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정도전 三峯集

22)정도전 삼봉집 제1권 /오언고시(五言古詩) /감흥(感興)

이름없는풀뿌리 2018. 1. 19. 06:23

감흥(感興)

 

을묘년(1375) 여름에 공이 성균사예(成均司藝)로서 이 시를 짓고 드디어 시정(時政)의 득실(得失)을 따지니 재상(宰相)이 미워하여 전라도(全羅道)회진현(會津縣)으로 추방하였다.

 

내 수레에 기름 칠해 먼 길을 떠나 / 膏車邁行役

험한 저 태항산을 올라가노라 / 登彼太行山

황하 물이 그 아래로 내리쏟는다 / 黃流奔其下

삼박(三亳)의 사이를 돌아다보니 / 顧瞻三亳間

아득히 다 달라지고 / 茫茫皆異國

두 무덤만 마주서 우뚝하다 / 雙墳對巍然

어느 시대 사람이냐고 물었더니 / 且問何代人

용방과 비간이라 일러주네 / 龍逄與比干

조국의 멸망을 차마 못본 체할 수 없어서 / 不忍宗國墜

충의의 심간이 찢어지기에 / 忠義裂心肝

대궐문을 손수 밀고 들어가 / 手排閶闔門

임금 앞에 언성 높혀 간했더라오 / 抗辭犯主顔

예부터 한 번 죽음 뉘나 있으니 / 自古有一死

구차한 삶은 처할 바 아니지 않나 / 偸生非所安

천 년 지난 광막한 오늘날에도 / 寥寥千載下

영렬이 가을 하늘에 비끼었구려 / 英烈橫秋天

 

[주]삼박(三亳) : 땅 이름. 황보밀(皇甫謐)의 설에 의하면, 삼박(三亳)은 곡숙(穀熟)인 남박(南亳), 즉 탕(湯) 임금의 도읍지와 몽(蒙)이 북박(北亳) 즉 경박(景亳)으로 탕임금이 명(命)을 받은 곳과 언사(偃師) 즉 서박(西亳)으로 곧 반경(盤庚)이 도읍을 옮긴 곳이라 하였다.

[주]용방과 비간 : 하(夏)나라 충신. 관용방이 하걸(夏桀)의 학정을 보고, “임금을 뵈오니 위석(危石)의 관을 쓰고, 춘빙(春氷)을 밟는 격이다.” 하니 걸이 포락(炮烙)의 형벌을 받게 하였다. 비간(比干)은 은(殷)나라 소사(少師). 주(紂)에게 간(諫)하여 3일을 가지 않으니 주가 “듣자니 성인(聖人)의 심장에는 구멍이 7개 있다 한다.” 하고 배를 짜개고 보았다 한다. 은(殷)의 3인(仁) 중의 한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