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흥(感興)
오랜 나그네 아직도 베옷이라 / 久客尙絺綌
북풍은 으시시 처량도 하다 / 北風淒以凉
둥글둥글 찬 이슬이 맺히니 / 團團寒露至
난초는 꽃다움을 여의었구려 / 蘭枯謝幽芳
멀고 먼 관산은 아스라하고 / 悠悠關山遠
가고 가도 길은 길기만 하네 / 行行道路長
어찌하여 저문 해를 잘 보낼 건가 / 何以卒歲晩
저문 해엔 된서리가 많아서라네 / 歲晩多繁霜
또[又]
차가운 저 산중의 샘 / 洌彼山中泉
산에서는 하 맑아 파문 일더니 / 在山淸且漣
하루 아침 제방이 무너지자 / 堤坊一朝決
어찌도 그리 콸콸 내리쏟는지 / 就下何沛然
날이 갈수록 산이 멀어만 져서 / 去山日以遠
온갖 물이 그 사이에 어울리누나 / 衆流會其間
지난날의 맑음이 다시 없으니 / 無復向時淸
가 버린 것 언제 돌아오려나 / 逝者何當還
내 걸음이 물 위에 이르자마자 / 我來臨水上
흐르는 그 소리 차마 못 듣네 / 不忍聽潺湲
또[又]
봉황은 어찌 훨훨 날아 / 鳳凰何飄飄
높이 가서 바라보아도 보이지 않네 / 高逝不可望
주리면 청랑간(靑琅玕) 열매 먹고 / 飢食靑琅玕
목마르면 천지의 물 마신다네 / 渴飮天池滿
좁디좁은 진세를 내려다보니 / 俯視塵世窄
닭과 집오리만 뒤섞여 울어예누나 / 嗷嗷鷄鶩場
이러기에 오래도록 날아오지 않고 / 所以久不下
천 길의 봉우리에서 돌고 돈다오 / 徘徊千仞岡
[주]청랑간(靑琅玕) : 낭간은 대(竹)의 이칭. 봉황(鳳凰)이 주리면 대나무 열매를 먹고 목마르면 천지(天池)의 물을 마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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