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중에 삼봉의 옛집을 생각하다[病中懷三峯舊居]
아아 나는 해묵은 병이 있어 / 嗟我抱沈痾
어느 때나 더위를 두려워하네 / 居常畏炎天
더군다나 거마의 먼지 속에서 / 況復車馬塵
의관의 속박을 너무 받고 보니 / 衣冠苦拘纏
그래서 기운이 답답하고 번거로워 / 所以氣煩鬱
오월에도 오히려 낫지 않네 / 五月猶未痊
그립다 삼봉의 저 구름이여 / 懷哉三峯雲
벗님네 그 산마루에 살고 있으면서 / 故人在其巓
나를 위해 거문고를 둥둥 타면서 / 爲我泛瑤琴
귀거래사 한 편으로 끝을 맺누나 / 亂以歸來篇
맑은 바람 짙은 숲을 떨치며 오니 / 淸風振林莽
끼친 음향 어찌 그리 시원하던고 / 遺響何冷然
나의 오랜 행역을 위로하면서 / 問我久行役
어느 때나 돌아오느냐고 묻네 / 何時當來還
산신령이 이문을 하지 않아도 / 山靈未移文
암학은 그대로 나를 기다린다네 / 巖壑聊竚延
벗님네 후한 뜻에 나는 느끼어 / 我感故人意
눈물이 줄줄 흐르네 / 危涕流潺湲
군신의 의가 너무 소중하기에 / 君臣義甚重
몸은 병들어서도 아직 쉬질 못하네 / 病矣猶勉旃
천문은 구중이라 깊기도 하여 / 天門九重深
외치자 해도 걸음이 내키질 않네 / 欲叫空盤桓
삼봉은 아득해 어느 곳이냐 / 三峯渺何處
보이는 저 끝은 다만 구름과 연기 / 極目但雲烟
[주]산신령이 …… 않아도 : 이(移)는 관문서(官文書)의 일종. 남제(南齊)공치규(孔穉圭)가 지은 〈북산이문(北山移文)〉에 “종산의 신령과 초당의 신령이 역로를 달려 산정에 이문을 새겼다[鍾山之英草堂之靈馳煙驛路勒移山庭].”라는 말이 있다. 내용은 주옹(周顒)이 북산에 함께 은거하다가 뒤에 약속을 어기고 조명(詔命)에 응하여 해염령(海鹽令)이 되었는데 나중에 다시 돌아와 숨으려 하므로 공치규는 산령의 뜻을 빌어 이문(移文)하여 못 오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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