 / 堤坊一朝決

어찌도 그리 콸콸 내리쏟는지 / 就下何沛然

날이 갈수록 산이 멀어만 져서 / 去山日以遠

온갖 물이 그 사이에 어울리누나 / 衆流會其間

지난날의 맑음이 다시 없으니 / 無復向時淸

가 버린 것 언제 돌아오려나 / 逝者何當還

내 걸음이 물 위에 이르자마자 / 我來臨水上

흐르는 그 소리 차마 못 듣네 / 不忍聽潺湲

 

 

또[又]

 

봉황은 어찌 훨훨 날아 / 鳳凰何飄飄

높이 가서 바라보아도 보이지 않네 / 高逝不可望

주리면 청랑간(靑琅玕) 열매 먹고 / 飢食靑琅玕

목마르면 천지의 물 마신다네 / 渴飮天池滿

좁디좁은 진세를 내려다보니 / 俯視塵世窄

닭과 집오리만 뒤섞여 울어예누나 / 嗷嗷鷄鶩場

이러기에 오래도록 날아오지 않고 / 所以久不下

천 길의 봉우리에서 돌고 돈다오 / 徘徊千仞岡

 

 

[주]청랑간(靑琅玕) : 낭간은 대(竹)의 이칭. 봉황(鳳凰)이 주리면 대나무 열매를 먹고 목마르면 천지(天池)의 물을 마신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